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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조사단의 발표가 나올 때 아기 때문에 병원을 다녔는데, 병원 대기 좌석 앞 티브이마다 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앞에 앉은 어르신들의 반응이야 뭐 굳이 적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살아가기엔 너무나 깊고 어둡다. 어두운 우리의 눈과 귀는 항상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천안함 공방이 벌어지던 때는 내가 이 문제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기 힘들 때여서 아직까지도 "1번" 정도밖에는 잘 아는 게 없었는데, 천안함 "컬러 사진 화보"까지 실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됐다. 본문 디자인 면에서는 창비에서 낸 책 치고는 좀 허술해 보이지만 작업할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책이라 그랬을 거라고 이해한다. 꼼꼼한 글도 있고 너무 감정적이다 싶은 글도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상황과 문제거리를 정리해 준 책이 나와주어 고맙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주시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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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아침 신문을 읽고 매일 저녁 뉴스를 보지만 우리가 보는 건 세상의 일부다. 사건 뒤에 감춰지고 숨겨져 미처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 그리고 때론 그 뒷 이야기들이 사건의 성격을 결정짓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부가 나서고, 민간인이 나서고, 국제 사회가 나섰지만 천안함 사건은 아직도 모두가 납득할 만한 뚜렷한 사건의 경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마련이고, 기억에서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천안함에 숨겨진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천안함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겪은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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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 백령도 해상에서 해군 제2함대 소속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들었다. 북한의 도발은 아닌 것 같으며 사고경위를 조사 중이라는 내용을 들으며 나는 다소 건조한 마음이었지만 부디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사고해역까지의 접근이 쉽지 않아 실질적인 구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어쩌면 살아 있었을지도 모르는 장병들의 생명은 하나 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구조 작업을 벌이던 이들의 희생이 잇따름에 따라 기분이 갑갑하던 차에 처음과는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본 사건과 북한의 연계설이 제기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은 모르겠으나 희생자들은 적과 용감이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용사가 되어 있었다.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다소 위험한 주장들까지 난무했다. 이러다가 정말 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노린 것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총선에서의 승리보다도 간절했던 건 전쟁은 막아야만 한다는 당위성이었다. 창비에서 책 한 권을 출판했다.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사건을 조명하는 이와 같은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사실은 조금 의아하다. 우리나라의 역사에는 비밀이 대놓고(?) 많아서 몇 십 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고개를 쳐드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무덤에 들어서는 그 순간까지도 당신은 침묵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이들도 널려 있는 상황이기에,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건을 불문하고 천안함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두려웠다. 그렇다 하여 이 책이 이것은 이것이 정답이다라며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주어진 정보가 많아야 분석도 하고 검증도 한 끝에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은 그 과정이 너무도 힘들다. 일단 정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배가 정확히 어느 선로를 따라 이동했는지, 어느 지점에서 어떠한 원인에 의해 침몰을 한 것인지 따위를 우리와 같은 일반인들로서는 명확히 알 길이 없다. 관련자들의 진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유로이 만나 물어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어딘가 모르게 변질이 되고 있다. 본인들이 어떠한 주장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들의 진술은 결국 처음에는 전혀 대두조차 되지 않던 북한의 공격에 따른 침몰이 어느 순간 대세가 되는 데에 일조한 것만은 사실이다. 북한의 소행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라며 제시된 것들 역시 어눌하긴 마찬가지여서, 북한어뢰체라며 파란색으로 ‘1번’이라 쓰여진 글자를 사진에 새겨주는 스마트폰용 어플이 많은 유저들의 각광을 받기도 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국제사회에서도 우리 정부의 주장은 잘 통하질 않았다. 러시아와 중국 등은 한쪽 주장만을 믿고 사안을 판단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영원한 우방이라며 칭송 받는 미국과 몇몇 극우단체들만이 북한을 제재해야 된다며 격렬한 반응을 보일 뿐이다. 사건의 본질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남은 것은 상충하는 입장간의 이념 대립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정보의 흐름을 막고 의견이 오가는 통로를 막음으로써 오로지 한 가지만이 진실이라 인정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은,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은 아님을 우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이토록 많은 의문점들을 봉합한 채 ‘너는 우리나라 국민이니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바를 믿는 것이 곧 애국이다’라고 우기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의 발로이자, 지난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자의 무지라고 할 수밖에 없다. 명확함은 아니었지만 이제껏 제기된 의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제 가치를 했다고 보여진다. 물론 이 외에도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것들은 많고, 앞으로 전개되어야 하는 점들도 많이 남았다. 어떠한 방향으로 남은 부분들이 나아가느냐는 건전한 소통과 견제가 정착하길 갈망하는 우리 자신의 치열함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