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겨울 남편 회사 송년회에 부부 동반으로 간 적이 있다. 나는 그 자리가 많이 불편했다. 지방에서 일하던 남편이 서울로 발령을 받아 본사에 근무하고 처음 송년회여서 내 딴에는 백화점에서 옷도 사고, 구두도 사고 했었다. 그러나 송년회 자리에서 내가 입은 옷은 새 옷임이 너무나 드러났고, 내가 아니라 옷만 튀어서 불편했었다. 남편 동료, 선후배의 부인들은 모두 굉장히 세련되어 보였다. 나는 평소에도 옷을 잘 못입는다는 소리를 듣는다. 옷집에 걸어두었을 때는 그렇게 예쁘게 보이던 옷, 옷집 거울로 보면 내게도 잘 어울리던 옷이 막상 사서 집에 가져오면, 왜 그렇게 안 어울리는 것인지...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남편 회사는 외국계 회사라 부부모임이 잦은데, 그에 따라 내가 느끼는 부담도 커졌다. 아이를 핑계로 모임에 가지 않으려고 한 적도 있었으니.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친구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과장으로 일하는 친구가 며칠 전 이 책을 선물로 주었다. 내게도 많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하면서. 처음엔 기분이 좀 그랬다. 직장인을 위한 스타일 연출이라는데 지금 내가 주부인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좀 놀리나 싶었다.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곧 회사 송년회 부부모임이 돌아오잖아. 이번에는 꼭 성공해." 그렇다. 이제 정말 두 달이 안 남았다. 그렇게 이 책을 읽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책을 통해 옷을 잘 입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중학교 가사 시간에 수도 없이 배우지 않았는가. 뚱뚱한 체형은, 역삼각형 얼굴에는... 하지만 그게 무슨 큰 도움이 됐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할 때마다 뒤적이는 잡지책에도 옷 입는 법에 대해 설명하는 코너가 많지만 그게 큰 도움이 됐나.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기꺼이 독자 리뷰를 쓸 만큼 이 책에 만족한다. 결점을 가리기 위해서 지금까지 입어왔던 옷차림, 내 옷들이 오히려 가리려던 내 결점을 더 드러내주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옷 입기에 관한 지식들이 오히려 나를 망치고 있었던 셈이다. 당장 옷장 정리부터 다시 시작했다. 책에서 나온 대로 옷장을 정리하고 나니 내게 넘치게 많은 옷, 혹은 모자라는 옷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블링크 테스트를 통해 내 얼굴을 살리는 옷이 어떤 건지도 알게 됐다. 나는 아직도 내가 정말로 옷을 잘 입을 수 있는지 자신은 없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옷집에서 이걸 살까, 저걸 살까 확신 없어 하며 판매원이 권하는 대로 사지 않을 자신은 있다. 이 책은 직장인의 옷입기에 대해 많은 분량을 들여 설명하고 있다. 나는 주부지만, 이 책이 참 유용했다. 어차피 시장을 가는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정장을 할 때가 많으니까. 또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무너져가는 몸의 선을 원망하지 않고, 적어도 멋져보이는 옷차림을 찾을 수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