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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들 한다. 자주 집에 들리는 친척이 방문할 적마다 아이에게 용돈을 조금씩 주었다면, 보통 그 아이는 그 친적이 방문하면 은근한 기대를 품게 되는데, 마침 깜박하고 용돈 없이 그 친척이 홀연히 가 버리면.. 이제는 자신을 '더 이상 이뻐하지 않는게 아닐까' 하는 공연한 걱정도 하고, 은근히 서운한 마음도 드는 것처럼..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작가다. 발표하는 매 작품마다 기발한 발상과 놀라운 창조력을 보여주어 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러니, 그가 오랜만에 단편이지만 신작을 내 놓는다 하면 다른 작품들 보다는 약간은 높은 기대치로 눈높이를 올려 그 작품을 맞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치 인심 좋은 친척의 방문에 들뜬 어린아이처럼.. ^^
그래서 용돈을 깜박하고 가버린 친척에 대한 서운함 만큼이나, 그의 작품이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도 남다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런 '나만의 기대.. 나만의 실망' 같은 것이 이 작품에 아주 좋은 평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수록된 단편 하나하나가 나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어떤 작품은 '정말 기발한걸..!' 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기도 하다. 베르베르 나름대로의 우화적 요소와 판타지적인 설정이 절묘하게 버무려저 맛깔스런 맛과 색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모두 다 썩- 훌륭한 맛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정의를 원한다고 우리는 교육받았지만 그건 틀렸어. 진짜로 정의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정의란,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해. 사람들에게 결단을 내리라고 하면 말이야, 그러니까 <피해자를 지켜줄래, 아니면 그냥 편안하게 살던 대로 살래?> 고르라고 하면 말이야, 아무도 망설이지 않아. 사람들이 원하는 건 무엇보다도 조용하게 사는 거란 말이지. 내일도 어제처럼, 그날이 그날같이.. 「파라다이스」 1권 안개속의 살인 中 [p142]
책을 읽으면서 굳어진 습관 중의 하나가 읽으면서 감명깊은 구절에 얇은 '포스트-잇'을 붙였다가, 책을 다 읽고 난 후 그것을 따로 개인 블로그 같은 곳에 옮겨 적는 짓이다. 사실 처음엔 나중에 어딘가 글을 쓸 때 써 먹을 일이 있다 싶어 의도적으로 시작하였지만, 이젠 그렇게 쌓인 Clip 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라 의도한 바와 그 결과는 이미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그렇게 해두지 않음 뭔가 쪼금- 뒷맛이 개운치않아 여전히 무슨 버릇처럼 계속하고 있다.( 일종의 편집증이 생겼다고 할까.. ^^)
젊은 세대의 기억은 선택적 입니다. 젊은 세대는 권력이 내거는 거대 담론의 명제는 기억하지만 그걸 위해 치러야했던 비용은 잊어버립니다. 바로 호르몬 때문이죠. 테스토스테론이 문제입니다. 「파라다이스」 1권 영화의 거장 中 [p245]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Clip 들을 정리하다 보면서 일종의 '공통적 특징' 같은 것을 발견했는데.. 그건, 그가 사람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일종의 '냉소적이고 거리를 둔 시선' 비슷한 것이었다. 물론, 이는 내가 간혹 무심코 등장하는 그런 류에 구절에 유난히 민감해서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나 스스로가 세상을 다소 냉소적이고 뾰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구절들이 공감을 통해 좀 더 깊이 와 닿고, 따라서 그런 문장에만 포스트-잇을 붙이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사람들이 남을 매도할 수는 있어도 자신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죠. 난 기자들이나 대중의 반응을 통해 나를 판단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거든요. 「파라다이스」 2권 농담이 태어나는 곳 中 [p129] 하지만, 그런 문장들을 구지 일일이 떼어놓고 가두어 판단하지 않더라도, 파라다이스에 수록된 단편 하나하나가 가진 전반적 정서에서는 여전히 냉소적이고 거리를 둔 시선이 의식되어진다. 그러한 '시선의 의식'은 이러한 생각이 어쩌면 '내 안의 문제'가 아니라는 느낌을 자꾸 상기시킨다.
사람들은 잘못 생각한 거야. 하느님은 사랑이 아니야. 하느님은 그보다 더 낫지. 하느님은 유머야. 이 우주는 조롱의 가호 아래 있는거야. 최초의 농담은 바로 천지 창조,두번째 농담은 인류 창조, 세번째 농담은 여자를 창조한 것.. 「파라다이스」 2권 농담이 태어나는 곳 中 [p150] 예전 그의 몇몇 장편을 접하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거 같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소재,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지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뭔지 모르지만 느껴지는 약간의 '위화감'.. 처음엔 그저 외국소설이 가진 정서적 차이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 느낌이 단순히 그런 차원과는 약간 다른.. 이를테면, 독자와 작가가 나라히 시선을 같이하고 작품을 접하기 어렵게 만드는 '거리를 둔 시선'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개미처럼 부지런하다>는 속설과는 반대로, 아무 일도 안하는 개미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실제로 개미들은 세 부류로 나뉘었다. 3분의 1은 잠자고, 쉬고,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공동체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은 전혀 하지 않는 부류였다. 또 3분의 1은 활동은 하되 어설프게 하는 부류였다. 이들은 끊임없이 나무 조각들을 물어 오고 먹이를 운반해 오고, 그랬다가 원래 자리에 도로 갖다 놓곤 했다. 모래로 다리 같은 것을 만들어도 금세 폭삭 무너져 버렸다. 개미가 들어가 살지 않는 쓸모없는 방도 만들었다. 마지막 3분의 1은 두번째 부류가 저지른 바보 같은 짓을 만회해주는 부류로, 정말 능률적인 건설 활동을 했다. 「파라다이스」 2권 대지의 이빨 中 [p156] 개인적으로 작가에게 이젠 '좀 더 따듯하고 곁에 머무는 시선'이 필요하진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동안 그가 보여준 작품 내 '재기(才氣)'는 이제는 그의 작품에서는 기본이 되어버려, 더 이상 높아질 대로 높아진 독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지않나 싶다. 그가 더 멋진 작가로, 더 개성있고 신선한 작가로 거듭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상상력과 아이디어의 막장'이 아니라 한뺨 쯤 빗겨있는 다른 '무엇'이어야 하는건 아닌지 감히 맘대로 떠들어 본다. '베르베르씨.. 가까이서 좀더 따듯한 시선 부탁드려요^^' 라고..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야만 하는 것을 누가 여러분에게 말해 줄거라 기대하지 마십시오. 어떤 외부적 영향도 받지 말고 혼자 깊이 생각 하십시오. 설령 여러분의 생각이 틀렸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저지르는 오류조차 여러분을 규정합니다. 적어도 그 오류가 여러분 대신 생각하려는 사람들 것이 아니라, 여러분만의 것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자유를 활용하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자유를 잃게 될 것입니다. 「파라다이스」 2권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中 [p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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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
간만에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각각의 이야기에는 ‘있을 법한 미래’나 ‘있을 법한 과거’와 같은 부제들이 붙어 있는데, 확실히 과거보다는 미래편이 더 많다. 역시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는 미래가 좀 더 어울리는 시간적 무대이기 때문일까. 단편집답게 특정한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소재들이 자유롭게 등장한다. 형식적으로는 전에 나왔던 『나무』라는 책과도 비슷하고, 『개미』나 이후에 이어지는 저자의 작품들에 언뜻 단편적으로 등장했던 아이디어들도 눈에 띈다.
2. 감상평 。。。。。。。 전작을 하도 질질 끌어선지 짤막한 이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는 저자의 타이핑이 날렵하게 느껴진다. 단편이다 보니 너무 많은 걸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그래서 기발한 착상과 아이디어가 마음껏 날개를 달고 돌아다니게 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 했던 작가의 초기 글쓰기(『개미』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등의)로 잠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베르나르의 상상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도 괜찮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단편집이라는 형식 자체는 베르나르의 독자들이라면 딱히 낯설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나무』나, 『백과사전』도 비슷한 형식을 띄고 있으니까. 하지만 주제와 분위기라는 면에 있어서 이 작품은 전작들보다 더 어둡고 자조적이며, 비관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초기의 탐구주제였던 인간과 인간의 가능성 등에 대한 기대는 점점 줄어들고, 인간의 악덕과 구제불능적인 면이 좀 더 두드러져 보인다. 사실 뭐 이런 경향이야 단지 이 책만의 느낌은 아니고, 이미 저자의 앞선 작품들(『파피용』이나 『신』등)에서도 언뜻 비춰지는 것이긴 하지만. 어느덧 저자가 너무 많은 걸 고민하고, 너무 많은 것을 예측하려 하고 있지는 않은가 싶다. 인기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이라고나 할까. 이래선 조만간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다’는 식의 자포자기적 혼잣말을 시작하지나 않을까 살짝 걱정될 정도다. 독자들(나도 포함된)은 좀 더 밝은 저자의 재치를 좋아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와중에서도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와 ‘상표 전쟁’은 단연 추천할 만한 이야기들이다. 이와 비슷한 착상은 움베르토 에코에게서도 읽은 기억이 들지만, 베르나르는 작가답게 적당한 비꼬기와 유머를 더해 훨씬 더 실감나게 주제를 그려낸다. 물론 이 이야기들도 충분히 유쾌하기만 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비틀기는 읽는 맛을 더해주는 수준이다. 대박까지는 아니지만 무난한 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