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에 다니는 어린 친구에게 줄 책을 찾다가 최근에 참여연대의 차병직 변호사가 펴낸 『사람답게 아름답게』를 집었다. 이 책에는 '차 변호사의 행복한 인권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동화책 읽기를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책의 구성이었다. 차 변호사는 여러 가지 인권 얘기들을 수십 편에 이르는 갖가지 동화들을 인용하면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원래 참여사회 아카데미 강좌로 시작했다가, 《말》지 연재를 거쳐 이번에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인권운동과 시민운동에 앞장서 온 차 변호사의 이력에 걸맞게 인권에 관한 비교적 최근의 관심사까지 폭넓게 개괄하고 있다. 이 책에는 사회 교과서에서 봤음 직한 '인간의 존엄성', '생명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는 물론이고 '재판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사회권' 등이 실려 있다. 여기에 더해 아직 국내에서 논의 자체가 초보적인 '아동권', '동물권'도 포함돼 있다. 이런 폭넓은 내용 탓에 이 책 한 권이면 서구에서 확립된 인권 논의의 전반을 훑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의 깊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생명권'을 다룬 부분에서는 최근에도 첨예한 논란이 되고 있는 '안락사 문제'나 '인간 복제' 등을 언급하면서 생명의 시작과 끝이 '초역사적인 주제'가 아님을 상기하고 있다. '사형' 문제가 비중 있게 소개되고 있는 것도 국내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는 소중하기만 하다. 또 여기서 소개하고 있는 많은 인권 항목들이 서구의 가진 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서 논의가 시작된 측면을 지적하는 주장이나 대안 사회에 대한 전망이 포함된 '사회권'에 관한 항목에서는 차 변호사의 균형 감각과 안목이 돋보인다. 분명히 이 책은 책 뒤에 실린 박원순 변호사와 김중미 씨의 추천처럼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이 함께 읽으면 좋은 '인권 교과서'다. 하지만 원래 차 변호사가 의도한 동화로 읽는 '인권 교과서'로서의 재미는 반감된 측면이 있다. 우선 설명을 전개하면서 군데군데 여러 편의 동화들이 삽입되면서, 원래 각각의 동화가 갖고 있던 매력이 반감된 면이 있다. 딱딱한 글에 윤기를 불어넣는 역할은 하고 있지만, 동화가 주는 울림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내용 중에 삽입된 동화들을 거의 다 읽은 친구들이 아니고서는, 동화들 때문에 내용을 더 재미있게 여길 친구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각 항목과 관련 있는 동화 한 편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그 동화 내용을 통해 얘기를 풀어냈으면 더 좋았을 법했다. 동화에서 살릴 부분은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채워 넣고, 비판할 부분은 비판했더라면 '인권 교과서' 뿐만 아니라 '동화 다르게 읽기' 책으로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의 가치나 차 변호사의 노력이 반감되지는 않는다. 특히 어렸을 때 동화책 읽기에 소홀했던 부모, 교사들은 이 책 뒤에 붙은 많은 동화 목록과 꼼꼼한 설명을 당장 훑어보길 바란다. 한 번쯤 읽어본 것들은 가만히 눈을 감고 내용을 상기해보고, 아직 안 읽었다면 지금이라도 틈틈이 읽어볼 마음을 품어보는 게 어떨까? 이런 소중한 동화들의 존재를 모르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란 뻔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