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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국發 금융 및 실물 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1959~) 교수의 ‘위기경제학(Crisis Economy)’은 그의 전 역량이 집결된 역작이다. Dr. doom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이 책에 대부분의 경제위기는 거품 경제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루비니 교수를 비관주의자라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합리주의자로 불러야 옳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당시 부풀어 올랐던 것은 자산가격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와 희망도 함께 부풀어 올랐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희망과 낙관은 필요하지만 착각에 바탕을 둔 근거 없는 희망과 기대는 “극악한 낙관주의“(루비니교수의 표현)로 불려야 옳다. 저자에 의하면 거품 자산에 대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순간에 공황이 도래한다. 불투명성과 복잡성은 위기를 낳은 금융 시스템을 잘 설명해주는 말들이다. 최근 경제학의 주요 동향은 행동경제학이 주목받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의 책 제목이기도 한 ‘위기경제학’이란 개념은 시장의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학문이다.(행동경제학은 시장의 효율성이라는 신화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된 학문이다.) 나는 효율적 시장 가설을 비판하는 루비니교수의 논리를 적극 지지한다. 시장이란 비이성과 오류, 편향 등으로부터 근본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군중이 모인 場이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에는 이성적인 수학적 계산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본 케인스는 루비니교수에 영향을 준 사상가들 중 하나이다. 케인스와 슘페터학파의 통찰력을 합쳐 답을 찾아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저자는 정부 개입을 비판하고 창조적 파괴를 지지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접근 방식은 단기 정책에는 부적합하다는 주장을 편다. 저자는 투명성의 결여,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 새로운 금융 상품의 취약점에 대한 무지를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주인 대리인 문제와 관련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도 빼놓아서는 안될 것이다.(1년간의 단기 이익에 초점이 맞추어져 위험부담과 과도한 레버리지를 부추긴 보너스 시스템과, 금리를 계속 인하하고 거품현상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했던 그린스펀이 문제의 한복판에 있었음은 물론이다. 저자는 느슨한 통화정책, 무모한 금융혁신, 도덕적 해이, 통일된 정책의 부재, 그림자 은행 시스템과 결합한 손쉬운 외국의 돈이 전대미문의 재앙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물론 핵심은 금융 시스템 내의 거의 모든 사람이 부채와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한 것이다: 138, 139 페이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전모를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금융 시스템은 한 군데에서만 연결 고리가 끊어져도 연쇄 파산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전염병이 퍼지듯 은행 시스템이라는 매개체를 따라 미국의 서브프라임 질병이 퍼져나갔다고 말한다.(200페이지) 경제의 기초요건과 무관하게 해지펀드 및 다양한 상품펀드의 투기에 의해 빚어진 원유 가격 상승도 위기에 한몫을 했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했듯 미국 상황과는 별개로 자국의 거품을 키운 결과 서브프라임이라는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세계 여러 나라들도 문제였다. 그들 역시 미국이 그랬듯 주택거품, 자산거품, 신용거품을 형성했고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했으며 위험 투자와 과소비를 즐긴 것이다.(221페이지) 저자는 도산하도록 내버려 두었어야 할 금융기관들을 살려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 FRB 의장인 밴 버냉키에게도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겨누었다. ‘위기경제학’의 장점은 2007년의 세계적 위기를 설명하는 사이 사이에 지난 시대의 공황과 경제 위기들에 대한 상세한 해설을 실은 것이다. 경제위기를 설명하는 그의 논리는 박진감과 스릴이 넘치는 추리소설을 연상하게 한다. 한편 세금 감면이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금융 위기의 한 원인이 된 은행 트레이더나 직원의 과도한 보수와 보너스 문제와 관련해서 저자는 직원은 제한된 주식으로 보수를 받아야 하며 퇴직시까지 아니면 적어도 10년이 되기 전까지는 주식을 처분할 수 없게 해야 하며 단기 이익이 아닌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너스를 계산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307 페이지) 저자는 더 냉혹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트레이더와 은행가들에게 주식이 아니라 그들이 연구실에서 만든 기묘한 파생상품을 아주 특별한 형태의 보너스로 주자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의 도덕적 해이도 막을 수 있고 무모한 행동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308 페이지) 또한 그들이 만든 증권을 에스크로 계좌에 위탁하여 유해 자산인지의 여부가 판명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게 하자는 견해도 제시되었다. 발행 증권의 표준화도 제기되었다.(315 페이지) 필요한 경우 거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을 해체하는 것도 루비니 교수의 개혁안에 포함되었다. 저자의 주장은 금융시스템을 더욱 안정시키기 위해 투자은행을 비롯한 모든 은행이 어떤 종류의 위험한 자기자본매매는 물론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사업도 하지 못하게 하자는 데까지 나아갔다.(377 페이지) 그것은 저자의 말대로 서로의 영역이 구분되고 살균처리된 재미없는 시스템(378 페이지)이지만 감수해야 할 것들이다. 자본주의에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태양 흑점 등의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의 내재적 특성 때문이라 규정(80 페이지)한 저자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 역시 조지 W 부시의 바보 같은 감세정책과, 연방준비은행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감독 소홀 속에 부자가 되었다는 착각 속에 과잉 소비의 늪에 빠져 있었던 미국민들에게 있다고 규정했다. 위기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된 책 내용이 달러화를 대신 할 기축 통화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달러화의 기축 통화 지위 상실도 미국민들에게는 위기임에 틀림 없다. 그들에게는 그런 논의 자체가 달갑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경제 흐름을 알기 위해 읽은 책을 통해 비관적 예언자라는 뜻의 닥터 둠의 진단과 처방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나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탐욕과 편향, 충동, 과소비 등을 질타한 저자에 힘입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이성과 절제, 그리고 합리성이라는 생각을 했다.(개인 차원과 달리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개혁과 규제, 지혜 등이며 위기가 제공하는 개혁의 기회를 살리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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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서 유독 내 시선을 사로잡는 이슈는 단연코 더블 딥에 관한 사항이다.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의 주가는 요동을 치고 있고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대출금을 갚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더블 딥이란 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게 되는 이중침체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두 번의 경기침체를 겪어야 안정적으로 회복기에 접어든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애널리스트 중에서도 더블 딥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고, 계속되는 주택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은 주가시장을 비롯한 시장 전체와 서민층의 경제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2년 전보다도 더욱 큰 경제위기가 전 세계에 몰려온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이런 예측을 관망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 자뭇 불안하기까지 하다. 위기 경제학의 저자 누리엘 루비니는 2008년 서브프라임 문제로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12단계 붕괴론으로 제시하며 가장 먼저 예측한 경제학자이다. 이 책은 저자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출간하는 책이란 의미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주목받았던 책이며 뿐만 아니라 아직 국내에서는 그의 책이 소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궁금했던 책이기도 하다. 그는 위기 경제학을 통해서 경제위기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원인을 분석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경제위기는 일시적인 사건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제2막이 시작되었다는 추론은 책을 읽기 전부터 그 어떤 스릴러물보다도 오싹함을 선물해주었고 한편, 경제위기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그 어떤 로맨스보다도 내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2008년 경제위기를 돌아보면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수많은 정치인들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재앙이었다고 회상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주택시장의 붕괴, 오일쇼크, 급격한 소비경기의 위축으로 인한 장기적 침체기에 전 세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 예견했던 그의 선견지명은 끔찍하지만 정확히 들어맞았고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결국 주택 시장의 붕괴가 경제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를 가져올 것이란 그의 또다른 비관적인 전망은 알 수 없는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21세기 자본주의의 모든 시스템은 스스로를 조절하며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우리가 신뢰하는 만큼 자유시장경제는 단순하지가 않다. 위기는 결국 자본주의라는 근본적인 개념속에 늘 숨어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물이었다. 이 세상은 소수에 지배당하며 위기는 미래를 결정짓는 데 중요한 바탕을 이룬다. 오랜 시간동안 인류는 수많은 위기를 맞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왔다. 미래에 벌어질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반복했던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지속되어왔던 관행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의미로 과거의 커다란 사건들을 되짚어보며 경제학자들이 우려했던 문제의 핵심에 대해 정확히 짚어주고 있다. 취약한 미국식 금융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또한 위기 상황이 어떤 경로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는지, 나라마다 얽혀있는 재정정책에 대한 문제까지 세계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에 이르는 사항까지도 통틀어 다루고 있는 책이었다. 모든 문제는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반드시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가 예견하는 위기로부터 우리는 과연 무엇을 얻고 잃을 것인가... 위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관리될 수 있는 것이며 그 충격이 완화될 수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