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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반 전에 우연히 이 타이틀을 보고 깜짝 놀라서 입수했고, 어떻게 내가 이런 공연의 정보를 전혀 모르고 지나쳤을까 하는 자괴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지나쳤다'는 말은, 내가 이 당시 공연을 직접 볼 상황이 아니었으니 '관람을 놓쳤다'는 의미가 아니라, '오클라호마'의 리바이벌이 이 무렵(지난 세기말)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지나쳤다'는 뜻이다. 뮤지컬 오클라호마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줄 안다. 혹 모른다고 해도, 뮤지컬 아리아 'Oh What a Beautiful Morning'을 모를 수는 없지 않을까. 또, 1993년작 코미디 영화 '데이브'에서도, 이 뮤지컬의 엔딩 송 '오클라호마'를 케빈 클라인이 초반에 자기 집에 자전거 타고 들어오면서(이 사람 아마 자기 차도 없는 캐릭터였지?) 부르다가 백악관 요원들이 지 집에 몰래 들어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는 그 장면을 기억할 수도 있겠다('데이브'에는 이것 말고도, 시고니 위버와 함께 교통 경찰에게 걸렸을 때 '투머로(뮤지컬 '애니' 中 가장 유명한 아리아)'를 부르는 등 뮤지컬 올디스로 케빈 클라인의 가창력을 과시하게 배려하는 장면이 꽤 나온다). 이 dvd는 영화를 수록한 게 아니라. 트레버 넌이 1998년에 브로드웨이에 올린 대대적 리바이벌을 필름에 담은 것이다. 1998년이면, 우리가 아직 휴 잭맨이 누군지 전혀 모를 시절이다(엑스맨 1편이 2000년에 나왔음을 상기하자). 작년에 휴 잭맨이 '레미제라블'에 출연했을 때, '휴 잭맨이 노래도 하나?'고 생각했던 이가 많을 줄 안다. 휴 잭맨이 노래를 하냐고? 이거 왜 이러셔, 그 사람 본래, 차라리 연기 이전부터 노래를 주종목으로 삼던 사람이었거든? 휴 잭맨의 이 무렵이면 그가 딱 서른 살 먹은 시절이다. 내용을 보면, 확실히 이 사람 노안은 좀 노안이다. 재능에 비해, 그리고 타고난 외모나 발성, 연기능력 등 모든 조건에 비해, 고생을 많이 했는지 얼굴에는 불필요하다 싶은 주름살이 많이 드러난다. 지금이라면야 누가 뭐래도 중년, 아니 초로에 접어든 물리적 연령이긴 해서 뭐라할 일은 아니지만, 최근에 찍은 영화를 봐도 유독 그의 얼굴에는 보는 이가 흠칫할 만큼 여러 가닥 깊은 골이 파여 있다. 지 관리를 잘 못해서 얼굴 여기저기 천한 살집이 늘어진 인간하고는 비교할 게 아니지만, 볼 때마다 좀 안쓰러운 건 사실이다. 이런 명작의 브로드웨이 호화판 리바이벌에 당시로 아직 무명이었던 그가 떡하니 캐스팅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객관적 재능과 잠재력이 일찌감치 검증된 셈이다. 다만 그는, 욕심이나 허영기, 속물 기질이 그 재능에 비해 참 적은 사람이다. 그를 접한 사람들은 '이상할 만큼 겸손하다'는 평가에 입을 모으는데, 가끔 보면 국내 매체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봐도 참 가식이라고는 한 톨도 없는, 뭔가 내면의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 아닌가 착각할 만큼, 겸손하고 털털한 모습이다. 호주 사람들 중에 본디 이런 타입이 있긴 하던데, 그렇다고 쳐도 참 보기 드문 모습이다. 노안 구경이 다소 불편하긴 하나(이 사람, 윌 스미스하고 동갑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그의 장중한 명창으로 펼쳐지는 Oh What a Beautiful Morning을 꼭 들어보기 바란다. 놓칠 게 없는 명작이지만, 시간이 없어 하나만 챙겨야 하는 처지이기라도 하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