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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영성이 병진할 때 : 〈그리스도를 향하는 지성〉 대학생 선교단체가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각 대학 캠퍼스 안팎으로 알만한 선교단체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었다. 기독학생들은 수업 외 시간에 캠퍼스 곳곳을 찾아다니며 복음을 전했고 적지 않은 학생들이 회심했다. 선교단체의 훈련은 지정의(知情意) 인격체를 가진 크리스천을 모델로 삼아 성경공부와 기도 및 전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대학생선교회(약칭 ESF)를 예로 들면 시간이 되는 학생들 또는 소 리더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모여 미리 작성한 소감문을 나누고 받은 은혜를 서로 발표하는 아침 QT를 시작으로 각 요일 저녁마다 시간대는 약간씩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7시쯤 시작해서 9시 또는 10시에 끝나는 성경공부를 열었다. 요일마다 개최한 성경공부를 각 요일의 이름을 따 월요회, 화요회, 수요회 등으로 명명했다. 소 리더를 훈련하는 동역자 모임을 별도로 가졌는데, 모임은 보통 주일 오후 2시에 모여 5시까지 지구 총 리더(목자로 불렀다)의 말씀 인도를 시작으로 각 요회의 리더가 소속 회원들의 근황을 소개하고 기도제목을 나눈 후 참여자 전부가 순차적으로 돌아가며 기도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요회와 별개로 선교부와 편집부를 뒀다. 선교부와 편집부 모임도 동역자 모임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훈련은 자립신앙을 갖추는 데 맞춰져 있었다. 언뜻 보면 아침 QT, 각 요회, 동역자 모임 등등으로 정해진 프로그램에 의해 진행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달랐다. 굳이 형식을 따랐다고 하면 성경공부 → 적용 → 기도 순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을 뿐이다. 특이한 점은 공부할 말씀을 미리 연구(말씀을 깊이 묵상한 후 묵상한 말씀에서 깨달은 기록하는데 그 과정은 성경본문 요약, 적용(회개 및 결단), 기도제목 순으로 이뤄졌다)한 후 소감문을 작성하고 그것을 각각의 모임에서 나눈 데 있었다. 소 리더면 보통 일주일에 세편 이상의 소감문을 썼다. 나중에서야 안 일이지만 그렇게 강행군한 덕에 글쓰기에 관한 한 두려움이 없었다.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언제든 쓸 준비가 됐을 정도로 소감문의 효과는 컸다.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이 전면적으로 보급되기 전이라 노트에 깨알같이 쓴 감상이 소감문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우연히 소감문의 권수를 셀 기회가 있었다. 1년 동안 쓴 소감문이 50장 분량의 노트 10권 가령은 족히 됐던 것 같다. 지정의의 인격을 고루 갖춘 크리스천 육성이 목표이기는 해도 대학생이 주를 이룬 구성원의 성격상 지적인 부분에 보다 경도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상황은 전혀 달랐다. 영성을 막는 요소로 지성이 지목되고 있었고, 대부분 그렇게 간주됐다. 당시 기독 출판계는 여러 군소 출판사를 제치고 IVF와 생명의 말씀사, 죠이선교회, 그리고 두란노서원이 4분하고 있었다. IVP는 한국기독학생회 산하 출판부로 ESF처럼 대학생 선교 사역을 감당하고 있던 터라 출간 도서는 대학생을 겨냥해 지성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자본주의와 진보사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이상 IVP 간, 1990년), 〈역사관의 유형들〉(두란노서원 간, 1991년) 등 사회적 관심사에 문제의식적으로 접근한 책들이 상당부분 출간됐다. ESF가 신앙훈련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골라 자체 세미나를 가져도 IVP에서 낸 책을 많이 채택하지 않았던 이유도 IVP가 지성에 소구(訴求)한 책들을 낸 것과 무관치 않았을 것이다. 지구 리더의 회심 배경 또한 작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건국대와 세종대를 함께 겨냥한 모진동지구의 목자는 한양대를 나와 대기업 인사담당을 거친 재원이었다. 그는 누누이 냉철한 이성이 신앙을 갖는 데 큰 방해요소였다고 고백하곤 했었다. 2000년을 전후로 기독출판물이 무척 소프트해졌다. 그동안 거의 다루지 않았던 데이트, 결혼, 성 등 개인생활에 밀접한 분야에 촉수를 뻗으면서 기독출판계는 폭발적인 신장세를 거듭했다. 개인적 신앙 성장과 학생운동에 대응하는 방식의 기독교적 세계관 보급 등 몇몇 분야에 한정된 책의 출간 양태에서 벗어나 일반서적이 다루던 분야를 거의 망라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년이 채 되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성장가도를 놀랍게 구가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복음주의운동에 근거한 책 외에 오순절운동이 바탕이 된 다양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때쯤의 일이다. 선포, 대적기도, 가문에 흐르는 죄 끊기 등 지성과 성경연구, 개인적 영성을 목적한 복음주의 시각에서 보면 다분히 신비주의적인 오순절 계열의 책들은 신앙의 또 다른 측면을 다루면서 영적으로 깊은 도전을 줬다. 〈믿는 자의 권세〉와 〈예수의 놀라운 이름〉 등 수많은 저작을 남긴 케네스 해긴, 〈대적기도〉시리즈와 〈하늘의 권능이 임하는 부르짖는 기도〉시리즈를 낸 정원, 〈내 안에 역동적으로 역사하시는 성령님〉을 쓴 오랄 로버츠가 그 분야의 대표적인 저자들이다. 오늘 다시 그리스도를 아는 지성이 영성의 한 축임을 드러낸 책을 만난 기분이란 이 책이 앞서 언급한 일련의 흐름을 회귀하고 있다는 단정에서 비롯한 식상함이나 대세를 벗어난 출간이 빚은 시의성이 낮다는 느낌이 아니라, 대구로 표현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굳이 지성과 영성으로 나눌 수 있다면 그 양축을 고루 지니신 하나님의 의지가 발동한 결과일지 모른다는 깨달음과 같아서 낯설기보다 무척 자연스럽다. 주인공은 〈그리스도를 향하는 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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