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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쟁, 전투라고 해도, 그 향방을 좌우할 지형에 결정적인 다리 하나쯤이 놓여 있어 이걸 부수냐 마느냐로 피아 양측의 갈등을 부르는 상황은 자주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다만 영화는 둘 사이에 놓인 하나뿐인 다리를 놓고 치열하게 서로 갈등하는 만큼이나, 전쟁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와 인도주의를 균형감 있게 다룬다.
여기서 독일군 소령 파울 크뤼거 역을 맡은 이는 과거 '0011 나폴레옹 솔로'에서 주연을 맡았던 로버트 본이다. 스파이 역을 맡기엔 좀 단신이었는데(역대 007 역이었던 숀 코너리나 로저 무어 등이 훤칠한 미남이었던 사실과 대조), 이 캐릭터가 현대 들어와서 헨리 카빌(이라기보다 가이 리치)에 의해 어떻게 재해석되었는지와 비교하면 꽤 재미있다.
물론 그는 <황야의 7인>에서 알코올 의존증과 노이로제 때문에 손을 떠는 총잡이 역이었던 바로 그 배우이기도 하다(해당 리뷰들에서 자주 언급했으며, 배우는 재작년에 타계). 크뤼거 소령은 자신에게 떨어진 '다리 폭파' 명령의 수행에 대해 회의적이며, 이것이 '총통'으로부터 직접 떨어진 지시인데도 그렇다. 그는 이처럼 내면의 갈등 때문에 행동을 주저하는 캐릭터를 잘 표현해 왔던 편인데, 이런 배우가 (앞서 말했듯) 첩보극의 스파이 역으로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은 확실히 흥미롭다.
서로 존재 자체를 (끝까지) 모르지만 다리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양 진영 중 한 곳에 이 소령이 있고, 반대편(즉 미군) 쪽에는 말이 잘 안 통하는 상관과 지나치게 뺀질거리는 부하 사이에서 역시 골치를 썩이는 하트만 중위가 분투하는데 이 역은 조지 시걸이 맡았다. 철교 주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후 한 번 정도는 조우할 줄 알았으나끝까지 그런 씬은 없고 이 점이 관객 마음을 더 아련하게 만든다. 둘 다 군인으로서의 본분과 인간으로서의 상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데, 잘 찍힌 전투 시퀀스 때문에 흔히 착각들 하지만 이 작품이야말로 염전 정서가 두드러진 현대 정서를 잘 반영하는 모범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리를 보존해야 아군(즉 독일군)측과 민간인들이 대피할 수 있고, 반면 다리를 방치하면 '독일의 심장'까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하루빨리 폭파할 것을 재촉하는 '총통' 등의 판단이 대립한다. 한편 미군 측은 다리를 폭파해서 적군의 퇴로를 차단하자는 게 원래 목표였으나, 오히려 서부로부터 베를린까지 빠른 진군, 점령을 위해 이 다리를 살려 두는 편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선회하게 된다. 이처럼 전황이 깊이 전개됨에 따라 고정된 스탠스란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 나아가 아군 내에서도 이해와 정서가 계속 충돌함에 따라 도대체 누가 친구이고 적인지 판단조차 곤란하게 된다는 혼란상이, 무의미한 전쟁의 참화와 어리석음이라는 주제를 더욱 강조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크뤼거 소령의 고뇌는 비약이 심하다는 생각이다. '총통'이 적일 수 있다(망령된 판단으로 아군의 손실만 가중)'는 판단은 그렇다쳐도, 과연 '미군 측이 내 친구'라는 생각을 그리 쉽게 할 수 있을까?
(스포)
사형 집행 전 '누가 내 친구이며...' 같은 유명한 한 마디(대사)를 남기는 크뤼거 소령, 다리를 마침내 점령하고 건너던 중 호화 담배갑을 지적하며 '그거 누구 거요?'라고 묻는 독일 장교(포로)에게 '내 친구가 줬소(거짓말).'라고 대꾸하는 앤젤로(이탈리아인은 질이 나쁘다는 선입견을 유독 강조하기도 하는) 하사를 바로 교차시키며 피아 식별의 무의미함을 부각하는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잘 전달된다. 허나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앞에서 말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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