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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둘이서 동경에 갔다. 그곳엔 대학 때 배낭여행을 갔다가 일본에 푹 빠져서 아예 유학을 하고 직장까지 잡아서 푹-눌러 앉아버린 친한 선배가 있는데.. 그 선배가 일본에서 만날 때마다 우리에게 권했던 장소가 있다. 이젠 동경 말고.. 삿포로에 가봐. 삿포로는 겨울도 좋지만.. 여름도 좋아. 꼭 가봐. 몇 번 선배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우리가 꼭 가야될 곳을 못 가고 있는 것 같은 책임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 선배는 삿포로에서 일년 정도 지냈는데 보통 사람들은 겨울 여행지로 가는 곳이지만 여름에 긴팔 입고 다닐 정도로 시원해서 여행하기 좋다는 말을 듣고 여름여행=홋카이도를 마음에 찍어 놓고 있었는데.. 가수 오지은이 여름에 홋카이도를.. 그것도 열차를 타고 일주일 정도 여행한 여행기 책을 냈길래 반가운 마음에 얼른 주문을 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20대 끝자락에 떠난 방랑 같은 여행도 좋았고, 세밀하게 준비하고 간 꼼꼼함 때문에 좋은 정보도 많고, 기차에서 홀로 보내는 호젓한 시간에 . <아.. 저런.. 고독.. 너무.. 좋겠다..>라며 책 읽는 내내 군침을 흘렸다. 결혼 하기 전 아이들을 낳기 전에 가볍게 훌쩍 떠나곤 했던 내 여행이 떠올랐다. (잊고 있었는데.. 그 때는 그걸 몰랐는데..자유로움.. 그 자체로 정말 좋았었네). 이 책을 통해서 대리만족은 실컷 한 듯 하다. 꼭 다른 사람 일기장을 몰래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책으로 처음 안 가수인데 별명이 홍대마녀라고... 할말 다 하지만 간결한 글. 내가 참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다. 만든 음악도 언제 찾아서 한 번 들어봐야지...
** 마음에 남았던 책 속의 구절** 느릿한 보통열차 안에서 보낸 시간들이 내게 가져다준 평범하지만 결코 쉽지 않았던 깨달음. 이 조용한 여행이 내 마음의 각도를 1도 틀어주었다.
이 작은 변화는 결국 나를 크게 바꿔주리라.
처음엔 눈에 뜨지 않을 작은 차이라 할지라도 계속 걸어나간다면, 그 폭은 점점 커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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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멈추고,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는 방금 넘겼던 책장을 거꾸로 넘겨보았다. 도대체 내가 왜 울었던 걸까.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 다시 읽어나갔다. 그러다가 또 한참을 웃어댔다. 아, 빨리 기차나 왔으면 좋겠구만, 하면서 낙서를 하는데 두 분이 자린 고비가 굴비 쳐다보며 밥 먹듯 날 안주삼아 커피 플로트를 드신다. 이상하다, 오늘의 나는 좀 평범한 편인데 왜 그러지. 꼴이 너무 꾀죄죄한가. 그래 그들의 화제가 떨어진 게지. 흥, 정 구경이 하고 싶다면… 확, 셀카 찍어버리는 수가 있어요! (p137) 울고 웃는 모습이 조금 우스워져서, 도대체 내가 뭘 하는 거야, 투덜대며 책을 덮어 두었다. 그리고는 다음날 다시 펼쳐 들고, 또다시 뭔가에 씌기라도 한 듯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다. 한 번에 다 읽어 버리는 것은 그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렇게 하루에 조금씩 천천히 읽어 갔다. 홋카이도 보통열차처럼.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음악도 그랬던 것 같다. ‘진공의 밤’을 듣고는 참 강한 뮤지션이구나 했다가,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를 들으면서 참 소녀 같은 뮤지션이구나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노래를 들으면 또 다른 결론이 났다. 그렇게 그녀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결국 모르겠다, 로 끝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색은 참 다양했고, 그걸 굳이 선별해 내서 포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그녀의 음악을 소개할 때, “음, 오지은이야.”라는 말 다음에 무슨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머뭇 하곤 했다. 그녀의 책 앞에서 나는 또다시 머뭇머뭇하고 있다. 다이세츠잔 국립공원 안에 있는 유스호스텔에서 일주일 정도 멍하게 다이아몬드 더스트만 기다리는 일이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 얼마나 심심하고 좋을까, 감탄사까지 붙여준다. (p.33) 단지 더 사랑 받고 싶어서, 그래서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주변에 최대한 잘하고 싶다고도 한다. 이런 어린애 같은 생각으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툭 던지면서. (p.200) 어쩌면, 힘들다고 그래서 하늘 볼 시간 조차 없다고 투덜대는 것이 어른이 된 것이라 착각하는 서른 즈음의 우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도 같다. 자신에게 솔직하고, 그 솔직함을 책임질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남들이 말하는 어른이 되기 위해 꽁꽁 숨어 있을 필요는 없다고. 그래서, 내가 왜 울었던 걸까? 아마도, 난 고마웠나 보다. ‘변했어’라는 말을 하기 위해 그 동안 숨죽이고 그녀를 지켜 보기라도 했던 것 같은 사람들 속에서, 이런 줄 알았는데 저렇네요, 라고 예상에서 벗어난 모습을 깎아내 버리려는 시도들 앞에서, ‘솔직’이 미덕이 아닌 그녀의 세상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함을 선택해 주는 그녀가 참 고마웠다. 그녀의 솔직함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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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오사카와 교토, 나라를 둘러본 이후 홋카이도만 가면 일본탐방은 어느 정도 완성될 것 같다 느꼈다. (아;; 쓰면서 보니 아니구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안 갔네) 마침 내년 동생이 유학을 갈 듯 해 그렇다면 가족여행으로 올 겨울 홋카이도에 가보면 어떻겠느냐, 아부지가 제안하셨다. 지금 상태로는 정말 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설사 이번 겨울 못간다해도 내년 여름 홋카이도를 방문해도 좋겠다. 눈의 나라. 어쩐지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 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그 곳에, 여름에 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순전히 이 책 덕분이다. 너무나 호기롭게도 열차를 이용해서 홋카이도를 다녀온 이 사람. 뜨거웠던 여름, 대중교통에만 의지해 오사카와 교토를 발에 물집이 생기도록 돌아다녔던 그 때가 다시 생각났다.
작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했다. 두 장의 <지은>이라는 앨범을 낸 가수. 미안하지만 이런 뮤지션이 있는 줄 몰랐다. 예전과는 달리 대중가요를 잘 접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어쩐지 옛날 노래가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노래는 잘 듣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앨범이 언제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저 이 사람이, 자신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노래에 담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말했기 때문에 아, 그렇구나 한다. 한 가지. 가수라기보다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느낌으로 전해져 온다.
속을 벗겨낸 청명한 나무 표지가 더 가슴에 다가오는 책이다.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있다가 훌훌 털어내고 싶어 떠난 듯한 이 사람,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홋카이도 철도 일주를 감행한다. 솔직히 어디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다. 오사카나 나라, 교토는 세계문화유산도 많고 워낙 잘 알려진 곳이기 때문에 여행을 위해 조사를 하기 전부터 익숙한 느낌이었는데, 홋카이도는 마치 딴 세상 같다. 내가 아는 곳은 주요도시 삿포로,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였던 오타루, 그리고 2월이면 열린다는 유키마쓰리 뿐이다. 그래서인지, 나같은 사람을 배려해서인지 책의 맨 뒤에 작가의 행로와 철도 노선이 그려져 있어 더 아기자기한 맛을 풍기는 책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오비히로의 '스위츠 메구리 쿠폰'! 500엔에 5개의 쿠폰이 붙어 있는데 오비히로에 있는 과자점에서 대표상품과 쿠폰을 맞교환할 수 있게 제작되었다고 한다. 달콤해 보이는 온갖 과자와 케이크들. 나중에 홋카이도에 가면 이 쿠폰 뿐만 아니라 먹어보고 싶은 케이크와 과자는 다 먹고 올 것이다. 그 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음식이 있다는 걸 아니까. 돌아와서 백날 후회해봤자 소용없다는 것도 아니까.
단순한 여행에세이는 아니다. 마치 일기장 같은 느낌이 드는 책. 본래 이런 여행 에세이에 개인적인 감정이 과도하게 들어가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책만은 봐주기로 했다. 힘들었다는 게 전해지니까. 여행을 가서 모르는 할머니에게 자신의 신상 이야기를 풀어놓을만큼 가슴이 답답했었다는 것을 아니까. 다만, 그래도 자신의 이런 과잉감정을 타인에게 내보일 수 있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 건지 궁금하다. 나같으면 그냥 혼자만의 여행기로 간직했을텐데. 하긴 누군가 그랬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을 전제로 쓰이는 거라고.
나도 홋카이도에 가면 훈제굴을 나누어주는 친절한 할머니를 만날 수 있을까. 길고 긴 겨울에, 또 한 번 떠나볼까나. 이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고민했던 것은 다 해결이 됐는지, 어디선가 행복하게 음악을 하고 있기는 한 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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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이 패션지 기자에 이어 발굴한 황금어장은 인디음악가들 아닌가 싶다. '언니네이발관'의 이석원이 쓴 <보통의 존재>를 통해 재미를 본 문학동네(임프린트 달)는 이번에 북노마드에서 '홍대 마녀'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가수 오지은의 <홋카이도 보통열차>를 펴냈다. 나는 요즘 홍대 인디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인기를 얻고 있다는 몇몇 노래를 들어봤는데, 발성도 안되는 여자애들이 소녀병 걸린 마냥 곱게 부르는 노래가 체질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래서 오지은이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도 모르고 얼마나 유명한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홍대00'라면 '홍대 여신' 요조가 유일하다. (그마저 TV에서 콘스프인가 뭔가 광고를 통해 얼굴을 알았을 뿐) 근데 책이 마음에 들어서 오지은의 노래도 한번 들어볼까 싶어졌다. 의외로 홋카이도만 따로 나오는 여행서가 잘 없다. 그래서 이 책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홋카이도 여행 정보는 거의 없다. 매 챕터마다 써놓은 JR홋카이도 선의 정차역과 Km 정도가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처음 여행 준비를 할 때 반바지와 무지개떡 추리닝을 챙기는 부분부터 그 무지개떡 추리닝을 입고 앉았다가 일본 할머니에게 눈총받는 장면까지 글도 친근하게 잘 쓰고, 감성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나는 이 아이의 노래는커녕 존재조차 몰랐는데, 자신이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느꼈던 힘겨움에 대해 토로할 때는 좀... 그 나이의 여자에게 사회생활이란 그렇게 힘겨운 일투성이니까, 그러려니 하며 읽었다. 책을 읽고 나니 나는 무거운 가방들고 계속 열차 바꿔타며 여행하는 거 못 하겠다. 게다가 여름이라면 몰라도 눈 많이 오고 두꺼운 옷을 짊어지고 다녀야 하는 겨울이라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음... 겨울 홋카이도는 어떻게 다녀야 할까? 끙. (이 책에는 여름 홋카이도만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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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에게 충실하고 싶다. 그런 뒤, 그 다음의 나에게 또 충실할 것이다. 높은 하늘에 올라도, 깊은 땅 속에 틀어박혀도, 내가 상상도 못했던 어딘가로 간다고 해도, 단순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언제나 기억하고 싶다. 비록 종종 까먹기도 하겠지만, 그럴 땐 다시 기차에 올라 하나씩 되새겨보면 되니까.
천천히 보통의 속도로, 난, 계속 달리고 싶다.
-288~289p
+ 스물 아홉살의 오지은이 홋카이도를 기차로 일주했을 때의 이야기가 담긴 책. 내가 지금 스물 아홉살의 철로 위에 서 있어서 그런지 오지은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와닿는다.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음악에 대해 깊이 고뇌했던 그 시간들이 내가 나라는 사람으로서 인생에 대해 깊이 고뇌하고 있는 시간들과 맞물리는 것이다. 내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던 내 시선이 내 주변으로 옮겨지고 내 생각만 옳다고 여겼던 고집을 버리고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한 후 마음에 담을 줄 알게 된 때가 언제였더라. 사실 지금도 내 자신을 내려놓는 게 쉽진 않다. 내 행동이 옳은 것 같고 내 말이 다 맞는 것 같은 이 느낌. 서서히 이 느낌을 바닥에 내려놓고 있는데 언제쯤 다 내려놓을 수 있을지. (그렇다고 내 말이 다 틀리다고 인정하는 건 아니다) + 나도 오지은 뮤지션 따라서 홋카이도를 일주하고 싶어졌다.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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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친구와 일본에 여행을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지라 외국여행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다 필리핀, 사이판 등 비행시간이 짧은 곳만!ㅋㅋ 이번에도 큰 맘 먹고, 도쿄행을 탔다. 일본 여행이 처음이니 당연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소는 도.쿄. 뿐이었다. 그런데- 아... 너무너무 아쉽다!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었더라면! 내가 홋카이도를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오지은 작가님이 걸어간 길을 따라서, 열차도 타고 맛있는 군것질들을 이것 저것사먹으면서 여유롭게 여행했을텐데. 만약 내가 이 책을 미리 알았더라면, 홋카이도에서 오래된 보통 열차를 타고 창밖의 시골 풍경을 구경하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일본 시골마을의 따뜻한 정취를 느끼고. 에키벤,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열차 안의 도시락을 먹고, 귀여운 쿠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군것질을 살 때 할인받는 재미도 느끼면서- 조금 더 소박하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런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물론, 도쿄는 도쿄대로- 서울과는 또다른 느낌의 좀 더 세련되고 멋진 건물들을 구경하고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 멋진 볼거리들도 많아서 재미있는 곳이었지만. 뭐 매일매일 많은 인파들을 지나고 높은 빌딩을 지나고 답답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서울 생활과 아주 다를 것도 없기에- 여행의 뒷맛이 온전히 깔끔한 건 아니었다. 뭐 물론 일본 여행 한번 가고 안 갈 건 아니지만^^;; 오지은 작가님의 노래도 좋아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책에서 나오는 그 말투가, 실제로 작가님의 말버릇일 것 같은 생각에, 아마 실제로도 그렇게 말씀하시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상상도 되고 더 즐거웠던 것 같다. 예를 들자면... 에... 저... 뭐 이런 추임새나 붙임말 같은 종류의 말들!ㅋㅋ 아이고. 어찌나 귀여우신지. 이제는 일본의 도심가 여행이 조금 지루한 사람들, 일본의 색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과 손 붙잡고 오랫동안 기차여행 해보고 싶은 사람들! 모두모두 읽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책! 다음번 일본 여행때는 꼭. 홋카이도의 보통열차를 타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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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그녀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은 있는 것 같은 데 노래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만큼 저자에 대해 무지하다. 그래서였는지 노래하는 이의 여행보다는 홋카이도라는 지역이 매력적이었다. 왠지 가기 힘든 곳, 그리고 추운 날씨가 앞서 생각나는 지역이다. 홋카이도 지방의 삿포로는 올림픽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일본이라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을 먼저 떠올리는 내게 ‘홋카이도 보통열차’는 새로운 여행 방식으로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여행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정리해가는 모습이 크게 다가온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이를 준비하는 여행자의 모습을 먼저 만난다. 목적으로 하는 곳의 지도를 펴놓고 진행할 경로, 경유할 곳, 잘 곳 등을 확실하게 정하고 준비하며 짐 꾸리기를 하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떠날 마음이 일게 한다. 그러한 계획 아래 크게 어긋남이 없는 여행을 마친다. 이는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여행 중에 사람들과의 만남은 보너스다. 그런데 그 보너스는 타인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거울이 된다. 기차여행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덜커덩거리는 레일과의 마찰음과 함께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특히 한 여름, 푸른 빛의 풍경들은 상상만으로도 시원해진다. 저자는 한여름인데도 쌀쌀하다고 했다. 물리적인 서늘함이야 참을 수 있지만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서늘함을 막아줄 것이 필요하다. 여행은 이러한 마음의 공간을 채워주기도 한다. 보통열차와 특급열차의 조화 속에서 넓이가 우리나라 남쪽의 3/4 정도나 되는 홋카이도 지역을 흥미롭게 구경한다. 스스로를 생각해보는 여행은 다소 무겁게 보일 수 있다. 무언가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강박관념이 여행 글 속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좋아하는 것을 만나는 기쁨을 자유롭게 풀어 놓음으로써 그러한 강박관념이 자리하고 있음을 잊게 한다. 물론 마음 속의 많은 이야기를 간간히 비쳐내 보이지만 그조차도 여행이 주는 즐거움 속에서 완화된다. 저자가 전에 머물렀던 삿포로에서의 회상은 지나간 어려움과 아픔을 기억하게 한다. 또한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함께 함으로써 기차 여행은 ‘어제보다 나은 나’라는 길을 보여 준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에 답을 하게 된다. 여행이 만드는 마법이다. 여행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지나치며 만난다. 어린 아이들에게서 자유분방함을 만나고 여행객들에게서 같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어른들에게서 의미 있는 말과 선물들을 받는다. 여행이 주는 유,무형의 선물들이다. 선물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여행객의 과제이다. 저자는 이 과제를 충실히 수행할 뿐 아니라 그 분위기를 그대로 우리에게 전한다. 마치 함께 있었던 것처럼. 사진의 설명을 최소로 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설명이 없는 사진은 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요구한다. 빈 의자, 대합실 풍경, 기차가 들어오기 전의 플랫폼, 서 있는 기차의 모습, 좌석 옆에 놓인 음료수, 이 모든 것은 일상의 풍경이면서도 뜻있는 순간이 되어 카메라의 피사체가 되고 여행객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에 자리를 차지한다. 차창 밖으로 느껴지는 찬 바람과 바다의 파도 소리는 잘 어울리는 음악이 되어 우리의 귀로 들어온다. 맛있는 아이스크림과 과자와 카레, 그리고 도시락은 이것이 여행을 정리한 글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며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저자가 처했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2000km의 기차 여행이 가져다 준 그 무엇은 저자뿐 아니라 읽는 내게도 같은 여행으로 느껴지고 있음을 알아챈다.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은 길 옆으로 잠시 벗어나 자신이 가는 길을 볼 수 있는 방법임을 다시 느낀다. 당연한 듯 한 것들이 자신의 것이고, 자신이 있는 자리임을 다시 깨닫는다. 여행을 떠나본 지 얼마나 되었던가? 스스로 차를 몰고 길 찾기와 교통 흐름에 온 정신을 쏟아 붓는 낭비의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여행을 한 것이 언제였던가? 아니 그런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여행이 가져다 주는 참 기쁨을 맛본 지 꽤 오래 되었다. 그저 무심하게 일상 속에서 모든 것을 당연히, 아니 그저 참고 지내는 것이 최상인 것처럼 지내고 있다. 한 순간의 휴식을 위해서라도, 쉼표를 통해 더 나은 전진을 위해서라도 여행은 필요한 것 같다. 저자는 여행의 끝에서 ‘다음 앨범에는 신나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휘청거리던 모습으로 떠난 여행은 이렇게 여행객을 변화된 모습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러한 모습을 만나는 것은 여행기를 함께 한 독자의 기쁨이 되기도 한다. 부록으로 그려진 홋카이도 기차 길을 펼쳐놓고 다시 짚어 본다. 저자가 머물렀던 곳, 맛있는 음식을 맛보았던 곳,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던 곳, 그 곳들이 철로 위에 다시 표시된다. 보통열차에서 맛본 보통의 기쁨이자 특급의 활력소이다. 그것은 그대로 나의 활력소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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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접으며, 한참 방황하고 힘들던 시기에 머물렀던 삿포로, 홋카이도에 다시 들러 천천히 기차 여행을 하는 저자가, 용감하다 생각되었다. 지금 아프고 힘든데, 예전에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을 펼쳐보며 치유받는달까. 삶은, 갈수록 힘들고 고단한 것이다. 가수로서 스타일이 규정되는, 세인들의 기대치가 부담스러운 그녀가 자신을 고민하기 위해 떠난 여행-- 발랄하게 시작하지만 외롭고 안쓰럽게 여겨졌다. 그녀의 고민들이 잘난 척이라 여길 수도, "누가 너한테 강요했니" 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며, 기차에서 만난 초면의 할머니에게 막혔던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것도 치기 어려 보이기도 했지만, 어쩐지 "그래 그래 괜찮아" 하고 저자를 위로해 주고 싶은 건, 서른을 앞에 두고 나도 그랬었지 누구나 그렇지,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몸이 더 자라지 않는 나이가 되어서도 우리는 왜들 이렇게 성장통을 겪는 것일까, 공감했기 때문이다. 저자가 여행에서 기운을 얻어 새로운 도전, 하고 싶은 음악을 편안한 마음을 하게 되었길 바라며, 천천히 하는 기차 여행, 홋카이도의 맛있는 먹거리들과 탁 트이며 펼쳐진 자연은 담담하고 차분해진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채워준다는 것을 느끼며, 홋카이도 다녀온지 얼마 안 되어서 읽고도 다시, 아아 홋카이도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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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마녀라 불리는 오지은이 홋카이도 열차 여행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고민들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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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오지은의 이름은 전부터 많이 들었지만 인디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 아니라서 호감을 가질 만큼 알지는 못했는데, 그녀가 게스트로 출연한 라디오 프로그램을 우연히 듣고부터 소탈한 매력에 반해 트위터도 팔로우하고 그녀가 나온 방송을 찾아 들을 정도가 되었다. 결정적으로 반한 계기가 바로 이 책 <홋카이도 보통열차>이다. 도서관에서 일본 여행 책을 찾다가 홋카이도 기차 여행이라는 컨셉이 마음에 들어 책을 펼쳐 보았는데, 오 마이 갓. 지은이가 뮤지션 오지은이었다. 고려대 출신에 번역도 하고 연애에 결혼까지 잘 한 능력자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남편이 스윗소로우 멤버라고) 책까지 쓴 작가였을 줄이야. 서둘러 책을 읽어보니 20대 초반에 일본 삿포로에 거주한 경험도 있어 일본어도 일상 회화 이상은 한다고 한다. (인디 뮤지션들 중 다수가 엄친아, 엄친딸이라는 속설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이 책에는 1981년생인 저자가 서른이 되던 2010년에 돌연 떠난 홋카이도 기차 여행기가 담겨 있다. 뮤지션으로서 바쁜 일상에 치여 지내며 몸도 마음도 지쳐 있던 저자는 한때 살았던 삿포로가 있는 일본 북부의 섬, 홋카이도에서 기왕이면 보통열차를 타고 호젓하게 섬을 한 바퀴 돌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기대도 잠시. 출국 직전까지 일을 하다가 부랴부랴 떠난 통에 짐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반팔 차림으로 다니느라 추워 죽는 줄 알았고, 의도치 않은 실수에, 갑자기 엄습한 외로움과 서러움에 속이 상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맞이해 준 홋카이도 사람들과의 만남과 여행지에서 발견한 소소한 행복과 재미, 삿포로에서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던 시절과의 재회를 통해 그녀가 몸도 마음도 완전히 힐링하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힐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디저트에 라면, 스시, 에키벤 등등 당장이라도 홋카이도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먹방까지! 아, 떠나고 싶다~
그러고보니 나는 십대 때 저자와 비슷한 모습의 서른 살을 꿈꾸었던 것 같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며, 여행과 외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일본에도 여러 번 간 적 있는 여유로운 성인 여성의 모습을 말이다. 글자만 보면 지금의 나와 서른 살 때 그녀의 모습이 썩 다르지 않은데, 왜 그녀가 더 멋지고 부러운 걸까? 아직 스물 아홉이라서 그런가? 아님 짝이 없어서? ㅎㅎ 서른 살이 되는 내년, 혼자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저자가 아이디어를 준 홋카이도 보통열차 여행도 썩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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