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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핑클, SES 등의 활동을 계기로 아이돌이라는 용어가 이제 우리나라에서 자리잡아 가려는 무렵, 일본에서는 이미 아이돌 문화는 포화상태에 이른 모양이었다. 아이돌 스타들의 성장통을 자아상실 또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같은 철학적인 문제와 매듭지어 선보인 이 작품.. 당시만 해도 애니메이션으로 이러한 추리 스릴러 작품을 표현한다는 것은 모양새부터 생소하고 독특했다. 게다가 이건 어린이용 만화영화가 아닌 성인용 애니메이션 수준이었기에 더 특별했다. 1997년 부천국제영화제가 처음으로 스타트 끊을 당시 귀하게 모셔온 작품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때 여행을 겸해서 부천을 찾아가기 전 미리 예매했던 작품이 라스 폰 트리에의 유명했던 ‘올나이트 무비’ <킹덤>과 <퍼펙트 블루> 였었다. 홍보용 안내물만 보고서 직감으로 왠지 크게 히트칠 것 같던 느낌이 강했던 탓이다. 물론 <킹덤>은 심야 컬트 & 밤샘영화라는 색다른 문화까지 만들어내면서 우리나라에서 제법 인기를 많이 모았던 반면 이 작품 <퍼펙트 블루>는 정식개봉조차 6~7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야 등장한 뒤 그냥 소리소문없이 잊혀져간 작품이 되어버려 많이 아쉬웠다.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였을까? 이 작품은 스토리의 중반부터 상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계속 넘나들면서 보는 이들에게 점점 혼란을 주기 시작한다. 물론 이런 특징은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 대부분에 나타나는 그만의 색깔이기도 하다. 아이돌 가수인지 아니면 연기자인지, 내가 살인을 한 것인지 아닌지, 결국 나는 진짜 키리고에 미마인지 아닌지, 어디서부터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미마의 혼란스런 상상 속인지 보면 볼수록 쉽게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말 그대로 ‘나는 누구인가’를 탐구하고 또 탐구해 들어가는 기묘한 추리소설 같은 전개가 독특해서 한번 본 이후로 잊혀지질 않고 해적판이라도 구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 작품. 특히나 이제 우리나라 연예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흐름-즉, 가수로 데뷔했던 아이돌 스타들이 앞다투어 탤런트나 영화배우로 전업하려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한계와 어려움에 대한 묘사라든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되는 미마의 심리표현까지 웬만한 스릴러영화를 능가하는 수준을 애니메이션으로써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 획기적이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시대를 앞서간 면을 많이 보여준다. 연예계의 아이돌 문화와 그에 따른 삼촌뻘 팬들의 출현, 그리고 광적인 스토커, 다중인격장애자 등의 등장, 잔인한 폭력 및 살인현장 등의 배경은 현대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흔히 접하게 되는 현상들이다.(다만,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넷스케이프 화면은 지금 시대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가 1997년이므로..) 그 중 아이돌 문화, 특히 여성 아이돌 스타에 대한 조명이 눈길을 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한순간에 사라져가는 많은 아이돌 스타들. 그중에서도 걸그룹 출신으로 연예계 생활을 하게 되는 어린 여성스타들의 애환과 고충에 대하여 이 작품은 주인공 ‘키리고에 미마’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또 그녀가 아이돌을 벗어나는 이후로의 과정에서 여성연예인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다루고 있다. 전신누드 화보 촬영이라든지 드라마 속에서 강간을 당하는 장면 등은 그 수위가 성인영화 못지않은 충격을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청순한 이미지만을 간직해오던 미마가 깊은 고민과 마음의 상처를 입는 모습 또한 빠뜨리지 않고 있다. 실사로서 직접 연기하기 어려울만큼 민감한, 그러나 충분히 현실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연예계의 풍토에 대해서 애니메이션을 통해 고발하려는 의도로 엿보인다. 그리고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미마의 모습을 표현해내는 과정이다. 아이돌을 은퇴하고 성인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그녀 자신과 이를 부정하려는 또다른 자아가 서로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심리적 갈등으로 그녀 내면에서는 점차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져 카오스 상태가 되는데 이는 지켜보는 관객들마저 혼란스러울만큼 복잡다단하다. 특히, 악몽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게 되는 장면이 3차례나 반복되는 동안 어디까지가 연기이고 어디부터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것은 미마와 똑같은 심리적 체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하려는 감독의 센스로 느껴진다. 결국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추리소설처럼 미마 주변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에 대한 미스터리가 주요 스토리라인을 이루고 있지만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여성 아이돌 스타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 거기에 덧붙여 정신분석학적인 탐구가 연결되어지는 특별하고 복잡한 심리스릴러물이다. 이 작품 이후 <천년여우>, <파프리카> 등으로 더 진일보한 작품세계를 선보이던 곤 사토시 감독이 췌장암으로 47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면서 다시는 그만의 독특한 상상의 세계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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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
이제는 고인이 되신 콘 사토시 감독의 이름을 알리게 된 애니. 아이돌의 고민과 꿈과 현실을 오가는 몽롱한 상황이 절묘하게 어울렸다. 마지막 엔딩 곡으로 흐르던 season까지 정말 마음에 들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