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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인간의 가장 존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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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펼치면 현대문화가 아이스크림이라면 인간의 노동은 뭘까? 라는 질문을 만날 수 있다. 답은 물이었다. 소비문화의 시대에서 아이스크림의 맛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어느 누구도 맛없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근본 중의 근본 재료가 신선한 물의 맛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현대문화 즉 물질주의 때문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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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펼치면 현대문화가 아이스크림이라면 인간의 노동은 뭘까? 라는 질문을 만날 수 있다. 답은 물이었다. 소비문화의 시대에서 아이스크림의 맛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어느 누구도 맛없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근본 중의 근본 재료가 신선한 물의 맛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러한 현대문화 즉 물질주의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장인’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의 부제는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이다. 생각하는 손은 달리 '손맛‘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우리가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장인(匠人)은 단순히 일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 장인은 마스터 목공이나 마스터 연주자처럼 숙달된 기능을 한다. 마스터가 되기 위해서 장인은 ‘1만 시간’가량의 실습을 해야만 한다. 그런가 하면 장인은 플라톤이 말한 ‘아레테’이다. 아레테는 모든 일의 이면에 자리하는 최고의 품질 목표, 그 최고의 경지를 말한다. 하지만 장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은 저자가 말한 대로 ‘craftsman'일 것이다. 저자는 craft를 실기(實技)라고 하면서 기술(technique), 기능(skill), 일(work)이라는 세 가지 용어의 의미장 관계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일 자체를 위해서 일을 잘 해내려는 욕망’은 양가적이다. 즉 판도라와 헤파이스토스다. 판도라가 인류를 공도동망(共倒同亡)으로 몰고 가는 화려한 해악이다. 반면에 헤파이스토스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수줍은 일꾼이다. 일찍이 한나 아렌트는『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노동을 주목하면서 ‘누구든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자기 일터의 주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나 아렌트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을 ‘아니말 라보란스(Animal laborans)’와 ‘호모 파베르(Homo faber)’로 구분했다. 아니말 라보란스가 ‘일하는 동물’이라고 한다면 호모 파베르는 ‘제작자(manmaker)’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아니말 라보란스는 ‘어떻게?’라는 질문밖에 하지 않는 반면 호모 파베르는 ‘왜?’를 묻는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한나 아렌트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판도라에 본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공격적인 ‘문화적 물질주의(cultural materialism)’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물질주의는 물질만능주의와는 다른 이미지다. 그것은 우리가 컴퓨터나 자동차 같은 물건을 쓰면서도 정작 그 물건에 대해서는 모른 체 사회적 규범과 경제적 이해로만 본다는 것이다. 이는 물건에 담긴 인간의 모습을 외면시한 결과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드는 물건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배울 수 있다는 것’과 ‘물질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물질문화는 장인들의 물질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물질의식은 변형, 존재 그리고 의인화라는 세 가지 핵심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첫째, 변형(metamorphosis)은 작업자의 조치가 바뀔 때 마다 바로바로 나타나는 것인데 이때 작업자의 생각에 따라 변형된다는 것이다. 둘째, 존재(presence)는 ‘이걸 만드는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는 의식으로 물건에다 제작자 표시를 남기는 것이다. 셋째, 의인화(anthropomorphosis)는 인간의 특성의 특성을 떠올리며 물질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행위다.

 

이러한 장인의 물질의식 때문에 인간의 신체부위에 있어 손의 가치는 주목할 만하다. 칸트는 “손은 마음이 이르는 창문”이라고 했다. 저자는 손의 다양한 가치를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다. 그중에서 먼저 무언가를 잡는 행위에 있어 ‘프리헨션(prehension)’을 말했다. 이는 우리가 어떤 물건에 대한 감각정보를 획득하기 전에 몸이 미리 준비해서 움직이는 동작을 말한다. 정신적으로 우리가 어느 개념을 이해하게 될 때 ‘파악한다’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표현하는 감각을 말하면서 작곡가나 연주자는 ‘내면의 귀’로 듣는다는 것은 근거 없는 은유이며 허상이라고 했다. 소리가 울릴 때 진실이 드러나는 데 음악가가 잘못을 알게 되는 것은 바로 내 손끝에서 잘못을 느낄 때라는 것이다. 그리고 집중의 리듬에 있어 눈과 귀는 템포를 만들어가며 우리가 긴 시간 동안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장인의 역사를 보더라도 손과 멀리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이것은 마치 음악에 있어 ‘이삭 스턴 (Isaac Stern)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가인 스턴은 기법이 좋아질수록 반복 연주를 지루해하지 않고 오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근대에 이르러 기계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정신적 이해가 단절되는데 이른바 현대문명에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이 그것이다. 가령, 건축설계에 있어 손으로 하는 스케치는 건축현장이 마음속에 새겨진다. 반면에 CAD로 하는 작업은 체득지식(embodied knowledge)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결국 CAD의 오용은 손과 머리가 분리되었을 때 머리가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CAD의 오용을 확대해보면 현대 사회가 직면해있는 판도라의 문제를 깨달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복합적이다. 우선적으로 사회적 조건이다. 누구나 장인의 능력이 있으며 별로 정도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삶의 질은 동기와 열망이며 사회적 조건에 의해서 좌우된다. 그러나 사회적 조건이 완벽주의와 경쟁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강박적 관념이 문제가 된다. 완벽주의라는 것은 자기 자신과 끝없이 경쟁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첫째, 강박적 집착은 고착과 경직을 부를 위험이 있다. 둘째, 구별 짓는 표시로 우월함을 나타내기도 하겠지만 사회적으로 고립과 단절을 부추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장인의식은 산업사회에서 기계와 싸움에서 패한 것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보다는 장인의식이란 앞서 말했듯 ‘인간의 기본적 충동이며, 일 자체를 위해 일을 잘해내려는 욕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아름다운 악으로 불리는 판도라보다 굽은 발로 절룩거리는 헤파이스토스에서 자부심을 찾고 있다. 비록 절룩거릴지라도 그는 그 자신이 아니라 자기 일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저자는 헤파이스토스야말로 우리 자신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존엄한 인간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p******0 2010.09.13.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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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가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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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헤겔상, 2008년 게르다 헨켈상, 2010년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장인』. 지난날 인간은 장인의식을 통해 삶의 의미는 물론, 자부심을 느끼며 일과 어우러져 살았다. 그러나 오늘날 장인의식을 떠받드는 사회적 현상이 실종됨에 따라 장인도 사라져갔다. 이 책은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장인론을 세우고 있다. 상고 시대 도공부터 디지털 시대 리눅스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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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헤겔상, 2008년 게르다 헨켈상, 2010년 스피노자상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 리처드 세넷의 『장인』. 지난날 인간은 장인의식을 통해 삶의 의미는 물론, 자부심을 느끼며 일과 어우러져 살았다. 그러나 오늘날 장인의식을 떠받드는 사회적 현상이 실종됨에 따라 장인도 사라져갔다. 이 책은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장인론을 세우고 있다. 상고 시대 도공부터 디지털 시대 리눅스 프로그래머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장인 분석을 통해 실종되어버린 장인의 가치를 재정립한다. 별다른 보상이 없더라도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세심하고 까다롭게 일하는 장인으로서의 인간의 원초적 정체성을 되살려내고 있다.

장인정신이란 어찌보면 고지식하고 자기 일에만 메달려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일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거나 그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장인정신인 것이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 맞는 장인정신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보고 우리가 생각하던 장인 정신이 맞게 생각하던 것인지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h***s 2010.08.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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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개, 리처드 세넷의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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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장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 성장하는 과정을 조목조목 분석해 나간 책입니다.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동시에 주체적으로 기술을 익혀 나가는 사람이 밟아 나가는 기술 습득 단계를 상당히 체계적으로 설명하는데그 설명이 쉽고 친근하여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습득과 성장에 관한 설명이 참신하고도 범인류적인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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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장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 성장하는 과정을 조목조목 분석해 나간 책입니다.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동시에 주체적으로 기술을 익혀 나가는 사람이 밟아 나가는 기술 습득 단계를 상당히 체계적으로 설명하는데그 설명이 쉽고 친근하여 책장이 잘 넘어갑니다. 습득과 성장에 관한 설명이 참신하고도 범인류적인 스케일에 적용가능한 면들을 다루고 있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에 대입해보기가 좋았습니다. 알고만 있었던 것들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구나'하며 놀란 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 책이 언급하고 있는 '저항의 순간에 대처하는 태도'라는 것이 사람이 성장하는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번역된 책들은 어투가 은근히 어려워 읽기가 꺼려지는데 번역도 참 잘 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이 깨끗하면서도 감각적으로도 강렬하게 읽혔어요.


절판된 것이 참 아쉽습니다.


이때까지 읽었던 책들 중 모든 면에서 가장 강렬하고 명료했습니다. 참 많은 페이지에서 공감하고 또 공감했으며 앞으로 살아가는 방향에 대한 지침도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a********5 2012.12.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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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장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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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세넷 지음, 김홍식 옮김 '장인 -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중에서 (21세기북스(북이십일)) (아래는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월간지인 'Luxmen' 창간호(10월호)에 실린 '예병일의 一日不讀書' 코너의 글입니다. 경제노트에서 한번 소개한 책인데 조금 더 길게 다시 소개했습니다. '럭스멘'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새로운 도전은 항상 아름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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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세넷 지음, 김홍식 옮김 '장인 -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중에서 (21세기북스(북이십일))

(아래는 매일경제신문사의 경제월간지인 'Luxmen' 창간호(10월호)에 실린 '예병일의 一日不讀書' 코너의 글입니다. 경제노트에서 한번 소개한 책인데 조금 더 길게 다시 소개했습니다. '럭스멘'의 창간을 축하합니다. 새로운 도전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완연한 가을입니다. 이 가을, 내가 추구하고 있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는 시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추석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예병일 드림.)

 

가을이라는 계절은 우리를 잠시 멈춰 서게 한다. 그래서 좋다. 바삐 걷던 걸음을 멈추고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걸어갈 길을 생각한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고 있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삶은 직업과 일에 대한 것. 일을 하는 직업인으로서, 삶의 가치는 결국 ‘일의 의미’에 대한 문제이다. 이 직업이나 일을 뜻하는 단어에 '커리어'(career)와 '잡'(job)이 있다. 비슷한 듯 하지만 그 의미는 다르다.

“지금 직업이나 경력이란 뜻의 영어 낱말 '커리어'는 옛 영어로는 잘 닦아놓은 길이라는 뜻이었다. 반면 지금 일자리나 일거리란 뜻으로 쓰는 '잡'(job)은 때에 따라 이리저리 나르고 가져다놓는 석탄덩이나 장작더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422p)

사전을 찾아본다. 커리어는 '보통 시간이 흐를수록 책임도 커지는 직종의 직업, 직장 생활'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A career is the job or profession that someone does for a long period of their life"라는 설명도 있다. '인생의 오랜 시간 동안'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잡은 '정기적으로 보수를 받고 하는 일, 직장, 일자리'로 기술되어 있다. 영영사전에는 "A job is the work that someone does to earn money"라고 설명되어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커리어’를 갖고 있는가 아니면 ‘잡’을 갖고 있는가. 나는 지금 ‘잘 닦아놓은 길’을 행복하고 충만한 모습으로 오랜 시간 동안 걸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정신없이 석탄덩이를 이리저리 나르고 있는가…

현대사회로 오면서 우리의 일은 점점 더 '기능적'으로 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돈벌이를 위해' 이런 저런 기능을 배워놓았다가 석탄덩이를 옮기듯 필요할 때 그때 그때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사회의 시스템이 그런 모습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걸 알지만, 그건 허전하고 아쉬운 일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일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가 자신의 일터의 주인이 아니라면, 그건 너무 서글픈 일이다.

노동사회학자인 리처드 세넷 뉴욕대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의 모습, ‘장인’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작업장에서 나무에 익숙한 솜씨로 칼집을 내고 있는 목수,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조교, 공연장에서 리허설에 여념이 없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얼굴에서 장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일 자체를 위해 일을 훌륭히 해내는 데 전념하고 있는 이들 목수와 실험실 조교, 지휘자는 모두 장인들이다. 이들이 공들여 하는 일은 생활과 직결된 일이지만, 그렇다고 목적이 따로 있는 수단인 것은 아니다.”(44p)

‘몰입’은 이런 장인의 특징이다. 그럭저럭 살아가는 삶도 많지만, 장인은 자신의 일에 몰입하며 살아간다. 그 몰입에서 ‘고도로 숙달된 기능’이 나온다. 마스터 목공이나 마스터 연주자의 기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가량의 실습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은 그래서 장인들만의 세계다.

“기능이 높은 단계에 도달해 일단 일이 원숙해지면, 자신이 하는 일을 느낌으로 알게 되고 일에 대한 생각도 깊어진다. 이렇게 높은 단계에서의 기술은 더 이상 기계적인 활동이 아니다.” (46p)

번득이는 재능을 갖춘 신참 의대생들과 여러 해 동안 경험을 닦은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두 집단의 임상치료 기능을 비교한 사례가 책에 나온다. 예상대로 경험 있는 전문의들의 진단이 더 정확했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이다.

전문의들은 환자의 특이한 증상이나 특수성을 좀 더 개방적으로 볼 수 있었지만, 의대생들은 환자 개개인에게 교과서에 나온 일반적인 기준을 형식적으로 적용하는데 그쳤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경험이 부족한’ 의대생들의 한계이자, 인생의 오랜시간 동안 몰입해 ‘자신의 일에 정통한’ 장인들의 힘을 보여주는 예다.

장인의 모습은 어떨까. “장인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계속 원숙해져가는 그의 기능이다. 단순한 모방이 주는 만족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인이 장인다우려면 기능은 계속 진화해야 한다. 실기작업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거기서 만족이 생긴다. 반복하는 일이 몸에 익으면서 기능은 내 것이 된다. 이렇게 더디게 굴러가는 작업시간에서 깊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게 가능해진다.” (468p)

장인은 자신의 일을 통해 두 가지 보상을 얻는다.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어 세속의 현실에서 발 디딜 데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자기 일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 이 두 가지가 세넷 교수가 말하는 장인이 얻는 보상이다.

우리가 이 시대에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는 물론, 지금처럼 가끔은 멈춰 서서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잘 할 수 있고 사회에 '가치'를 더해 기여할 수 있는 분야에서 ‘삶의 오랜 기간 동안’ 종사하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모습. 내가 선택한, 동시에 내게 주어진 일에 몰입해 숙달된 경지에서 훌륭히 해내고, 항상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려 노력하는 자신에게서 존엄한 인간의 얼굴을 발견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

이 가을에, 그런 ‘장인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y***o 2011.04.0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