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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독특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하나 봤다. 어떠한 나레이션도 깔려있지 않은, 꾸밈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만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다큐멘터리는 형식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머니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배우자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듯한 이야기들 속에 녹아있는 ‘가족’이라는 공통된 정서는 참으로 따뜻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가족’이라는 단어 안에서 하나가 되고 있었다.
혹자는 지독한 관음증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은 가장 은밀하면서도 쉽사리 이야기되지 않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가장 함부로 대하기 쉬운, 하지만 그로 인해 한 번 상한 마음의 치유를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공간. 가끔씩 나는 그 공간 안에서 어떠한 사생활도 허락되지 않는 듯한 갑갑함을 느낀다. 다 큰 딸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노크 없이 문을 여는 아버지의 배려없는 행동에서부터 시험기간이라 공부 좀 해 보겠다고 앉아있는 이에게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한다며 같이 보자고 재촉하는 어머니까지. 시간이 지나면 그냥 웃어넘기고 말면 그만일지도 모르는 사소한 것에 나의 좁은 마음들은 쉽사리 틀어지곤 한다. 그래도 난 나름대로 굴곡없는 인생을 살아왔다. 크게 아파보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잃어보지도 않은체 지금까지. 가장 평범한 듯 하면서도 가장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내 자신을 돌이켜 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가족이 있었던 것 같다.
딸과 어머니, 아들과 아버지 그리고 아내와 남편. 어쩌면 서로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로 풀어내기가 뭐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냥 그들이 말하는 그대로 적어나간 글들은 솔직하기 때문에 마음에 와 닿는다. 어떠한 수식어도 없이, 섭섭했던 것 하나하나를 풀어내는데, 이 보다 어찌 더 가슴 찡할 수 있을까 싶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리라. 수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식 걱정으로 지금껏 버팅겨온 어머니의 부담스러운 희생, 단 한번도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보지 못한 아버지의 무뚝뚝한 정, 그리고 함께이면서 동시에 서로의 영역을 존중해줘야 하는 부부의 애틋함. 어쩌면 인간의 삶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웅장한 드라마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보고 있으면 절로 눈물이 나오곤 하는…
만약 나에게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나의 어머니에 대해 어떠한 말을 할 수 있을까. 매일 부딪히며 얼굴 붉히는 나의 동생에 대해, 한없이 다가가기 어렵게만 느껴지는 나의 아버지에 대해… 단순히 곁에 있기 때문에 소중함을 느끼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모든 것들을 조금씩 표현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지금껏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이 조금 더 나의 가까운 곳에 있음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한다. ‘사랑합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필요한 시점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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