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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야구, 축구, 권투 등 여러 경기의 규칙과 매력을 알게 된 것은 만화를 통해서이다. 초등학생이던 70~80년대에 <소년중앙>에 연재되었던 ‘태양을 쳐라’, ‘태풍을 쳐라’, ‘우정의 그라운드’, ‘바람처럼 번개처럼’ 등이 열어 보인 야구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거기에다 당시 유행하던 고교 야구의 열기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도전자 하리케인’을 통해서 권투를, ‘축구소년 까목이’를 통해서 축구를 좋아하게 되었고, 90년대 들어서 ‘슬램덩크’를 통해서 농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물론 만화를 통해 본 경기와 현실의 경기는 너무나도 다르다. 만화에서 보여주는 ‘마구(魔球)’나 ‘바나나 킥’, 일발 필살의 ‘클로스 카운터’와 환상의 ‘앨리웁 덩크슛’을 현실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거나 만화만큼 극적이지 않다. 만화에서 찰나적인 긴장감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데 반해(이를테면 공을 치는 순간이라든가 버저 비터를 쏘는 순간 선수와 관중들의 숨 막히는 표정을 일일이 잡아내는 등), 현실에서는 어이없게 빨리 모든 것이 끝나버리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만화를 통해 많은 운동 경기를 알게 됐고 또 좋아하게 된 것을 사실이다. 나는 아직 골프의 매력을 모른다. 테니스와 더불어 내가 전혀 손을 대 보지 못한 운동의 하나이기도 한 때문인 것도 같다. ‘앨버트로스’나 ‘이글’, ‘버디’, ‘파’, ‘보기’ 등의 용어와 기본적인 룰은 조금 알기야 하지만, 골프는 아무래도 내게는 좀 심심해 보이는 운동일 따름이다. 그런데 ‘골프천재 탄도 XI’는 심심해 보이는 골프를 전혀 다른 운동으로 바꾸어 놓는다. 만화가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인 무제한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일상적 차원의 골프가 아닌 새로운 차원의 골프의 세계를 열어 놓는다. 물론 그러한 요소가 이 만화의 장점이자 눈에 띄는 결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한 손으로 그것도 퍼터를 사용해서 230야드를 날리는 라파엘의 이야기는 내가 읽어본 어느 만화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 돌풍이 불어오는 속에서 날았다 떨어졌다 몇 번을 회전하며 날아가는 골프공의 궤적을 느끼는 이야기도 그렇다. 헌트 선생에게서 신죠, 그리고 다시 탄도에게로 이어지는 모든 감각을 초월한 진정한 골프의 세계는 만화다운 발상이지만 너무나 비현실적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만화는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다. 점점 더 강한 상대와 겨뤄가며 더욱 강해지는 주인공의 모습은 새롭지는 않지만 여전히 호소력 있는 설정이고, 약해 보이지만 착하고 의지가 굳은 주인공이 모든 면에서 월등해 보이는 사악한 적수를 꺾는 모습도 익히 보아온 바이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그렇게 새롭지 못한 인물의 성격과 이야기의 구조이지만 골프라는 운동이 지닌 매력을, 또는 그 이상을 만화의 가장 중요한 미덕인 무한의 상상력과 짜릿한 즐거움 속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