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추리만화이다. 다른 추리만화처럼 비현실적인 운이나 우연에 의존하는 추리가 아니라 과학, 수학, 혹은 일반상식에 의한 현실적인 추리가 등장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또한 살인사건만을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까지 훌륭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분실물 찾기와 시신 찾기가 주제였다. 그것도 어찌나 과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는지 작가는 천재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토마와 가나의 사이도 더욱 깊어지는 것 같고.. 어린나이에 MIT를 졸업한 천재인데다 냉정하고 쿨한 토마에게 가나는 인간적인 점을 보완해주는 훌륭한 파트너이다. 다음에는 작가가 어떤 소재로 즐겁게 해줄지 몹시 다음권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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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Q.E.D.證明終了 작가 - 카토우 모토히로 (加藤元浩)
『벚나무 아래서』에서는 토마와 가나의 관계에 아주 조금 진전이라고 해야 할지, 변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룹 회장 딸인 학교 선배가 가나에게 토마와 무슨 관계냐고 묻자, 가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거에는 아직 이름이 붙어있지 않으니까요.' 가나에게 우리나라 노래를 한 곡 소개해주고 싶다. '우정과 사랑 사이' 내가 보기에 둘의 관계는 그런 것 같은데 말이다.
이번 편은 우연히 벚꽃놀이에 가서 옆에 앉게 된 어느 회사 직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다. 복사기에서 사라진 서류 한 장,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결혼반지. 토마의 추리를 보면서, 문득 사람이 하는 행동 중에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어느 정도를 차지할까 궁금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기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틀을 벗어나면 당황하고 곤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 3자의 얘기를 들어보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나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면, 내가 무의식적으로나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을 모른다. 그래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은퇴를 앞둔 회사원이 아내에게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학생. 사회인. 남편. 아버지. 과장. 여러 가지 이름이 붙어 여러 가지 형태를 만들어 왔지. 그런데 이번에 퇴직을 맞아 그것들이 전부 사라져버린 느낌이 들었는데, 왠지 지금은 또 남은 뭔가가 있을 것 같아.' (p.95) 그래, 인간은 남이 자신을 봐주거나 불러주는 이름에 휘둘리는 경우가 많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다 껍데기에 불과하다. 아니, 그것들이 모두 온전한 내 자신을 이루는 일부일 뿐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버리는 순간,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죽은 자의 눈물』은 가정 폭력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의처증에 시달리던 여자가 사라졌다. 사람들은 가출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의 친구는 생각이 달랐다. 그녀가 사라지기 전에 남편에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편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마침 그 근처에 휴가를 즐기러 온 가나의 아버지와 가나 그리고 토마는 어쩌면 살해되었을지도 모르는 여인을 찾으러 나선다.
그런데 여기서 토마가 아주 놀라운 행동을 한다. 평소의 그라면 전혀 하지 않을, 그런 짓이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가나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만화를 보는 나도 '헐, 얘가 왜?'라고 놀랐으니까. 문득 토마가 자신의 머리를 이용해서 살인을 저지르면 아무도 못 잡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누군가를 범인으로 몰아넣는다면, 그 사람은 제대로 된 반박도 못하고 그냥 잡혀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 주변에 토마 같은 사람이 없어서 진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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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7.5. 책으로 삶읽기 749
《Q.E.D. 16》 카토 모토히로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3.10.25.
“그런데 자네라는 인간을 알려고 보니 한 가지 의문에 부딪히더군. 오늘은 그 질문에 답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리라 생각해. 가르쳐 주겠나?” “뭘요?” “자네는 어째서 MIT를 나온 뒤 일본 고등학교에 들어갔지?” (44쪽)
“그래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어요.” “그게 뭐야!” “사실 무리인걸요. 그것에는 아직, 이름이 붙어 있지 않으니까요.” (55쪽)
“료쿄 씨의 편지에 쓰여 있었죠? 자기가 도망쳐도 남편은 늘 쫓아온다고. 하지만 료코 씨가 없어졌던 그날, 그 남자는 쫓아가는 척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확신했죠. 이 남자가 죽였다고.” (187쪽)
《Q.E.D. 16》(카토 모토히로/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2003)을 읽었다. 길게 뻗는 이야기에 가로지르는 마음은 늘 하나이다. ‘남이 보는 눈’이 아닌 ‘내가 보는 눈’으로 살아가고, ‘겉을 보는 눈’이 아닌 ‘속을 보는 눈’으로 사랑하려는 길을 줄거리로 갈무리한다.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까? 꿍꿍이나 검은셈을 어떻게 알아챌까? 수수께끼를 내거나 꿍꿍이가 있거나 검은셈을 감추는 이들은 한결같다. 속이 아닌 겉을 바라보게 마련이요, 사람들이 속을 못 보고 겉에 휘둘리도록 꾸며 놓는다. ‘남이 보는 눈’에 갇히기에 겉에 휘둘린다. ‘내가 보는 눈’으로 서며 사랑을 짓는 ‘속을 보는 눈’이라면 스스로 빛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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