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 이라는 말을 오랜 만에 듣는다. 말과 말 사이의 짧은 틈마저도 자막으로 메꿔야 속이시원한 방송을 일상으로 시청하다보니 말 없는 상태가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요즘이다. 이런 때 침묵에 관한 내용으로만 된 책 한 권을 읽었다.
번역자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최승자 시인이다. 시인이 번역해서 일까? 문장이 더없이 아름답고 정교하다. 의사였던 저자가 침묵에 천착한 이유가 궁금하다. 침묵이 금이라는 격언이 떠오를 만큼 저자는 침묵의 고귀함에 대해 사유에 사유를 거듭한다.
침묵의 모습이라니, 침묵에도 어떤 이미지가 있는가? 저자는 침묵의 존재야말로 창조 이전의 존재이며 침묵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침묵 자체가 가지는 생산성이나 효용성은 없지만 '유용한 모든 것들'보다 더 나은 것이 침묵이라는 것이다. 침묵 속에 놀라운 존재력이 있다는 말로 이 책은 시작된다.
한 어머니가 자신의 딸에 대해 하소연 하고 있었다. 자신도 음악을 좋아하고 요즘 음원차트에도 관심을 가지는 편인데 도무지 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거였다. 딸은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지상파 방송은 물론이고 케이블 방송에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을 본방과 재방송까지 챙겨보고 있으며 유튜브나 다른 매체를 통해 같은 음악을 수십 번, 혹은 수백 번씩 즐겨 듣는다는 것이다. 같은 노래를 옆에서 끝도 없이 들으니 엄마 입장에서 듣기도 싫을 뿐더러 딸이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 같아서 제재를 하고 싶은데 어쩌면 좋겠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상담자는 말하기를, 어머니는 음악을 좋아하고 딸은 사랑한다는 거였다. 사랑하면 질리는 일이 없는 법이니 이어폰을 딸에게 주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며 참 명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의 딸처럼 저자는 침묵을 사랑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다 침묵을 대비시킨다. 침묵과 말, 침묵과 자아, 인식, 역사, 사랑, 인간의 얼굴, 동물, 아기, 노인 농부 등등. 이렇게 주변에 있는 것을 침묵과 함께 생각했다. 저자가 사랑하는 것은 침묵이고 신앙이며 시다. 그리고 오늘이 아니라 예전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침묵은 말에게는 줄타는 광대 밑에 펼쳐져 있는 그물과도 같다."라는 뛰어난 묘사도 있지만 "오직 그리스도만이 말을 진리로 완전히 채울 수 있다"는 말로 종교적 색채가 짙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나왔던 침묵의 세계와 자신이 들어갈 또 하나의 침묵의 세계-죽음의 세계- 사이에서 살고 있다."는 문장처럼 침묵을 깊이 들여다보는 내용에 마음을 뛰게도 하지만 "현대의 저술들 속의 사상은 똑바로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움직임에서 생기는 듯 보인다. 그와는 달리 고대의 저술들 속의 사상은 날면서 원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 마리 새의 움직임에서 생기는 것처럼 보인다."는 주베르의 말을 인용하는 것처럼 고대와 현대를 나누며 고대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인간은 아무런 "효용성도 없는" 고대어를 통해서 순전히 목적 추구적인 세계로부터 해방된다는 것이다."는 말처럼.
침묵에는 분명 힘이 있다. 그러나 침묵 만이 위대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 때가 자주 있었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 안에서 일반화된 사실들이 고귀한 침묵의 반대편에서 작아지고 있을 때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오늘을 비판하고 예전을 높이는 내용도 거듭 반복해서 읽다보니 오늘도 시간이 흐르면 옛날이 될 텐데 오늘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덮어쓰고 있어야하는가 싶었다.
한강 작가의 『흰』이 떠올랐다. 그 책도 흰 빛깔 하나만의 이미지로 짧은 산문 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한 소설을 엮었다. 그 책을 읽으며 조각보 생각이 난다고 했는데 이 책도 비슷했다. 침묵이라는 조각들이 모여 침묵에 관한 책 한 권이 되었다. 평소 생각해보지 않았던 침묵이 왜 고귀하고 위대한지, 침묵과 신앙과 시가 어떻게 어울리는지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까이 있었지만 가보지 않아서 낯설게 느껴진 침묵의 나라에 다녀온 느낌이었다. |
|
침묵에 대해 억지로 여러 개념을 가져다 붙인 글. 거짓말과 자신의 상상을 꼬아서 글로 표현한 것이 이 책이다. 미신적이고 비논리적으로 침묵이라는 개념을 우상화하고 진리화하려는 책이라 읽는 내내 구토감이 들었다. 책에는 헛소리를 그럴듯하게 꼬아서 이야기한다. 명확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뒤틀고 비틀어서 알아듣기 힘들게 하는 것이 글의 본질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게 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바다의 부피가 육지의 부피보다 더 큰 것처럼, 침묵의 부피가 언어의 부피보다 더 크다." 육지의 부피가 바다보다 더 크고, 바다의 지표면 표편적이 육지보다 크지않습니까. 그리고 물리적인 육지와 바다 간의 비교는 전혀 말과 침묵 간의 비교와 연관성이 없습니다. 작가는 무지에 의한 거짓말을 한 겁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보다 더한 거짓말과 요설들로 가득한 글입니다. 과학적 논리적 현실적 비판적인 글을 원한다면 이 책은 절대 사지 마십시오. 침묵을 진리에 준하는 것으로 승화하기 위해 작가의 거짓말과 착각들을 사실인 양 서술한 글입니다. 저는 이 침묵의 세계라는 글을 '망상으로 침묵에 진리라는 속성을 부여하려는 작가가 쓴 억지스러운 우상화.' 라고 정리했습니다. 피카르트의 이 책은 요설로 가득한 망상집에 불과합니다. 우웩. |
|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는 워낙 유명한 도서라서 읽어보고싶다고 생각했다. 최승자 시인의 번역을 통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내용 자체가 매우 쉬운 편은 아니지만, 좋은 번역과 함께였기 때문에 감명깊게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
말에게 침묵이라는 배경이 없다면, 말은 아무런 깊이도 가지지 못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침묵이 언어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 여러모로 의미를 곱씹게 되는 어려운 책이면서도 생각이란걸 끊임없게 하게 하는 힘을 키워나갈수 있게 만드는 유익한 책이라는걸 새삼 느낀다 |
|
침묵의 세계는 유튜브를 보다가 이 책에 대해서 소개를 하여 몇달동안 기다리다가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나서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안에 담겨져 있는 침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된것 같습니다. |
| 막스 피카르트가 침묵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침묵이 단순한 소리의 부재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게 하고 진정한 의미를 찾게 해주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현대 사회의 소음과 분주함 속에서 잃어버린 침묵의 가치를 되새기며, 침묵이 어떻게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를 논의한다. 피카르트의 통찰력 있는 글은 독자들에게 내면의 평온과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사하며, 침묵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닫게 한다. |
|
"언어 속에 들어 있는 이 객관적인 것 때문에 언어 속에는 한 개인이 거기서 끌어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들어 있고, 개인에게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모든 인간의 일생이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까지 지속될 정도로 그 속에는 많은 것이 들어 있다." 침묵이란 말 자체가 상당히 시적인 듯하다. 철학적인 것은 시적이고 시적인 것은 철학적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아주 흥미로웠고 지금도 흥미로운 책이다. 침묵에 대해, 침묵과 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둘 중 어느 하나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고 말과 침묵의 조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말 속에는 침묵이 들어있고 침묵 속에는 말이 들어있으며 둘은 함께하지만 언제나 우린 말만을 인식한다. 소음이 가득한 세상 속에 침묵은 더디고 인식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사회의 소음에 묻혀 사라진 침묵에 대해 그 필요성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하고 더불어 우리 사회의 소음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책은 우리에게 언제나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우리에게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
<침묵>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책 한권이 쓰여질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일인. 말이 있기에 침묵은 존재하고, 침묵이 있기에 말이 존재한다. 서로는 분명 다르지만, 둘은 서로에게 속해 있는 존재다. 침묵에 대해 논하는 저자의 글은 내게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글 그 자체가 어려웠다기보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달까. 하지만 역자의 말대로, 책속 문장 문장을 곱씹게 하는 힘을 이 책은 가지고 있었다. 내가 전혀 생각치 못했던 침묵이라는 행위는 말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단순하게 말하지 않는 행위가 침묵은 아니며, 그 자체가 하나의 말이 될 수 도 있다. 문득 말하지 않는 행위그 자체가 말하고 있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이다. "아기의 언어는 소리로 변한 침묵이다. 어른의 언어는 침묵을 추구하는 소리이다." p.136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쿡하고 박힌 문장이다. 아이의 말과 노인의 말은 다르지만, 책을 읽으며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저자는 "아기의 경우, 말은 침묵으로부터 느릿느릿 나온다. 노인의 말 또한 완만하며 그것은 다시 침묵을 향하여 접근한다. p.137"라고 말한다. 뭐지. 인간에게 침묵이란 무엇일까. 어린아이의 침묵과 노인의 침묵은 현상은 같지만 주는 의미가 다르다. 타인이 보는 모습도 다르고. 같은 행위, 다른 느낌. 침묵이란 것은 무엇일까. 휴대폰 세상이 되며, 우리는 침묵하지만, 더 많은 소리를 듣는다. 아니 잠드는 순간까지도 소리에게 점령당해 있다. 그런 이 사회속에서 침묵은 어떤 의미일까. 많이 어려웠지만, 흥미로웠던 책.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