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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인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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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미스테리, 아니 어느 장르에 속한 문학작품이라도, 처음에 "많은 일을 벌여 놓고 뒷수습은 흐지부지"인 서술, 구성이라면 다 읽고 난 뒷맛이 씁쓸합니다. 반면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인 듯 이야기를 꺼내다가 갈수록 점입가경, 독자의 손에 진땀을 잔뜩 쥐어주는 노련한 스토리텔러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서두도 거창한 데다, 진도가 나가면 나갈수록 일이 더 꼬이고 규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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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미스테리, 아니 어느 장르에 속한 문학작품이라도, 처음에 "많은 일을 벌여 놓고 뒷수습은 흐지부지"인 서술, 구성이라면 다 읽고 난 뒷맛이 씁쓸합니다. 반면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일상인 듯 이야기를 꺼내다가 갈수록 점입가경, 독자의 손에 진땀을 잔뜩 쥐어주는 노련한 스토리텔러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서두도 거창한 데다, 진도가 나가면 나갈수록 일이 더 꼬이고 규모가 커져서, 끝까지 읽기 전엔 정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페이지터너더군요. 간만에 재미있는 스릴러를 읽었습니다.

요즘 작품들은 지나치게 속 보이는 방법으로 정해진 장르 공식에 캐쥬얼웨어만 번갈아 입히듯 "제작"되거나,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듯 타깃이 불분명해서 읽는 재미가 잘 안 납니다. 이 작품은 대략 40년 전에 발표되어, 작가들이 얕은 장삿속이나 안이한 공식의존창작이란 나쁜 버릇에 물들지 않았던 때의 순수하고 박력 있는 장르문학 본연의 모습과 미덕을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해 에드가 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책날개에 나와 있는 소개대로, 작가 존 클리어리는 호주 출신 작가입니다. 그의 이력을 보면 젊은 시절 뉴기니와 중동 전역에서 2차 대전 참전 기록을 가진 걸로 나오는데, 뉴기니는 호주 위에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지만 중동이라면 어색하게 다가올 겁니다. 호주는 사단 규모의 병력을, 롬멜이 지휘하던 독일군에 맞서 북아프리카에 파견한 적이 있고,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할리웃 고전 영화도 꽤 됩니다. 이 작품에 나와 있는 나치에 대한 증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인의 정체성에 대한 자긍 표현 등은, 작가의 이런 개인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아 무방합니다.

그뿐이 아니죠. 이 작품이 쓰여진 1970년대라면,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의 무장 투쟁, 테러를 소재로 한 스릴러가 우후죽순처럼 출간되던 시절입니다. 외국의 도서관에 가서 시대별 분류로 이 장르를 검색해 보면 놀랄 겁니다. 스릴러 하면 IRA 타령이 후렴처럼 나옵니다. 영국 같은 선진국, 유럽 정치-경제의 중심에서, 아직도 민족 문제 주권 문제가 하나가 해결이 안 된 채, 원시적인 폭탄 테러가 그리도 빈발했다는 게, 아마 십 년 정도 더 지나면 아무도 안 믿으려 들 겁니다. 당시에는 그만큼 이 정세가 절박한 이슈였죠.

존 클리어리는 자기 시대의 트렌드를 따랐을 뿐이었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나 그는 아일랜드계 이민자 혈통입니다. 클리어리란 성(姓)만 봐도 바로 나오지 않습니까. 호주에 무슨 아일랜드 이민자가 있냐고요?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층민 노동자부터 자주성가 농장주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하게 분포합니다. 미국 남부에 아일랜드 핏줄 캐릭터 스칼렛 오하라가 왜 있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아일랜드 디아스포라가 미치지 않은 지역은 지구에 동아시아 말고는 없다시피할 겁니다. 이 작품에서 무시로 "내 혈관에도 아일랜드인의 끓는 피가 흐르고 있다!" 라든가 "당신이 아일랜드인이라면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나?" 같은 대사가 나오는 건 다 그 때문입니다.

마르틴 5세라는 교황은 실제 있었습니다만, 이 책에서처럼 20세기 들어 등극한 간만의 독일인 교황인 건 당연히 아닙니다. 백 년 넘게 이어진 소위 "아비뇽 유수"를 종결한 이탈리아 출신이었고, 마르틴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5명 중 독일인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마르틴 4세가 프랑스인이었을 뿐입니다). 이 소설이 쓰여지고 불과 몇 년 후, 요한 바오로 1세가 교황청의 여러 흑막에 메스를 대려 하다 암살되었다는 루머가 퍼졌고. 그를 이어 즉위한 분이 몇 백 년 만에 처음 비(非) 이탈리아 출신으로 교황이 된 인사죠. 이분 다음에는 진짜 독일 출신 교황이 탄생하기도 했는데, 나치 관련 뒷소문이 그를 끈질기게 괴롭힌 것도 뭔가 의미심장한 부분입니다.

소설은 빠른 진행의 전개와 서스펜스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교황의 지난 시절 회고를 통해, 나치의 악몽이 유럽 현대사를 할퀴고 간 상흔을 그대로 드러내어, 작품의 주제의식을 고양하고 있습니다. 스릴러라고 플롯의 롤러코스터링에만 기대면 그 작품은 천박합니다.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멋진 문장도 여러 번 등장하는, 지난 시대의 잊혀진 도덕과 양심, 스타일을 잘 보여 주는 가작이라 하겠습니다. 번역제목이 좀 스포일러이긴 하나 <교황의 인질금>이란 의역이 참 적절하기도 합니다. 다만 줄 간격이 좁고 폰트가 작아서 보기가 좀 피곤하다는 게 약점입니다.

v*****7 2015.04.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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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재미있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품.
"단지 재미있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품." 내용보기
아버지의 이름으로. 영화와는 상관없다.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에도 아일랜드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이 작품을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 작품에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 두 젊은이가 등장한다. 한 명은 아일랜드인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에 IRA의 목적에 동참하게 되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아버지가 독일의 SS대원이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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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으로. 영화와는 상관없다. 영화 [아버지의 이름으로]에도 아일랜드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이 작품을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이 작품에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살아가게 되는 두 젊은이가 등장한다. 한 명은 아일랜드인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에 IRA의 목적에 동참하게 되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아버지가 독일의 SS대원이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며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으려 한다. 한 명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바티칸의 보물을 훔치려다 일이 잘못되어 교황을 납치하게 되고 다른 한 명은 교황을 죽이려고 로마에 왔다가 교황의 납치범을 추적한다. 그 사이에 낀 교황의 인간적 고뇌가 잘 그려진 작품이다.  

 

교황청 보물을 훔치려던 얼뜨기 IRA 조직원들이 하필이면 그때 보물을 순찰 나온 교황과 마주치는 바람에 보물 대신 교황을 납치하고 인질로 삼아 인질금을 받아 내려 한다는 이야기다. 코미디 같지만 절대 코미디는 아니다. 작가가 호주 사람이라 아무래도 영국편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니라면 IRA를 바보 집단이라고 생각되게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일랜드에게 반감이 있던가. 작가의 사견이 들어간 작품을 읽는 것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에 이 작품도 사실 그다지 재미있게 읽지 못했다. 아주 비극적 상황인데 단 두 사람만 행복하게 남는다. 그들은 선한 인간이고 죽은 이들은 악한 인간이라는 이분법적 생각도 마음에 안 든다.  

 

테러리즘에 대한 반감이 높은 요즘이지만 한번쯤 테러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나라 사람들의 심정, 자신의 몸에 폭탄을 달고 자살 공격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심정을 헤아렸으면 싶다. 당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 일이므로. 이 작품은 영미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상까지 받은 작품이지만 소재에 비해 너무 생각이 편협했다고 말하고 싶다. 영미권 인간만 인간이란 말인 듯 싶고 그들에게 반기를 드는 인간들은 모조리 테러리스트에 죽을 만한 인간이라는 내용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을 바보라고 말하기는 뭐하다. 남에게 몇 백년 밟히고 살다 보면 무슨 일이든 하게 되는 법이니까. 세상은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말하지만 자기 땅을 힘이 약해 남에게 빼앗겨 본 사람들이라면 감히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자신들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독립 투사요 전쟁의 한 방법인 게릴라전을 행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남에게 빼앗기만 한 사람들이 무엇을 알겠는가. IRA는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지금도 싸우는 독립 투사들이고 헤즈볼라, 알 카에다 등도 마찬가지다. 천주교를 믿는 아일랜드인들을 위해 싸워 주지 못한 바티칸과 교황은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교황의 인질금이든, 교황청의 보물이든.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나라를 위해 어떤 방법을 쓰는 사람이든 방법이 비난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절박함을 희화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당신 집에 강도가 들어와도 그것을 우스꽝스럽게 생각하겠는가.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고 당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빼앗기고 집도 다른 사람이 차지하게 되는 상황인데. 테러리즘과 테러리스트에 대한 재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 아닌가 싶다.

인간에게 평화는 잠시 주어진 안식일뿐이고 전쟁이 삶의 전부라고 교황은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여전히 세계 각지에서 전쟁은 일어나고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누가 죽어도 상관하지 않는 실정이니까.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런 인간이 종교에 집착하는 이유도 어쩌면 자신들의 이런 잔인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단지 재미있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의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교황의 납치는 조금 황당하게 이루어졌고 마지막의 결말은 비극과 희극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어쨌든 세상은 살아남은 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인지. 참 감정을 애매모호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d*****g 2009.09.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