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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 제목을 보고 이게 뭔가 싶었다. ‘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 아름지기? 뜻을 살펴보니 ‘아름다운 우리 것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이랜다. 뭔 배부른 소린가 싶어서 그냥 책을 이리저리 넘겨보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기껏 20평 넘는 한옥 안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니......
이 책의 견본이 되는 아름지기 사옥(실제 20평 밖에 안된다) 에 달린 문만 200여개다. 그뿐인가. 도배지 하나에 쏟는 정성엔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불편하고 초라하다고만 생각했던 한옥에 대해 정말 발상의 전환을 하게 되었다. 어릴 때 살았던 곳이 한옥이었는데, 그때 그걸 부수고 공사를 한다고 해서 뛸 듯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이리 부끄러울수가...)
만일 언젠가 내게 내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이 책 한권을 들고 꼭 내 손으로 한옥을 짓고 싶다. 그리고 내 아이들과 함께 집을 둘러보면서, 한옥에 관한 여러 가지 감탄할만한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들려주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한옥에 살다 보면 저절로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게 된다. 우리 남편은 그림 그리고 책 읽는 시간 외에는 많은 시간을 마당에서 보낸다. 석물 한 가지, 나무 한 그루를 심더라도 더도 덜도 아닌 자기위치를 잡아 주기 위해 수도 없이 고민하고 식구들과 생각을 나눈다. 사서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는 것을 한옥은 깨우쳐 주며, 휘황찬란하고 번쩍거리는 것이 넘쳐나는 현대 생활에서 한걸음 비껴서서 삶의 뜻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시간을 허락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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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가 좋다. 나무로 만든 집도 좋아한다. 결대로 잘 깍여 아구가 잘 맞는 마루바닥 위에 햇살이 비치는 걸 보고 있으면 거기에 갑자기 얼굴을 대고 눕고 싶어진다. 아름지기의 한옥 짓는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그런 마룻바닥이 갑자기 그리워졌다. 어릴 적 화톳불에 구워먹던 알밤도 생각나고, 검게 탄 아랫목도 생각난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것들이 주는 기쁨을 잊고 살았을까. 옛 것이라고 다 고리타분한 것은 아니다. 오래된 전통이 주는 기쁨, 편안함은 분명히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그런 기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은 한옥 안의 여러 공간들을 마치 내가 지금 그곳에 머무는 양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한옥이 왜 그런 구조로 지어져야 했는지, 그리고 눈썰미 없는 사람이면 알아채지 못할 한옥의 은근한 아름다움들을 미주알 고주알 잘 풀어놓고 있다.
무엇보다, 한옥에 대해선 전혀 일자무식인 사람이라도 ‘나도 한번 한옥을 지어볼까?’하는 생각이 들게할만큼 책이 참 쉽다. 뭐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그냥 한옥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끝까지 무난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읽다보면 한옥이라는 것에 대해 관심이 생길 것이다.
다 읽고 나니 마치 시골 고향집에 다녀온 기분마저 든다. 참 정겹고 기분좋은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한옥 형태미의 백미는 지붕의 선이다. 용마루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버선 코를 닮았다고도 하고 우리 나라 산세를 닮았다고도 하는 그 선이 어떻게 생기는 건가 늘 궁금해 하다가 한옥 지을 때 지붕 선 잡는 걸 처음 보고 감탄을 했다. 용마루 이쪽 끝에 한 사람이 새끼줄 한쪽 끝을 잡고 서고 저쪽 끝에 또 한 사람이 다른 한쪽 끝을 쥐고 선다. 그러면 마치 마당에 걸어둔 빨랫줄이 늘어지듯 자연스레 새끼줄이 늘어진다. 그 선에 맞춰서 기와를 놓는 것이다. 그 양끝을 확장하면 우주 끝까지, 무한의 세계로 뻗어나간다. 중국이나 일본 집들을 보면 용마루가 똑바르고, 거기에 기와가 다닥다닥 달라붙어서 답답해 보인다. 숨 한 번 못 쉬게 생겼다. 우리 한옥은 어떤 이유에선지 그게 좀 헐렁한 게 숨통을 틔워 준다. 한편으로 그 우주 무한대로 뻗어나가는 듯한 지붕 밑에 네모 반듯한 기초가 있어 안정감을 준다. 조화를 이루면서도 자연과 그대로 교감하는 대단한 선의 자유로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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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절 기억하던 우리 시골 외가집은 전형적인 한옥이었다. 기와에 나무집, 토담까지 어느 것 하나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게 없는 정겨운 한옥 말이다. 어릴 때 이불이 깔린 안방 아랫목에 누워 나지막한 천정을 올려다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다할 장식장 하나 없이 그저 온통 한지로 도배된 작은 방이었음에도 그 푸근함은 어느 것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제야 어린시절 머물던 그 작은 한옥집이 얼마나 훌륭한 집이었는지, 얼마나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갖춘 집이었는지 책 한 권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 속의 벽장에 대한 설명이다.
‘젖빛 고운 한지로 전부 싸바른 정갈한 안방에 벽장 선이 만드는 단정한 네모가 눈에 띈다. 네모 선의 나무 빛깔이 하얀 벽에 포인트를 주어 방 분위기가 심심치 않게 한다.’
아 그거였구나... 어렸을 때 내가 무심히 쳐다보았던 벽장의 선 하나조차도 그 방안의 중요한 요소였구나...
모르고 관심없던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바로 이 책 안에 숨어있다. 더구나 한번이라도 한옥집에 머문 적이 있던 사람, 아니 구경만이라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 그게 그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솔솔찮게 재미를 줄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우리 것에 대해 작게 나마라도 애정이 생긴다는 것이리라. 이 책에 견본이 되는 아름지기 사옥은 서울에 실재하는 집이다. 기회가 되면 꼭 그 집을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 책을 보면서 느꼈던 경이로움을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어떤 이가 아름지기 집을 방문하여 둘러보고 나서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집은 너무 깔끔하군요. 한옥은 좀 구수한 맛도 있어야 하는데......” 그이가 말하는 구수함은 어떤 거였을까? 오랜만에 시골 고향집에 돌아와 누렁이 머리 한번 쓸어 주고 마당에 놓인 대야에 물 받아 썩썩 씻고 대청에 활개 펴고 드러누웠을 때 느끼는 그런 편안함, 푸근함 같은 것이었을까? 그렇다면 도심 한복판에 앙증맞게 들어앉은 스무 평짜리 한옥이 구수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대청마루에는 눈에 익은 뒤주가 있고 그 위에 올라앉은 백자 항아리, 벽에는 하다 못해 떡살이라도 하나 걸려 있는 이른바 전통 인테리어를 말하는 거였다면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굳이 인테리어라는 용어를 써서 말하자면 나는 한옥 인테리어야말로 그 생명이 깔끔함, 군더더기 없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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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에서 아름다운 한옥의 자태를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단 한번도 한옥에서 살아본 일이 없는데 그 한옥의 정취가 아주 아름다우면서도 불편해보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한옥 자문 위원회 위원이자 오랜 시간을 한옥에서 살아온 저자는 공기좋고, 교통이 편리한 안국동에서 한옥 한 채를 샀다. 매입할 당시의 집 모습을 보니 어느 폐촌의 집처럼 구질구질해보이고 쓸모없어 보였는데 그녀의 눈엔 아주 훌륭한 자리목으로 보였나보다. 보수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달리 개축하게 된 한옥은 작가 김주영 선생의 입을 빌어 “아름지기 사옥”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그 집의 완성을 책으로 엮는 뒤에는 유홍준 교수의 소갯말이 적혀 있다.
창덕궁 연경당의 사랑채를 그대로 본 떠 지었다는 아름지기 사옥은 가정집이 아니라 아름지기 멤버들의 쉼터이자 업무공간이기에 더 깔끔하고 단촐했다. 화가인 남편과 함께 우여곡절을 겪어가며 3년동안 공들여지은 집은 향나무가 주는 밝음과 더해져 아주 따사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되어 있었고 이곳이 조선시대 양반들의 주택지인 북촌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1박 2일에서 한옥의 기능을 이야기하며 건축물로써 한옥의 시간버팀이 얼마나 긴 지 유홍준 교수는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100년.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이 아파트나 땅콩집이 아닌 바에야 이런 멋스러운 한옥을 한 채 가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구경하고 보니 매입부터 수리까지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설계도면을 그리는데도, 목수를 구하는데도 서양의 건축에 비해 까다롭고 고비용적이었으며 이제껏 봐왔던 리모델링 서적에서와는 달리 어려움이 호소된 부분이 정말 구석구석 많았다. 도배부터 문을 만들고 지붕을 얹는 일까지......! 순탄스럽게 진행되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완성물을 보니 내 집이 아닌데도 얼마나 뿌듯했던지. 문고리 하나에서까지 풍겨지는 그 아름다움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집은 안목으로 지어진 집이었다. 그저 돈의 여유가 있어, 살아보고픈 꿈 하나만으로 지어진 집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살아왔고 지어봤던 부부가 발품팔고 함께 참여하며 만든 집이었다. 실평수가 22평 정도 된다니 그리 큰 공간은 아니지만 ㅁ자 형태로 집 안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이 구조가 한옥만의 특징이라 생각되어 더 정겹게 느껴졌다. 한옥이 보호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되고 계승되어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알리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생활 속에 가까이 두고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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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짓기 실용서라는 골격에 한옥을 소재로 한 전통문화 에세이 성격을 가미한 책이다. 아름지기라는 재단의 20평짜리 한옥 사옥을 짓는 과정을 잔잔한 필체로 서술하고 있다. 한옥 건축책들을 보면 전통 건축에 대해 온갖 호들갑스러운 후까시와 구라로 일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에는 그런 점이 없어서 좋다. 건축 비용 문제까지도 솔직하게 언급한 것도 점수를 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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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자 저, 2003년 11월, 10,000원 중앙M&B)
다만, 한옥이 원래 좋은 것이고, 일반의 인식이 서구적인 것을 선호하는 풍조로 인하여 그동안 홀대하여 오던 것을 오늘날에 되살린다는 논조는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조선후기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의 주거문화사(?)를 살펴보면서 주거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어떻게 변천되어 갔었고, 이에 따른 한옥에 대한 인식의 변천이 어떻게 흘러갔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는 연구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 불행하게도 나는 한옥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어린 시절 양옥이라는 주거형태에서 살던 나는 아파트로 옮긴 이후 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옥이라는 곳이 어떤 주거인지 알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한옥이 주는 기를 체험하는 기회가 있었으니. 언젠가 먼 친척이 살고 있는 시골 한옥에서 잔 적이 있다. 정말 나무가 살아숨쉰다는 느낌을 몸소 체험했다.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있다. 한옥에서는 나무가 숨을 쉰다고. 그말이 정답이다. 글쓴이는 몸소 한옥짓기의 전과정에 참여하여 그 기록을 이 책에 남겨 놓았다. 한옥을 새로 지어 살 예정이신 분들, 혹은 한옥에 애정을 가지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