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책 한권을 한 자리에서 쭉 읽었다. 저자는 이전 저서인 질병의 탄생에 이어 또 하나의 명저를 완성해 내었다. 마치 하나의 잘 짜여진 교향곡을 듣는 것과 같았다. 우선은 저자의 전공인 의학 뿐 아니라 역사 문화 사회 전반의 폭넓은 범위를 망라하는 내용 전개에 놀랐다. 전체적으로 보면, '유전자'와 '환경'이라는 두 주제가 변주를 거듭하며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한다. 저자는 전반부에 질병은 유전자와 환경의 변화 속도차이에 의한다고 하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 구조를 중반부의 질병 종식 과정 및 방법 뿐 아니라, 후반부에 기술한 질병 종식 후의 미래를 설명하는 데에도 일관되게 사용한다. 짧지 않고 광범위한 내용을 설명하는 탄탄하고 간결한 논리에 감탄하였다. 본문의 내용 한가지를 예시로 들고자 한다. 저자는 문명전 시대로부터 현대 사회에 이르기까지의 인구 증가는 환경의 변화로 인한 생산력의 증대에 의한 것이라고 언급한다. 그리고 현대사회, 그리고 미래 사회에서는 사망률이 낮아지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유전자를 후손에게 전달하려는 유전적인 본능이 1명의 자녀만으로도 충족되기에 점차적으로 출산율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출산율 감소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쉽게 듣지 않는 것처럼, 이 책은 처음엔 그 내용의 밀도가 무겁게 다가올 지도 모른다. 의학 분야를 공부해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개념들도 수차례 등장한다. 그러나 이 책의 깊이와 울림을 천천히 살펴본다면 읽는이에게 여느 가벼운 과학서적이나 미래예측서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
이 책은 전작 <질병의 탄생>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분야를 막론하고 여러 시리즈들이 그러하였듯이 속편이 전편을 이기는 경우는 굉장히 힘들다. 전편은 과거를, 이번 책은 미래를 조명하고 있는데 과거는 이미 벌어진 일이라 증거만 많이 축적한다면 사실관계를 밝혀내기가 비교적 쉬운 반면에, 미래는 아무리 변수를 많이 모으더라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 박한 평가를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예방의학의 여러 논쟁 중 하나가 향후 정밀의료에 대한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에 들어서 인간 유전체 정보에 대한 해독이 가능했고, 이를 이용한 맞춤의학, 정밀의료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사명적 예언이 인간 게놈프로젝트를 전후해 시대 분위기였으나 10년이 더 지나도록 이러한 전망에 대한 응답은 실망스러웠다. 물론 백혈병이나 유방암, 대장암 같은 몇몇 질환은 쉽게 식별 가능한 유전체 정보로 병의 유형을 나누고, 그에 따라 치료전략이 달라지게 되는 변화를 맞이하였지만 현 인구집단의 사망률을 견인하는 심뇌혈관질환과 이에 선행하는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혹은 유병률이 높은 악성신생물 등에 대한 치료전략에서는 아직 맞춤의학의 서광(曙光)도 비치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예상보다 늦어진다고 해서, 맞춤의학의 시대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유전체 정보 외에도 후성유전이나 환경영향과 같은, 함께 생각해야 할 변수의 힘이 예상보다 강했기 때문이지 이들이 무지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취급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진다 할지라도, 그 양이 무한대가 아니기에 인류는 언젠가 이러한 것들을 충분히 다루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할 것이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 이 책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 비슷한 제목으로 출간된 데이비드 아구스의 <질병의 종말>은 이 책보다 보다 개인적 차원에서 지금 바로 실행가능한 각론(건강 정보를 맹신하지 말 것, 식품은 약이 아님을 명심할 것, 자주 움직이고 활기찬 생활을 할 것 등)을 제시하는 반면, 이 책 <질병의 종식>에서는 논조가 좀 더 인구집단 전체를 조망하는 쪽에 치우쳐져 있다. 세부적인 면에서 두 책은 내용이 상충하는 측면이 일부 있지만, 궁극적으로 두 책은 유사한 결론에 이른다. 책의 주제는 <질병의 탄생>에서 지적하였던 현생인류의 신체 한계를 되새기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현대 인류의 질병을 다루며 이들이 향후 어떻게 소멸하고, 혹은 다른 형태로 변화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중반부에서 논의를 전개하여 질병을 종식시키기 위한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하는데, 개인적 생활습관의 변화를 기대하는 독자들에게 이는 와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전략은 결국 현생인류 존재 자체의 문제를 기술로 보완하거나, 집단에 대한 예방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전략 중 하나인 화학물질에 대한 회피에 대한 책임을 현재 사회 구조상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개인이 알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고, 오히려 무지의 공포가 괴물처럼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유통을 담보하는 사회구조만이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궁극적 전략으로 유효할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통찰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미래 의료가 장밋빛 전망으로만 채워진 것이 아닌, 새로운 질병의 유행(궁극적으로는 정신질환)이나 기존 사회구조의 해체, 불평등의 심화 등 인류를 디스토피아로 이끌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는 의료인 뿐만 아니라 정치나 경제 같은 사회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되새겨야 할 내용이다. |
|
'질병의 종식'은 대담한 제목으로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저명한 의학자인 홍윤철 교수의 이 책은 질병의 탄생부터 종식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일관된 시선으로 관통하며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대담한 제목처럼 개인에게서 건강을 위한 질병의 종식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은 아니다. '이기적 유전자'와 같이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존재를 환경과 역사적 흐름에서 바라보며 질병이라는 현상을 해석하는 과학철학을 정리한 책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인간에게서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 질환과 알츠하이머 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은, 생명체를 지배하는 유전자의 생존전략과 인간을 둘러싼 사회의 발전이 상충하며 일어나는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질병의 종식'은 이러한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학철학의 관점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접근방법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론으로 저자는 질병이라는 과정에서 절정부에 나타나는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것이 아닌 포괄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시스템 의학과 정밀 의료가 필요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 외에도 국경을 넘나드는 질환, 새롭게 대두되는 질환 등을 유전자와 환경의 대립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하며 우리가 질병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지평선을 넓혀주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과학철학 서적을 흥미롭게 읽었다면, 과학적인 증거에 기반을 두면서도 매우 새로운 시각을 넓혀주는 본 서적을 숨 쉴 틈 없이 읽어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
|
질병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갖게 만들어준 책이다. 질병은 인류의 발전과 함께 조금씩 양상을 달리 해왔다. 수렵생활을 해오던 시절에는 상처난 부위의 세균성 감염이 주된 질병이었다. 중세시대는 군락을 이루며 생활하자 가축을 매개로 병원균이 퍼지면서 전염병이 생겨났다. 전염병은 단순히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 이상으로, 유럽 중세시대의 막을 내리게 하거나 남미의 찬란한 문명을 절멸시키기도 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의학의 발달로 세균성 감염 및 전염병 등은 잊혀졌으나, 만성질환이 주된 골치거리가 되었다. 병인이 뚜렷해서 원인을 밝히기 쉬웠던 이전의 질병들과 달리, 만성질환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다. 즉, 인체 내외부를 둘러싼 다양한 요인들의 균형과 조화가 깨졌을 때 발생한다. 이중엔 평소 생활습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본래 인류가 갖고 있는 유전자는 과거 수렵시기에 적응한 유전자인데, 현대의 생활환경 (식습관,운동부족,음주,흡연 등) 대로 지내다보면 유전자에 영향을 끼치며 불협화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외에도 외부 환경오염/화학물질 등은 세포에 영향을 공급해야 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세포의 노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라리아의 활동과 기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운동을 하거나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이의 융합과 분열이 활발해진다고 한다. 개인이 이 모든걸 관리하기는 힘들다. 이에 병원도 질병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몸의 조화/균형을 유지할 수있도록 접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