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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이던가? 엄마가 내가 사는 집에 다니러왔다. '아, 어디가서 소리 한 번 지르고 싶다' 엄마의 그 한마디가 나를 너무 아프게 했다. '그래 엄마도 때론 쉬고 싶고, 놀고 싶고, 어딘가 기대고 싶은 그냥 평범한 사람, 보통의 여자이지'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엄마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회사엔 과감하게 반차를 썼다. '엄마 네일케어 받을래? 그럼 기분 좋아지는데' 엄마는 본인의 거친 손이 못내 부끄러워하며 한사코 가기를 꺼려했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니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어떤 색을 바를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엄마의 얼굴엔 '어디가서 소리나 한번 질렀으면'하던 지친 중년의 모습대신 들뜬 소녀의 표정이 담겼다. 정리된 손을 쳐다보며 소리없이 좋아하던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서점에서 이 책을 본 순간, 그때 그 소녀 같던 내 엄마가 떠올랐다. '엄마'라는 제목은 짧고 작은 단어이지만, 참으로 큰 울림을 준다. 이 책의 제목에 '엄마'라는 두 글자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면 난 절대 집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중년의 아들과, 환갑의 엄마가 함께 떠난 여행을 그린 이 책은, 마음속 한 편에 켜켜이 쌓여 있던 엄마에 대한 내 부채의식을 여실히 찔러댔다. 엄마에 대한 애뜻함이 가득 담겨 있는 아들의 위트와 아들에 대한 사랑이 한껏 보이는 엄마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엄마와, 나를 떠올리게 했다. 때론 흐뭇하고 때론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지만 마음이 이상하게 움찔움찔했다. 여행이란 거. 생각하면 참 아무것도 아닌데. 그 흔한 여행을 엄마와 단둘이는 다녀온 적이 없다. 친구들과는 철이면 철마다 어디 갈 계획부터 세우고, 내 입으로 나 스스로 '여행을 좋아한다'라고 떠들고 다니면서도 엄마 손 잡고 어딜 가볼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다음번에 집에 내려가면, 엄마랑 작은 여행을 가볼 생각이다. 집 앞 공원을 타박타박 시간을 두고 천천히 걷는 산책이 될지도 모르고, 큰 카트를 끌고 이게 싸니, 저게 싸니 잔소리를 하며 웃고 떠드는 마트행이 될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일단은 오롯이 엄마와 나. 그렇게 우리 둘이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안타깝게도 엄마와 나, 둘다 운전면허가 없으니 어디 멀리는 못 가겠지만.. 흐 (책 속에선 아들 대신 엄마가 운전을 하며 여행을 다닌다..) 아, 운전면허를 따야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군. 흣.
이 책의 엄마는 읽는 사람이 누가 되었든 '내 엄마'를 생각하게 되고 이 책의 아들은 보는 사람이 누가 되었든 '나'를 떠올리게 된다. 정말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누구든지'라고..
그리고 또 하나. 참, 다행이다. 우리 엄마보다 내가 먼저 이 책을 읽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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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서천이다. 나의 고향 엄마가 계신 서천인가 싶었다. 아니란다. 경북 영주에 있는 하천이란다. 영주 시내를 바깥으로 빙 둘러 흐르는 서울로 치자면 한강 같은 곳이란다. 얼마전 정비작업으로 공원이 조성되었고 하천변을 따라 산책로와 운동기구도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런 곳을 아들과 엄마가 산책을 하고 있는 풍경이 그려진다. 그곳에서 철새들을 찍는 아들의 모습도 그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도 그려진다. 엄마가 계신 시골에 가면 왜 그리 잠이 쏟아지는지 명절에 차례를 지내고 곧바로 내려가도 다음날 내려가도 잠이 쏟아진다. 그래서 올케에게 미안할 때도 있었지. 그것이 엄마가 지키고 있는 고향집의 안락함 때문이란다. 동감한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해도 뭐라 나무랄 사람이 없고 마냥 안락함에 빠져서 엄마의 품에 안겨서 쉬다가 엄마가 챙겨주는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온다. 당연한 것처럼... 엄마와의 첫 여행은 아마도 십여년 전이었다. 그것도 엄마의 환갑에 맞추어서 동생과 우리식구들이 함께 하였던 제주도 여행. 그때가 처음이었고 이후론 엄마를 모시고 어딜 가야지 하는 생각을 못했었다. 이런 죄송할 때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아주 좋은 곳이 아니어도 아들과 딸과 함께 하는 자식들과 함께 하여 마냥 즐거워하실 것을 알면서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왜인지. 난 내 자식들만을 챙기기에 바빴다.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체험하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던 것이 못내 죄송스럽다. 많은 용돈을 드리기 보다는 좋은 것을 해 드리기 보다는 전화한번 더 드리고 얼굴한번 더 보여드리는 것이 효도라는 것을 알지만 이것 또한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은 왜 그러한지. 난 이미 무뚝뚝한 딸이다. 엄마의 이름도 잊은채 나의 엄마로 불려지고 평생을 살아오셨을 우리 엄마. 당신이 내 엄마라서 참 다행이다. 이런 나의 마음을 엄마는 아실까. [엄마를 너무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해준 내 아들 상준에게]란 제목으로 엄마가 편지를 보냈다. 이 대목에서 왜 내가 뭉클해지는지. 소녀 같은 마음으로 아들과의 여행을 편지에 가득 담아낸 글들을 보면서 나도 엄마와의 여행계획을 잡아본다. 올해 칠순이 되신 우리 엄마.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올해도 우리 다같이 여행가요. 예쁘게 사진도 찍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아름답고 멋진 곳도 구경하고.... 음!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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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라는 단어에서 나는 뭉클한 것이 떠오른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그랬다. 여행작가인 아들이 엄마와 함께 고향동네를 다닌 이야기 하나하나에 제주도 등을 돌아다닌 모습들 하나하나에, 그 속에 담긴 모자의 모습들 하나하나에 내 가슴은 뭉클해졌고 먹먹해졌다.
참 이런 책 오랜만이다.
그날도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었다.
그랬는데... 이 책을 읽다가 나는 전화를 했었다. 어렵다.
책에 고맙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다.
별표 다섯 개가 뭐냐.
참 좋은 책, 나같이 무심한 자식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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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자 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아들은, 어느 날 엄마가 엉엉 울어버리는 모습을 보고서, 엄마를 위해서 무언가 해주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엄마가 무얼 좋아하나 고민하다가, 엄마는 자식인 자신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엄마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늘 아무렇지도 않게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엄마. 세상에서 가장 편한 사람.
세상엔 엄마와 자식이라고 해서 다 좋은 관계만 있는 건 아닐 거다. 이 작은 책이 내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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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엄마가 뭘 알아” “내가 알아서 해”라고 툭툭 내뱉었던 한 마디가 어느 덧 쌓이고 쌓여서 엄마와 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버렸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어느새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조차 막막한 어렵고 불편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서른이 훌쩍 넘은 아들이 엄마와 떠나는 여행이라고 했다. 한 번 읽어보라는 지인의 추천으로 잡아든 이 책을 통해 눈으로는 작가와 그의 어머니가 떠난 여행길을 따라가면서 머리로는 나와 엄마의 관계에 대해 시간을 거슬러 따라가고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특별한 상황이라기엔 우리가 너무나 공감하고, 한 번쯤은 생각했거나 경험했을 그런 것들이 나온다. 식당에서 서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눈치만 보는 장면, 네가 좋으면 나도 좋다는 건 모든 엄마들의 의견이구나 싶어 마음이 짠하기도 했다. “엄마는~~”이라는 선입견에 무심하게 지나가는 순간들, 엄마도 엄마이전에 여자이고 한 사람인 것을 작가는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 담담함이 더 아프고 울컥하게 만드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책을 읽고 당장에 엄마랑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한번쯤 엄마에게 생각이 닿을 수만 있다면 아마 그 다음은 각자의 상황과 관계에 맞게 전개되지 않을까. 엄마에게 맛 집에 가자고 해보았던가, 주말이나 휴일에 쇼핑을 가자고 해보았던가, 엄마가 우울하던 때에 드라이브를 가자고 해본 적이 있던가.. 이런 건 다 제쳐두고 엄마의 “요즘”이 어땠는지, 엄마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없고, 알고자 하는 의지나 노력도 없었다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작가처럼 “엄마, 집 앞이야, 나와, 우리 여행가자”하면 얼마나 어색한 침묵이 흐를까싶어 슬쩍 웃음이 나기까지 했다. 아....나 진짜 나쁜 딸이었구나 싶었다. 너무 거창하게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다. 결국 또 내 마음이 편하자고 엄마를 불편하게 할테니... 오늘 퇴근해서는 “엄마, 나 회사 다녀왔어”라고 생긋 웃으면서 인사를 해야겠다. 이렇게 나는 시작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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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하고 엄마품을 떠나면서 살림을 사느라 두아이를 키우느라 그리고 느즈막에 직장을 다니게 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에겐 참 소홀했다. 그런 내가 직장을 그만두게 된 몇달전 마음먹게 된 일은 엄마와의 즐거운 시간이다. 왜 그런지 엄마가 우리 사형제를 낳고 키우면서 살림에 장사까지 했으니 나보다 더 하루하루 생활에 쫓겨 다니느라 힘겨웠을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제 아이들이 많이 자라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되고 보니 그제야 엄마가 보이다니 엄마에게 자식은 언제나 철없는 아이가 맞나 보다.
엄마는 엄마여서 하지 못할일도 없어야하고 어려운일도 척척 해내야하고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뭐든 희생봉사 해야 한다. 그래서 엄마는 강하다? 그런 강한 엄마가 소리내어 울때는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프고 외뤄워서겠지! 남편사업의 실패로 단칸방으로 이사를 갈때도, 월세를 못내 전전긍긍할때도, 아들이 병을 얻어 입이 돌아갔을때에도 울었지만 금새 다시 괜찮아졌던 그런 강한 엄마로만 생각했던 저자는 엄마가 진짜 우는 모습을 보고서 엄마도 힘들면 울고 아프단 사실을 깨닫고 이제 그 엄마와 여행을 가려한다.
엄마와의 첫 여행은 엄마와 저자의 고향 서천마을이 시작이다. 언제나 고향에 내려가면 마지못해 따라 나서던 엄마의 산책길에서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가 보는 것을 보고 엄마가 듣는 것을 듣는다. 짐짓 못이기는척 엄마를 따라나서는 작가의 발걸음이 엄마와의 여행의 시작이란걸 엄마는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의 농담에 웃기도 하고 삐치기도 하며 때로는 모자지간이 주거니 받거니 재치 있는 말들이 오고 가기도 한다. 그렇게 저자는 엄마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엄마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또 엄마로부터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 추억들을 기억해내기도 한다.
장롱면허인 저자는 엄마를 기사로 내세워 여행을 하는데
'다른집은 아들들이 엄마를 데리고 운전해서 여행도 간다는데 니는 왜 그러나?' '다른집 아들은 다른집 엄마가 낳았잖아' '기사비 얼마 줄건데?' '이야, 모자지간에 치사하다. 다른집 엄마는 아들한테 안 그런다' --p80~81
듣지 않아도 경상도 사투리로 오가는 모자지간의 대화가 참으로 구수하다. 경상도 사람들은 참 무뚝뚝하다던데 모자지간은 안그런걸까? 여행지마다의 짤막한 모자지간의 이런 재치있는 대화들이 나도 우리 엄마와 이런 대화를 나눈적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사람은 늘 가까이에 있는것에 대해 소중한 기억을 묻어두고 멀리로만 가려하는데 엄마와의 여행에서는 자신의 고향마을을 두루 여행하며 옛추억을 떠올리고 엄마의 먼저 보낸 사람들에 대한 쓸쓸한 마음을 엿보기도 한다. 지인으로 부터 들어서 꼭 한번 가보려고 마음먹은곳을 잘 기억해두었다가 엄마를 불러내 출장을 핑계로 엄마와의 여행을 가는 저자의 속마음도 모르는채 엄마는 아들에게 훈수를 두려 하기도 하는데 그런 시간마저도 나는 부럽기만하다. 나는 그럼 엄마와의 첫 여행을 엄마의 고향으로 해야할까?
서천마을을 시작으로 저자의 어린시절 태어난 풍기의 죽령옛길과 온천 그리고 부석사를 돌며 엄마의 옛시절과 저자의 어린시절 추억을 회상하고 조금 멀리 단양과 안동 하회마을과 제천 청풍명월과 서울 대학로를 다니며 엄마와의 추억을 만들고 엄마의 환갑을 맞아 제주를 찾아 여행을 하는동안 저자는 엄마에 대해 참 많은것들을 알게되고 엄마의 편지까지 받게 된다.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길안내를 하듯 그렇게 소소한것들을 담아놓고 있어 여행 정보에 도움이 되기도 하는 이 책으로 나 또한 엄마와의 추억여행을 떠나 보고 싶다.
그리고 저자와 엄마의 마지막 대화처럼 추억을 하나둘 쌓으면서 말하고 싶다. '엄마야!' '왜?' '사랑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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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들_
늘 그렇듯 엄마에 대한 것들은, 혹은 아버지에 대한 것들은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된다 다만 그게 조금 덜 늦었기를, 돌이킬 수 없는 것만 아니기를 바랄 밖에. -
본디 자식이 부모에게 내주는 시간이란 부모가 자식에게 퍼준 시간과 같지 못하다 '엄마'라는 이름이 가슴 아리기는 해도 '연인'이라는 이름만큼 가슴 설레지 않으므로 .
우리는 늘 설렘만을 간직하고 싶은 이기적 존재니까 .
p 27
나는 엄마의 걸음을 따라 걷는다 . 내가 아이였을 때는 지금과 반대였겠지 갓 걸음마를 배운 아기는 아장아장 첫걸음을 디디며 엄마를 앞서 걸었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거꾸로 자라는 것일까
p 45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깨닫게 된 것 중 하나가 가끔 엄마가 주는 대로 가만히 받는 것도 효도라는 거다
사랑을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하고 나면 받는 사랑이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물론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이 주고받기 공식이 자주 어그러진다 주는 것은 알아도 받을 줄 모르는 게 부모의 사랑법이다
p 165
자식이 크면 부모의 품을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건만, 부모라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에게 가끔 한없이 미안해진다
부모의 자식 사랑에 이유가 없듯, 자식의 죄의식에도 이유가 없다 .
p 262
힘들 때도 있겠지만 행복은 스스로 찾아가며 사는 거야. 그게 바로 행복이야. 엄마가 밀어줄게 .
살다 보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 때가 있지만 언제나 내일보다 오늘이 중요하다는 것 잊지 말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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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엄마의 관계는 딸과 엄마의 관계보다 소원하다. 딸들은 자라면서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갖기 마련인데, 아들은 그런 마음을 가졌어도 겉으로 무뚝뚝하다. 어릴 때부터 감정을 절제하도록 교육받아온 우리나라 아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엄마, 우리 여행 가자>는 감정 표현이 부족한 이 땅의 아들들을 위한 책이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쑥스러워 못하는 아들, 여행 작가 박상준 씨는 과감하게 엄마와의 여행을 시작한다. 처음 시작은 ‘나는 운전을 못하나 엄마는 운전을 할 줄 알고 차가 있다’는 명분 덕분이었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으로 어딘가 떠나야 하는 운명의 아들에게 엄마는 기사 노릇을 자청한다. 엄마도 일상이 있고 직업이 있는지라 가끔 시간을 낼 수 있을 때만 가능한 여행이지만, 이 작은 여행들이 모여 엄마와 아들 사이에 소통의 장을 만든다. 늙어가는 엄마를 느끼고 소녀 같은 감성의 한 여성으로서 엄마를 만날 때 아들은 남모르는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한다. 어느 날 문득 엄마가 뭘 좋아할까 떠올려 보지만 저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엄마는 뭘 좋아하지?” 라는 바보 같은 저자의 질문에 여동생은 “글쎄, 엄마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나?” 라는 대답을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들을 위해 헌신하고 아들을 믿으며 사랑하고 산다. 힘들고 고달픈 생활을 견디게 하는 것도 든든한 아들의 등짝 덕분이다. 오죽하면 20대 여성들의 이상형은 잘 생긴 남자, 30대 여성은 돈 잘 버는 남자, 40대 여성은 힘 좋은 남자, 50대 여성은 ‘내 아들’이라는 농담이 나왔을까? 저자는 동생의 말에 ‘그래, 엄마는 나를 좋아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지친 엄마의 삶을 위로하고 싶어진다. 엄마 마음의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집 근처 천변을 시작으로 하여 부석사, 죽령옛길, 제천의 청풍명월 등 참 다양하다. 거창한 해외여행을 효도 관광이랍시고 모시고 가는 아들보다 저자처럼 친근한 곳을 부모님과 함께 찾아가는 여행이 더 와 닿는 건 왜일까? 가까운 곳을 함께 걷고 푸근한 한국 음식을 맛보면서 우리네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정’을 나눌 수 있어서가 아닐까. 여행 작가라는 직업 때문에 좋은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저자에 반해 엄마의 카메라는 해상도가 무척 떨어지는 핸드폰 카메라다. 작은 카메라라도 사드리겠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극구 사양하며 핸드폰에 담아 두어야 가끔 들여다보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은 항상 추억의 연속이다. 아들과 엄마는 엄마의 어린 시절이 담긴 고향땅을 걷기고 하고, 아들의 어린 시절이 담긴 작은 도시를 방문하기도 한다. 이들의 여행에는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기에 더욱 따스하다. “엄마는 말없이 산 아래 동네를 내려다본다. 당신이 태어나 자라고 평생 살아온 동네. 먼저 죽음을 맞이한 오빠와 티격태격 싸우며 자랐을 땅. 아들과 함께 그 길을 오르며 어떤 회환에 젖었을까. 괜스레 가슴 한쪽이 뭉클하다. 엄마의 60년 삶의 조각들이 저만치 곳곳에 숨어 있겠구나. 아직도 고향 땅에 대해, 엄마에 대해 난 모르는 게 참 많구나. 나는, 경상도에서 자라 무뚝뚝한 나는, 가만히 마음으로 엄마를 안아본다.” 그래도 엄마와의 여행을 시작한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흔히들 부모님과의 여행을 꿈꾸지만, 시간이 없다, 바쁘다, 부모님께서 안 좋아하신다, 돈이 없다는 등의 핑계로 미루기 마련이지 않은가. 둘이 여행을 하다 보면 평소 모르던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어느 날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종이와 펜이 있으면 좋겠다’고 엄마가 말한다. 엄마가 뭘 제대로 글다운 글을 적는 걸 본 적이 없는 저자는 ‘자주 글을 적어?’ 라고 엄마에게 물어본다. “어, 지하철이나 버스 탈 때 사람들 보면 재밌는 일들이 많아. 그런 걸 적어뒀다가 나중에 읽어보면 그때 사람들이 그랬지 하는 게 떠올라서 기분이 좋아져.” 엄마의 대답에 저자는 두서없을 엄마의 메모를 떠올린다.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적당히 무시되는, 묘사라기보다 기록에 가까울 엄마의 메모. 세련되거나 멋지지 않지만 당신만이 읽어낼 수 있는 언어들. 자신의 기억에 엄마는 글보다는 말이, 책상보다는 계산대가 익숙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며, 얼마나 엄마를 모른 채 삼십 대가 되었나 생각해본다. 저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아들들은 그럴 것이다. 나도 나이를 먹고 보니 70대가 다 되어가는 부모님의 평소 알지 못하던 모습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청소년기에는 반항하느라 바빴는데, 지나고 보니 나의 부모도 무척이나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분이라는 생각.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아들딸들이여, 이제 그만 무뚝뚝함을 버리고 늙으신 부모님께 다가가 보자. 소년 소녀 같은 부모님의 마음속에 우리는 언제나 귀여운 자식으로 남아 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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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엄마가 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가끔씩 울었지만, 내가 못나서 종종 엄마를 울게 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진짜 우는 걸 본 적은 없었다. 엄마는 엄마를 위해 울지 않았으니까.
집안의 사업이 실패해 단칸방으로 이사를 갔을 때도, 월세도 내지 못해 온갖 마음고생을 했을 때도, 그 단칸방에 아들이 처음 내려갔을 때도, 그리고 하나뿐인 아들이 구안괘사로 입이 돌아간 모습을 처음 봤을 때도, 엄마는 눈물을 흘렸지만 금세 웃었으니까.
늘 괜찮아질 거다, 내일이 있으니 괜찮다, 위로하던 이였으니까. 그랬던 엄마가 울고 있었다. 엄마가 엄마 때문에 울고 있었다. 훌쩍 커버린 자식 앞에서 훌쩍 지나가버린 자신의 인생 때문에 울고 있었다. 길 잃은 가출소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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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미안해서, 내게 말해버린 게 미안해서, 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게 미안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마음의 집이 아닌, 현실의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리고 그냥 산다. 또 하루를 긍정하며 가끔 기도하며. 이 또한 축복이려니 하며. 바보같이.
----그날 이후부터 작가는 조금씩 바뀌어갔다. 갑자기 모든 게 미안해졌다.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이렇게 아들은 한 발자욱 엄마 곁으로 다가간다. 엄마 집인 영주의 서천변을 걷는 것으로 시작해서 집과 가까운 곳으로의 가벼운 여행을 하면서 엄마는 아들을, 아들은 엄마의 마음을 조금씩 헤아려 간다..
아들은 엄마가 진짜 엄마의 인생을 살기를 소망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면서 배려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 가끔은 티격태격 사랑 싸움도 하고 실없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엄마의 마음속의 집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엄마의 환갑을 맞아 아들과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들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울 엄마 '김란기 여사'는 할머니도, 엄마도, 아내도 아니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아직 당신의 맘이 늙지 않아 다행이다. 당신이 내 엄마라서 참 다행이다."..라는 작가의 고백 앞에서 많이 반성했다.
난 나의 부모님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게 진짜 그분들의 마음일까... 이제는 같이 여행하는 것도 어려워져버린 반으로 휘어진 허리를 지탱하는 엄마의 지팡이가 가슴 아프게 한다.
아들도 저렇게 살갑게 같이 여행도 하고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마음을 살뜰하게 챙기는데... 많은 반성을 하게 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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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라는 장르가 멋들어진 청춘이 단독으로 훌쩍 먼 곳으로 떠난 기록을 담아내는 것이리라 거의 당연히 여겼는데,
여행이라는 설레이는 일탈에 엄마와 우리라는 이름으로 여행을 간다고?
그렇다고 엄청 으리으리한 효도여행도 아니고 지은이가 대단히 극진한 효심으로 부모님 속 절대로 안 썩히는 엄친아도 아니다. 엄마네 시골집 주변에서 시작해서 제일 멀리 나가보아야 제주도로 그친다. 작가는 그칠새없이 엄마 김여사랑 말싸움에 티격태격 그러면서 다른 집 아들들은 어쩌구 타령을 듣는다.
그렇지만 그렇게 쬐끔씩 게으름과 머쓱함 털어내며 서로에게 한 발 더 다가서는 노력에 당장 나서도록 힘껏 등을 떠다내미는 힘센 뭉클함이 이 책의 매력이다!
어느 날 새벽 다른 이유가 아닌 스스로에 대한 이유 때문에 '진짜' 우는 엄마를 처음으로 목격하면서 이 책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러니 내게는 참 다행한 일이 일어난 셈이었다. 엄마가 울다니. 아이처럼 엉엉 울다니. 그래서 엄마에 대해 생각하게 됐으니 기적 같은 일이다. p.8
부모가 자식에게 퍼준 시간과 자식이 부모에게 내주는 시간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좋아하는 건 나이니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이 엄마에게 완전한 치유는 못되어도 작은 위로는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이 큰 울림을 주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그렇다고 근사한 곳으로 엄마를 곧장 모시고 간 건 아니다. 자주 내려가는 것도 아니면서 모처럼 간 집에서 잠만 몰아자다가 운동가자는 엄마의 권유에
이번만은 마음 한구석이 찔끔한다. 더는 양심이 저려 누워 있을 수가 없다 p.26 그렇게 마지못해서 따라나선게 고작이다. 하지만 일단 엄마와 함께 다니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 자식의 관계는 거꾸로 자라는 것일까. p.27
실은 별 것 아니겠구나. 엄마를 웃게하는 일, 엄마를 위로하는 일. 거창한 여행만이 답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그저 한두 시간 가볍게 같이 걷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먼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행복해질 수도 있겠구나. p.29
그런 작지만 소중한 발견을 많이 한다.
서천의 철새 떼 사진을 찍다가 철새의 군무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목청을 높여보고 돌팔매질도 해보던 엄마에게 지은이는 짜증을 내고 만다.
세상 사람 모두에게 친절하기보다 엄마 한 사람에게 친절하기가 이리도 힘들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과할 만큼 너그럽지만 당신에겐 늘 이리도 모질고 만다. p.49
자식이라면 이 부분에서 누구나 뜨끔해질 것이다.
멀리 살며 자기 사는 일에만 바빠 통 들여다보지 않는 자식 대신에 싸구려 라디오로 세상과 소통하고 위안을 얻는 엄마는 뭔가 스스로 찾아낸 작은 희열 같은 것이 느껴지는 표정을 해서 사춘기 중학생 같다고 한다.
엄마의 잃어버린 청춘, 꿈을 가만가만 일깨우는 여정이 그래서 더욱 정겹고 소중했다.
여행에세이라는 분류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여행이 지리적 의미 뿐만 아니라 본원적 마음의 여로도 꾹꾹 짚어간다고나 할까?
이 책에 실린 사진들에 흐릿하게 잡힌 엄마의 자리에 어쩐지 우리 엄마를 겹쳐 놓아도 괜찮을 듯했다. 전문 여행 기자 출신 작가가 써 놓은 책이지만 이건 내 이야기잖아, 공감하며 같이 울고 웃을 수 있어 친근하고 정겨웠다. 과시하기보다 무심히 눈 앞에 쓰윽 내미는 듯한 느낌의 사진들도 참 좋았다. 각 사진마다 번호 붙여 여기가 어디인지 꼬박꼬박 설명을 붙이기 보다는 그 무뚝뚝하게 제시하는 방식이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엄마를 너무 너무 행복하고 즐겁게 해준 내 아들 상준에게' 그렇게 시작하는 편지를 엄마가 보내면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이 책 앞머리에서처럼 "엄마, 집 앞이야, 나와요." 이렇게 전화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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