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혹 사람들은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딘지 궁금해 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일기를 쓰거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해 하며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거울을 들여다 보듯이.... 이 책은 그런 거울이 되어 줄 수 있다. 삶에 쫓기듯 살다가 문득 한 해가 다 지나가고 있음을 마지막 남은 달력 한 장에서 발견하고 그 허망함 앞에 나를 찾고 싶을 때 만난다면 물질에 쫓기듯 살아서 이미 가난해질대로 가난해진 영혼이 되어 있다면 이 책과 마주해 보는 것도 좋겠다. 화가이기 전에 인간이었던 명장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영혼이 뿜어내는 향기를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우리의 가난한 영혼은 채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고사관수도의 '강희안'에서 문득 잃었던 나를 만났다. 책장을 다 넘기지 못하고 몇 번을 다시 읽으며 지난 시간 난 얼마나 바쁘게 살았는지 얼마나 돌아보며 살았는지 생각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그림이 나를 돌아보게 할 수 있었다면 저자에 대한 실례일까 그러나 그림은 선택하고 거기에 침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저자라면 그림만으로 이미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사람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혹 한 해의 끝에서 마음의 가난을 느낀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다 읽는다는 생각보다 읽어가다 마음이 머무는 자리에 머물러 하루를 그대로 있어도 행복할 수 있는 책이다. |
| 가을. 누렇게 바래가는 나뭇잎을 보고 있노라면 가을이, 아니 겨울이 성큼 내 삶의 공간에 들어서는 것 같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고 외로움이 마음 한켠에 스미는 이 계절, 우연찮게 <미술관에서 릴케를 만나다>라는 제목에 이끌려 그림을 읽듯 책장을 넘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큼이나 내용도, 그림을 모르는 나에게 시를 읽어주듯 잔잔하게 스며온다. 시인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그의 검증된 글솜씨로 내게 익히 익숙한 또는 그렇지 않은 화가들의 그림과 삶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시적이며 감상적인 언어로 그려내고 있다. 화가의 삶에 대한 저자의 흥미로운 기술은 그 화가에 대한 궁금증을 돋우며 화가의 삶을 좀더 깊게 천착하고 싶은 욕심으로 이끈다. 그림을 알고 싶은, 화가에 대해 알고픈 독자라면 이 책은 미술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