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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의 반목은 낡은 통념이다
"과학과 종교의 반목은 낡은 통념이다" 내용보기
무창포 해수욕장은 신비의 바닷길로 잘 알려져 잇다. 무창포 해수욕장과 석대도 사이의 바닷길이 썰물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성경』의「출애굽기」 14장에 따르면 무창포 바닷길은 ‘모세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 사람들은 더 이상 모세의 기적을 믿지 않는다.『성경』대신 과학자들의 주장이 훨씬 합리적이다. 즉 무창포 바닷길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서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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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창포 해수욕장은 신비의 바닷길로 잘 알려져 잇다. 무창포 해수욕장과 석대도 사이의 바닷길이 썰물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성경』의「출애굽기」 14장에 따르면 무창포 바닷길은 ‘모세의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 사람들은 더 이상 모세의 기적을 믿지 않는다.『성경』대신 과학자들의 주장이 훨씬 합리적이다. 즉 무창포 바닷길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해서 생기는 자연현상이며 결정적으로 달과 태양의 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세의 기적을 믿는 신학자들의 심경은 미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학자들의 설명에 일리가 있음을 어느 정도는 자신들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神)을 버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로널드 L. 넘버스가 엮은『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다. 이 책은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통사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학과 종교에 내재된 통념(myth)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학의 최대의 적은 종교라는 것이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창조론과 진화론의 첨예한 대립을 간접적으로 접해왔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코페르니쿠스적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브루노가 순교자가 된 최초의 과학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른바 종교재판으로 자행된 희생자는 브루노만 뿐만 아니라 갈릴레이도 그랬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러한 사실들이 전복되고 만다. 그들이 과학자였다는 지엽적인 사실만으로 박해를 받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신학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신학적 개념이 이단적이라는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17세기 과학혁명이 과학을 종교에서 해방시켰다고 하지만 그 시대를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17세기 근대과학자는 없었다. 그보다는 그들은 자연철학자였다. 자연철학이란 자연의 근본 원리, 일반적인 변화와 움직임, 그리고 신의 천지 창조 등을 다루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이다. 가령, 뉴턴은『프린키피아』「일반주해」에서 “완전한 존재라 하더라도 세상을 관장하지 않는다면 주 하나님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신을 ‘성스러운 시계공’이라고 하였다.

 

데카르트에 의해 합리론이라는 흐름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자연철학을 답보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을 달리 기계론적 철학자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계론적 철학은 모든 것을 인과관계로 단순화시켰다. 그럼에도 그들은 인과관계라는 기계론적 세계조차도 목적과 설계를 위한 공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다시 말하면 기계론적 철학은 ‘모두 신이 물질을 창조하고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것이 곧 피에르 가상디가 말한 ‘최종 원인’이었다. 자연철학자들은 최종 원인이라는 용어를 ‘창조에 드러나는 신의 의도’라는 의미로 재해석했다.

 

한편으로 다윈의『종의 기원』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자연신학이 거대한 담론이었다. 자연신학은 신의 특성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증에는 ‘존재론적 증명’과 ‘우주론적 증명’이 있다. 전자는 완벽한 존재로서의 신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후자는 필연적인 존재인 신이 있기 때문에 우주가 부수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설계논증’이 논의 되었다. 설계논증의 특징은 적응과 관련된 유용성과 지적 설계였다. 하지만 다윈의 자연선택은 ‘지적인 통제가 있었다는 증거’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나는 스피노자의 신을 믿습니다”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스피노자의 신은 ‘인간의 운명과 행동이 자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하는 신’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세상의 규칙적인 조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신’을 말한다. 중세와 근대 철학에서는 자연을 초월적 신의 창조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신은 곧 자연이었다. 즉 세계는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세계 자체가 바로 신이었다.

 

또한 스피노자의 신을 믿었던 아인슈타인의 종교관은 새삼스러웠다. 그는 종교의 최종 단계를 ‘우주의 질서에서 느끼는 종교적 감정’이라고 했다. 유한한 인간의 존재를 깨닫고 자연과 사고의 세계에서 드러나는 경이로운 질서를 깨닫는 것이다. 이것은 ‘인격화된 신’을 버릴 때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감정은 ‘과학과 종교 사이의 충돌에 대한 생각을 없애준다고’ 했다. 이유인즉 과학은 이해할 수 있는 우주에 대한 믿음을 종교에 의존하고 , 종교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우주의 질서에 대한 발견을 과학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과학과 종교가 적인가 동지인가’라는 통념에 대해서 비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과학적인 생각이 일상화된 오늘날 ‘서구 문화를 세속화시켰다고?’ 라는 의문은 얼핏 당연해 보인다. 세속화란 과학지식이 초자연적 현상의 지배를 덜 받는 것이다. 그러나 과학과 종교가 걸어온 길을 당대의 현실과 함께 더듬어 보면 늘 반목했다는 것은 잘못된 통념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러한 주장은 낡은 개념에 불과할지 모른다.

 

<책 속 밑줄>

 

 

과학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전혀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학 지식을 대하는 이런 태도는 중세 전체와 근대에 이르러서까지도 유효했다. p 34

과학 혁명은 과학을 종교에서 해방시켰다. 새로운 과학은 물질에서 영혼을 분리시켰다. p 143

자연신학이란 대체로 신의 존재와 특성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p 249

과학은 이해할 수 있는 우주에 대한 믿음을 종교에 의존하고, 종교는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우주의 질서에 대한 발견을 과학에 의존한다. p 295

과학이 세속호의 근본 매개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과학 이론이 자연과 신학에 관한 지식 모두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p 344



p******0 2010.08.31. 신고 공감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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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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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인문대 수업은 보통 과제가 글이다. 분량은 1장에서 20장까지 다양하다. 그러고 보니 학부생에게 무려 20장 페이퍼를 내 준 H 교수가 생각나네. 빡쳐서 수강 취소하려 했으나, 졸업 학기라 하지도 못했다. 잡설이고.근거 없는 자신감이긴 하나, 시행착오를 겪은 1학년을 제외하고는 2학년 때부터 본인이 만족할 만한 글을 썼다. 학점이야 어떻게 나온들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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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인문대 수업은 보통 과제가 글이다. 분량은 1장에서 20장까지 다양하다. 그러고 보니 학부생에게 무려 20장 페이퍼를 내 준 H 교수가 생각나네. 빡쳐서 수강 취소하려 했으나, 졸업 학기라 하지도 못했다. 잡설이고.


근거 없는 자신감이긴 하나, 시행착오를 겪은 1학년을 제외하고는 2학년 때부터 본인이 만족할 만한 글을 썼다. 학점이야 어떻게 나온들 무슨 상관이랴, 스스로 열심히 했다 여기면 충분하지. 그런데 유독 기억에 남는 과제가 있다. '종교와 과학'이라는 주제. 잘 써서가 아니라 잘 쓰지 못해서다.


선생님은 4명을 한 조로 묶고, 각 조당 주제를 배정했다. '종교와 과학'이 우리조에 왔을 때, 모두 좌절했다. 4명 중 4명 모두 인문대생. 과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조원이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나머지 3명은 다른 학과생. 종교학 강의는 교양 뿐만 아니라 전공 수업도 타과생에 인기가 많았다. 우선 재밌었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로 학점이 후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때만 해도 교양 수업은 상대평가였으나 전공은 절대평가. 어쨌든 유일한 종교학 전공생인 드미트리는 혼자 과제를 맡을 수밖에. 


그때 쓴 글 목차다.


1. 종교와 과학은 왜 대립항인가

2. 종교화 과학의 관계 및 구조적 유사성

1) 종교와 과학의 관계 양상

2) 과학적 세계관과 종교적 세계관

3) 과학에 맞서는 종교의 3가지 태도

3. 종교만이 갖는 고유한 가치


마음 갖아서는 당시에 포스트모더니즘에 빠진 영향도 있고 해서, 기표는 끊임 없이 미끄러지고, 기의조차 고정되지 않았으니 종교나 과학이나 두 개념만으로는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쓰고 싶었다. 게다가 21세기에 종교적 영향력과 과학적 영향력을 비교한다니, 비종교인 인구가 절반 이상인 한국의 상황에서 적절해 보이지도 않았다. 


어쨌거나.


목차를 보면 본문 안 읽어 봐도 더럽게 재미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론 중심에 추상적이라 재미가 없을 수밖에. 실제로, 선생님은 우리조의 논의가 마음에 안 들었던 듯 여러 차례 수정을 요구했다. 학점을 후하게 주는 선생님이었기에, 학점이야 잘 받았으나 그 과제를 내면서도, 내고 나서도 찜찜했다. 그 때문인지 '종교와 과학'이라는 주제는 졸업한 뒤에도 잔변감처럼 몸에 남아 드미트리를 괴롭혔다.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라는 책. 제목에서부터 딱, 느낌이 왔다. 구매. 정작 배송온 뒤, 책을 읽을 생각은 안 들더라. 책장에 꽂은 뒤, 2년이 지났나... 책이 나온 게 2010년인데, 이제야 책장을 펼쳤다.


학문적 배경이 서로 다른 25명 학자가 다양한 주제로 각각 글을 써서 모은 책이다.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종교가 과학을 억압했다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논문을 썼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종교가 과학을 억압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이들 사이의 역학 관계는 훨씬 복잡하다. 하지만 앤드루 딕슨 화이트, 존 윌리엄 드레이퍼와 같은 논자가 엄밀한 논증 없이 유포한 '종교가 박해한 과학'이라는 이미지가 퍼지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러한 통념을 뒤엎기 위해 책은 총 25가지 주제를 다룬다

1. 기독교가 융성하며 고대 과학이 쇠퇴했나

2. 중세 교회가 과학의 발전을 막았나

3. 중세 기독교회는 지구가 평평하다 가르쳤나

4. 중세 이슬람 문화는 과학의 불모지인가

5. 중세 교회가 인체 해부를 막았다

6. 코페르니쿠스적 세계관이 곧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이다

7. 조르다노 브루노는 과학 때문에 순교했다

8. 갈릴레이는 지동설을 옹호해 옥고를 치르고 고문까지 받았다

9. 현대 과학은 기독교 신앙에서 태어났다

10. 과학 혁명이 과학을 종교에서 해방시켰다

11. 가톨릭은 과학 혁명에 기여하지 않았다

... 


이렇게 계속 이어지는데, 상대적으로 좀 덜 대중적인 논점을 다룬지라 생략한다. 어쨌든 논자들은 위 통념에 모두 아니라고 답하며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고 밝힌다.


모두 어느 정도는 아는 논의긴 했으나, 이 책을 대학 때 읽었다면 좀 더 사례 위주로 재밌게 기말 과제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종교가 과학을 억압했느니 과학이 종교의 영향력을 줄였다고 하느니, 이런 논의는 사태를 너무 단순화시킨다. 세속화 논의와도 비슷한데, 좀 더 자세히 본다면 종교와 과학은 때로는 서로 발전을 촉진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반목하기도 했다. 지금에 이르러서도 종교의 영향력은 쇠태했다고 볼 수 있으나(이마저도 유럽과 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 종교가 없어질 거라는 계몽주의자들의 예측은 가까운 미래에 성사될 기미가 안 보인다. 브루스 링컨 논의가 더 적절하지 싶다. 즉, 종교의 최대주의냐, 최소주의냐가 문제. 


과학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종교를 보면 종교 안에는 다양한 흐름이 존재한다. 보통 종교와 과학이 부딪칠 때는 근본주의 신앙이 그 주체인데, 근본주의 신앙이 아니라 유연하게 신앙을 규정한다면 종교와 과학이 부딪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두 세계관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관계. 


종교나 과학이나, 근본적으로는 동일하다. 인간이 유한하며, 자연 앞에서는 더 없이 작은 존재에 불과하다고 알려주는 가르침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3.10.19.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