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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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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내 방 창문으로 찾아왔다." –p7     재스퍼 존스가 내 방 창문을 두드린 순간, 찰리의 인생이 뒤 바꼈다.     마을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재스퍼 존스’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찰리’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얼떨결에 재스퍼 존스를 따라나서 비밀의 장소에 도착한 찰리는 주지사의 딸‘로라 위셔트’의 시체와 마주하게 된다. 찰리는 당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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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내 방 창문으로 찾아왔다." –p7

 

 

재스퍼 존스가 내 방 창문을 두드린 순간, 찰리의 인생이 뒤 바꼈다.

 

 

마을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재스퍼 존스가 평범하기 그지없는 찰리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얼떨결에 재스퍼 존스를 따라나서 비밀의 장소에 도착한 찰리는 주지사의 딸로라 위셔트의 시체와 마주하게 된다. 찰리는 당황한다.

 

 

왜 이런 감당할 수 없는 사건에 찰리를 끌어들이는 걸까?”

 

 

재스퍼는 모든 말썽의 원흉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탄광마을 코리건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번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누구일까?

 

 

재스퍼일 것이다.” 아니 재스퍼 여야만 한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모든 불편한 진실은 우리와는 다른 특정인에게 전담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들은 재스퍼를 선택했다. 추리한 차림과 집도 없는 떠돌이였기 때문이다.

 

 

재스퍼는 누명을 벗기 위해 사건의 진범을 찾아내려 한다. 증인으로 찰리를 선택했고, 시간을 벌기 위해 시체를 유기하자고 제안한다. 또래 아이들에게 무섭고도 위험한 존재인 재스퍼, 하지만 찰리는 재스퍼의 당당하고 용기있는 면모와 진실된 모습에서 믿음을 가지기 시작했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하는 자신을 동등한 위치로 생각해주는 재스퍼를 돕기로 결정한다.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어수룩하고 말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놀림거리의 대상이 되고 따돌림의 대상이 되야 했던 친구들이.. 공부를 잘하고 똘똘하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는 찰리, 베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원주민과의 혼혈아라는 이유로.. 그렇게 따돌림을 당해야 하고 왜곡된 소문에 피해를 입어야 하는 사람들이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에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잘못된 소문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진실을 규명해야겠다는 정직한 행동에서 선입견에 꽉 찬 그들과 동일한 편견이 포착된다. 재스퍼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이미 범죄 경력을 지니고 있다고 알려진잭 라이어넬을 지목하는 장면이다. 재스퍼 스스로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될 것 이라는 그 말이 자신에게도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모두가 그러한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일까? 그만큼 편견과 선입견이란 풍조는 우리의 사회에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뜻일까?

 

 

우리는 사회적 동질감을 매개체로 집단을 구성한다.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침범하게 되면 가차없이 밀어내고 고립시키려 한다. 구성원과 구별되는 특징이 자신의 무리를 더럽히고 변질 시킬 거라 생각한다. 거짓이 진실처럼 꾸며져 눈덩이처럼 불어나 그들을 꼬리처럼 따라다니고 괴롭힌다. 베트남출신이라 공산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제프리의 가족들처럼 우리 사회엔 편견과 선입견, 집단의 불합리한 질서가 만들어낸 약자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거짓된 진실의 꼬리를 잘라내기 위해 재스퍼가 용기를 내듯이, 자신을 공산당이라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크리켓으로 영웅의 자리를 쟁취해 내듯이,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의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불합리한 질서를 규명하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낸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다. 배트맨이 슈퍼맨을 제치고 영웅일 수 밖에 없는 이유처럼, 우리가 우리의 권리를 되찾고, 불합리한 질서를 바로 잡기위해선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불가사의한 사건을 통해 어른들의 사회를 알아가는 찰리, 거짓과 음모로 일그러진 사회에 분함을 느끼고 울분을 토한다.

 

 

개떡 같은 세상이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을까

 

 

언제나 이 세상은 불공평한 걸까? 불편한 진실은 필요에 의해 묻혀가고 정당한 진실은 그들에 의해 조작되어 가는 세상, 인간의 편견과 위선이 만들어낸 불합리한 질서에 안주해가며 무감각하게 살아 가는 세상,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왜 세상은 개떡같이 변해버린 걸까?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의지하고 손을 잡아주는 소년들보다도 못한 것이 지금의 우리들 어른들이 만들어 낸 사회인 걸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나 또한 거짓된 소문을 조작하여 죄없는 친구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과거가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을 통해서야 이제와서 내 잘못을 인지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깊게 반성한다.

 

 

책 겉 표지의 재스퍼를 가리고 있는 편견과 거짓의 벽돌들이 하나씩 허물어 지기를..

 

 

바란다.

 

 

재미, 감동, 소재, 구성 모든면에서 만족감을 준 책인것 같다. 잔잔한 웃음과 위트있는 문장들, 스릴러를 압도하는 미스테리한 사건, 사춘기 소년 소녀의 사랑 그리고 슬픔들....대형 출판사가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이 읽지 못하게 되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울 만큼 좋은 책인듯 싶다. 재스퍼를 가리고있는 벽돌들 처럼, 허울뿐인 다른 책들에 의해 가려지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기도한다.

 

 

 

 

 

 



n******s 2010.08.26. 신고 공감 15 댓글 31
리뷰 총점 종이책
재스퍼 존스를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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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있는 표지가 먼저 시선을 끈다. 쌓인 벽 사이로 간신히 드러난 소년의 옆모습에 ‘요녀석 반항기 많게 보이는군’ 이라고 내뱉는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저 녀석이 재스퍼 존스인가 보군’하고 결론짓고 어떤 녀석인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읽기가 시작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문학을 접했다. 그것도 가장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인데다 작가 또한 굉장
"재스퍼 존스를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내용보기

  감각 있는 표지가 먼저 시선을 끈다. 쌓인 벽 사이로 간신히 드러난 소년의 옆모습에 ‘요녀석 반항기 많게 보이는군’ 이라고 내뱉는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저 녀석이 재스퍼 존스인가 보군’하고 결론짓고 어떤 녀석인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책읽기가 시작된다.

 

 


 

 

  오스트레일리아 문학을 접했다. 그것도 가장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인데다 작가 또한 굉장히 젊은 남자 작가이다. 이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들도 그가 82년생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으리라 짐작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물론 사람의 생김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지만 나보다 어린 작가가 이런 묵직하고 짜임새 있는 작품을 써냈다는 것에 대한 질투를 괜히 그의 노안을 지적하며 그의 재능을 조금이라도 깎아보려는 나의 심술에 피식 웃고 만다.

 

  굳이 장르를 따져야 한다면 성장소설이면서 범죄 스릴러 문학의 요소를 가미했다고 볼 수 있겠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코리건이란 작은 마을에 열 여섯 살짜리 소녀 로라가 실종되었다. 그것이 시작이다. 이 사건으로 코리건 마을의 친절과 미소는 의심과 추측으로 모드 전환을 한다. 로라의 실종 사건이 이 책의 주축을 이루는 뼈대이되 미스터리한 사건의 과학적 해결이 핵심은 아니다. 바로 코리건 마을의 실체를 벗겨냄으로써 인간의 선 악 구분의 모호성, 평균이 아니면 내쳐버리는 잔인성에 대해 열 서너 살의 소년들의 눈으로 확인해가는 소설이다.

 

  초반부부터 긴장감이 넘친다. 마을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재스퍼 존스가 소심하지만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찰리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친해져서는 안되는 친구라고 어른들이 주입하였고 또래들도 어른들의 판단에 따랐지만 재스퍼 존스는 알게 모르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친구다. 덩치도 크고, 사내답고, 운동을 잘 하며, 거친 면이 있는 그 녀석은 남자아이들에게는 모방의 욕구를 부추기는 남성성의 상징이었고 여자아이들에게는 물리적 파워가 느껴지는 로맨스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어른들에게는 별 볼일 없는 인간쓰레기일 뿐이다. 그런 재스퍼가, 전혀 반대의 환경에서 생활하는 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것이 재스퍼와 찰리의 코리건 마을에 대단한 사건인 로라 실종에 빼지 못할 발을 넣게 된 시작이 되었다. 재스퍼가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자신이 첫 번째로 지목될 것이 불 보듯 뻔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범인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 전혀 친분이 없는 찰리에게 손을 먼저 내민다. 찰리는 내심 그것이 반가우면서도 두렵다.

 

  그렇다면 왜 재스퍼 존스가 스스로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될 것이라고 예측했을까...그는 항상 용의자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틀림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난 어릴 때부터 용감해져야 했어. 그것도 최대한 빨리 용감해져야 했지. 사람들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 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었지.”( p)

재스퍼는 너무 일찍 선택권을 잃었다. 재스퍼가 어떻게 살고 있고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 물어본 적도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으면서 재스퍼를 쓰레기 취급하는 사람들. 천성이 더러워 그렇다고 몰아붙이는 사람들. 선량하고 조용한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사건이 일어날 때는 이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 재스퍼 존스가 문제의 도마 위로 오르고 그가 범인일 것이라 추측하고, 아니 범인이길 바라는 마음이 마을 사람들의 밑바닥에는 깔려 있는 것이다. 그는 원래 사악하고 못된 놈이라 규정짓고 만다. 제대로 된 부모의 돌봄도 받지 못했고 옷차림도 꾀재재하며 눈빛은 매섭고 무언가를 갈망하는 반항아의 전형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될꺼야”(38p)라는 재스퍼의 말이 내 양심도 콕 찔러준다.

 

  우리가 규정짓는 공동체 안에는 공동체의 색깔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그 사람을 공동체 밖으로 밀어내고 싶어진다. 그 심리는 ‘나는 공동체의 색깔에 맞는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공동체의 색깔에 맞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못된 심리가 숨어있다. 왜냐하면 순행할 공동체의 삶의 이물질처럼 여겨지고 언젠가는 그 이물질이 잘 돌아가는 공동체에 잘 못 박혀서 더 큰 문제를 불러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찰리도 학교라는 공동체에서는 너무 똑똑해서 아이들의 미움을 사고, 찰리의 베프(best friend)인 제프리는 베트남계 미국인으로 백인 그룹에 낄 수 없는 황색피부때문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이단아 취급을 하는 것이다.

 

  우스운 것은 코리건의 이단아 취급을 받으며 고립되어 살던 재스퍼마저 살인 전력이 있는 잭 라이어넬을 마치 원래 사악한 태생이었느냥 그를 로라의 살인자로 몰아세운다는 것이다. 재스퍼 자신도 마을 사람들에게 길거리 똥개 취급 받아 왔으면서 어느새 재스퍼 자신이 잭 라이어넬이 원래 사악한 놈일꺼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 자신보다 더 못한 짐승 취급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면서도 그것이 사람 사는 곳의 본모습인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코너에 몰린 재스퍼가 취할 수 있는, 그리고 누명을 벗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자기보다 못한 인간 잭 라이어넬이라는 강력한 전과자가 범인이 되어줘야 코리건 사람들의 낙인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등장하는 로라 실종 사건은 이 소설의 핵심이 아니라고 말했다. 로라 실종 사건으로 인해 변화되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밝혀지는 여러 진실들, 선의 탈을 쓴 추악한 어른들의 행태, 그것을 보며 정의와 용기가 그래도 진실임을 깨닫는 소년 소녀들의 여정이 담겨있다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보니 실종 사건의 해결이 급박하게 돌아가진 않는다. 그렇다면 이 책 읽는 동안 지루함이 느껴질까? 전혀 아니다. 이 책의 화자인 열 세 살 소년 찰리는 책을 아주 많이 읽고 글을 즐겨 쓰며 사색이 깊은 아이이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찰리는 느릿느릿한 속도로 이야기를 해주고 있으며 그것도 사건 자체에 대한 설명보다 사건으로 인한 자신의 생각과 그 상황에 대한 분석을 더 많이 한다. 찰리가 하고 있는 생각들을 지면에 죄다 쏟아 붓고 있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소년의 생각들이 어른의 생각보다 훨씬 깊이 있고 예리 있게 통찰하면서도 유머 있게 묘사되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좋은 표현은 옮겨 적기도 하고, 배시시 웃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읽어내게 되는 소설이다. 물론 책 읽는 내내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라는 질문과 내 나름의 예측을 해나가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어떤 상황이던 이 책의 장면마다 찰리가 상상하고 생각하는 것들을 부지런히 써놓은 작가 덕분에 로라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는 후반부에 와서도 끝이 보이질 않는다. 특히 주인공 찰리는 자신이 판단을 내려야하는 상황이 오면 항상 아빠 또는 마크 트웨인, 또는 에티커스 핀치를 대입시켜 가정해본다. 아빠라면, 마크 트웨인이라면, 에티커스 핀치라면 어떻게 할까.... 그렇다고 그 가정이 이끄는 결론대로 찰리가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은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며 용기 없음에 정당성을 얻으려 한다. 웃긴 건 꼭 이럴 때 미성년자임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다른 때 같으면 ‘이제 어린 아이가 아니라구요!’ 라 외치며 성인대접을 바라면서 말이다.

 

  ‘죽음’이라는 주제는 계속 화두가 된다.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로라의 죽음(실종), 찰리의 베프인 제프리 외삼촌 내외의 죽음, 재스퍼 엄마의 죽음 등 이 화두는 곳곳에 던져지고 있고 그 묵직한 주제를 우리 눈에는 꼬마로만 보이는 소년들이 제법 진지하고 설득력 있는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다. 어른이 아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성숙해있다는 것을 내가 깜박했나보다. 특히 슈퍼맨과 베트맨 중 누가 더 슈퍼히어로이냐에 대한 두 소년의 논쟁은 어른인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대목이었다. 결국 배트맨이 더 슈퍼히어로라는 찰리의 의견에 나도 동의하고, 작가 역시 그것을 의도한다. 슈퍼맨과 달리 배트맨은 초인적 능력이 없는 일반 인간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정의를 지키기 위해 나설 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가 진정 슈퍼히어로라는 것이다. 결론은 ‘용기란 결국 정직함’(452p)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마을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은 재스퍼라고 한다. 거짓말할 이유가 없고 지켜야할 명예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이유도 많아지고 지위와 명예와 부와 가족 등 지켜야할 것도 많아지는 법. 그래서 어른들은 겉만 보고 판단하며 그것이 진실이기 되길 바라고 진실이냥 떠들고 불리해지면 뒤로 쏘옥 빠지는 방관자가 되나보다. 그것을 보고 있는 코리건의 소년 소녀들은 이러한 어른들의 가식에 실망하고 코리건을 떠나고 싶어진다. 하긴 이 나이대는 세상에 대한 분노, 부모에 대한 반항심, 주위에 대한 불신 등이 최고조로 달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도 없는 현상이긴 하다. 참고로 찰리도 '개떡같은 세상'(209p)이라고 소리친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찰리가 생각하는 개떡같은 세상에 대해 분노하는 장면을 하나 옮겨볼까 한다. 제프리 외삼촌 내외의 죽음과 관련된, 즉 베트남 전쟁에 대해 단 한 줄의 뉴스보도도 없자 찰리는 분노한다. 무고한 사람이 그렇게 죽었다는데 오스트레일리아 뉴스는 아무런 말이 없다는 것에 놀라움과 동시에 큰 실망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그 분노는 또 금방 식어버린다. 어른 같은 생각을 하며 현실에 대해 인정하고 체념하는 모습이 꼭 노인네 같다.

  "하지만 이게 제프리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따면 나도 이렇게까지 신경을 썼을까? 답하기 어렵다.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가슴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 삶은 엉망진창이 되고 말 것이다. 하나의 비극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운 비극을 맞이하며 평생을 눈물로 보내겠지. 그렇게 살다가는 만신창이가 되겠지. 코리건 사람들도 그게 두려워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을 가린 채 모른 척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덜 알수록, 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어깨 한 번 으쓱하고 혀 한 번 끌끌 차고는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코리건은 따개비 마을이 된 것이다. 딱딱한 껍데기들이 다닥다닥 모여 서로에게 꽉 달라 붙은 채로 죽음에 대해서 모르고 사는 편을 택한 것이다."(208~209p)

 

  반전들이 많다. 온갖 고상한 척, 바른 부모인냥 하던 찰리 엄마의 추한 모습, 로라의 실종(죽음)과 관련된 진실에 대한 반전, 재스퍼 존스의 가족사에 대한 반전 등, 그것이 분명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긴 하지만 그 반전에만 빠져 즐거움을 느끼고 탄복을 하지는 않는다. 모두 씁쓸하고 추악한 반전이기 때문이다.

 

  다 읽고 나서야 책 표지의 벽돌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진실의 구멍은 저렇게 조그맣다는 것, 철저하고 촘촘하게 쌓여있는 저 벽돌들이 진실을 가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 벽돌을 만들고 쌓은 것은 재스퍼 존스에 대해 또는 재스퍼 존스가 아니다 하더라도 평균을 벗어난 타자에 대해 경계 짓고 벽을 만드는 우리네 심술이고 억지로 진실화된 딱딱한 우리네 편견이었다는 것을.

 

 

 

(스포일러가 안되게 할려고 매우 조심했다. 정말 재미있고 감각적인 소설이었다.)



YES마니아 : 로얄 g********s 2010.08.20. 신고 공감 11 댓글 19
리뷰 총점 종이책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의지하고, 책임지려 노력하는 약자들의 이야기' -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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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이 책은 추리소설도 아니고 성장소설도 아닌 것 같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여중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집요하게 단서를 추적하는 맛이 결여되어 있으니, 추리소설이라 하기도 그렇고,  성장소설이라 하면, 어떤 계기를 통해 뭔가 의미있는 내면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이미 성숙한 상태에서 외부충격에 잘 반응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의지하고, 책임지려 노력하는 약자들의 이야기' -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내용보기

  제 생각에 이 책은 추리소설도 아니고 성장소설도 아닌 것 같습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여중생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집요하게 단서를 추적하는 맛이 결여되어 있으니, 추리소설이라 하기도 그렇고,

 성장소설이라 하면, 어떤 계기를 통해 뭔가 의미있는 내면적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이미 성숙한 상태에서 외부충격에 잘 반응한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엄밀히 말해, 다소간 성장소설의 측면을 가진 것은 인정합니다만..)

 

 고로 이 책을 추리소설이네, 성장소설이네 하는 식의 틀에 끼워 맞추는 건 좋은 접근방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그런 부류의 소설에서 발견되는 극적인 맛이 다소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은 그런 기승전결의 할리우드식 전개는 아니지만, 좋은 작품들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건 작품이 쓰여진 시기와 동시대에 사는 우리들과의 긴밀한 접합성입니다.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과 지극히 맞닿아 있습니다.

 

 좀 식상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려 합니다. 저는 최근들어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 7일만에 정신질환에 걸린 남편에게 살해당한 사건이나, 새벽에 기도 중인 모친을 목졸라 죽인 아들에 관한 이야기, 연달아 보도된 아동성폭행 기사들을 접하며 삼십 평생 거의 처음으로 부분적이나마 그들과 함께 가슴 아파했습니다..

 

 도대체 제가 왜 갑자기 그들의 일을 그토록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저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확실한 건 이 시기에 제게도 가슴 시리도록 아픈 일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적 감상을 지우더라도, 그들이 나의 이웃이고,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과 믿음에 이르게 되면, 저는 그들과 함께 아파할 수밖에 없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에서 주인공은 그런 타인의 아픔을 모두 마음에 받아들이면, 고통으로 인해 세상을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게 의지하는 사람에 대해서만이라도 책임지도록 노력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아마 그게 훨씬 현실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하나같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책임져 주고자 노력하는 힘없는 십대 주인공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약한 그들의 모습 속에는 힘있다 하는 어른에게서 느껴지는 것보다 훨씬 강한 힘이 내재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겸손하고 진실하며, 용감하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곳에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하거나,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런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어떻게 성공적으로 그 난관을 헤쳐 나가는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극한 상황에서도 성인보다 뛰어난 감성과 용기를 가지고 문제를 대하는 방식을 볼 때, 우리 어른들 또한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끝으로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챨리', '제프리 루', '재스퍼 존스', '일라이저 위셔트'야. 너희들을 만나서 반갑고 즐거웠어..  사람들이 아무리 너희들을 무시하고 비방해도, 너희는 그들에게 네 자신을 맡기지 않고, 굳은 지조로 너희만의 길을 가더구나.. 그것도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면서 말이지.. 나도 그래.. 나도 나만의 길을 가며, 길 가운데 나와 같은 동료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들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단다...^^ 부디 너희들도 언제 어느 곳에 있던지 늘 외롭지 않길...

 

p.s. 단 하나 특별히 아쉬운 점은 작가가 너무 많은 작가와 작품을 거론하며 치기어린 면을 보여준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작가들도 안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 수가 상대적으로 너무 많더라구요.. 아직 젊어서 자신의 박식(?)함을 자랑한다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

 조금만 더 정제된 글로, 100년이 지나도 고전의 반열에 오를 작품으로 다시 한 번 우리 곁에 다가오길 기대해 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신경숙 작가나 황석영 작가(한 편씩밖에 읽어보진 못했습니다.)의 작품보다 좋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이런 발언 조심스럽군요.. 한 권밖에 못읽어 봤음을 새삼 강조드리며...^^;;)



YES마니아 : 골드 s*******1 2010.08.22. 신고 공감 7 댓글 21
리뷰 총점 종이책
내 창문을 두드린, '나와 같은 이유로 내가 필요했던 타인'
"내 창문을 두드린, '나와 같은 이유로 내가 필요했던 타인'" 내용보기
인간은 이질적인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 집단 안에 있는 인간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극단적으로 배척하게 마련이다. 회사와 가정, 학교에서 익숙한 룰을 깨려는 자는 금방 격리되기 쉬우며, 격리되는 자들을 보면서 우리는 순응을 내면화하게 된다. 철저하게 불합리하지만 이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는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대학원에서 교수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내 창문을 두드린, '나와 같은 이유로 내가 필요했던 타인'" 내용보기

 인간은 이질적인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 집단 안에 있는 인간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을 극단적으로 배척하게 마련이다. 회사와 가정, 학교에서 익숙한 룰을 깨려는 자는 금방 격리되기 쉬우며, 격리되는 자들을 보면서 우리는 순응을 내면화하게 된다. 철저하게 불합리하지만 이 악순환은 사라지지 않는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다. 대학원에서 교수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그러한 자들은 결코 학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회사에서 상사의 말에 반박하거나 특별하게 일을 잘하는 것은 왕따로 가는 지름길이다.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옳은 말을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이상한 구조에 대한 반론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튀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 집단의 폭력은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다. 군대, 가정, 학교, 행정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호주 작가 크레이그 실비의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는 이러한 폭력적인 구조에 대한 고발서인 동시에 따뜻한 성장을 담은 소설이다.

 

 1960년대 오스트레일리아 탄광 마을 '코레건'을 배경으로 소설은 전개된다. 책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 찰리에게 어느 날 '사건'이 벌어진다. 마을의 문제아 '재스퍼 존스'가 찰리의 창문을 두드린다. 묘한 호기심에 재스퍼 존스를 따라나선 찰리는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주지사의 딸 로라가 나무에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던 것이다. 놀란 찰리는 재스퍼 존스에게 빨리 경찰에 알리자고 했지만 재스퍼는 고개를 흔든다. 경찰은 결코 '혼혈아이며 알콜 중독자 아버지와 함께 사는 문제아' 인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라면서.

 

 고심 끝에 두 소년은 로라의 시체를 끌어내린 후에 커다란 돌에 매달아 저수지에 수장시킨다. 그리고 범인을 찾아 나선다.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올라온 사람은 혼자 사는 늙은 남자 잭 라이어넬이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두문불출하는 잭 라이어넬은 마을의 소년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은둔 중이라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으며, 어쩌다가 그가 집 밖으로 나오면 모두들 수근거리며 두려움에 떨었으니까. 자기 자신이 바로 그런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재스퍼 존스는 잭 라이어넬이 범인이라고 굳게 믿고 증거를 확보하러 다닌다.

 

 찰리의 친구 중에는 베트남 난민의 자식 제프리 루도 있다. 왜소한 몸을 지닌 쾌활한 소년이었지만 역시 마을 소년들에게 '베트콩'으로 놀림을 받는 소년. 크리켓 경기를 좋아하지만 어설픈 영어를 구사하는 왜소한 아시아계 소년에게 경기에 참여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책을 좋아하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았던 찰리는, 자신도 모르게 두 명의 아웃사이더 -마을 사람들에게 '잠재적 범죄자'인 제스퍼 존스, '베트콩'이라고 놀림을 받는 재프리 루- 를 친구로 두게 된다. 재스퍼 존스와는 로라를 죽인 범인을 찾아 다니고 재프리 루와는 만화 캐릭터에 대해서 공상을 나누면서 찰리는 서서히 합리적으로 보이는 어른들이 만든 세계의 이면에 눈을 뜨게 된다.

 

 로라의 실종을 계기로 마을에는 공포와 불신이 팽배해지고 소년들은 집에 발이 묶인다. 그러나 로라의 동생(일라이저)을 좋아하는 찰리는 밤마다 창문을 통해 탈주를 감행한다.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은 늘 질서와 합리를 강요하면서 소년들을 억압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질서와 합리라는 가면 뒤에서 일탈을 즐긴다. 일라이저와 밀회를 즐기고 재스퍼와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찰리는 많은 것을 알게 된다. 찰리가 새롭게 마주한 진실들은 세상의 '상식'이나 '통념'과는 다르게 낯설고 불편한 것 투성이이다. 낯선 것을 그토록 싫어하는 어른들의 세계는 역설적으로 낯선 진실들로 가득하다.

 

 

 나는 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점점 더 알아갈수록, 점점 더 밝혀낼수록, 점점 더 이해가 되지 않는다. (413쪽)

 

 

 미치광이 살인범으로 낙인 찍힌 잭 라이어넬은 다리가 불편한, 초라한 늙은이에 불과했다. 언제나 조신함과 복종을 요구하던 찰리의 엄마는 이웃집 남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불륜으로 인한 엄마의 자격지심이 찰리에 대한 엄격함으로 변질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로라를 죽게 만든 자는 흉악한 살인범이 아니라 바로 주지사인 아버지였다. 로라는 자신을 상습적으로 강강하는 아버지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재스퍼 존스를 찾아가지만, 돈을 마련하려고 농장에 일을 하러 떠난 재스퍼와 길이 엇갈리고 만다. 재스퍼에게도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로라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왜 진실은 늘 낯설고 불편한 것인가. 문제아 재스퍼 존스가 창문을 두드린 이후 찰리의 마음에는 강렬한 물음표가 새겨진다. 어른들이 말하는 질서란, 무지를 편리함으로 덮는 과정에 지나지 않았다. 재스퍼와 함께 로라의 시체를 목격한 '사건'이 없었다면 찰리가 이 진실을 깨닫는 시기는 더욱 늦어졌을 것이다. 어른들은 재스퍼를 일찍 철든 문제아로 규정하고 범죄자로 몰아갔지만, 찰리는 잔혹한 여름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알게 된다.

 

 찰리가 얻은 깨달음은 '어른들의 세계가 지닌 위선'만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문학 속에서 어른들의 위선을 고발한 소년들의 목록을 많이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어른들의 위선을 알아가는 찰리의 모습만을 본다면 이 소설의 의미는 반감되기 쉽다. 찰리가 얻은 가장 소중한 깨달음은, 강인하고 불온한 존재로 알고 있던 친구 재스퍼 존스가 자신과 같이 나약하고 흔들리는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처음에 찰리는 자기 방의 창문을 두드린 재스퍼를 따라나서면서 '호기심'을 느끼지만 점차 호기심은 동질감과 연민으로 바뀐다. 이 변화의 과정이야말로 '성장'이 아닐까.

 

"나는 항상 재스퍼를 랜들 맥머피라고 여겼고 나 자신은 힘없고 겁 많은 따개비라고, 그래서 그에게 붙어 공생하면서 용기를 위장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재스퍼도 나와 같은 이유로 내가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다. 내가 똑똑하거나 믿을 만하거나 충성스럽거나 착해서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 아무라도 필요했던 것이다.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스퍼가 그날 밤 내 방 창문으로 찾아온 것은 완전히 겁에 질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내 방 창문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불 주위로 몰려드는 곤충처럼 내 방 창문까지 이끌려 온 것이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해야 했던 것이다."(451쪽)

 

 우리는 모두 코리건 마을의 구성원이었던 적이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에게 다가서기를 꺼려 했으며,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집단의 질서에 의탁한 적이 있으리라. 또한 불합리한 질서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침묵으로 일관하고, 질서를 깨려는 자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다. 익숙한 관계가 주는 편안함에 안주하면서 부조리한 자신의 모습을 알면서도 무감각하게 살아가지 않았는가. 낯선 진실을 '폭로'하고, 집단의 질서를 비판하기는 쉽다. 그러나 두려워하며 반대하는 누군가 역시 우리처럼 두려움에 떠는, 흔들리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면 폭로와 비판은 힘을 잃고 만다. 이 깨달음은 인간을 다시 살게 만든다. 우리는 그것을 성장이라고 말한다.

 

 

 

 

 

2*****h 2010.08.25. 신고 공감 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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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호주]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
"[소설-호주]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 내용보기
크레이그 실 저/문세원 역 | 양철북 | 원서 : Jasper Jones (2009) | 504쪽 | 641g | 148*210mm | 2010년 08월 13일 | 정가 : 14,000원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호주의 탄광마을에 사는 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하고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 '왕따'의 생활을 하고 있는 찰리의 주변에는 제프리라는 베트남계 소년이 절친으로 있고, 원주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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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실 저/문세원 역 | 양철북 | 원서 : Jasper Jones (2009) | 504쪽 | 641g | 148*210mm | 2010년 08월 13일 | 정가 : 14,000원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호주의 탄광마을에 사는 찰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글쓰기와 책읽기를 좋아하고 똑똑하다는 이유만으로 '왕따'의 생활을 하고 있는 찰리의 주변에는 제프리라는 베트남계 소년이 절친으로 있고, 원주민과 혼혈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날 때부터 문제아로 취급된 재스퍼가 있다.  '베트남- 공산당'과 '원주민- 몹쓸 짐승'의 사이에 있는 찰리의 인생은 아주 짧은 시간, 극적인 사건으로 순식간에 바뀌어버린다.

 

문제는 재스퍼가 찰리를 찾아 오면서 발생한다.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반항 하나로 우상이 되어버린 재스퍼가 왕따인 찰리에게 찾아와 도움을 청한 일은 찰리에게는 꿈 같은 일이었다. 그렇기에 찰리는 너무도 쉽게 가보지 않았던 세계로 서슴없이 발을 디딘다.  그 속에는 로라 위셔드의 시신이 놓여있었다.  엉망으로 맞은데다가 나무에 목이 매여 죽은 채로 말이다. 한 사건을 겪고 신경이 예민해진 사람에게는 모든 상황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못해 과장되게 선명해 보일 때가 있다.  찰리의 신경도 마찮가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감당할 수 없는 사건, 재스퍼와의 우정, 일라이저와의 모호한 관계, 안과 밖이 다른 사람들의 여러가지 상황들이 꾸밈없이 연속으로 보여진다. 쌓인 감정들이 체면이나 자존심 또는 표현방법을 찾지 못해 해소되지 못하고 곪고 있었던 까닭에 각자 자신을 자신들의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벼랑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는 사람마다 다르리라 생각한다.  그 소동이 있은 후, 찰리의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다른 이의 세상들은 닫히고 무너지기도 한다.

생각보다 가볍게 시작했던, 그러니까 재스퍼 존스만 문제이면 끝날 줄 알았던 소설은 왠만한 사람은 다 문제인 듯 한 기분이 들게 몰아가다가 다들 나름의 길을 찾으면서 종결을 맞이한다. 그런데, 뭐가 종결인가 싶다. 자신의 "자'로 타인을 재고 함부로 난도질하는 일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그 때의 호주에만 있었던 일도 아니고,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계속 될 일이다. 그리고 그 "자"를 나 또한 갖고 있음을 부정하지도 못하겠고, 그 "자" 때문에 내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경험을 갖게 되었던 것도 여러번이다. 물론 지금도 겪고 있는 내 주변인들의 일도 자신의 "자"만을 휘두르며 대화를 거부하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책을 덮으며, '남 이야기에 신경쓰지말고 니들 인생이나 잘 살지?'라는 톡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책 표지를 보며, 재스퍼 존스가 벽이라도 깨고 나온다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책을 펼치니 글씨가 성기게 있어 약간의 난독증이 올 뻔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당황했다. 요즘 빽빽한 책을 많이 보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앵무새 죽이기]와 [호밀밭의 파수꾼]은 읽었으나 도무지 기억도 나지 않고 리뷰도 써 놓은 것이 없어 좀 답답한 기분에 읽었다. 다시 읽기 해야겠다.

 

연관 책읽기


[앵무새 죽이기],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길 위에서], [호밀밭의 파수꾼]


k******m 2010.08.20. 신고 공감 4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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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아닌 바로 당신들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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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평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장르가 바로 소설이다. 적당하게 책을 읽지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그런 것들을 설명하려면 거의 필연적으로 책의 내용도 함께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라는 책은 제목만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하퍼 리의 『앵무새
"재스퍼 존스가 아닌 바로 당신들이 문제다" 내용보기
나는 서평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장르가 바로 소설이다. 적당하게 책을 읽지않은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고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다. 그런 것들을 설명하려면 거의 필연적으로 책의 내용도 함께 전달해야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이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라는 책은 제목만을 보고 호기심을 느끼고,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바치는 오마주. - 라는 추천사를 보면서 더욱 흥미를 가지게 되서 읽게 된 책이다.

간단히 책을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세명의 왕따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각각 이유가 서로 틀려서 더 이질적인 그들이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로 책의 주인공격인 찰리 벅틴은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고 머리도 좋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재스퍼 존스는 단지 원주민과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제프리 루는 배트남계라서 그들과 외모가 틀리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왕따를 당한다. 재스퍼 존스의 경우는 더더욱이나 상황이 좋지않다.

사건이 터졌다 하면 코리건 사람들은 즉각 재스퍼 존스의 이름부터 들먹인다. 자기 아이가 잘못한 게 분명해도 일단 이렇게 묻고 본다. “재스퍼 존스랑 같이 있었던 거니?” 이 질문을 받으면 아이들은 거짓 대답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재스퍼 존스를 대면 자신들의 죄는 크게 사해지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착한 아이들은 악마의 꾐에 넘어가 잠시 길을 잃었던 것뿐이다. 사건이 그렇게 종결되면서 남는 교훈은 간단명료하다. 재스퍼 존스와 놀지 마라.
- p.14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나쁜 일들을 그에게 덮어씌우고 자신의 아이들의 잘못을 면죄해 줄 수 있는 “재스퍼 존스와 놀지마라.” 라는 말들을 가책없이 해대는 어른들은 어이가 없을 정도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쉽게 볼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나조차도 어렸을 때 들었던 말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어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편견은 아이들에게 깊숙하게 전염되고 그들은 또 그들나름의 희생양들을 선별해내게 되는 것이다.

책의 시작은 재스퍼 존스가 찰레의 집에 방문을 하면서 시작이 된다. 평범한 일상의 밤이었을 그날 찰리에게 재스퍼 존스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그대로 지속되었을지도 모를 평범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그런 생활은 재스퍼 존스와의 만남으로 그 일상들이 달라지게 된다. 주로 참고 인내하는 방식으로 왕따를 견디어내던 찰리에게 어쩌면 그런 변화는 너무 힘겨웠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년은 어린 나이에 자신의 유년기에 안녕을 고하게 된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지사의 딸인 로라 위셔트라는 열여섯 소녀의 의문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해서 그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 어린 소녀의 죽음 뒤에 숨어있는 추악한 진실들과 그 진실을 알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추악하다못해 구역질이 나는 위선과 편견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어떻게 그런 이기적이고 자신들만의 오만한 잣대로 다른 이들을 평가하고 단죄하는 것인 것 알수가 없다.

그러한 진실들 앞에서 너무나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찰리는 그것들을 고개 돌리고 외면하거나 도망치는 대신 맞서기로 결정한다. 재스퍼 존스는 코리건이라고 하는 마을을 등지고 떠났지만 찰리가 코리건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집단이라고 하는 것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아이는 아마도 평생을 두고 재스퍼 존스를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자유와 용기의 상징으로 기억하겠지.

니체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인은 쉽게 미치지 않지만 단체나 국가는 쉽게 미친다고… 용감하고 어른들보다 현명했던 소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책을 덮는다.

n******5 2010.09.30.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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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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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는 사회 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방황기 시기인 것 같다. 겉으로는 잘 적응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항상 외롭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속으로도 이방인인데 환경조차 나를 이방인으로 만든다면 정말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를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의 편견의 무서움 이었다. 편견 속에서 그 사람의 참다움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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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는 사회 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방황기 시기인 것 같다. 겉으로는 잘 적응하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항상 외롭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속으로도 이방인인데 환경조차 나를 이방인으로 만든다면 정말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를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의 편견의 무서움 이었다. 편견 속에서 그 사람의 참다움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편견만을 그 사람에게서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을 규정한다. 재스퍼도 제프리도 그의 족들도 잭 라이어넬도 모두 편견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주인공 찰리 역시 편견으로 자신이 보는 것들을 규정한다.

 

그리고 우리의 편견 속에서 보지 못한 추악한 모습들로 인해 한 소녀의 목숨이 사라졌다.

 

정말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사회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정말 나쁜 사람일까? 그럼 사회에 중심에 있는 그 사람들은 과연 좋은 사람들일까??

 

편견의 편견을 만드는 우리들의 생각을 반성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들의 조금만 더 진실을 보려고 노력하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이 책의 곳곳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는 우리들의 주위에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나로서는 어떻게 진실을 바라볼 것인지.. 어떤 것이 용기인 것 이지를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젊은 작가의 생각의 깊이가 좋았다.

그리고 끝에 찰리의 말이 참 궁금해 진다.



f*******s 2010.08.19. 신고 공감 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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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이 시대의 모든 악플러들에게 바친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이 시대의 모든 악플러들에게 바친다." 내용보기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일에 총이나 칼이 없어도 가능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타인을 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 수 있는 이 시대에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재스퍼 존스라는 녀석이.   코리건이라는 작은 탄광마을에서 이 녀석은 “재스퍼 존스 = 문제아, 망나니,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아야 경계대상 1호” 라는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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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일에 총이나 칼이 없어도 가능하고 한 번도 보지 못한 타인을 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 수 있는 이 시대에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못해 스산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재스퍼 존스라는 녀석이.

 

코리건이라는 작은 탄광마을에서 이 녀석은 “재스퍼 존스 = 문제아, 망나니,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아야 경계대상 1호” 라는 공식이 성립된 지 오래다. 비슷한 또래의 누군가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재스퍼 존스와 같이 있었니?’라는 질문이 먼저 시작되고, 그 대답에 예스라고 한다면 이 아이는 나쁜 녀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수를 했다는 식으로 옹호되고 쉽사리 용서된다. 모든 잘못은 재스퍼 존스에게 떠넘기면 되니까.

그런데...문제는 뭐냐면, 정작 재스퍼 존스의 실체를 아는 이가 이 동네에선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그의 여자 친구 ‘로라’가 죽기 전까지는 재스퍼 존스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존재했을 테지만 이제 그녀의 존재도 사라져 버렸다.

아니, 그녀의 죽음에 범인으로 몰릴 처지에 놓인 재스퍼 존스, 그런 그가 실제 범인을 찾기 위해 도움을 청한 이는 다름 아닌 ‘찰리’였다. 찰리 또한 재스퍼 존스와는 다른 형태로 이 마을의 왕따였지만 왕따는 왕따를 알아본 걸까? 평소 친분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찰리지만 같은 아픔을 가졌기에 당연히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자리한 것인가?

그날 밤 두려움에 떨던 재스퍼 존스가 우연히 찰리 방의 불빛이 켜진 걸 보았다 하더라도 그가 다른 사람이 아닌 찰리였기에 모든 사실을 털어 놓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 그의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 엄청난 사건에 관여하게 된 찰리는 재스퍼 존스에 대한 의심과 신뢰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그와 함께하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또 그 시간들을 통해 진솔한 대화를 하면서 점점 재스퍼 존스에게 이 마을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서운 곳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절친 제프리 루는 베트남계라는 이유로 그와 그의 가족이 이 마을의 또 다른 희생양임을 지켜보게 된다.

 

이렇게 비극적인 인물들과 왕따, 편견, 인종차별 등으로 얼룩진 이야기들이지만 찰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비극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씁쓸한 위로마저 느껴지는 그들의 허풍과 만담같은 언어유희놀이, 독창적이고 희망적이기까지한 방법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그들만의 용기 속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세상을 배운다.

여기에 찰리의 순박하고 짜릿한 첫 사랑의 감정이 양념처럼 더해져서 소설의 읽는 맛은 한층 더 끌어올려진다.

이 책에서 재스퍼 존스가 문제라는 말은, 재스퍼 존스가 사는 마을과 그 마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으로 정작 재스퍼 존스의 악행은 찾아볼 수 없기에 더 우습기만 했다.

오히려 재스퍼 존스와 찰리, 재프리 루야말로 온몸으로 세상에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열정적으로 그들의 삶을 살아갔고 마을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문제였던 거야’라고 소리치고 있었음에 나는 열광하게 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악플러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중 한명일 수 있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나 친구들 역시 누군가의 악플러가 된 적이 있을 것이기에 결국은 우리 모두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럴싸하게 꾸며진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비겁하게 숨어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을 내 지난날의 오만함에 반성하면서...

인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무거운 주제를 안고 있는 이 소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일 수 있었던 데에는 저자가 순수한 한 아이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s*****m 2010.09.06.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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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문제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내용보기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간결한 한 문장,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도대체 재스퍼 존스란 인물은 어떤 인물이기에 문제라는 것일까. 책 뒷페이지를 보니 '왕따'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일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책을 읽어 보면 학교 생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
"문제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내용보기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간결한 한 문장,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도대체 재스퍼 존스란 인물은 어떤 인물이기에 문제라는 것일까. 책 뒷페이지를 보니 '왕따'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일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책을 읽어 보면 학교 생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방학 기간이다.

1960년대 말,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마을 코리건은 광산과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백인들이 주를 이룬 마을로 겉보기엔 조용하고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마을이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주인공이자 화자인 열세살의 소년 찰리에게 재스퍼가 찾아온다. 재스퍼가 찰리를 데리고 간 곳에는 주지사의 딸 로라의 시체가 있었다! 이 사건 하나가 이 찰리의 삶과 코리건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과연 이 소녀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소설은 한 소녀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들을 보여 준다. 작은 마을이 안고 있는 커다란 문제점이 이 사건 하나로 완전히 그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위한 파병과 해고가 만연한 탄광촌의 불안감은 사람들의 배타성과 차별 의식을 역력하게 드러나게 하며, 그것은 특히 재스퍼와 제프리란 두 인물에게 집중된다.

재스퍼는 원주민과 백인의 혼혈로 마을에 나쁜 일만 생기면 무조건 범인 취급을 받는 아이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어린 시절부터 도둑질을 하게 되고 불량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지만 실제로 재스퍼는 거친 면이 있을 뿐이지, 뼛속 깊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그저 재스퍼가 혼혈이기에,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한 이 마을에서는 마을을 대표할 희생양으로 재스퍼를 골랐을지도 모른다.
찰리의 친구인 제프리는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인이다. 즉, 동양계로 당시 백인 사회에서의 동양인이란 다른 유색 인종과 마찬가지로 홀대를 받던 시기에다가, 시기적 배경이 베트남전이 한창인 시대인지라 베트콩, 공산당이란 욕을 얻어 먹기도 한다. 제프리는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제프리의 부모는 단지 베트남인이란 것 때문에 마을 사람에게 해꼬지를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찰리는? 찰리는 순수 백인이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잘하는 똑똑한 아이란 이유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배척을 당한다.

도대체가 이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를 미워할 핑계만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일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버린다. 로라의 사건이 터진 후 마을 사람들은 재스퍼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무조건 가두고 폭행한다. 아직 로라의 시신도 찾지 못한 상태인데도 무조건 죄부터 자백하기를 강요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혀를 차게 만든다.

이 세상은 뭐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너무 작고 더럽고 슬픔으로 얼룩진 세상이다. 모든 바윗돌 아래에, 모든 벽장 속에, 모든 나뭇가지들 사이에 내가 알고 싶지 않는 끔찍한 것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마을 사람들이 온갖 일에 오지랖을 떨며 만사를 안정적이고 편안하고 고용하게 유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399p)

이 소설은 로라의 의문사 사건이 시작과 끝을 이루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나 찰리의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나 로라와 일라이저의 집안 문제는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어느 정도의 예상을 끌어내고는 있지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정이란 가장 작은 공동체 안에서도 지배와 피지배가 이루어지고, 서로를 격렬히 미워하고 배척하며, 문제가 생기면 덮어 놓고 숨기려고만 한다. 가정부터 이러니 마을이라고 다른 점은 없다. 마을을 하나의 공동체로 봤을 때 그에 속할 수 있는 사람과 속하지 못하는 사람을 분명히 구분하고 희생양을 만들어 그에게 모든 죄를 덮어 씌우는 코리건 마을의 사람들. 그러나 그들에게 멸시당하고 무시당하는 재스퍼, 제프리, 찰리는 그들만의 반격을 준비한다. 불합리와 부조리에 맞서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현재형의 시제와 짤막짤막한 문장으로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사건 전개는 지루할 틈없이 이어져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하나의 비극이 또하나의 비극을 가져올 거란 예상이 들어도 손을 놓을 수가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찰리의 심리에 대한 묘사도 걸출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사건과 관련해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찰리의 모습과, 부모와 갈등하고 첫사랑에 설레하는 일상의 모습에서는 그 또래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찰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본문의 내용은 오스트레일리아 소설이라는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찰리가 언급하는 영화나 소설이 전부 미국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마크 트웨인의 책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그러한 점에서는 다른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의 작품속 내용을 언급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좀 아쉽기도 했지만, 마크 트웨인의 소설 속 내용이 책 내용과 무척이나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사회적 부조리와 불합리함에 맞서는 희생양들의 반격과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담고 있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속에서 뭔가 묵직한 것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배트맨과 슈퍼맨중 누가 진정한 영웅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찰리와 제프리의 대화는 과연 진정한 용기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한창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해야할 나이에 어른들 세상의 추악함과 마주하게 된 소년들의 성장 소설이자 우리가 묵과하고 왜곡하는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지 진지한 의문을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라는. 

y*****5 2010.08.18.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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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두려움에 저항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121)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제목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호기심은 말초신경부터 날카롭게 자극을 받는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작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크레이그 실비(Craig Sil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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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 저항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121)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제목만으로도 인상적이었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호기심은 말초신경부터 날카롭게 자극을 받는다. 우리에게 처음으로 소개되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작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크레이그 실비(Craig Silvey)!’, 과연 그가 풀어낼 이야기가  무엇일지, ’낯설다’는 그 자체로도 신성함을 기대하게 한다. 

소설가 ’장정일’이 평한 ’나와 타자를 구별 짓는 인간의 위선과 어리석음’을 어떤 이야기로 풀며 화두를 던질지, 어떤 충격과 참신함으로 다가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펼쳤다. 어두운 밤 한 모범생 소년 ’찰리’가 창문을 통해 몰래 집을 빠져나간다. 그곳엔 온 동네, 탄광마을 ’코리건’이 ’문제아’로 낙인 찍은 ’재스퍼 존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 한 밤 중에 벌어진 충격적 사건 속에서 나는 어느 쪽에 서야할 지 혼란스러웠다. 과연 옳은 일이란, 정의, 우정이란 무엇인지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또한 깊은 밤, 퍼붓는 빗줄기 속에서 쉼없이 치는 천둥번개가 더욱 오싹하게 만들며, 책 속에 갇혀버렸다.

 

무엇인가 크게 어긋났다. 거부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 그 시점에서 완벽하게 비틀어졌다. 과연 이 소설의 정체는 무엇일까? ’찰리’와 ’재스퍼 존스’의 관계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리게도 하고, 찰리와 베트남 출신의 절친 ’제르피 루’의 관계를 보면 마냥 십대 소년의 풋풋함과 유쾌함 그 자체인 성장 소설처럼 느껴지는데. 하지만 한 소녀의 실종, 살인사건이 갖는 무게는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무시무시하고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사건들이 전개될지 강한 흡입력으로 다른 것들엔 온통 무감각하게, 모든 신경을 차단해버렸다. 재스퍼 존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왜 그가 문제인 것일까? 마을 전체가 갖고 있는 공공의 편견과 거짓 속에서 어떤 진실과 정의를 말하고 싶은 것일까? 부조리한 인간 내면을 파헤치며, 그 속에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마주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데....  

도대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린 채, 잡담이나 늘어놓고 있다니, 찰리에게 감정이입이 지나쳐, 오히려 더 초조하고 불안하였다. 그렇게 한 사건이 던져놓은 밑밥에 호기심, 두려움에 손끝이 찌릿찌릿,  마지막을 먼저 확인하고 싶은 유혹과 싸우며 정신없이 책장을 넘겼다.
또한,  시시껄렁한 농담에도 자지러지게 웃는 소년들의 모습, 비밀의 화원마냥 그들만의 공간 속에서 우정을 키워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꼭꼭 숨어있던 유년의 추억들을 불러일으켰다. 

장정일은 호주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속에 미국화를 지적하였지만,  내겐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는 여름 풍경과 뒤뜰의 캥거루가 주는 생소함이 ’오스트레일리아’만의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와 무척 흥미로웠다. 

1960년대 말을 배경으로 ’전쟁과 실업’의 문제, 그 속 집단적 분노가 표출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단지 원주민과의 혼혈아, 베트남인이라는 다름의 차이가 꼬리표가 되어 멸시와 핍박의 대상이 되고 침묵과 왜곡이라는 ’위선의 가면’을 쓴 세상, 어른들에 대해 찰리는 끊임없이 반문하고 조금씩 해답을 찾아나간다.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는 사춘기, 십대의 격렬한, 또는 처절한 아우성이다. 세상 밖으로 걸어나올 때, 세상의 부조리와 모순에 눈을 뜨고 진실과 대면할 용기란 결국 ’정직함’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d******3 2010.08.14.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