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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트는 그렇다고 쳐도, '라잇풋'은 이걸 '번개발'로 옮길 게 아니다. 의미상의 라임을 항상 억지로 맞출 게 아니라, 때로는 그저 우연의 일치라 치부하고 넘어가야 한다. 동작이 빠르다는 의미에서 이 청년(제프 브리지스 扮)에게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모르겠는데, 영화를 보면 그게 과연 무슨 의도인지 짐작이 되긴 할 것이다. 제프 브리지스는 내가 여러 번 언급한 영화 <사랑의 행로>에서 형제 중 동생으로 나오기도 했고, 1976년작 <킹콩>에서 핀업 걸의 대명사 제시카 랭과 호흡을 맞춘 그 배우이다. <아이언맨> 1편에서 토니 스타크 통수를 치는 악질 중역으로도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다...라고 하기엔 <킹콩>에서 너무 털을 기르고 나와 연결이 안 될 수도 있다. 이 영화도 그렇고 1970년대에 남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저러고 다니는 게 트렌드였으므로 이해를 해야 하는데, <그레이 레이디 다운>에서 데이빗 캐러딘도 그런 꼴이라 얼핏 봐선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될 수도 있다.
이 영화의 각본도 쓰고 연출도 맡은 마이클 치미노가 한 달 전에 죽은 사실을 알고들 있는지 모르겠다. 그의 영화는 특별히 강렬한 시퀀스에서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키고 자신의 감정과 주제를 전적으로 투영하는 게 큰 강점인데, 다만 이게 제대로 안 먹힐 때 영화가 엄청 지루해지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타고난 재주가 있어도, 그게 항상 상황과 과제에 들어맞으라는 법은 없는데, 이 때문에 많은 천재들이 좌절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에 호응이 좋았고, 많은 평자들이 입을 모아 지금까지도 칭찬한다고들 하지만, 그게 이런 버디 무비, 범죄자들의 탈주극 장르가 당시 한창 유행하던 덕을 어디까지 본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시 말해 어디까지가 장르와 유행의 기여이고, 어디서부터가 감독, 배우 들의 순수한 공인지 분명치 않다는 뜻이다. <보니 앤 클라이드>('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부치 캐시디 앤 선댄스 키드>(내일을 향해 쏴라) 등등등....
조지 케네디는, '하, 저 비열한 늙은 뚱땡이 새X' 같은 짜증과 분노를 유발하는 데도 적격이고, 며칠 전 리뷰한 <대지진>에서처럼 고지식하고 정직한 공무원 따위를 표현하는 데도 잘 어울리는, 유틸리티 연기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금 적고 있지만, 그래도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더 많을까? <샤레이드>에서라든가, 10년 뒤 <나일 강의 죽음>에서 그 미국인 사기꾼 변호사 역처럼 말이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샤레이드>의 스코비 캐릭터와 매우 비슷하다. 내가 누누이 강조하듯, 범죄자 놈들은 똑똑해서 법을 어기고 다니는 게 아니라, 더할 수 없이 멍청해서 그 짓을 하는 것이다. 생전 상아탑 밖으로 벗어나 본 적 없는 잔 내시가 용케도 그 습성을 잘 알아서 '수인의 딜레마' 같은 것도 고안해 내었지만, 요즘 틀어주는 <엘리멘트리> 등 수사극에서도 언제나 '먼저 딜을 제안받는' 범죄자 놈이 항상 먼저 배신하게 되어 있다. 사람인지 짐승인지 배신도 자주 하고 다시 속을 틀는 것도, 밥 먹고 배설하는 만큼이나 번복이 무상하다. 머리도 엄청 나쁜 게, 드라이브 인 극장에서 잠시 내려 급하다는 소변이라도 보고 왔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 아닌가? 이런 건 물론 조지 케네디 잘못이 아니라, 까놓고 말해 깝깝하게 영화를 찍은 마이클 치미노 본인의 능력 한계.
이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될 당시 '대도적'이란 제목이 붙었나 본데, 얼마 전에 리뷰한 <The War Lord>의 경우 일본에서 '대장군'으로 제목이 (엉터리로) 붙어 그렇게 된 거지만, 이건 그런 케이스도 아니고 (아마도 전자를 의식한 듯) 한국 수입업자의 자의에 의해 그렇게 된 듯하다. '대도적'이란 엉터리 제목이 부르는 어떤 거창한 하이스트 플롯이라든가 의적물의 익숙한 전개를 기대해선 곤란하고, 옛날 영화가 다 그렇겠거니 기대치를 낮추고 관람할 필요가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영화인데 그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한 채 리뷰를 마무리하는 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코미디로 이 영화를 분류하기도 하는데 상당히 무리수고, 다만 제프 브리지스가 끔찍한 여장을 하는 장면이 잠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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