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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건너는 냇물에 돌다리를 놓다
"아이들이 건너는 냇물에 돌다리를 놓다" 내용보기
2007년 5월 17일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간 장례식장. 이튿날 마주한 선생님의 오두막. 댓돌 위에 놓인 고무신 한 켤레와 선생님이 신던 장화에 꽂힌 백합 한 송이. 일박 이일 동안 선생님을 보내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슴이 무척 허전했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당신이 살던 오두막도 많이 바뀌었
"아이들이 건너는 냇물에 돌다리를 놓다" 내용보기

2007년 5월 17일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듣고 부랴부랴 찾아간 장례식장. 이튿날 마주한 선생님의 오두막. 댓돌 위에 놓인 고무신 한 켤레와 선생님이 신던 장화에 꽂힌 백합 한 송이. 일박 이일 동안 선생님을 보내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슴이 무척 허전했는데 그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당신이 살던 오두막도 많이 바뀌었다. 주인이 살지 않다 보니 이 곳 저 곳이 허물어지고 지붕 밑 벽돌 사이에 만든 둥지에 찾아오던 딱새도 찾아오지 않는다. 선생님의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닫힌 방문도 열어 바람과 햇살을 넣어주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였다. 선생님에 관한 책이나 직접 쓴 책이 새로 나온 것을 바치기도 했다. 이 책도 그 중 한 권이다.

 

거지 생활을 하다 만난 노부부를 잊을 수 없어서 1973년에 쓴 「복사꽃 외딴집」, 1975년에 발표한 「멍쇠네 부엌솥」, 이오덕 선생님이 앞장서 만든 단체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에서 1989년에 펴내기 시작한 잡지 《어린이문학》의 창간호에 쓴 「돌다리」, 1991년에 발표한 「우리들의 고향」네 편의 단편 동화를 묶었다. 표제작이 오랜 여운이 남고, 작품 속에서 아이들을 위해 냇물에 돌다리를 놓는 인물은 권정생 선생님의 마음을 닮아 깊은 애정이 간다. 마지막 작품은 수몰민 이야기를 담고 있어 수몰민인 나 자신과 친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 역시 권정생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든다.

 

-「복사꽃 외딴집」: 외딴 집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식이 없지만 마을 아이들을 챙긴다. 아이들이 감을 하나씩 따 먹을 수 있도록 조처하고 새끼 강아지를 나누어 준다. 아이를 낳으러 가는 새댁이 아기를 낳자 한 달 동안 돌봐주기도 한다. 인정 많은 사람들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머니도 떠나버려 아이들은 복사꽃이 피면 할머니 생각도 피어난다.

 

-「멍쇠네 부엌솥」: 부엌에서 큰 솥하고 아기 솥하고 어느 쪽이 더 깜둥인지 시비가 붙는다. 부지깽이를 비롯하여 멍쇠 엄마까지 큰 솥과 아기 솥 모두 깜둥이라고 하자 큰 솥은 아기 솥을 산산조각 내버린다. 멍쇠 아빠는 할 수 없이 예쁜 아기 솥을 새로 들이자 큰 솥이 한 형제라며 반긴다.

 

-「돌다리」: 창규 아버지는 집이 수몰되어 과수원지기가 되었다. 아버지를 닮아 키가 작은 창규는 동무들한테 쓰레기 구덩이에 떼밀리는 수모를 겪는다. 집에 가는 줄곧 목구멍이 꿈틀꿈틀하는데 아버지가 과수원 주인한테 울타리를 망쳤다고 면박을 당하는 모습까지 본다. 울타리를 고쳐야 하는 아버지는 그건 혼자 하겠다며 지난여름에 큰물 때문에 떠내려간 냇물 돌다리를 아들 창규, 딸과 함께 놓는다. 창규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

 

아버지는 창규 마음 같은 건 아랑곳없이 그냥 다 된 돌다리를 바라보며 그지없이 흐뭇해하는 것이었다.

“그만 어서 집으로 가요?”

창규는 왠지 콧등이 찡하도록 가슴이 찐득거렸다.

“그래, 창규가 도와줘서 아버지가 아주 수월했단다.”

경운기를 타고 돌아가면서 아버지는 휘파람까지 휙휙 불고 있었다.

키 큰 포플러나무 사이를 지나면서, 그때서야 창규는 어쩐지 아버지 가슴에 안겨 있는 듯이 온 몸뚱이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었다. 키가 작은 아버지가 이렇게 가슴만은 넓고 큰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70쪽)

 

-「우리들의 고향」: 고향이 수몰되어 모두 떠나자 할아버지는 농약을 마시고 돌아가신다. 월남한 원산 아저씨는 마을이 물속에 완전히 가라앉을 때까지 지키겠다고 남는다. 기만이는 엄마 아빠를 따라 부산으로 간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7.06.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