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네덜란드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주 어릴 때부터였다. 많은 꽃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꽃은 튤립. 봉우리였을 때랑 활짝 폈을 때의 느낌이 다른 튤립이 멋지다 여겼고, 무엇보다 봉우리였을 때의 튤립은 신비로워보였다. 꼭 그 봉우리 안에는 엄지공주라도 숨어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러기에 튤립의 나라, 네덜란드는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다 친구와 함께 처음 떠났던 해외여행. 그 때 나는 네덜란드를 처음 구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를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일본의 하우스텐보스. 그곳은 나에게 네덜란드에 대한 환상을 가득 품게 만들었고, 언젠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었다. 동화 속에 있는 듯 한 착각을 만들어 주었던 하우스텐보스에서 네덜란드에 대한 기대는 높아만 갔다.
그리고 조금 자라서 그림에 관심을 가진 뒤 알게 된 몇몇의 화가들. 반 고흐와 렘브란트, 베르메르. 난 그들과 그들의 작품에 깊이 빠져든 나머지 그들에 관한 책들을 찾아서 보게 되었다. 근데 이들에게 한 가지 큰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이 모두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라는 것. 단연 네덜란드는 다시 나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네덜란드에 대해 많은 걸 알지는 못했지만, 이 화가들에 대한 책을 읽고, 작품을 보면서 네덜란드의 환상에서 그곳에서의 삶을 그려보게 되었다.
네덜란드 화가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때론 관심을 넘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심한 네덜란드 사람들의 이웃에 대한 간섭이었다. 서양권인 만큼 오히려 서로의 사생활을 더 존중해주고, 상인의 나라인 만큼 각기 다름을 더 이해해줄 것 같았는데, 네덜란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다른 사람의 가정사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기본이고, 쓸데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것은 물론 자신과 다르다 싶으면 맹렬히 비난하기 십상이었다. 반 고흐는 이런 네덜란드 사람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당했고, 렘브란트는 이런 사람들과의 단절을 함으로써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네덜란드에 대해 내가 가졌던 기대와 환상과는 달리 네덜란드에 대해 알아갈 수록 따뜻함 보다는 차가움이 느껴지는 나라였다. 그리고 유럽 여행을 하고 온 많은 이들에게 물어보면 어느 누구도 네덜란드를 아름다운 나라로 꼽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럼 네덜란드는 어땠냐’고 라도 물어보면, 하나같이 똑같은 대답만 들려주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별로였고, 특별한 볼거리도 별로 없었다는 것. 왜 일까... 언젠가는 꼭 한 번 네덜란드를 가봐야겠다는 생각만 더 강해졌다.
그런 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중 만나게 된 책 <루르몬트의 정원>. 이 책은 네덜란드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난 네덜란드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네덜란드의 화가들이 왜 그렇게 마을 사람들의 넘치는 관심을 받았는지, 네덜란드를 찾았던 많은 여행객들이 왜 기대 이하의 감동을 받았는지도 말이다.
튤립과 풍차, 화가들만으로 내 마음대로 만들었던 네덜란드에 대한 이미지를 지우고, 네덜란드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그려야 했다. 다른 건 접어두더라도 상인의 나라, 네덜란드에 가졌던 이미지는 말이다. 상인의 나라이기에 많은 것이 발달되어 있고,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고,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설 것 같았던 네덜란드. 오히려 내가 상상했던 상인의 나라와는 정반대였다. 책 표지에서조차 네덜란드는 나라 전체가 거대한 시골 마을이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집보다 넓은 정원을 가꾸며 산다고 써 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네덜란드 사람들의 솔직함을 훌쩍 넘어선 직선적인 표현 방식이었다. 아무리 그들만의 방식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접한다 하더라도, 나 역시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누군가 나한테 대놓고 못 생겼다고 한다면 이미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할 지라도 그 순간은 얼마나 상처가 될 련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네덜란드 사람들. 우리가 생각하는 예의와는 벗어나 무례함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리고 후진국에서나 가능할 법한 느린 행정 처리와 느슨한 일처리. 이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상인의 나라라면 다른 어느 나라에서보다 명확하고 신속하게 일 처리를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네덜란드의 생활은 불편해보이기까지 했다. 전화 요금을 처리하는데 몇 달이 걸리고, 이마저도 본인이 스스로 알아보고 발품을 발치 않으면 처리가 안 된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했던 상인의 나라인 네덜란드의 이미지와 딱 맞는 것이 있기는 했다. 이들의 검소함과 실용주의였다. 이들은 저녁 식사에 누구를 초대하더라고, 평범하다 못해 검소한 음식을 대접한다고 했다. 그리고 초대받은 이들도 거창한 선물이 아닌 꽃이나 저렴한 와인 같은 검소한 선물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검소함이었다.
이 모든 것이 한국에서 태어난 내 기준으로 그들을 판단했기에 드는 생각일 것이다. 네덜란드 사람들 기준으로는 당연한 것들일 테니 말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네덜란드를 찾기 전에 네덜란드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행객으로서가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고 느낀 것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 책을 통해 난 네덜란드의 진짜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네덜란드를 이해하게 되었다.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나라, 네덜란드. 네덜란드는 마음을 비우고 느리게 걸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나라였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분주함을 가지고서는 절대 내가 보고 싶은 네덜란드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난 과연 네덜란드를 어떤 나라로 기억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 연필과 지우개 - |
|
이 책을 받아들고 제일 먼저 확인했던 부분은 '1판 1쇄'. 그리고 작가 이력. 출판사 정보. 작가의 블로그. 그리고 천천히 야금야금 읽기 시작해서. 보름에 걸쳐 다 읽었다. 시골나라를 여행하듯이. 천천히. 대개 글을 읽다 보면, 글쓴이의 무언가가 드러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읽다보면 도무지 글쓴이의 정체를 가늠할 수가 없다. 건조하고 간결한 시선. 군더더기가 없다. 그렇지만 오래 들여다 보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서술. 그리고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해박한 설명들이 곁들여져, 더더욱 관심을 일으킨다. 여행을 할 수록, 파리에서 에펠탑을 본 것보다, 파리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가 여행의 이유가 되는 나로서는. 이 책에서 언급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과 관련된 지역들의 풍경의 조합이 참 좋다. 가고 싶게 만든다. 혹은 가지 않아도 되게 만들거나. 어쩌면 네덜란드 사람보다, 네덜란드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듯한 여행기랄까. |
|
네덜란드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담긴 책을 만난 느낌이다. 알록달록 예쁜 꽃밭이 펼쳐진 책의 표지부터가 미소로 마음을 물들인다. <루르몬트의 정원>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사뭇 궁금한 마음으로 첫장을 펼쳤다. 동네전체가 거대한 정원인듯 느껴지는 그곳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으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 잔잔함 속에서 소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게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엿볼 수 있었고, 뒤이어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네덜란드 사람들의 예술혼과 지혜들을 여럿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책 읽기 초반에 만난 이 어여쁜 사진은 날 한없는 만족감과 행복으로 물들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 튤립이기 때문이다. 색색의 튤립이 그득한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입이 벙실거리는건 물론이요~ 당장 튤립한송이 실물로 만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꽃만큼 바라만 보고있어도 만족감과 즐거움을 안겨주는 것도 드물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인데, 뭐에 치여사느라 바쁜건지 꽃 한다발 사본게 언제적 이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작가가 살고있는 루르몬트동네 사람들은 자신의 집보다도 훨씬 드넓은 정원을 가꾸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 정원을 정성스레 가꾸고 돌보며 이웃들 정원엔 무슨무슨 꽃이 피었나를 구경하고 품평하는 것도 일과의 중요한 일이라하니 나같이 귀찮음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은 살아볼 엄두도 못낼 동네인듯....^^ 꽃이나 식물을 보는건 참 좋아하면서도 감히 키울 엄두는 내지 못하는 사람이 나 이기 때문이다. 그 연약한 생명을 죽일까 지레 걱정이 앞서는 소심함도 식물과 어울려 살지못하는데 큰 몫을 차지한다.
내년에 호주로 1년정도 머물다올 예정인 친구는 그들의 언어는 물론이고, 행동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런 친구가 어느날 "외국인들은 비가와도 그냥 맞고다니더라~ 왠만한 비에는 우산을 안써~" 나는 조금 놀라며 "그러면 대머리 될텐데... 안돼 안돼~ 나쁜습관이야" 라고 말했다. 평소나는 조금의 부슬비라도 비맞기는 물론이거니와 눈도 맞는걸 정말 싫어한다. 내게 낭만이 없다 한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갑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야 내 어찌할 수가 없으니 그렇다쳐도 내리는 비를 궂이 맞으며 다닐 이유가 뭘까.... 하는게 내 생각이다. 그런데 <루르몬트의 정원>에서도 작가는 처음 그곳에 살게되며 놀란것중 하나가 그곳사람들이 우산을 잘 안쓴다는 것을 말해줄때 '아! 정말 외국인들은 비를 좋아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읽을때 참 재밌는 표현이라고 생각된 말이 있었는데 ["네가 설탕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잖아? p.90] 라는 말 이었다. 아이가 비가온다 투덜대면 부모들이 나무라며 하는 말 이라는데, 거참 그럴듯하다. 설탕도 아니니 비에 젖어 녹아버릴일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홀란트 카스 센트륌에서 치즈 무게를 달아 잘라 주는 뽀얀 남자아이가 소문의 치즈 소년임을 그 앞에 늘어선 줄만 봐도 알 수 있다. 사근사근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한다. -중략- "뭐 더 필요한 것 없나요?", "주말 잘 보내세요."라고 내게만 따로 얘기하는 듯한 눈으로 말이다. p.113] 하하핫! 내가 또 치즈라면 사족을 못쓰고 달려들만큼 좋아하는데, 이 치즈소년의 이야기를 들었을땐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달려가 그 소년이 잘라주는 치즈를 사면서~ 눈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분명 나도 단골이 될 수 있을텐데...하핫!) 하얀마을 토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땐 우선 사진만을 바라보며~ 집들이 어쩜저리 예쁠까~ 하는 생각만 가졌는데, 나폴레옹 점령당시 프랑스가 집들의 창문과 굴뚝의 크기로 세금을 거둬들이니 주민들이 임시방편으로 창문을 가리기위해 벽에 석회를 칠한데서 유래되었다하니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은 관광 온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것이 순수하고 어여쁘게만 느껴질 것같은 토론에 꼭 한번 가보고싶다.
역시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멋진 서점에 눈과 마음이 향하는건 어쩔 수 없다. 높은 천장에 아름다운 실내를 갖춘 세계에서 가장 멋진 서점 이란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근사한 곳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으니 행운중에 행운이 아닌가! 저 곳에서 커피도 마시고 책도보면 어떤느낌일까?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평소 딱히 무슨 책을 사야해서가 아닌 구경하고 즐기러 서점에 들르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항상 혼자라는 점이 날 우울하게한다. 주위에 책 좋아하는 친구들이 없다보니 내가 선뜻 서점에 가자고 말 꺼내가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난 서점에서 어떤책이 새로나왔나~ 사람들은 어떤책을 손에 들고있나~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던데 말이다. 언젠간 유럽의 멋진 서점들을 탐방하고 말겠다는 나의 꿈이 이뤄질 날이 오겠지?! 그러기위해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과 불끈!불끈! 두 주먹을 쥐어본다.
네덜란드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어 정말 풍요로운 시간 이었다. 어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전부 흡수하기가 벅찰정도 였는데, 시간이 될때 다시한번 꼭 읽고싶은 책이다. 내가 <루르몬트의 정원>이 담고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글로 표현하지못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난 외국의 여행기나 에세이집을 읽을때면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책을 좋아한다. 머나먼 곳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 나라의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가끔 정말로 내 가슴을 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때 그곳에 가고싶어진다. 그에비해 <루르몬트의 정원>은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일상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뒤로갈 수록 정보에 치중한 듯한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어디가 좋다, 나쁘다 라고 평을 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이야기보단 장소의 이야기가 넘쳐나다보니 사람냄새나는 이야기가 생각나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곳곳에서 네덜란드인들의 생활모습을 간략하게나마 엿볼 수도 있고, 그들의 문화와 네덜란드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잘 나타내 주고있어 좋았다. 또한 작가인 금경숙씨가 네덜란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네덜란드라는 아름다운 나라로의 초대장을 보낸 듯한 느낌을 받은 고마운 책 이었다.
[하늘이 이렇게 낮고, 넓을 수도 있구나. 느리고 졸린 풍경, 우주에 우리만 존재하는 듯한 아득함. p.300]
[가슴이 거의 다 드러난 옷차림을 한 빨간 머리 중년 여성, 머리부터 발끝까지 히잡으로 꽁꽁 싸맨 소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거리, 라틴 카페와 인도네시아 식당이 나란한 이 시장이 가장 암스테르담다운 곳이라는 데 암스테르다머르들은 이견이 없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고집하는, '헤젤러흐'한 유쾌함으로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 헤젤러흐함은 이 동네에 감도는 '관용'이라는 기운 덕분일 테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국적 존재이며 그래서 푸근하기만 한 기운. p.372] |
|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네덜란드, 암스텔담,홍등가, 관광지로 전락한 잔스킨스 풍차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