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음악이나 책에 비해 덜 추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직관적이기 때문에 감상을 하면서 어떤 사유를 수반하지는 않는 듯 하다. 다만 좋은 영화(많은 경우 좋은 소설을 기반으로 한)는 끝이나고 긴 여운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여운이 책을 읽었을 때 만큼 오래가지는 않는 듯도 하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여운도 비례를 하는 것일까?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 노력을 투자해야 하지만 영화는 이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장르 영화는 각기 다른 감상을 주기에 버킷 리스트로 영화를 선정하기가 쉬울 듯도 하지만 정작 어렵기도 하다. 재미로 선정하자면 여러편의 영화를 회자해야할 것이고 억업된 환경에서 감정의 폭발을 느끼게 하는 해방감은 많은 사람이 추천한 쇼생크 탈출도 있지만 빠삐용이 섬을 탈출하는 장면에서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영화들은 통상 이미지의 형태로 기억속에 남아 있는데 단 하나 볼 때부터 이게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대사나 자막도 없었던 영화가 있다. 그렇다고 무성 영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바로 장 자끄 아노 감독의 "불을 찾아서(Quest For Fire) (1982)"이다. 최근에 "이야기 프랑스사"라는 역사책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서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오랜 기억을 깨워주었다. 로니의 소설 "불의 전쟁"을 모태로 하고 있다는 건 "이야기 프랑스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불을 찾아서"를 본 것은 아주 예전이었고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당시에 영화 도입부를 놓쳐서 제목을 못보고 바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왠 원시인들이 나오는데 한 동안 대사도 없고 자막도 없이 연속이 되더니 그냥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무런 대사가 없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영화인가 도대체? 보는 내내 영화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내 두뇌는 정신없이 움직였고 어느 정도 흐른 후에 구석기인 이야기구나 하는 정도만 감을 잡고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보는 내내 내 자신을 빨아 들였던 기억이 새삼난다. 네안데르타인 정도로 보이는 털복숭이들의 습격으로 부족은 가까스로 대피를 하지만 생명줄과 같은 불씨는 꺼지고 언어가 없으니 등장 인물들은 울부 지고… 생명을 위해 불을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아래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영상을 발췌한 것임. 저작권은 영화에 있을 듯 하니 캡쳐해서 올리신 분에게는 양해를 구합니다)
어찌어찌하여 불을 지피고 고기를 구워먹는 종족을 만나게 되는데 아뿔싸 식인종이고...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먹이감으로 걸려있던 다른 부족의 여자도 같이 도피하게 되고 그 여인과의 동행 중 유머를 배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생존이라는 개념밖에 모르던 불을 찾고 있는 이 남자들중 한명이 어찌하여 머리에 돌을 맞고 피를 흘리는데 이 장면에서 남자들은 일상의 일로 생각하는데 여기서 갑자기 여자가 웃기 시작한다. 웃는다는 것이 어떤것인지를 그때 처음으로 배우는 장면도 대사없이 처리되고 있는데 인상적이다.
어찌어찌해서 이 여인의 부족을 만나게 되고 그 부족은 좀 더 문명화된 부족이라 불을 지피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자연에서 불을 구하고 이를 꺼뜨리면 종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이 부족의 남자는 난생처럼 "배움의 기적"을 깨닫게 된다. 이것도 대사없은 상태이니 그 표정이 얼마나 압관인지 모른다.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유레카'라도 외치겠는데 표정과 행동으로 그걸 표현하고 있으니…
이 영화는 장장 6년 동안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인간 본성속에 아뜩하게 잠재되어 있는 원시성과 문명이 시작되는 태초를 느끼게 한다.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고 칭찬하지 않을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