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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한국어 제목인 <작은 자본론>은, 통상 주류 경제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역에서 하는 경제 현상의 설명에 비해 좌파의 시각을 동원한 설명이라는 점에서 아주 엇나가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바루파키스가 스스로를 괴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라고 부른다고 하니 한국어 제목은 그를 고려한 면도 있어 보인다. 그래도 영어 제목인 Talking to My Daughter About the Economy가 이 책의 방향성을 더 잘 설명한다. 책은 바루파키스가 자신의 딸에게 세상의 불평등이 왜 생겨났는지, 이를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경제 현상이 발생한 역사 배경-인류가 식량 생산을 시작하면서 발생한 잉여 생산물에 그 기원을 둔다.-에서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등장한 비트코인과 같은 비정치적 화폐의 의미에 이르기까지 경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자신의 관점을 설명한다. 경제를 설명하기 위해 수학을 동원하지 않으며 복잡한 개념 설명을 활용하지도 않는다. 쉬운 설명을 통해 경제의 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경제가 결국은 철학이라는 관점을 투영한다. 그래서 영어 제목이 방향성을 더 잘 드러낸다고 한 것이다. 책은 쉽고 명쾌하며 재미까지 있다. 책의 초반부에서부터 경제를 다루는 다른 책에서 보지 못했던 독특하고도 날카로운 해석이 등장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잉여생산물의 생산은 사회의 기적, 즉 글자와 부채와 화폐와 국가와 군대와 관료와 기술을 낳았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초기 형태의 생화학 전쟁까지 낳았다(p.15) 같은 설명이 그 한 예이다. 실제 금속화폐가 등장하기 이전에 장부 기록을 위해 화폐의 개념이 등장했다고도 한다. 지배자들이 잉여생산물을 더 가져가기 위해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는데 그 이데올로기가 신의 섭리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성직자가 등장했다는 설명 역시 새롭고 흥미로웠다. 성직자는 인간의 편견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조성하는 의식을 개발하고 확정했다. 그럼으로써 처음에는 성직자 자신을 정당화하고 그다음에는 지배자들의 권력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잉여생산물이 없었다면 이렇게 복잡한 성직자 제도가 생겨날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성직자들은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p.21) 바루파키스는 잉여생산물을 과점하려는 정치 권력 때문에 불평등이 심해진다-그래서 경제가 철학의 문제가 된다-고 한다. 불평등은, 밀라노비치가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 간 불평등과 국가 내 불평등으로 나뉜다. 그러면서 불평등을 정당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책에서는 은행가들을 강하게 비판한다. 부채가 경제의 규모, 즉 교환가치의 규모를 키웠는데 은행들이 대출해준 금액에 대한 이자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미래가치를 부풀려서 현재로 가져와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이 얘기를 일반 기업들의 투자에 대입해서 설명하자면 창업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계획을 세우고-곧 망한다는 계획을 내세우는 기업은 없다-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 모으지만 실제 성공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서 많은 투자금액이 날아가는 경우를 들 수 있겠다. 어느 정도까지는 감당할 수 있지만 그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한 기업의 파산만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고 공황 상태가 도래하고 그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또는 국제기구가 개입하면서 국민들의 세금을 사용하게 되는데 은행가들은 여전히 돈 잔치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IMF 사태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현상 뿐 아니라 실제 조치가 적합했는가 하는-을 떠올리게 된다. 바루파키스는 국가의 역할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1인 1표가 아닌 1주 1표로 표시되는 주식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민주주의에 역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해 다수의 인민이 희생되는 제도라는 게 그의 평가이다. 기계 문명이 발달하게 되면 교환 가치가 소멸하게 된다는 그의 분석도 인상적이다. 교환 가치는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내게 된 개념으로 기계는 교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므로 기계 문명이 거대화하여 인간의 소득이 줄게 되면 교환 가치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교환 가치를 먹고 사는 기업들에게 고도화된 기계 문명은 재앙이 된다는 그의 전망은 타당하다. 이외에도 화폐나 시장 등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일독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의 생각을 다 전달하지 못해서 아쉽다. 경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이 책은 바루파키스의 저서로 한국에서 번역된 유일한 것인데 더 많은 그의 저서가 번역되어 제공되기를 바라게 된다. 바루파키스의 생각과 접근법을 통해 경제 현상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데 이런 인식을 거쳐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경제 관점을 더 단단하게 세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 이런 책이 교재로 채택되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도 된다.
P.S. 바루파키스는 트위터에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올리는 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
| 이 책의 저자 야니스 바루파키스의 강연 동영상을 우연히 보고 그의 생각이 궁금해져서 구매했습니다. 우리가 직면하는 불평등과 모순을 마르크스적인 관점에서 쉽고 명료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경제 교양서입니디. (딸에게 이야기하듯 쉽게 쓰인 책..) 통상적인 주류 경제학과는 그 결이 다른데 경제와 사회 불평등을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 읽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