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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글감을 찾아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단순하게 보일 수 있지만, 적지 않은 내공과 글 훈련이 되지 않으면 읽을만한 글을 생산해내기가 쉽지 않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대학교 졸업 무렵까지 10년 넘게 일기를 썼다. 기록한 분량만 네 권 정도 되고, 군대에서까지 일기를 썼으니 어떻게 보면 글 훈련이 될 만도 했다.
그런데, 지금 그때의 일기를 들춰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낯부끄럽다. 일상에 있었던 일을 쓰고 있지만, 단순히 경험했던 사실을 쓰는데 바빠서 글의 미적 요소는 어디를 봐도 찾을 수가 없다.
단어도 채 수백 단어를 넘지 않는다. 표현도 초등학생스럽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묘사하려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일기를 쓰는 것이 글쓰기에 도움이 되려면 글을 잘 쓰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다못해 학교 수업 시간에 글짓기를 할 때도 글을 잘 쓰고자 하는 노력이 수반되는데, 어떻게 내 젊은 날의 일기는 논리와 수사가 전적으로 결여된 글이었을까. 논리가 필요한 주제는 일기의 소재가 아니었고, 수사는 인식의 지평에 존재하질 않았으니 10년 넘는 글쓰기 훈련의 기회를 헛되이 소비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에 와서 주로 정보를 담은 글을 쓰는 데는 익숙하지만, 사연을 정리하고, 현상을 묘사하는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런 훈련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소설이나 수필도 잘 읽지 않으니 그런 감각이 모자랄밖에…
박완서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주변의 일상과 사람들 이야기를 소재로 얼마나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표현과 문장으로 대상을 묘사할 수 있는가가 그 사람의 삶의 풍성함과 비례하지 않을까. 깊이 느끼고 공감하지 않으면, 그 정도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테니까.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작가 박완서의 단행본은 읽은 적이 없다. 다만, 몇몇 글 모음집에서 그의 글을 잠깐씩 접해본 게 전부인데, 글의 느낌이 따뜻하고 문장이 정겨워서 그의 글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우선 수필집을 접하게 되었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그의 글은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어릴 적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로 느껴진다. 그의 문장은 살아온 삶의 태도와 정신이 반영되어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인생을 사느냐가 당연히 누군가의 글과 작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