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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거나 우습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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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은 어린이 날을 제정하고 어린이 문제 연구소 를 조직했고, 어린이 잡지를 발간하면서, 짧았던 그의 생애는 온통 아동문학을 위해서만 바쳐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방정환의 여러 사회적, 정치적 활동 중의 일부였던 것 같다. 게다가 그는 어린이 잡지만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영화잡지, 청년잡지, 여성잡지까지 여러 잡지를 발간하는 일을 했고, 저자층이 얇았던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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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은 어린이 날을 제정하고 어린이 문제 연구소 <색동회>를 조직했고, 어린이 잡지를 발간하면서, 짧았던 그의 생애는 온통 아동문학을 위해서만 바쳐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방정환의 여러 사회적, 정치적 활동 중의 일부였던 것 같다. 게다가 그는 어린이 잡지만을 만든 것이 아니라 영화잡지, 청년잡지, 여성잡지까지 여러 잡지를 발간하는 일을 했고, 저자층이 얇았던 당시의 상황에서(이건 요즘도 마찬가지라고 하던데) 글을 쓸 때마다 필명을 바꿔가며 다양한 주제의 글을 발표했다고 한다. 이 책 <슬프거나 우습거나="">에 실린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그가 단순히 어린이들을 위해서 예쁘고 착한 글만 쓰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엮은이가 '소파 방정환의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부제를 달아놓았으며, <슬프거나 우습거나="">라는 제목 역시 그런 의도로 붙인 것 같다. 엮은이는 서문에서 각박한 요즘 세상에는 이런 소박한 동화를 읽으며 인간미를 되찾아야한다고 말한다. 엮은이는 서문에서 그렇게 말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방정환이 그런 의도로만 이 이야기들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천하 명약="" 검은="" 고양이="">, <돈벼락>, <늦둥이 도둑="">, <셈 치르기="">같이 어렸을 때 엄마한테 들었던 것 같은 '옛날 옛날에'하는 식의 이야기도 있고, <비밀>, <이상한 인연="">, <여류 운동가="" 까마중="" 스타="">, <금발 낭자=""> 등 순정 만화 같은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엮은이 역시 높이 평가한 <은파리> 연작은 당시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보여준다. 파리를 화자로 내세워서 지금 인간들의 사회는 이렇고, 인간들은 이런 모습이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라는 식으로 읽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의 검열에 연재가 중단되기도 하고 삭제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놈들이 사회, 사회 하지만 원래 사회를 만든 그 원료의 절반인 여자를 거저 부리고 거저 가두고 박대하는 게 사람이란 놈들의 세상이다. 아무렇게나 덮어놓고 거짓말 잘 하는 놈은 성공하고 참말만 하면 거짓말 할 줄 모르는 바보라고 자꾸 밀려서 살 수 없이 되는 게 사람의 세상이다. …… 착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노동해서 모은 돈을 거짓말로 속여서 빼앗은 것이 재산이다." (192∼193쪽) "놈들이 극이나 활동사진, 소설 주인공의 비경(悲境)에 흘리는 눈물이 과연 진정한 눈물이라고 한다면, 자기 이웃집의 구차한 살림을 보고 왜 동정을 못하느냐. 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조건 없이 다만 가난한 부모를 가졌다는 탓으로 박해와 모욕 속에서만 성장해서 어릴 적부터 우마(牛馬)와 같이 부림을 받아 살과 기름을 나날이 빼앗기고, 그 소득까지 약탈을 당하고 추위와 주림에 떠는 참극을 보고도 왜 동정을 하지 않느냐. 살아있는 참극을 보고도 왜 울지를 않으냐. 활동사진에서 고아를 보고 우는 자가 길거리에서 헤매는 동포의 고아를 보고 왜 울지를 않느냐." (198쪽) <은파리> 연작을 읽어보면, 역사는 모습만 조금씩 달라질 뿐,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인간들의 부조리한 모습도 그렇고, 추잡한 욕망에 대해서도 그렇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위선적인 행동들도 그렇고……. 소파가 <은파리>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은 구체적인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은파리> 연작을 더 읽어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소파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검열 때문에 남아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한다. 어쩌면 같은 이유로 우리에게 남겨진 소파의 작품들은 예쁘고 착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인지도 모른다. 혹시, 방정환의 미발표 작품집 <슬프거나 우습거나="">가 아름답기만 하고 오직 계도적인 교훈만이 담긴 그저 그런 이야기들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해를 풀고 한 번 읽어 보시기를. 이 책은 글자도 크고 예쁜 삽화도 곁들여 있어서 읽기에도 편하고, 엮은이가 원문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문체나 어휘에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고 하니 예스러운 표현을 접하는 색다른 맛도 느껴볼 수 있다.

[인상깊은구절]
"놈들이 극이나 활동사진, 소설 주인공의 비경(悲境)에 흘리는 눈물이 과연 진정한 눈물이라고 한다면, 자기 이웃집의 구차한 살림을 보고 왜 동정을 못하느냐. 다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아무 이유 없이, 아무 조건 없이 다만 가난한 부모를 가졌다는 탓으로 박해와 모욕 속에서만 성장해서 어릴 적부터 우마(牛馬)와 같이 부림을 받아 살과 기름을 나날이 빼앗기고, 그 소득까지 약탈을 당하고 추위와 주림에 떠는 참극을 보고도 왜 동정을 하지 않느냐. 살아있는 참극을 보고도 왜 울지를 않으냐. 활동사진에서 고아를 보고 우는 자가 길거리에서 헤매는 동포의 고아를 보고 왜 울지를 않느냐."
b*****e 2003.12.0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