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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치열하게 살아도 행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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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장마철답게 폭우가 쏟아진다. 우산이 있어도 다 젖을 듯하다. 순간 하루하루가 치열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힘껏 노를 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만 같았던 지난날이. 그때 난 분명 앞이 보이질 않았다. 대체 취업을 위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한 거냐는 다그침을 들으면서 한없이 작아지기 바빴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미웠다. 취업이라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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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장마철답게 폭우가 쏟아진다. 우산이 있어도 다 젖을 듯하다. 순간 하루하루가 치열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힘껏 노를 저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치 앞으로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만 같았던 지난날이. 그때 난 분명 앞이 보이질 않았다. 대체 취업을 위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기는 한 거냐는 다그침을 들으면서 한없이 작아지기 바빴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미웠다. 취업이라는 문제가 당시로선 넘지 못할 산처럼 거대해 보였다. 근데 요즘에는 모든 청년들이 미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아가는 극소수의 금수저 인생을 제외한 대다수가 예전의 내가 겪었던 끝이 보이질 않는 터널 속 암흑과도 같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진정 그들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내 탓이오. 종교적 색채가 진한 문양과 함께 적힌 이 문장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곤 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제가 내 탓이라면 삶이 얼마나 힘겨울까. 세상은 청년들을 꾸중하는 일에 아주 능숙하다. 대학에 진학 못한 청년에게 공부를 왜 안 했는가를 묻고, 취업에 연거푸 실패하는 청년에겐 기대치를 낮추라고 주문한다. 제 분수를 모르고 행동하니 당연히 성공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가 청년들에게 적잖은 상처를 안겨 줄 것임은 자명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문제가 오롯이 청년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확신이 섰다. 왜 모든 사람이 공부를 잘 해야만 하고 특정 대학, 특정 과에 진학해야만 한단 말인가.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지적 또한 마찬가지다. 많은 일자리 중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는 일자리를 찾기란 낙타가 바늘 구멍 들어가는 것만큼으로 힘들다. 한 번 비정규직에 발을 디디면 정규직 세상으로의 진입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정설이다.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고자 하는 건 모두의 보편적인 판단일 것이다. 더 아래를 바라보라는 말은 폭력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나름 잘 버티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보여준 삶은 보편적이면서도 독특함이 느껴졌다. 이는 이미 꼰대 세대에 진입한 나의 한계일 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5년을 훌쩍 넘긴 나는 이들이 만들었다는 독립 잡지월간 잉여>, <계간 홀로등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고픈 일이 있어도 용길 내지 못했던 건 나의 삶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양세로 접어든 지 오래라는 종이책 시장, 베스트셀러도 아닌 책을 거의 자비를 들여 출판하며 꿋꿋하게 버틴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돈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막강하다. 있을 땐 잘 모르지만 없으면 사람 인생이 궁해진다. 분명 풍족하진 않았다.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재산이 있는 게 아닌 다음에야 이들이 행하고 있는 일만 가지고는 생계 유지가 쉽지 않아 보였다. 한 번도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구조를 띤 집과 고시원에서의 생활 등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층과 층 사이에 위치한 집은 반지하, 옥상보다 과연 나을까. 에어컨 실외기로 인해 빚어진 갈등 덕에 시름시름 앓았다는 고백이 왠지 저자만의 것은 아닐 듯했다. 나이가 어리니까? 아니다. 내 집 마련의 꿈은 버젓이 직장이 있는 이들에게도 이루기 힘들다. 대학생활을 위해 혹은 직장 가까이에서 출퇴근을 하기로 결심한 이들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몇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데 세 시간이 걸려도 주소상으로는 경기도라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는 학생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모든 게 비싼 가운데 으뜸은 학비일 것이다. 학자금 대출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빚더미를 끌어안은 청년들의 이야기에 나는 갑갑함을 느꼈다. 졸업하고 바로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긴긴 시간을 빚 청산을 위해 애써야 한다. 하물며 취준생으로 오랜 기간을 살아야만 한다. 남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아도 내 자신이 너무 미울 것이다. 백조가 되지 못한 채 그저 미운 오리 새끼로서만 살다 갈 수도 있다. 슬프지만 이는 사실이다. 차라리 세상을 미워하자.

주변을 둘러보면 제대로 된 세상은 별로 없다. 오히려 모든 게 날 비웃는 듯 비틀려 있을 때가 잦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는 말이 맞다고는 하나 극한 상황에 무조건 순응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가능하다면 고쳐서 나는 누리지 못할지라도 내 이후에 오는 사람에게라도 기쁨을 선사할 수 있으면 좋다. 조금 덜 벌면 어떤가. 마음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회라면 거액의 보수를 제공하는 어느 곳보다도 청년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사회에 속한 청년들은 백조가 되어 창공을 가르는 날갯짓을 펼칠 것이다.

이달의 사락 q*****2 2017.08.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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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하고 살 수는 없을까
"헤~하고 살 수는 없을까" 내용보기
조심스럽다.국가에서 던져놓는 청년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이미 넘어버린 나.나보다 젊은 세대에게 '일해라 절해라'(정말 중동에 가서라도 '일해라' 어른들께 공손히 '절해라'라고 하니까) 할 만큼 뭔가 이루어 놓은 것도 없는 나.이루어 놓은 게 있다 한들 그러는 것도 웃기지만... 낀 세대라는 말도 하나마나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나. 도대체 안 끼인 세대가 어디 있나?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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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다.

국가에서 던져놓는 청년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나이가 이미 넘어버린 나.

나보다 젊은 세대에게 '일해라 절해라'(정말 중동에 가서라도 '일해라' 어른들께 공손히 '절해라'라고 하니까) 할 만큼 뭔가 이루어 놓은 것도 없는 나.

이루어 놓은 게 있다 한들 그러는 것도 웃기지만... 

낀 세대라는 말도 하나마나 한 말이라고 생각하는 나. 도대체 안 끼인 세대가 어디 있나?

그런 내가 '미운 청년 새끼'를 읽고 이 책은 이러하다고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것이다.


'청년의 입으로 터 놓는 청년 썰 잘 들었습니다.' 하는 정도에서 내가 읽으면서 떠올랐던 단상들을 늘어놓아 보련다.




'미운 청년 새끼'는 들어가며 바로 정곡을 찌른다


"문득 청년과 청년이 아닌 것의 경계는 청년세대를 통칭해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싶은 사람과, 정의하려는 것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나뉘는 건 아닐까 싶었다. 청년을 타자화하여 분석하고, 그에 대해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자라면 그는 더 이상 스스로를 청년이라 칭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p.006


후지와라 신야는 청년일까?

일흔이 넘었는데 청년이라고 하기엔 너무 늙었잖아. 그럼에도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에헴하면서 청년들에게 난 젊을 때 이렇게 살았지 하는 인터뷰이가 아니라, 일본의 젊은 SEALDs 활동가와 대담을 하는 그가 적어도 고리타분한 늙은이로 보이지는 않는다.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 불바다'(후원자 시시회를 통해 보았다.)를 보면 어떤 아저씨가 계속 권용만에게 묻는다. 

어떻게든 규정해보려고 애쓰듯 묻는다. 사상검증도 아니고 말이지.




"N포세대라는 네이밍에서부터 기성세대 가치관이 느껴지는 거죠. 출산 연애결혼을 포기한 세대라고 3포세대라고 불렀다죠? "꼭 해야 하는 것들을 포기하다니 우리 청년들 너무 불쌍하다"는 건데, 저는 다르게 보거든요. 이제는 '못 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나는 '안 하기'로 선택한 거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선언과 요구,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민들이 많아 보입니다."

p.021


도처에 오지라퍼가 있다. 버스를 타고 가던 아내와 나.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아기는 꼭 낳으라고 한다. 자신은 늦게 아이를 갖게 돼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네네 바뀐 인생 잘 사시길. 내가 싫은 건 남에게도 하지 말고 내가 좋은 건 그냥 나만 좋으면 안 될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젊을 때 여행을 다니며 여러 경험을 쌓고 고생도 해봐야 한다는 사람들은 귀 옆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올리며 '서울 구경' 시켜주고 싶다. 나는 아내와 배낭여행을 했다. 4년 동안 전세자금 대출 다 갚고 아내가 다시 직장인 대출받은 돈 2,000만 원으로 1년 동안 배낭여행을 둘이서 함께 하였다. 대출받아서 간 배낭여행이 고생스러웠다면 내가 1년간 다녔을까? 배낭여행에 돈이 궁해도 고생스럽진 않았다. 뭐든 고생 모험 도전 극복 이런 단어들로 사는 이야기를 엮는 것이 싫다. 젊어서 돈이 있으면 즐겁고 재미있게 여행하지 왜 고생을 사는 여행을 하는가. 고생을 사서 한다고 그만큼 단단해지고 성장하고 사회에 나가서 인정받고 잘 살 수도 없는 현실이다. 그런 시대 끝난 지가 오래다. 그런데 여전히 사서까지 해야 하는 고생에 '도오전'하지 않고 '노오력'하지 않으면 삶을 포기한 세대가 되어버린다.


여행도 스펙으로 수렴이 돼버린다니 씁쓸하다.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어쩐 일로 부모님이 요즘 젊은 사람들 힘들다고 하더라, 그래그래.라고 인정하시는 말씀을 하셨다. 우리 젊었을 때는 가난하고 못 먹고 그랬는데 지금은 호강에 겨워서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씀을 안 하시는 게 어딘가 싶었지만, 여전히 안방에는 박정희가 저 높은 곳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진 달력이 걸려 있다.



"연애의 대상은 감정과 취향, 선택권과 거부권이 있는 인간이다. 간택을 기다리는 무수리가 아니고, 쇼케이스에 놓인 케이크가 아니며, 내가 일정 레벨에 이르면 팡파르와 함께 주어지는 아이템이 아니고, 직장에서 주는 명절 선물세트가 아니다. 어떤 고난을 견뎌서 무엇을 어떻게 성취했는지, 이게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받는 것인지,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내가 상대방에게 얼마를 썼는지는, 상대가 매혹되지 않는다면 하. 나. 도 소용없다는 말이다."

p.281


상대가 나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관계가 성사되었다고 하더라도 매 순간 말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말을 안 해도 알아주겠지라고 섣불리 기대해선 안된다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실제 생활에서는 잘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러고 있으면 내 마음을 알아주겠지 아니 알아야 한다는 마음을 말도 없이 강요했던 것임을 깨달을 때가 있다. 이제 결혼 10년 차가 되었지만 지금도 한 번씩 내 마음을 인정받기만을 원하고 입을 닫기도 하는 나는 연애 잘 못하는 사람인가? 흑흑.


"역사적으로 '진정한 사랑'은 존재했다기보다는 존재했다고 모두가 상상하고 믿는, 언제나 현대의 인스턴트식 사랑을 비판하기 위해 호출되는 유니콘 같은 존재에 가깝다"

p.267


는 말에 정말 공감한다.


이 사람이 내 생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상대를 사회나 성별에 따른 편견을 벗어나 오롯이 한 존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할 때만 유효하다. 너와 내가 완벽한 존재가 아님을 알고 대화를 할 때만 우리는 영원을 꿈꿀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정말 그냥 꿈이라도 상관없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지금 청년은 진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것 같다.

나 또한 '청년은 불쌍하다, 힘들다.'라고만 대상화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기회도 되었다.


그래 맞아 맞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처음에 그런 이야기에 책 귀퉁이를 접어두다가 완전 책 모깎기가 할 것 같아 그만두었다. 


난 청년들이 좀 잉여로워도 괜찮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게 잉여롭게 살고 싶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삶을 만들 수 있는 가치들이 더 쉽게 퍼질 수 있었으면 한다.

노력, 성장, 성공, 창조(꺄~!!)를 위한 일뿐만 아니라 재미있는 일, 아무것도 아닌 일, 쓸데없는 일을 해도 미운 청년 새끼 취급받지 않는... 그런... 실실 웃어도 좋을 '헤~~~ 조선'.


f***k 2017.04.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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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운 청년 새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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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타워 아래로 주황빛 노을이 내려앉았다. 아랫동네 명동에는 최신식 건물로 가득하다. 그중 키 높은 건물 옥상에 한 청년이 서 있다. 삐죽 솟아나온 기다란 널 위에서 이 청년은 아무런 보호 장구도 없이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체크셔츠에 청바지, 캔버스를 신고 있는 이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이다. 체념한 것 같기도,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화려한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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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타워 아래로 주황빛 노을이 내려앉았다. 아랫동네 명동에는 최신식 건물로 가득하다. 그중 키 높은 건물 옥상에 한 청년이 서 있다. 삐죽 솟아나온 기다란 널 위에서 이 청년은 아무런 보호 장구도 없이 뛰어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체크셔츠에 청바지, 캔버스를 신고 있는 이 청년은 무표정한 얼굴이다. 체념한 것 같기도,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화려한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를 보아하니, 취준생이거나 인턴인 듯하다.

 

청년은 생각한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언론에서는 헤드라인을 뭐라고 뽑아낼까? 무기력한 N포 세대의 자살? 달관 세대, 삶까지 달관하다? 상관없다. 당신들은 지금껏 그래왔듯, 이 하나의 포즈에서 엿보이는 좌절, 무기력, 달관마저 트렌드로 분석하며 대상화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세대로 정의하자마자, 이들은 또 다른 삶의 결을 서사화하며 그 구멍을 빠져나간다. 좀처럼 기성세대의 정치적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거대한 서사에 균열을 내며 제멋대로 살아가는 ‘미운 청년 새끼’의 탄생이다.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의 표지에 담긴 스토리를 상상해봤다. 특히 나는 이 표지에서 청년의 대표격으로 그려진 이가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지금까지 내 책꽂이에 진열된 세대론 책들은 모두 남자들이 쓴 것이다.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잉여 사회』, 그리고 물건너 온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까지 글쓴이는 모두 남성이다. 이 책들은 내게 시원함과 함께 어떤 갈증을 동시에 안겼다. 이들이 설명하는 것이 세대론의 보편이라면, 여성으로서의 경험은 어떤 언어로 표현되어야 하는가. 세 명의 여성 저자가 함께 쓴 세대론 책 『미운 청년 새끼』는 이에 대한 첫 번째 답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내밀한 경험의 결이 살아 있다. 읽다 보면 이게 내 얘기인가, 옆에서 친구의 술주정을 듣고 있는 것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만큼 공감하기도 쉽다. 특히 ‘이직의 여왕’을 자처하는 저자 김송희가 쓴 글들이 그러하다. 잡지사 인턴을 거쳐 홍보대행사, 기업 홍보팀, 웹진과 잡지사의 상근 프리랜서를 거쳐 현재 《캠퍼스 씨네 21》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울컥해서 자꾸만 술이 당긴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열정과 헌신을 요구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안정적인 지위, 보수를 보장해줄 마음은 없다. 그래서 ‘상근 프리랜서’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직함을 갖다 붙인다. 헌신을 다해 일하다가는 헌신짝처럼 버려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안 뒤에야, 그녀는 종횡무진 이직의 역사를 쓰기 시작한다. 조직이 나를 배신하기 전에 내가 먼저 조직을 배신하는 것, 그것은 망가진 나라의 청년이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생존 방식이다.

 

주기적으로 삶터를 바꿔야 하는 생존전략은 주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저자는 기숙사에서 고시원으로, 고시원에서 룸메이트와 함께하는 반전세로, 여기서 혼자 전세를 살기까지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 왔다. 이 과정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어 더 슬프다. 어떤 독자는 “주거 편을 읽고 두 번이나 울었다.”고 한다.(알라딘 ID: jung) 아마 자신의 경험과 만나는 지점이 있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제3자의 시선에서 섣부른 동정은 사양한다. 고시원 안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이 있고, 낯선 룸메이트의 고양이가 가져다준 몽실몽실한 위로가 있다. 〇〇 세대라는 정의 안에 이 경험의 결들을 뭉개버리고, 피해자 서사로 완결시키는 것은 대상화라는 또 하나의 폭력일 뿐이다.
       
앞에서 김송희가 증언자 역할을 했다면, 뒤에서는 최서윤이 스웩 넘치는 논객으로 나선다. ‘너부터 달관하세요.’, ‘취존과 취좆’, ‘2030여성을 무시하면 아주 좆되는 거야.’하는 제목들이 예사롭지 않다. 《월간 잉여》 편집장이자 「수저 게임」을 만든 최서윤은 ‘N포 세대’로 명명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전하며 ‘달관 세대’ 논의를 공격한다. 일본의 ‘사토리(깨달음) 세대’를 본따 만든 이 네이밍이 실은 “일본과 한국의 고용과 복지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그저 한국 청년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즐겨보고자 하는 분투를 멋들어진 트렌드인 양 포장한 보도를 보고, 속으로 가장 흐뭇해했을 이들은 기득권층”이 아니냐고 일갈한다. 통쾌한 지적이다.

 

이 외에도 곱씹어 볼 만한 통찰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특히 수저 게임에서 드러난 현상을 분석한 글이 흥미로웠다. 게임에서 금수저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면 흙수저들끼리 연대하지만, 금수저가 의료비를 지원하는 등 복지를 제공하면 체제가 더 공고해져 결국은 ‘착한 금수저’라는 칭송까지 받으며 승리한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너도 나도 복지를 외치는 시대에(물론 홍준표는 아니지만) 복지가 과연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인지 고민하게 한다.    

 

여성 저자들이 나섰으니 페미니즘을 빼놓을 수 없다. 비연애를 사유하는 독립잡지 《계간 홀로》를 만든 이진송은 낭만에 가려진 사랑의 실체를 분석한다. 대중문화와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사용하며, 연애와 결혼 안에 깃든 이데올로기와 차별, 혐오를 읽어낸다. 전개 방식이 논리정연하고 말투마저 다정하다. 나는 가끔 이런 글들을 보며 생각한다. 여성도 동등한 인간이라는 당연한 주장하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친절해야 하는가. 저자는 툭하면 된장녀니 김치녀니 여자를 분류하고 평가하기를 일삼는 남성들을 위한 너그러운 초대도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내가 김치녀가 아니라는 항변에 목매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에게는 소위 된장녀, 감장녀, 김치녀, 개념녀의 속성들이 모두 조금씩 깃들기 때문이다. (중략) 한껏 꾸미고 싶은 날에는 된장녀 도감에 나온 것처럼 드레스 업하고, 편하게 다닐 때는 간장녀처럼 운동화를 신고 봉지를 덜렁거리며 장을 본다. 물론 저 된장녀 도감에서 된장녀는 밥은 굶어도 밥보다 비싼 커피를 마시는 허영의 아이콘이지만, 신상 백과 구두를 소유한 여자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밥을 굶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도감을 그린 사람은 모르겠지.

그러지 말고 나와서 바람도 좀 쐬고, 현실 여자도 좀 만나보고, 들어가는 순간 폭발하거나 “삐삐! 들어올 수 없는 닝겐입니다!” 경계경보 따위는 발령되지 않으니 스타벅스도 좀 들어가 보고, 뭐 그랬으면 좋겠다. 거기 호갱 중에 ‘다른 성별’도 많은데. 남들의 소비를 사치라고 폄하하고 비난하면서도 그런 여자를 욕망하고, 그래서 가방을 사준 적도 없으면서 가방 사달라고 하는 여자친구를 원망하는 것보다는 소소한 금액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넓힐 수 있는 생활과 경험들을 발견하는 게 훨씬 재밌으니까. 이제 그만 발효식품을 좀 놔주고, 인간으로서의 여자와 인사하자.” - ‘이제 그만 발효식품을 놔줘.’ 299쪽.

 

저자들이 그려내는 현실은 역시나 시궁창인데, 책을 덮을 때쯤 의외로 희망을 봤다. 침묵보다는 표현을, 타협보다는 개김을, 무기력보다는 분노를 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된다. 그리고 그게 같은 여성이라 더욱 반갑다. 그녀들은 ‘파도가 몰려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며 사소한 문제로 치부돼온 것들을 세대론 안으로 끌어들였다. ‘꼰대’들이야 뭐라고 하든 제멋대로 살면서 나름의 대안을 찾는 사람들. 이들은 정의당하는 것부터 거부한다. 일단은 삶의 결부터 제대로 들여다보고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가 아닐까.  

o****o 2017.05.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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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청년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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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마다 투표도 안 하는 개새끼가 되는 세대. (누가 규정한 것인지는 몰라도) 결혼, 출산, 연애라는 의무를 포기한 세대. 노오력을 할 생각은 못할 망정 눈만 높아 취직도 못하는 세대. 세상에 불만은 많으면서 바꾸려고 움직이지 않는 세대. 대학은 나왔으면서 생각은 없어 보이는 세대. 승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 고가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세대. 나라를 헬조선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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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철마다 투표도 안 하는 개새끼가 되는 세대. (누가 규정한 것인지는 몰라도결혼출산연애라는 의무를 포기한 세대노오력을 할 생각은 못할 망정 눈만 높아 취직도 못하는 세대세상에 불만은 많으면서 바꾸려고 움직이지 않는 세대대학은 나왔으면서 생각은 없어 보이는 세대승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고가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지만 가난한 세대나라를 헬조선이라 부르며 탈조선을 외치는 세대…… 맞는 말과 틀린 말이 뒤섞인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서 청년의 목소리가 담긴 말이 얼마나 있을까? X세대삼포세대, N포세대까지 이어지는 청년세대를 지칭하는 말 가운데 청년이 직접 내세운 이름이 있을까? [캠퍼스 씨네21] 기자인 김송희비연애인구 잡지 『계간홀로』의 발행인 이진송독립잡지 『월간잉여』의 발행인 최서윤 세 사람이 모여 쓴 『미운 청년 새끼』는 현재 청년세대로 불리는 사람의 입과 손으로 써내려 간 진짜 청년의 썰풀이이다.
 
 먹고사니즘정치문화연애 주거 다섯 가지 챕터로 구성된 『미운 청년 새끼』는 아르바이트부터 인턴과 취직고시원연애와 비연애일베와 메갈 그리고 페미니즘 등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청년세대의 시각으로 풀어낸다아니토해낸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해 보인다. ‘우리는 떠들어야 했다라는 제목의 대담으로 시작하는 책은 세 저자가 왜 떠들기라도 해야 했는지떠들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한다『미운 청년 새끼』는 대담에서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시작한다.
 
 날카롭고 생생하며 익숙하고 필요한 이야기가 갑을병정의 정정정정’, ‘청년 대상화와 여성 대상화’, ‘흙자식이라뇨?’, ‘N포세대라는 말은 불편하다’, ‘연애라는 대국민 팀플’, ‘장거리 통학러의 슬픔과 같은 제목의 글들로 펼쳐진다. 2016년 하반기에 개봉한 영화 <아수라 <다니엘 블레이크>, SNS에서 거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행정부의 빻음을 만천하에 알린 가임기 여성지도완벽하진 않지만 드디어 청년세대에게 뭔가 승리했다는 느낌을 일깨워준 탄핵정국 등 책이 출간된 현재의 시점과 멀지 않은 이야기가 여러 글에 나누어 담겨있다청년세대의 하루하루는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지내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기 힘든 시간인지과연 청년이 자신의 힘으로 온전한 집과 직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미운 청년 새끼』는 N포세대니 뭐니 하는 청년세대에 대한 네이밍은 청년을 대상화하고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보다 자신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만 선별해온 기성세대에 대항한다내온 최서윤이진송김송희 세 저자는 기자로독립잡지 발행인으로트위터와 웹진블로그로보드게임과 단편영화로 목소리를 내왔다투표만큼거리의 시위만큼 중요한 것은 목소리를 잃지 않는 것이다세 사람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공감과 연대를 내포한다동시에 책을 읽는 또래 세대에게 목소리를 낼 용기와 필요성을 전해준다『미운 청년 새끼』는 여전히 팍팍한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탄핵으로 승리를 맛보았지만 정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는 세대에게 함께 떠들자고 이야기한다시대정신이 무슨 거창한 말일까지금을 사는 우리의 썰이 시대정신임을 『미운 청년 새끼』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긴다.

d*****6 2017.04.1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미운 청년 새끼 -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꿈꾼다
"미운 청년 새끼 -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꿈꾼다" 내용보기
"N포세대라는 네이밍에서부터 기성세대의 가치관이 느껴지는 거죠. 출산, 연애, 결혼을 포기한 세대라고 (...) 이제는 '못 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나는 '안 하기'로 선택한 거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선언과 요구,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민들이 많이 보입니다."이 책은 30대 초반의 기자 또는 잡지 발간인 3명이 쓴 에세이 모음집
"미운 청년 새끼 -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 시스템을 꿈꾼다" 내용보기




"N포세대라는 네이밍에서부터 기성세대의 가치관이 느껴지는 거죠. 출산, 연애, 결혼을 포기한 세대라고 (...) 이제는 '못 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나는 '안 하기'로 선택한 거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선언과 요구,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고민들이 많이 보입니다.

"

이 책은 30대 초반의 기자 또는 잡지 발간인 3명이 쓴 에세이 모음집이다.

제목이 불만스럽다. '세대론'이라기 보다는 빈부에 기반한 '계급론'에 가깝다. 그리고, 제목과 맞지 않게 대부분의 내용을 '페미니즘'에 할애하고 있다. 페미니즘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제목이 솔직하지 않다. '미운 청년 새끼'라는 포장지의 내용물이 '미운 패미니즘 새끼'였다. 김송희의 노동, 주거문제만 책 제목에 충실하고, 최서윤과 이진송의 글은 제목에 맞지 않았다.


청년 세대의 고민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내용이 자신과 그 주변으로 한정된 경험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김송희의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노동과 주거권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공감한다. 청년 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다. 인간을 착취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천박한 자본주의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감을 잃는 일이 없으면 한다.

그들이 주변에서 보는 청년이 있고, 내가 주변에서 보는 청년 역시 있다. 앞에서 '세대론'이라기 보다는 '계급론'에 가깝다는 느낌을 적었던 것은, 청년이라고는 했지만, '빈곤'과 '젠더' 이슈를 섞어 놓고, 현 시점의 삶의 고민을 '계급 투쟁의 역사'의 일면으로 분석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위치를 피해자로 스스로 규정 - 사회 초년생, 여자 - 하고서 기득권을 비판한다. 비판을 하려는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만족스럽지 못한 답이겠지만,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가 과거 어느 그 시점 보다는 좀더 진보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으면 좋겠다. 현재의 신자유주의 기반의 자본주의는 완벽한 체제가 아니다. 계속 변화할 것이다.

저자들에게 묻고 싶다. 한국의 어느 시대 또는 어느 나라의 어느 시대로 돌아가면 현재의 다양한 이슈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한국 보다 더 낫다고 책에서 제시한 국가도 전세계 220여개국에서 가장 복지와 행복지수, 소득수준이 높다는 북유럽의 몇 개국 정도인 것이 사실이다.

저자들이 개인주의자로서의 간섭받기 않는 삶을 선택했다면, 그것으로 만족했으면 좋겠다.  '노력'을 하고 '정상인간'으로 살아가려는 청년들의 노력을 마치 신자유주의의 불합리를 깨닫지 못하고 착취 당하는 불쌍한 인생으로 폄하하지는 말아줬으면 한다. 그들 역시 당신들의 잣대와 평가를 원하지 않을테니까.

"그들이 말하는 노력이니 도전이니, 열정이니 패기니 하는 청년다움에 대한 강조는 청년에게 도리어 억압과 폭력이 되곤 했다. 다행히 요즘엔 청년을 대상화하며 억압하는 꼴이 덜 보인다."

그들의 잡지, '월간 잉여', '계간 홀로', '캠퍼스 씨네21'와 향후 벌이게 되는 사업에서는 열정페이가 없었으면 좋겠다. 평등한 우애 관계와 자기주도적 일을 벌이기 위해 감수해야 할 '좀 더 지속적인 열정'으로 포장하는 것도 곤란하다. 이런 것을 지켜나가기 시작할 때, 작은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최소한 당신들은 인서울 유수의 대학을 나와서 본인의 취향에 따라 현재의 삶을 '선택'했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과 다른 내용으로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했던 '페미니즘적 정서'에 대해서도 몇 자 적는다. 본인들은 남에 의해 평가 받기를 거부하면서, 왜 타인의 삶은 자기 맘대로 평가하고, 관전평을 내뱉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수 많은 할머니, 어머니가 이들의 평가에 의해, '아이를 생산하는 도구'나 '집안 일을 대신하는 몸종'으로 전락해야 하는가. 그리고, 메갈리아가 전체 여성을 대표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일베의 발언은 남성 전체와 동일시하는 관점은 합리적인 비판인가?


b******e 2017.04.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