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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원 씨를 아시는지.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4대 독자까지 살해한 사람을 용서하여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 사람. 고정원 씨는 살인범을 용서한 것은 물론 사형수가 된 살인범의 사형 집행을 원하지 않는다며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살인범을 양자로 삼고 싶다고 했거니와 살인범이 허락하고 상황이 된다면 살인범의 아들과 딸을 친손자와 손녀처럼 돌봐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고정원 씨는 인간의 숭고함이 어디까지 다다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고정원 씨가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한 살인범은 다름 아닌 유영철이다.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0개월 동안 부녀자, 노인, 여성 같은 약자 21명을 마구잡이로 죽인 잔혹범. 그런 유영철도 고정원 씨의 용서에 대해 “고정원님처럼 사랑의 끝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주시는 분도 계시기에 그저 놀라울 뿐”이라며 “너무나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에 놀랄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감동이 앞”선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고정원 씨 같은 경우를 당했을 때 본능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대한 복수일 것이다. 여름이면 무수하게 만들어지는 공포영화를 보라. 대부분의 공포영화는 복수로부터 비롯한다. 그 만큼 복수는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일반적인 탈출구라고 할 수 있다. 고정원 씨 또한 복수의 일념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고정원 씨는 너무나 고통스러워 자살까지 생각했다. 그러나 고정원 씨는 유영철을 용서하는 순간 다시 삶에 대한 욕구가 생겼단다. 그러고 보면 복수는 손쉬운 해결 방법일지도 모른다.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여 해결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용서는 고통의 원인을 그대로 둔 채 해결 방법을 찾는다. 어쩌면 용서야말로 문제를 근본으로 해결하는 바람직한 방법일 지도 모른다. 고정원 씨가 유영철을 용서한 뒤 삶에 대한 욕구가 생기고 살인자의 아들과 딸까지 돌봐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듯이. 유영철 또한 ‘사랑의 끝’을 발견한 사람으로 거듭났듯이.
“아니야, 내가 힘껏 밀 거야! 나도 밀어서 떨어뜨릴 거야!”
엄마는 부리를 하늘로 치켜세웠어.
온 힘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아기 새에게 다가갔어.
그러자 아기 새는 날카로운 부리에 가슴을 비비대며 울어.
어서어서 밥 달라고 앙앙 울어.
엄마 눈에 다시 눈물이 고여.
치켜세웠던 부리도 축 늘어졌지.
엄마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아기 새를 내려다봤어.
“모르고 한 짓이지? 모르고? 그렇지?”
『뻐꾸기 엄마』는 뻐꾸기 알에게 자신의 알을 몽땅 잃은 어미 새 이야기다. 스스로 둥지를 틀지 않고 작은 새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 생태를 바탕으로 쓴 용서와 모성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인용한 글은 아기 새에게 알을 몽땅 잃은 어미 새의 고뇌가 드러난 부분이다. 아기 새에 대한 복수와 생명에 대한 연민이 교차함을 알 수 있다. 그러다가 결국 아기 새에 대한 연민과 모성이 이겨 아기 새를 받아들인다. 이렇듯 이 책은 뻐꾸기 새끼를 받아들이는 어미 새를 통해 우리의 생명이 어떻게 이어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섬세한 비유로 드러낸다.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핵심을 짚는 글, 나뭇가지와 풀과 감꼭지 같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다양한 미적 체험을 하게 하는 그림. 이형진 선생님은 우리 그림책 작가들 중에서 글과 그림을 다함께 소화할 수 있는 드문 작가이지만 이번 작품에서 비로소 완벽한 글과 그림의 조화를 보여준다. 빼어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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