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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떠나는 눈의 여행길 [한국소설-눈의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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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물어가고 있는 때에 눈의 이야기를 읽었다. 꼬박 하루 동안 눈 속을 헤매다가 다시 지금의 가을로 돌아온 기분이다. 그것도 멀리 일본 땅의 지독한 눈 속을 돌아다니다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의 남쪽 땅이기 때문에 특별한 계획을 갖지 않는 한 이 소설 속과 같은 눈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다 한 번씩 푸짐한 눈을 보게 되는 때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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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저물어가고 있는 때에 눈의 이야기를 읽었다. 꼬박 하루 동안 눈 속을 헤매다가 다시 지금의 가을로 돌아온 기분이다. 그것도 멀리 일본 땅의 지독한 눈 속을 돌아다니다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의 남쪽 땅이기 때문에 특별한 계획을 갖지 않는 한 이 소설 속과 같은 눈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쩌다 한 번씩 푸짐한 눈을 보게 되는 때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 소설처럼 눈 속에 며칠씩 갇힌다거나 몇 달 동안 눈 속에서 사는 일이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나에게 눈은 아직까지 낭만이다. 눈이 내려서 질척거린다고 해도, 쌓여서 교통이 마비된다고 해도, 내린 뒤 얼어버려서 불편하게 된다고 해도, 나에게 눈은 어쩌다 만나보게 되는 자연의 은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대녕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환상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이번에도 그랬다. 눈이 내리는 일본 땅을 나도 작가를 따라 고스란히 떠돌다 온 것만 같다. 내가 이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나를 자신의 여행에 고스란히 동참시키는 능력,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나는 오늘 오후를 이 여행에 몽땅 바쳤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는 너무 안타까워 속이 상할 지경이었다.

아픔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나만큼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자신의 아픔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의 아픔도 자신의 아픔만큼 느끼고 그려낼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 소설가는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마음 속에 깊은 아픔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작가와 이렇게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는 내 아픔을 이토록 잘 쓰다듬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서로 아픔을 나눠 갖는 것만이 애정이나 진실이 아니더군요. 그보다는 나중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결국은 진실에 보다 가까운 거예요."(272p) 책 마지막에 나오는 주인공의 '외사촌 누이'가 하는 말이 내가 감추어 두고 있었던 아픔을 깊이 찔러 주었다.

이 작가의 예전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나는, '내가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시집을 읽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은 생각을 했다. 아마도 다가오는 올 겨울 눈을 보게 된다면 나는 이 책을 소설이 아니라 시집으로 기억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03.11.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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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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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기본적인 자신을 성립한다. 또한, 어느정도 정체성이 확립되면 자기자신을 타인에게 투영하게 된다. 역지사지, 동병상련.. 허나,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기때문에 그 감정을 자기자신의 것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이 소설의 발단부는 너무 빠른 전개를 보인다. 읽는 이는 순식간에 전개되는 상황에 조금 어리둥절할지도 모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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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기본적인 자신을 성립한다. 또한, 어느정도 정체성이 확립되면 자기자신을 타인에게 투영하게 된다. 역지사지, 동병상련.. 허나, 인간은 이기적 존재이기때문에 그 감정을 자기자신의 것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이 소설의 발단부는 너무 빠른 전개를 보인다. 읽는 이는 순식간에 전개되는 상황에 조금 어리둥절할지도 모른다. 그 극도로 동적인 전개아래, 극도로 정적인 인물을 내세운 것 또한 매우 눈길이 가는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비 상식적인 발단이 끝나면, 이제 책의 제목처럼 주인공은 알지 못하는 독자가 걸었던 ''눈''의 여행길을 재답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동안 그는 미상의 독자가 느꼈던 것, 그리고 보고 들은 것을 그 나름대로의 형태로 받아들이고, 미상의 독자를 이해함과 동시에 그 상황에 자기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개의 사건은 눈을 좇는 주인공이라는 매개를 통해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되고, 종국에는 그 나름대로의 종착점에 이르게 된다. 이미 세상에 존재치 않는 아이를 찾는 어미와,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아이를 둔 아비. 이 두개의 사건은 한 사람에 의해 그 행보를 결정하게 된다. 내용의 귀결은 읽는 이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도록 하자. 간만에 읽은, 색다르지만 아련한 여운에 남는 소설이었다. 마치, 앓던 이가 빠진 후의 조금은 공허하지만 개운한, 그런 느낌처럼_
YES마니아 : 로얄 Z****a 2006.11.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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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과 같이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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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에이전시 직원의 권유로 글을 쓰기 위해서 그에게 온 숫자놀이 책과 편지를 받아 들고 일본에 ‘눈’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숫자놀이 책에게 10개의 이야기 판으로 어떤 여인이 아이와 여행을 하면서 적은 것이었다. 주인공은 사촌누이와 그에게서 태어난 아이 ’수’와 몇 년 전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눈의 아이’를 찾아 떠난다. 정말 눈같이 하얀 소설이다. 내가
"하얀 눈과 같이한 소설" 내용보기
주인공은 에이전시 직원의 권유로 글을 쓰기 위해서 그에게 온 숫자놀이 책과 편지를 받아 들고 일본에 ‘눈’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숫자놀이 책에게 10개의 이야기 판으로 어떤 여인이 아이와 여행을 하면서 적은 것이었다. 주인공은 사촌누이와 그에게서 태어난 아이 ’수’와 몇 년 전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눈의 아이’를 찾아 떠난다. 정말 눈같이 하얀 소설이다. 내가 사는 여기는 어쩌다 한번 눈이 한 번 내리는 곳으로 누군가 한번 떠나면 언제 어디서 볼지 모르는…기약 없는 약속만 하고 떠나는 곳이라 여기게 되는 것 같아 이 작품 속의 눈은 이곳에서 더욱 더 그리워 진다. 그리고 눈이 마냥 기다려 진다. 언제 내릴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추억과 여운을 만들고 싶다. 그가 혼자 한 여행은 꼭 누군가를 같이 동행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이곳 저곳에서 여러 추억의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지 모르다. 그들과의 헤어짐 또한 그의 아이 ‘수’ 와 헤어짐 처럼 슬프다. 우리 모두는 눈처럼 각 각 떨어져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고 그리고 사라지는 그런 혼자만의 여행자가 아닌가 싶다. 바로 그런 존재가 인간의 삶일 것인지도 모른다.

[인상깊은구절]
오늘이 바로 그 전생인지 몰라. 과거와 미래라는 것도 결국은 현재라는 시간에 한 줄로 묶여 있는 거잖아. 영원이란 이름으로. 살다 보면 오늘이 어제고 내일이 오늘인 경우가 허다해. 사람들은 그렇다는 걸 잘 모르지.(P 131) 나라는 존재도 이 무량히 퍼 붓는 눈송이 중의 하나가 아닐까?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내가 어디에 비롯됐는지 몰라도 다 함께 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하마께 쌓여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 내가 한 송이 눈이 되어 떠돌 때 가슴에 품고 있는 상처나 고통도 세상과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느 따뜻한 봄날이 오면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다. 다시 눈이나 비가 되어 세상을 다시 찾을 때까지. (P. 233) “음 멋있어. 근데 눈이 다 녹으면 그 애들은 어디로 가?” “어… 봄이 되면 눈과 함께 다들 푸른 하늘로 올라가. 그리고 겨울까지 기다렸다가 도 눈이 내리면 함께 내려와서 얼음 집을 짓고 사는 거야.” (P. 263)
p*******r 2003.1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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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겨울을 시작하기 전에,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내용보기
1. 첫눈을 내리지 않은 겨울은 아직 겨울이 아니다. 여행을 계획하지 않은 휴가는 아직 휴가가 아니다. 2. 이틀 저녁에 나누어 읽는다. 그 이틀이 편안했다. 내 책읽기의 근본 목적이 삶의 '편안함'에 있으니 좋은 책읽기 였음이 확실하다. 눈 속에 들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 노래를 불러 주자 울음을 그치는 아이... 아이를 잃은 엄마가 걸어간 발 끝에는 눈이 녹아 있을 터였고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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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눈을 내리지 않은 겨울은 아직 겨울이 아니다. 여행을 계획하지 않은 휴가는 아직 휴가가 아니다. 2. 이틀 저녁에 나누어 읽는다. 그 이틀이 편안했다. 내 책읽기의 근본 목적이 삶의 '편안함'에 있으니 좋은 책읽기 였음이 확실하다. 눈 속에 들리는 아이의 울음 소리. 노래를 불러 주자 울음을 그치는 아이... 아이를 잃은 엄마가 걸어간 발 끝에는 눈이 녹아 있을 터였고 그건 엄마의 뜨거운 눈물임이 너무도 자명하다. 열개의 무덤을 만들면서 아이를 떠나보내는 엄마의 상심은 도저히 달랠 길이 없다. 3. 한때는 윤대녕을 열심히 읽었고 한동안은 소원했다가 다시 그의 책을 기다리는 독자가 된 것이 반갑다. 기다리는 책이, 기다리는 작가가 있음은 사는 일에 한 가지 행복을 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4. 첫 눈이 내리기 전에, 겨울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읽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상깊은구절]
이 소설은 아키타 현에 속해 있는 요코테라는 작은 도시에서 썼는데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밤낮으로 눈이 퍼붓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 혼자였으므로 고독하고 행복한 순간이 매일 똑같이 되풀이되었다.
b****3 2003.12.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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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렸다가 녹는 눈과 같은 찰나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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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기행 소설이다.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재구성한 이번 작품의 출생이력은 한 여자의 여행일정을 주인공이 되짚어간다는 소설의 줄거리 구조와 닮았다. 이야기는 소설가인 ‘그’가 저작권 관리 에이전시의 직원 ‘케이’로부터 일본에서 부쳐온 숫자놀이 책 한권을 건네받는 데서 시작된다. 대개의 유아용 책이 그렇듯 페이지에는 흰 공백이 넓게 남아있고, 거기 한 여자의 여행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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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기행 소설이다.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재구성한 이번 작품의 출생이력은 한 여자의 여행일정을 주인공이 되짚어간다는 소설의 줄거리 구조와 닮았다. 이야기는 소설가인 ‘그’가 저작권 관리 에이전시의 직원 ‘케이’로부터 일본에서 부쳐온 숫자놀이 책 한권을 건네받는 데서 시작된다. 대개의 유아용 책이 그렇듯 페이지에는 흰 공백이 넓게 남아있고, 거기 한 여자의 여행일지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케이’의 회사는 ‘그’에게 일본으로 떠날 것을 강권한다. 부진에 빠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작가에게 전환점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다.

주인공이 탄 비행기가 니가타 공항에 도착하면서 소설의 시점은 1인칭으로 바뀐다. 자신을 “눈의 감옥에 갇혀 살고 있는 무기수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 여자는 보름 남짓 눈 덮인 일본 동북부 지방을 떠돌았다고 책 속에 기록했다. 소설가는 그 발자취를 따라 아키타 주변 지역을 전전한다. 그리고 여자가 ‘이빨이 열 개쯤 났을 때’ 세상을 떠난 아기의 영혼과 함께 여행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한때 외사촌 누이와 사랑에 빠졌던 ‘나’의 내면에 눈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는 아픔이다. 대학원을 다니던 누이가 근친간의 사랑이 낳은 아기 ‘수’를 데리고 일본으로 떠나버렸던 것이다. 두 여행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길이 순탄할 수는 없는 일. 아키타에서 떠난 여자는 오가반도, 다자와코, 요코테, 가쿠노다테 등지를 차례로 방문했다가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래서 소설 속에 담긴 비밀을 푸는 열쇠는 ‘역진행’이라는 단어인데, 이런 역진행의 연속은 “퍼즐을 풀다 보면 늘 되풀이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눈이라는 배경이 하는 역할이 크다. 오히려 플롯은 부차적인 것이다. 눈과 관련된 서정적 분위기와 눈 속에서의 부활 만이 이 소설의 큰 특징일 것이다. 작가는 눈에 대한 소설을 쓰면서 잠깐 내렸다가 녹는 눈과 같은 찰나의 인생을 얘기하고 기행 소설임에도 ''가족의 해체''라는 테마도 집고 싶었는지 모른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황량한 일본 소도시의 풍경들이 흩날리는 예전의 조성모의 뮤직 비디오에 나오는 그런 풍경이 눈발과 함께 떠오르는 듯하다. 그 정도로 작가의 묘사는 세밀하고 아름답고 또한 슬프다.
s****j 2007.01.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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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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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날아온  편지에 따라 일본에 눈 여행을 떠난다. 편지의 일정을 따라 움직이며 많은 눈을 만나게된다. 내용이 그닥 매력적이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촉촉한 눈에 젖어들면서 나도 눈에 빠진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면 눈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눈이 갖고있는 신비한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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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 날아온  편지에 따라 일본에 눈 여행을 떠난다.

편지의 일정을 따라 움직이며 많은 눈을 만나게된다.

내용이 그닥 매력적이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촉촉한 눈에 젖어들면서

나도 눈에 빠진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면 눈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눈이 갖고있는 신비한 매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3****g 2008.11.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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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녕표 몽롱함이 부풀린 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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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눈과 관련한 가장 강렬한 경험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어느 해인가 지금의 아내와 함께 강릉에 살고 있는 한 선배를 찾아갔던 것 정도가 아닐까.(선배의 옥탑방에는 문조차 달려 있지 않은 작은 창이 있었는데 그 밤 소주를 마시며 어느새 눈이 내렸고, 폭설처럼 취한 눈으로 바라본 작은 창은 눈으로 아주 도배가 되어버려 옆의 진짜 도배된 벽과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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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눈과 관련한 가장 강렬한 경험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어느 해인가 지금의 아내와 함께 강릉에 살고 있는 한 선배를 찾아갔던 것 정도가 아닐까.(선배의 옥탑방에는 문조차 달려 있지 않은 작은 창이 있었는데 그 밤 소주를 마시며 어느새 눈이 내렸고, 폭설처럼 취한 눈으로 바라본 작은 창은 눈으로 아주 도배가 되어버려 옆의 진짜 도배된 벽과 분간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조금만 더 생각해볼까. 눈이 수북한 시골 할머니집의 볏집에 불쑤시개를 찔러 넣다가 불을 지른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은... 그도 아니라면 어느 해 추운 겨울 눈 내린 골목길, 술에 가득 취해 혹은 초저녁부터 정적 속에 내린 눈에 환호작약 취해 손깍지를 걸어 미끄럼을 태우던 어떤 여자에 대한 기억? 한 두 해 전인가 갑작스런 폭설 속 한강에 떠있는 카페에서 꽤 무서운 마음으로(지구가 멸망하는 순간 세상의 색이 저럴 것 같아,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바깥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 것은... 대략 살펴보아도 이런저런 기억들이 흩날리는 눈발처럼 떠오른다.(봄에 왠 눈, 이라고 여겨지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소설은 내내 눈 속에서 진행되는데...) 소설은 눈과 아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쭈욱 진행된다. 하지만 그 진행의 방향이 플러스의 방향인 것만은 아니다. 소설의 진행 또는 시간의 진행, 여행의 진행은 플러스의 방향과 마이너스의 방향을 수시로 넘나든다. 그것이 우리의 삶을 닮아 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의 순차적인 진행은 삶을 심플하게 요약하는 경우에만 유의미하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또한 내 삶의 진행 방향이 항상 정의 방향이라는 가설 속에 또는 착각 속에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중의 주인공인 내가 에이전시인 K에게서 넘겨받은 숫자놀이 책에 적힌 경로를 따라가는 과정은 이처럼 더께가 두둑한 삶의 중첩을 보여준다. 이러한 더께의 두둑함은 주인공이 돌아다니는 일본의 북부 지역, 일년의 육개월은 풍성한 눈으로 가득한 지방이라는 설정으로 더욱 든든해진다. 대략 소설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소설가인 나는 에이전트 회사 직원의 방문을 받는다. 밀린 글쓰기의 독촉으로 여겨졌던 그 방문에서 나는 일본에서 보내진 편지(와 여행 메모가 들어있는 유아용 숫자놀이책)를 넘겨 받는다. 그리고 반강제적으로 숫자놀이책에 실린 루트를 따르는 여행을 종용당한다. 그리고 시작되는 눈의 여행. 나는 여행 중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는데, 이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운 소리의 울림은 자신과 외사촌누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수, 라는 아이와 겹쳐지면서 증폭된다. 그리고 지금 외사촌누이와 수는 도쿄에 살고 있다. 약간의 추리소설적인 측면을 동반하고 있는 소설은 처음에는 도무지 그 원인과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준다.(때때로 이러한 아귀맞음은 오히려 거슬려보이기까지 한다) 편지를 보낸 이의 정체, 편지를 보낸 이의 사연, 내가 여행을 감행한 결정적인 이유, 나의 사연 등 조금씩 등장인물들의 상황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눈이라는 매우 자극적인 소재(내게 눈은 어쩐지 너무 자극적이다)가 윤대녕의 몽롱한 문체와 만나 조금쯤 몸피를 부풀리고, 거기에 추리적인 요소나 시간의 중첩, 과거 회상과 같은 요소들이 가미되어 한 편의 소설이 만들어졌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04.12.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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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다,떠나다,이해하다,품어두다,쉬다
"버리다,떠나다,이해하다,품어두다,쉬다" 내용보기
나를 버리고 싶을 때, 나를 버려야만 했을 때, 난 한번도 멈추고 서서 뒤돌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버리지 않고 들고 뛰기, 버려야만 할 것 같으면 그냥 먹고 소화시켜 버리기, 그렇게 끌어안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녀는 버리기로한 그것을 버리는 대신에 자신을 버리고 눈처럼 가벼워 졌다 보다. 한없이 무겁게 눈을 그리고 있는 여행자에게 눈이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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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버리고 싶을 때, 나를 버려야만 했을 때, 난 한번도 멈추고 서서 뒤돌아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버리지 않고 들고 뛰기, 버려야만 할 것 같으면 그냥 먹고 소화시켜 버리기, 그렇게 끌어안고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그녀는 버리기로한 그것을 버리는 대신에 자신을 버리고 눈처럼 가벼워 졌다 보다. 한없이 무겁게 눈을 그리고 있는 여행자에게 눈이 얼마나 가벼운 존재인지를 이야기 하고 싶다. 고해성사 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자신과의 싸움과 타인과의 화해, 자신을 향한 용서와 타인을 인정하는 겸허함까지 정지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움직이고 있는 눈은 가볍게 이모든 것들을 승화시켜 마음 속에 하나 둘 아직은 어린 영혼을 쉬게 해줄 공간 눈의 집을 지어주고 있다. ------초반에 등장한 K와 그 아이가 너무 강열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 치곤 별다른 비중이 나타나고 있지 않아 좀 아쉽다. 또한, 수의 엄마가 처음 일본에 정착하게된 집이 바로 그녀의 집임을 암시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닐까?
m******s 2003.11.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