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이전에 몇 권의 접해 본 상태에서 [영성 훈련]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사색의 폭과 깊이에 상당한 감동을 받았다. 책의 완성도 면에서만 본다면 우리나라에 나온 그의 번역책 가운데 최고라고 생각한다. 맥그래스는 현재 복음주의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이다. 복음주의라고 하면 현재의 시점에서는 매우 답답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신학을 냉정한 이성의 잣대로 정리해 나가는 이성주의적 시각이 자리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다원주의를 표방하며 중심을 해체하는 포스더니즘의 시각이 자리하고 있는 현대에, 원색적으로 말해 [할렐루야]와 [아멘]으로 대표되는(? )복음주의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지적이지 도 않으며 재미도 없는 사조로 치부된다. 맥그래스는 이런 풍토를 요란하지 않지만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지적 두께로 뒤집는다. [영성 훈련]도 그런 맥락의 책이다. 기독교는 종교이고 종교는 믿음과 체험의 영역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예수를 마음속으로 체험하는 과정을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천천히 풀어가고 있다. 이렇게 적어 놓으면 언뜻 이 책이 감상적인 에세이 정도의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물론 쉬운 표현과 간결한 문장으로 편하게 읽히게는 하지만, 대단히 지적이고 상당한 사색의 깊이를 지니고 있다. 어설프게 공부한 학자는 글을 어렵게 쓰지만 완전히 통달한 학자는 오히려 글을 쉽게 쓴다는 말이 여기에 딱. 이 책은 특히 현재 교회에 다니고 있는 신자에게 권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많은 교회들이 불신자들 전도에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현재 다니고 있는 신자들의 영적 훈련에는 소홀히하는 경향이 있다. 주일 예배를 중심으로 교회 봉사나 (사실상 친목 모임 성격이 강한)구역 예배 정도로 신자들의 믿음이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신자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의외로 기독교, 더 나아가 종교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가 안 된 상황을 많이 보게 된다. 이것은 잘못 되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이럴 때 나는 주변 신자들에게 로마서와 갈라디아서를 다시 한 번 천천히 읽어 보고 시간이 된다면 기독교 전문 서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로마서 강해]와 [갈라디아서 강해]를 한 번 읽어 보라고 권한다. 내가 보기에는 로마서와 갈라디아서야 말로 기독교 정신의 정수를 잘 정리한 말씀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또 한 권의 책이 늘었다. 바로 맥그래스의 [영성 훈련]이다. 아주 편한한 시간에 조용히, 혼자 묵상하는 기분으로 읽는다면, 교회에는 자주 나가지만 어딘지 모르게 형식적이었던, 그리고 다소 산만하기만 했던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생각들이 잘 정리될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칭찬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영어 번역이다. 우리나라의 기독 서적 번역 책들을 보면 [신학 석박사급의 수준 + 일정 수준을 조금 넘는 외국어 실력] 정도의 번역자들이 번역한 책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런 책들은 외국어 원서를 읽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고마움은 있어도, 감동은 없다. 그러나 [영성 훈련]을 읽으면 번역은 제 2의 창작이라는 상투적이지만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말이 다시 생각 날 정도로, 번역이 매끄러울 뿐만 아니라 용어 선택도 적확하고, 무엇보다도 플러스 알파, 은은한 향기를 뿜어 내는 문학적 감동까지 있다. 이미 이 쪽에서는 잘 알려진 번역자의 노력과 재능일 것이다. 책의 외형적인 질에 비해서는 책값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다. 신학을 한답시고 겉멋에 들은 신학자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목회자들, 교회에 나가면서도 뭐가 뭔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신자들, 또 기독교가 뭔지 궁금해 하는 불신자들에게 꼭 권하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