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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끔 읽는 시다. 소설보다는 시를 자주 접하지 않게 되는데.. 이 시는 가끔 읽는다.
섬묘지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특히 이 시를 좋아하는 건 마지막에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였다.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애틋함이 묻어난다.
아부
몇 줄의 시를 쓰기 위해 창경원 꽃사슴에 아부하고 며칠을 더 살기 위해 세월에 아부했다 치더라도 바다 앞에서는 내가 아부할 수 없다.
바다앞에서는 왜 아부할 수 없을까? 바다앞에서는 고스란히 내가 드러나기 때문인가?
풍요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여기도 마지막이 마음에 든다. 성산포에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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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내가 이생진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를 구입한 해이다. 전국 지도를 펼쳐놓고 지금보다 가늘었던 손가락으로 성산포를 찾았던 기억. 밝은 파랑 위에 눈처럼 하얀 지명, 언젠가 내 발길이 닿게 될까. 그때 이 시집을 들고 가야겠다고 막연하게 작정했던 그때. 이 시집을 들고 갈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왔다. 출렁이는 바다인 양 시집이 출렁였고, 이에 따라 나도 출렁였다. 맑은 바다가 춤 출 때마다 깨끗한 바람이 이마를 만지작거리는 곳.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 ‘풍요’ 전문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람을 맞고 있다. 그래도 바다와 바람은 내 속의 그릇에 조금씩 채워진다. 채워질수록 내 속의 그릇은 차가워진다. 섬뜩한 차가움이 체온을 낮추는데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나는 떼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몸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 ‘고독’ 전문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 ‘무명도(無名島)’ 전문 고독과 함께 바라봐야만 내 속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누구도 어쩌지 못하는 저마다의 고독이 축복으로 다가올 때가 오면, 나를 죽게 할 것만 같은 그리움이 나를 살게 하는 날이 오면, 그것들은 비로소 내 안에 들어온다. 그 중에 하나는 저 바다. 바다를 삼킨 바다. 바다가 삼킨 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다가 삼킨 바다 나도 세월이 다 가면 바다가 삼킨 바다로 태어날 거다 - ‘그리운 바다’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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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바다에 가서 시간을 보낸적이 있다. 말로만 듣던 서해 바다의 조수 간만의 차이를 느끼면서, 소주 한잔 하면서 받을 지새면서, 시를 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하나 챙겨보지 못하고 간 것이 아쉬웠다.
대학교때 유명한 시집 중의 하나였다. 시의 시대인 80년대 베스트 셀러였다. 내용이 잘 기억안나지만 생각나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2008년 판이지만 해설이 더 붙은 것 이외에는 특별하게 다른 것이 없다.
바다가 무슨 말을 하겠냐만은, 바다를 보면 느껴지는 안도감과 편안함이 있다. 또한 바다에게 이야기를 하면 다 들어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절망>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무릇 바다는 이렇게 가만히 있지만 마음을 다 이해하고 들어주는 어머니같다는 생각이다. <생활비> 같은 시에서 보면 바다에서의 어민과 주민들의 낭만이 아닌 삶을 엿볼 수도 있다. 그리고 제일 좋은 시는 역시 첫번째 시인 것 같다.
<바다를 본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역시 바다는 주위에 그냥 일상으로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좋다. 바다를 한번씩 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시집은 앞부분의 시는 참 좋다는 느낌인데, 뒤의 시는 좀 별로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20년이상 사랑을 받아온 시이므로 우리를 움직이는 감성이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