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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활발하게 책을 내고 있는데 이 책도 그것의 일환이다.
요새 유행하는 '학제간 연구'인 셈인데 저자 이름만 보면 꽤 괜찮은 결과물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결과는.... -_-;
진화심리학이라는 조금은 낯선 학문의 개념을 이 책에서 인용하여 간단히 풀어내자면
'우리 조상들이 오랜 수렵, 채집기 동안 끊임없이 직면했던 적응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설계된 계산 기관들의 체계'로서 보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런 진화심리학을 조선시대의 수사 기록인 '검안'을 이용하여 가족살해와 배우자 살해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여성에 비해 남성이 독점욕이 높으며 질투심 또한 더 치열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부성불확실성과 양육투자 등의 요인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한 결과라는 것이다.
매우 흥미로운 소재와 새로운 분석틀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연구는 '실패'라고 말하고 싶다.
무식한 내가 보기에도 너무나 많은 헛점이 보인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첫째, 샘플에 대한 선택과 그 이용방법이 잘못되었다.
이것은 연구의 시작부터가 잘못되었다는 것인데, 따라서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검안에서 추출한 샘플들이 진화심리학이 목표로 하는 인류의 보편성을 따지기엔 수가 너무 적다.
물론 검안이라는 좋은 사료 속에서 많은 것들을 읽어내고 상상의 폭을 넓히는 것은 분명 의미있다.
만약 그렇다면 사례의 수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단 한가지 사례라도 그 속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그러나 하나의 '수치 데이타'로서의 이용이라면 이것만큼 무식한 시도는 없어보인다.
결국 검안이라는 자료의 이용은 이미 도출된 결론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만듯 하다.
둘째, 또 다른 학문적 논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자체 논리 구조 속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분명 이 책에서는 남성이 양육에 대한 투자가 여성에 비해 적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 번식가치가 높지 않은 여성과 짝짓기를 하더라도 남성은 별로 손해볼 것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왜 남성은 '부성보증'에 집착하게 되어 여성을 자신의 것으로 묶어놓으려고 하는가?
둘 사이에 중요한 설명이 빠져있다. 전제를 감안하면 남성이 굳이 부성보증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부성보증이 본능이다'라는 허망한 전제가 아니라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이 책에서는 과거 조선에서 여성을 '번식수단'으로서 하나의 재산으로 인식했다고 본다.
그래서 정절에 대한 강박이 그토록 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부성보증과 연관이 있다.
이 책에서는 분명 간통을 재산에 흠을 입히는 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번식수단으로서의 재산이라면 임신과 상관없는 혼외정사가 왜 재산에 대한 '흠'이 되는가?
다른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분석하는 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가?
(이 문제제기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넷째, 이게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왜 인간의 최고 목적이 '번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걸까?
이 책을 읽다보면 조선시대에 살았던 인간들은 모두 '번식'이 최고 목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랬을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때 인간들보다 더 진화했을 이 책의 저자들에게
'당신 삶의 목표가 그럼 번식이군요?'라고 했을 때 고개를 끄덕일지 궁금해진다.
증명조차 하고 있지 않은 이 대전제가 흔들리면 이 연구 전체의 논지가 흔들리게 된다.
번식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모든 인간의 최고 목적이라는 전제는 말도 안된다.
또한 짝짓기 즉 sex가 번식만을 위한 일이라는 가정도 참 무식한 가정이다.
얘기하면 한도 끝도 없지만 단 한가지 질문에도 헛점이 드러난다.
바람을 피는 남녀가 아이를 낳기 위해서 일을 벌이는가?
외도 중의 남녀는 대부분 임신을 원치 않는다. 그럼 이건 뭔가?
그 밖에도 학습이 유전이 되는 것인가? 학습이 진화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가능하다.
결국 이 책은 '번식'과 '모성애'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생물학적인 근거를 들어 사회문화적 요소를 설명하는 것 자체를 극히 싫어한다.
그거야 뭐 나의 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만, 이렇게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면서
'과학'이라는 탈을 쓰고 합리적인 척하는 글들을 보면 짜증이 팍팍 난다.
결론 부분에 사회생물학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화한다는 비난은 오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나
이런 허술한 논리라면 절대 오해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다.
제일 무서운 것은 중립적, 합리적인 '척'하는 것이다.
인간은 결코 중립적이지도 않고, 항상 합리적일 수만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위해서 그런 '척'들을 한다. 그리고 그런 '척'은 자신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권력지향적이다. 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무책임이거나.
이 책... 쓴 웃음을 꽤나 많이 지으면서 읽은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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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부는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에 대한 소개이다
요점을 잘 요약해 놓아서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 후반부는 조선시대 살인사건 기록을 진화심리학으로 분석한 내용이다
진화심리학의 설명력은 참으로 그럴 듯하다.
그러나 과학의 영역에 들어서 있다고 믿기 어려우니 난감하다
- 진화론과 진화심리학에 대한 좋은 입문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