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대한민국엔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민주주의를 군화발로 뭉개버리고 근 20년간 오로지 돈을 위해 한국을 채찍질한 박정희. 그는 총맞아 심판을 받았건만, 지금 그의 후예인 당은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되살아나 끊임없이 박정희를 무덤 밖으로 불러내고 있다. 이 책은 박정희 집권시기의 정치, 사회, 경제의 각 부분을 다룬 12편의 논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교적 상세한 자료를 통해 박정희 시대를 논하고 있어 단순한 흑백감정논리로 그 또는 그 시대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은 필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 12편의 논문이 다양한 면을 다루고 있지만 거칠게 조합해 보자면 이러하다. 태생적으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던 박정희 체제는 민주화의 모든 요소를 거세해버리고 오직 산업화만을 추구했으며 '선성장 후분배'란 슬로건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았다. '경제발전'이 아닌 '경제성장'에만 '병영국가'식으로 밀어 붙인 결과 오늘날 한국, 한국시민 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그의 이런 무식한 '경제성장'이 없이도 한국은 완만한 '경제발전'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충분한 여지와 역량이 있었다. 한국사회의 모든 악을 '박정희' 한 사람에게만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를 찬양하는 정신나간 분자들이 적지 않으며 이를 용인하는 사회분위기는 아직도 한국사회가 파시즘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들이 박정희 시대의 특권층도 아니었고 혜택을 본 사람들도 아닌 일반 민중들이란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역사공부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것이 죄라면 죄일까? 부록으로 실린 참고도서와 연표도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 속에 나오는 문장 중 내 가슴을 후벼판 것이 있어서 소개한다. 이 글을 읽은 모두들 이 것만은 기억해 주길 바란다. "역사의 복판에 정의가 없으니, 사회의 핵심에 신뢰가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