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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과 경쟁로 점철되는 역사의 한페이지 한페이지에는 살아남아 역사 무대의 주연이 되는 승자와, 쓸쓸히 퇴장하면서 결국 엑스트라 또는 조연이 되는 패자에 대한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나폴레옹 등과 같이 우리가 속칭 위대한 리더 또는 군주로 부르는 이들은 승자가 되어 역사의 페이지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이름을 남겼다. 반면에 그들에게 쓸려나간 많은 패자들의 이름은 휘황찬란한 승자의 명성에 가려 그 명예조차 지켜지는 것도 어렵다. 결국 역사는 승자에 의한, 승자를 위한, 그리고 승자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배웠고, 이것이 역사를 지배하는 보편적 원리라고 주장하는 것을 쉽사리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보편성에 반기를 드는 몇몇 예외적인 예, 즉, 승자의 이름보다 패자의 이름이 보다 휘황찬란하게 부각되는 예가 있다. 스키피오와 한니발의 예가 그렇다. ![]() 스키피오 한니발
하지만, 그는 스키피오라는 자기보다 더 큰 인물 앞에 무릎을 꿇고 역사의 무대에서 쓸쓸히 퇴장한 비운의 명장이었다. 스키피오를 만나기전 그가 거뒀던 전략과 전술이 워낙 획기적이고 비상식적이었으며, 칸나에 전투나 트라시메노 전투 등에서 워낙 뇌리에 남는 승리를 거뒀고 그의 전쟁터에서의 삶이 워낙 극적이었기 때문에 결국 전쟁에서 패배한 패장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우리들의 입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로마 최초로 자신이 정복한 지역의 지명을 따서 이름을 만들수 있게 했던 장본인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우는 아이마저 그 울음을 뚝 그치게 하게 했던, 로마인에게 그 존재만으로도 공포 자체였던 한니발을 무너뜨리고 지중해 세계의 평화를 만들어내고 결국 로마가 거대한 제국으로 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역사의 페이지에 승자로 남아 그 이름이 한니발보다 더 빛날 수 있었던 인물이었음에 틀림없으나, 편협하고 이기적인 그의 정치적 경쟁자들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기질 탓에 폄하되고 저주받아, 결국 그 휘황찬란하게 빛날 수 있는 이름이 난도질 당하여, 결국 1000년 로마사의 한 페이지 구석에 한니발을 물리쳐 제2차 로마-카르타고 전쟁을 종결지은 인물이라고만 알려져 있지 않았던가.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된 스키피오는 전쟁터에서의 승리만을 최우선시하는 단순한 무장이 아니었다. 스키피오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을 지닌 무서운 인물이자, 좌중을 휘잡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카리스마와 사교성을 지닌 매력 만점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철저한 준비를 통하여 승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하고, 전투에 나서서 자신의강점으로 적의 약점을 철저하게 공략할 수 있었던 철두철미한 전략가였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 <승리는 준비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등과 같은 경구나, <전쟁은 정치의 연속이다>라고 한 클라우제비츠의 명언이 어떻게 실천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지략과 과감성을 지닌 무장이었다. 또한 그는 군중의 심리와 그 변화를 적절하게 이용할 줄 알았던 영리한 정치가였으며, 이러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이탈리아 반도에 국한되었던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시금석을 제공했던 진정한 리더였다. 이처럼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도 그와 어깨를 같이할 인물을 찾기 어려운 정도로 자질과 인품과 능력을 지닌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이상할 정도로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안타까워 저자인 “리델 하트”는 스키피오를 평가하는 <역사의 천칭>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역사의 무대에 나오자 마자 치루어 그의 화려한 경력의 시발점이 되는 ‘카르타 헤나 전투’를 포함한 수많은 전투들, 그리고, 한니발의 전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한니발을 격퇴한 ‘자마전투’, 그리고, 로마에게 지중해 제패라는 결실을 안겨준 ‘소아시아와 그리스 반도로의 원정과 승리’ 중 어느 하나도 스키피오의 섬세한 정치력과, 인간적인 매력, 탁월한 군사적 지휘, 외교적 능력에 의하여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하여, 그렇게 잘 알지 못했던 위대한 인물의 그 위대함을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 그리고 그 위대한 자질을 개인적인 명예를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위대해질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 위대한 인물이 보호하고자 했던 무리들이 휘두른 배신과 배은망덕의 칼에 어떻게 스러져 갔는지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다. 세상의 흐름을 다른 사람보다 앞서 볼 수 있었고, 그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이 가졌던 모든 역량과 자원과 자질을 쏟아부어 발전된 공동체를 만들려고 노력했었고, 그 노력했던 것들이 결과로 나타난 이후에, 그 수혜를 받은 이들에 의해 매도당하고 스러져가는 것이 비단 옛날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고 유사이래 셀 수도 없이 일어났으며, 그리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현실을 보노라면,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문구가 이처럼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