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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마인드. 임광명. 출판사도 저자도 참 마음 씀씀이가 곱다. 제목은 더욱 빛난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대한민국 종교건축 취재기란 부제 속에 중의적인 책제목이 눈길을 끈다. 출판사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불교 관련 책들을 내고 있다. 잡티 하나 없는 평정심. 무상. 신을 향한 신실한 자세가 돋보인다. 저자 역시 겸손하다. 오랜 세월 종교담당 기자로 몸담으며 이번 책 발간이 스스로 부끄럽다고 말한다.
'출가한 종교인도 아니고, 또 건축학도 전공하지 않은 이로서 각 건축물에 대해 정밀한 감식이나 비평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과 욕심에서 종교건축물들을 답사했고, 감상대로 글을 풀어냈다.' - 프롤로그 중에서
그의 겸손과는 달리 각 건축물을 마주하는 그의 시선은 날카롭고, 따뜻하다. 어느 종교에 편향되지 않는 객관성과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나간 감상이 외려 마음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는 38곳의 종교건축물이 소개된다.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등 종교를 가리지 않고 건축물 자체에 의미를 둔다. 제목처럼, 어떤 건축물이든 자신의 신을 벗어놓는다. 저자의 종교에 대한 이해, 더불어 건축에 대한 깊이 있는 조예가 느껴졌다.
마음 쉴 곳을 헤매다. 마음이 머무는 곳, 발길이 머무는 곳. 세상을 품은 아름다운 자비. 가세 가세 함께 가세, 저 피안의 세계로. 4개의 섹션별 정리가 눈길을 끈다. 일반인 치고 건축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내게 이 책은 새로움 그 자체다. 세계 건축계의 대가들에 대한 편향된 관심이 약간은 부끄러웠다. 최근 안도 다다오, 프랭크 게리, 루이스 칸, 르꼬르뷔지에, 렘쿨하스, 장누벨 등의 건축을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건축물의 조화로운 상생을 눈으로 확인하며 얼마나 가슴 뛰는 상상을 했던지... 하지만 건축은 대가들에 의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소개된 종교건축물은 신을 모시는 공간이되, 그곳을 찾는 신도들에 대한 배려와 자연 속에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에 주목하고 있다.
첫번째로 소개되는 부산 구덕교회. 몇 번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승효상 선생이 설계한 교회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구덕교회. '승효상은 교회 건축과 교회적 건축은 다르다고 했다. 대충 지은 건물에 뾰족탑을 올리고 붉은 네온의 십자가를 세우면 교회 건축은 될 수 있겠지만 교회적 건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게 교회적인 것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교회 건축은 근본적으로 신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아니라 인간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 <따로 대문이 없이 열려 있는 구덕교회. '안과 밖은 하나다'>
스테인드글라스의 고색창연한 빛깔이 인상적인 부산 남천성당. 가로 60m, 세로 27m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창이라 한다. 지붕을 유리로 덮은 이유가 흥미롭다. '천장과 지붕을 오히려 무한한 하늘을 향해 뚫린 창, 천상의 빛을 성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통로로 변화시켜 놓은 것이다' ![]() <'스테인드글라스는의 그림은 그 자체로 충실한 회화적 가치를 지닌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건축물은 대한성공회 강화읍성당이다. 마을 주민들조차도 그곳의 정체를 쉽게 알지 못한다는 그곳.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그곳은 흡사 불교 사찰과 비슷했다. 1899년 트롤로프 주교가 터를 잡으며 외양에서만큼은 한국식으로 제대로 짓겠다는, 즉 자기들의 문화를 강요하기보다는 한국의 문화전통 안에서 복음을 이식시키려는 토착화의 입장에서 건축 설계를 한 것이다. 참으로 인상적이다. ![]() <누가 봐도 이곳이 성당임을 알기엔 쉽지 않다. 종교는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님을 '하느님의 가르침이 두루 흐르는 것은 만물과 동포의 즐거움을 두루 포용함과 다름 아니라!'란 현판에서도 강화읍성당의 건축관을 엿볼 수 있다.>
이제는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움한 안도 다다오. 그의 작품이 제주도에 있다. 섭지코지의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문을 연 리조트 휘닉스 아일랜드 내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 명상의 공간이기도 한 이곳에 안도 다다오는 바람, 돌, 풀, 물의 길을 완벽하게 건축으로 승화시켰다. 예의 노출 콘크리트의 묵직함과 자연을 품은 듯 넉넉한 공간 설계가 돋보인다. ![]() <리조트의 컨셉트 또한 훌륭하다. 어찌 '명상의 공간'을 따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관련 일을 했던 때에 CG로만 봤던 이곳을 조만간 방문하고 싶다.>
2시간 여를 소박하게, 하지만 경건하게 따라갔던 종교건축 취재기. 저자의 말처럼 사진 이미지가 다소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생생함과 따뜻함으로 전해진다. 종교건축도 나름의 컨셉트를 갖고 있으며, 단순히 신을 위한 공간이 아닌 대중들을 위한 공간임을 새삼 깨닫는다. 더불어 종교를 바라보는 저자의 넉넉한 시선과 객관적 글쓰기에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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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건축은 본질적으로 다른 건축물과는 다르다고 한다.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만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국에 널리 퍼져있는 종교건축물, 그 중에 38곳을 선정해 발 품을 팔았다고 한다. 각 건축물의 역사와 사진, 그리고 저자의 느낌이 솔직하게 적혀있다. 종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건축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는 저자.. 그가 보고 느낀 교회, 성당, 사원, 사찰 등 종교 건축물에 대하여 나 또한 느낌이 없을 리 없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으라].. 자신의 종교를 떠나, 신성이 깃든 곳 이라면, 거룩함과 영원함이 느껴지는 곳 이라면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신발을 벗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알지 못할 절대자를 향하여, 자연의 미물과 하등 다를 것 없는 우리의 모습을 느끼면서 자연에 귀의하고, 영원을 생각하며 인생의 무상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에 소개된 종교건축물의 사진을 보면서 알지 못할 거부감이 피어 오른다. 바로 집 앞에 있는, 큰길 사거리 한쪽에 버티고 서있는 건축물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건축에 대하여 전혀 알지를 못한다. 그저 멋있는 건물이 있으면, 다시 한번 쳐다보고,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 주는 곳 이라면 다시 한번 그곳을 찾을 뿐이다. 책에서 내가 만난 건축물들이 예술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종교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는지 그것은 모르겠다. 다만 일요일 큰길의 한쪽까지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그네들이 타고 온 차를 보면서, 그래서 집에 들어가는 입구 마 져도 막혀 한참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으면서, 또 웅장하다 못해 사람들을 압도해 버리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면서, 밤의 불빛으로 기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교회 건물을 보면서, 그곳에서 거룩함과 영원함을 느끼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차라리 이름은 없고, 조그마한 곳 이지만, 중학교 졸업식을 거행했던 동네의 성당이,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매주 채플시간 때마다 가야 했던 정동교회가 더욱 종교적인 건축물로써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으로 친근함을 내보이는 건축물, 지역의 자연과 정서와 어울리는 건축물들이 오히려 더 경외감을 느끼게 하고 종교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지 나만의 생각일까? 그렇게 볼 때, 책에서 소개하는 건축물중의 하나인 고성 천사의 집 성당과 익산 나바위 성당은 의외로 마음에 든다. 호수와 산이 어우러지고 성당의 입지로는 좋았지만, 주어진 건축면적이 주위 자연환경에 비해 너무나도 왜소했다고 회고하는 천사의 집 성당 설계자의 말이 조금은 거슬리지만 말이다. 어쩌면 왜소한 건축이기에 더 자연의 일부분인양 와 닿고, 예전부터 주위와 하나였던 것 같은 모습이 더 종교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나바위 성당은 자연 속에 서구와 우리의 전통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신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모든 것을 거부하는 듯, 웅장하게 서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은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다는 듯이 삥 둘러 솟아있는 담벼락에서, 건축의 의도와 설계자가 전하고자 하는 어떤 메시지는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마음의 영성을 깨우지는 못할 것 같다.
불교사찰 또한 마찬가지 이다. 다만 그렇게까지 거부감이 오지 않는 것은 대부분이 산속에 위치해 있어서, 주위 건축물들과 경쟁하지 않고, 또 오래 전부터 교과서나, 다른 책에서 우리가 많이 보아온 덕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뿐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대웅전에서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지만, 적당한 사찰이나 이름없는 암자에선 나도 모르게 합장하고 고갤 숙이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이야 그렇다 치고 전국 각지에 있는 건축물들을 찾아 여행하고, 그곳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영적인 울림을 경험하려 했다는 것이 부럽다. 사진으로 본 건축물들을 실물로 보면,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건축물들이 있는 곳을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그 건축물들을 찾아가서 보고 싶다. 그리고 그 건축물들이 주는 울림이 어떤 것 인지, 나도 직접 느껴보고 싶고, 저자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어 음미하면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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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만났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발은 사람의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힘겨운 부분이다. 늘 악취 나는 것들과 함께하고 있고, 사람의 모든 부위를 지탱해 주는 기능을 한다. 눈은 세상을 보고, 손은 사물과 가까이 하는 등, 우리가 생각하기에 긍정적인 일을 하는데, 그리고 항상 깨끗한데 발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그러기에 그 발을 감싸고 있는 신을 벗는다는 것은 경건함을 이룬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경건함과 건축이란 것의 미묘한 조합을 만나고 있다.
작가의 발품이 곱게 느껴진다. 전국을 돌면서 곳곳에 들러 그들의 형상을 끄집어내어 책에다 그 귀함을 담고 있다. 물론 작가의 눈에 비친 요소들을 중심으로 담겨지고 있지만 아름다움은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 우리가 보기에도 그리 나쁘지 않다. 아니 흡족하게 그림과 언어를 만나고 있다. 정말 그 자랑스러움이 마음에 넉넉하게 다가든다. 책은 사진을 곁들여 마음 쉴 곳을 찾아 떠나고 있다. 그 곳곳은 작가의 마음엔 그리움과 기쁨이요, 우리들에겐 향기다. 장소도 장소려니와 담겨진 그릇들이 넉넉하다. 아름답기만 한 건축물이 아니라 내면의 품위까지 은은하게 전해지는 듯하다. 그 함께하고 있는 정신들이 우리에게 다가들 듯하다. 손짓해 부르면서 영원을 향한 우리들의 구애를 달래주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교회, 사찰, 성당, 암자, 사원 등 찾아보고 있다. 그들을 찾아가 그들이 주는 아름다움과 의미를 일깨워 보고 있다. 오랜 시간 종교 담당 기자 생활을 한 작가의 이력이 그렇게 그들과 만나게 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리고 나름의 의미까지 새겨가면서 그림을 그려주고 있지 않나 마음에 온다. 참 가깝게 느껴진다. 그들이 사람을 만나는 곳에 사람들의 참된 삶이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런 마음이 된다. 이 책의 서평은 사진이 반이 되어야 한다. 허나 사진은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내용만 제시하고 싶다. 부산의 종교적 건물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부산 구덕교회, 부산 수영로 교회, 부산 천주교좌 성당, 부산 남천 성당, 부산 홍법사 대웅전 등이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양산, 울산, 경산, 고성, 김천, 영주, 안동, 경주 등 도시의 종교적 건물이 소개 되고 있다. 처음에 읽을 때는 영남의 것들만 소개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남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순천, 영광, 구례, 전주, 익산, 보은 원주, 횡성으로 갈 때는 그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을 돌면서 마음에 다가드는 건물 중심으로 보아나갔구나 생각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출발지가 영남이 된 듯한 인상만은 지울 수가 없었다. 특히 부산의 건물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었다. 원주 만종교회는 카타콤이 염두에 두어지고 건축된 듯하다. 지하 묘지였으나 오히려 로마 시대 비밀 예배장소로 이용되었던 곳. 원주에서 조금 떨어진 만종리의 만종감리교회는 카타콤을 그대로 닮은 형상이다. 지붕과 벽체는 겉으로 나와 있지만, 예배당을 비롯한 모든 시설들이 지면보다 아래에 배치되어 있고, 첨탑만 하늘 높이 솟아 있다. 그 모습은 경건함을 느끼기에 족하다. 작가는 이런 교회들, 특색 있는 건축물들을 찾고 있다. 그기에 정신적인 고귀함까지 가미시켜 건축물에 영혼을 담고 있는 책이다. 하늘보다 땅으로 향한 고양의 풀향기 교회,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최고의 성당 대한 성공회 강화읍 성당, 김대건 신부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안성 천주교 미리내성지, 최초의 제주도 주민 소환 투표의 원인이 되었던 제주도 강정교회 등 전국의 종교 건축물이 소개되고 있다. 거룩함을 가득히 담고 특별하고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이 그렇게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목적을 가지고, 시간을 내어 두루 전국을 돌아다니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이 되었다. 이 책이 여건이 안 되어 지금 그렇게 하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그럴 수 있다는 꿈을 제공해 주는 듯하다. 그 꿈은 앞으로의 나의 삶에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건축물의 아름다움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 신앙인이 읽으면 금상첨화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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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이지만 고즈넉한 옛 사찰의 법당 앞에 서면 옷깃이 절로 여며진다. 보통은 법당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대웅전 앞 마당의 탑이나 범종을 구경하곤 하지만 법당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에는 법당 앞 댓돌에 놓은 신발을 비뚤어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신발의 코를 가지런히 맞추고, 부처께 삼배(三拜)를 올리지는 않지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두발을 가지런히 붙이고 서서 같이 간 분의 절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종교에 대한 믿음(信心)과는 상관없이 불교의 성소(聖所)라는 사찰이 주는 그 경건함에 절로 경도되었기 때문일테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에서 만났던 슈테판 대성당에서도 왠지 범접할 수 없는 그런 기분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절로 두 손을 모아 절대자에게 기도를 올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도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마찬가지의 경험일 것이다. 이처럼 종교적 건축물들은 사람의 마음을 엄숙하게 하는 그런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지인(知人)은 자신도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삶에 지치고 힘들 때 가끔씩 동네 성당에 가서 신도석에 앉아 하염없이 정면 단상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온다고 한다. 그러면 일상의 짜증과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마음에 무언가를 채워오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차라리 종교를 믿어보지 그러냐 물으면 자신은 성당의 그 경건함과 엄숙함에서 위안을 받는 것이지 종교의 말씀과 교리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라며 손사례친다. 신문사 종교 담당 기자로 몸담고 있는 임광명의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클리어 마인드, 2010년 8월)”은 믿음의 장소로써 또는 마음의 위안을 얻게 하는 장소로써 우리나라 각 종교들의 종교적 건축물 총 38 곳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교회나 사찰 등 종교건축은 본질적으로 다른 건축들과 다른데, 거기에서는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서로 만나며, 신 혹은 절대자를 향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기쁨이나 슬픔, 고통과 환희 등 모든 인간적 관심사를 해소하는 안식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즉 종교인들에게는 절대자를 향한 성전으로, 일반인들에게는 희노애락을 해소하는 위안의 공간이라는 의미일테다. 종교기자이지만 출가한 종교인도 아니고, 건축학도 전공하지 않은 이로서 각 건축물에 대해 감식이나 비평은 불가능하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과 욕심에서 종교 건축물들을 답사했고, 감상대로 글을 풀었다는 작가는 기독교, 천주고, 불교 등 우리나라 3대 종교 뿐만 아니라 그 성전을 흔히 만나기는 어려운 이슬람교, 천도교, 원불교의 성전들, 그리고 특정 종교와는 연관이 없는 제주도 지니어스 로사이까지 총 38 곳의 종교적 건축물을 네 곳의 지역과 주제, 즉 “마음 쉴 곳을 찾아 헤매다(부산)”, “마음이 머무는 곳 발길이 머무는 곳(경남, 경북)”,“세상을 품은 아름다운 자비(전남, 전북)”, “가세 가세 함께 가세 저 피안의 세계로(기타 지역)”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각 건축물마다 5~6 페이지의 분량으로 건물의 외부 전경과 내부 전경을 담은 밝은 색 톤의 컬러 사진과 건축물 소개글을 싣고, 작가의 짧은 단상을 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남천 성당에서는 그리스도교에서 빛은 진리와 지혜, 구원과 생면인 하느님의 상징이요 구세주 예수 그 자체이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그러한 빛의 의미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글라스를 통해 여러 색의 빛이 들어오는 목회당 사진을 배치하고, 수학이나 기하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도형인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이색적인 경남 고성군 천사의 집 성당에서는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지어진 성당의 내력을 설명한다. 팔상전, 나한전, 독성전 세 전각을 하나로 합쳐 놓은, 다른 불교 사찰에서는 볼수 없는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인 부산 범어사 팔상독성나한전을 소개하면서 현실에서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지만 즐거이 불법을 믿고 따르면 언젠가는 복된 삶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민중들의 소망을 이야기하고, 엄숙한 직선과 완만한 곡선으로 이뤄진 이슬람 부산성원에서는 초기에는 리비아 대사관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았으나 이제는 신자라고 해봐야 150여 명에, 절대 다수가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인 어려운 형편을 이야기하면서 외국인 학생의 입을 빌어 문화,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다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요즘 성원의 기능을 이야기한다. 또한 마치 절이나 향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가 흔히 알던 교회의 모습이 아닌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의 성당 대한성공회 강화읍성당에서는 진정한 복음은 자신의 것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가치를 포용해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여느 유럽 국가에서 만났던 고색 창연한 성당이나 TV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나 보았던 인도, 중국 사찰 못지 않은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이색적인 종교 건축물들이 이렇게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니 절로 눈이 호사하는 그런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다만 짧은 분량 안에 많은 건축물을 담으려다 보니 건축물들의 일반적 내력이나 또는 작가의 짧은 단상들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아쉽다. 차라리 소개하는 건축물의 숫자를 줄이고, 좀 더 내밀한 소개 글과 종교전문기자로서의 작가의 사색을 좀 더 담아냈으면 건축물과 함께 읽는 종교이야기로서 좀 더 가치 있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종교는 나에게 있어 앎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래도 앞에서 소개했던 지인처럼 세속의 명리에, 인간관계에 지치고 힘들 때 가까운 곳의 절이나 교회, 성당에 가서 마음 속 무거운 짐을 그 건축물의 주인에게 털어놓고 한 줄기의 위안을 받고 돌아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요즘 들어 갈수록 대형화되고 왠만한 관공서나 기업체 본사 건물보다도 웅장하고 멋드러지는, 세상 때가 덕지덕지 묻은 그런 곳보다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절로 무릎 꿇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하는 경건함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한 그런 곳에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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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나는 단단히 짐을 꾸려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 뒤 몇년 후 신혼여행도 배낭여행으로 계획하고 웹 사이트를 뒤지던 중 특이하다 생각되는 한 여행사사이트를 알게 되었는데 바로 '건축 배낭여행'이였다. 내가 가본 곳은 서유럽의 많은 나라와 일본, 대만, 홍콩, 중국의 심천이다. 벌써 수 년전들의 추억이지만 그 곳들에서 느낀 건 웅장한 건축물에 스며든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참으로 깊었다는 것. 특히 유럽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선 기독교를, 우리네 문화와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불교를 알아야한다는 것은 여행을 통해서였다.
이 책은 대한민국 종교건축물에 관한 책이다.
인상적이였던 제주도 지니어스 로사이. 직접적으로 교회나 절의 명칭은 붙이지 않았지만 안도 타다오의 설계작인 이 곳은 명상으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건물이다. 성산 일출봉을 저 멀리 두고 제주도의 바람과 돌, 풀, 하늘, 바다를 모두 안고 삶과 운명을 성찰하는 곳. 지니어스 로사이. 결혼 2주년으로 찾았던 제주도 서귀포시였는데 알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또 익투스를 표방하는 물고기 형태로 지어진 부산 수영로교회. 실제로 그리스도교를 나타내는 최초의 상징은 십자가가 아닌 물고기였다고 한다. '익투스는 주는 나의 그리스도요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라는 뜻의 그리스어 약자이기도 하다. 부산 복음화를 이끄는 익투스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의 믿음. 거기서 폭발하는 압도적인 규모가 압권이였다.
이외에도 이슬람성전도 인상깊었고, 원불교의 단아한, 정말 단아한, 소박하기 그지없는 건물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것 잠시라도 잊고 기도하고 싶은 시간들이 이 책을 읽으며 간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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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전공하지 아노아 건축분야에는 문외한 이지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건축물중 몇군데의 인상적인 곳들이 있었다.
먼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 부산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구덕교회'이다. 평소 '빈자(貧者)의 미학'이라거나 '기독교적 금욕주의'를 내세우며 자신만의 담론을 고수해온 승효상의 건축은 깔끔한 절제와 진중한 함축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아름다운 건물이다. 거대한 백조의 형상을 하고 있어 그 단아함이 빛을 발하는 건축물이다. 외형이 특이한 건축물을 들라면 '안국선원'도 그 중 하나이다. 먼저 특이하게 생긴 둥그런 외형에 돔(dome) 형식이 눈에 들어온다. 불룩한 지붕이 꼭 비행접시처럼 보이는 우주적 기운과의 합치는 결국은 우주적 기운을 거스르지 않는 것, 우주와 내가 '둘이 아님'(不二)을 몸으로 깨닫는 우주의 기운과 사람의 기운이 합치될 수 있는 사찰 건축에 중력의 개념을 형상화한 형태라 한다. 중력이라는 우주의 기운을, 양손에 실을 들고 가만히 놓았을 때 아래로 처지는 실이 자연스레 만들어 내는 곡선으로 형상화하면서, 그 아름다운 곡선을 살린 건축물이다.
고색미가 완연한 대한성공회의 부산 주교좌성당은 1924년에 완공된 오래된 근대 건축물이다. '주교좌성당'이란 주교(主敎)를 두고 있는, 교구 전체의 모성당(母聖堂)이며 교구 통할의 중심이 되는 성당을 말한다. 서울 정동의 주교좌 성당과 비슷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데 노아의 방주 모형을 본뜬 천장과 외부의 스테인리스 재질과는 달리 안쪽은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종탑의 내부구조, 둥굴게 아치형태로 틀 지은 마치 석굴암을 연상시키는듯한 제대공간이 무척 인상적인 성당이다. 당시 목수들의 기술이 뛰어났음을 짐작케 하는 80년을 버텨 온 목구조다. 성당의 형태는 우측 회랑 부분을 제외하고는 건립 당시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80년 이상된 그리스도교 예배 처소로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부산·울산·경남에서 이 성당이 유일하다고 하니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정겹게 느껴지는 멋을 간직하고 있는것 같다.
불교 건축물로는 양산 통도사가 있었다. 통도사는 해인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사찰 중 하나다. 자장 율사가 불교 계율을 세우기 위한 근본도량으로 건립한 신라 고찰이다. 부처님 진신사리와 대장경을 봉안한 한국 최초의 적멸궁으로 책은 금강계단과 대웅전을 소개하고 있다. 통도사 경내는 크게 금강계단과 대웅전이 위치한 상로전과 대광명전이 자리하고 있는 중로전, 영산전을 중심으로 하는 하로전의 상, 중, 하단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 하나의 독립된 가람처럼 조성돼 있다. '금강계단’(金剛戒壇)이란 부처님의 계율을 받는 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금강계단(金剛戒壇)이 있기 때문에 이 절의 대웅전인 적멸보궁(寂滅寶宮)에는 불상이 없다고 한다. 위용과 아름다움에 압도된다.
여러종류의 건축물을 보면서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고 건축물들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세월의 무게까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종교를 초월한 각양각색의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는 취재기를 엮은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구석구석을 여행한 느낌이 들어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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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공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인지 태풍이 온다며 비가 그렇게 몰아쳐도 공사는 계속 된다. 낡은 집들을 밀어내고 새로 지은 아파트 들이 빼곡한 이곳 뉴타운으로 이사온 지도 벌써 두달이 다 되어 가네. 가까운 곳에 도서관 하나 없지만, 동서남북 내 짧은 다리로 걸어서 10분이면 닿는 곳에 지방 중소 도시의 쇼핑 상가 정도되는 크기의 교회만 벌써 두개인데 아파트들 사이로 또 교회가 지어지고 있다. 물론 그 보다 작은 교회는 두 손 합쳐도 다 셀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독교 뉴타운을 만들자'는 교회 스티커를 보고선, 그 교만함에 할말을 잃었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제목을 놓고 잠깐 생각에 빠졌었다. 저기에 적힌 '신'이 과연 뭘까. Footwear일까, 아니면 혹, God이려나.
책을 덮을 즈음, 나중에라도 여기는 꼭 가봐야지 싶은 곳이 두군데 생겼다. 안동 봉정사 영산암과 제주도 지니어스 로사이. 안동 봉정사하면 극락전 밖에 몰랐는데 보물은 그 뒤에 있단다. '비움으로써 가득채워지는 충만감'- 나도 가서 그 튓마루에 앉으면 느낄 수 있으려나.
그러고 보니 저자가 벗으라는 '신'은 아마도 '神'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은 물론 우리가 작정하고 몰고 들어가는 그 '신'말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하는 그 본질적인 그 분에 대한 믿음을 기억하라는, 그래 그런 말일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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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 갔던 날을 기억한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꼭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예배를 보고 싶었다. 그냥, 마음이 그랬다. 그날 예배시간에 조금 빠듯하게 도착하여 바쁘게 예배를 보고 나와야했지만, 한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성당 뜰을 걷고 또 걷는 게, 너무 좋아서 말이다. 그 당시 찍은 몇 장의 사진과 함께 남긴 글 몇 줄이 그 때의 감동을 기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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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건축물이 주는 경건함, 그것을 우리나라 이곳저곳의 여러 종교를 망라한 건축물을 통해 탐구한 책이 바로 이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이슬람교 등등 다양한 종교의 건축물을 직접 찾아간 저자는 건물의 역사는 물론이고, 구석구석에 담긴 의미, 현재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맺기 등을 다각도로 조망하고 있다.
역사가 오래된 건물로 국사교과서에서 보아왔던 불국사나 부석사도 있고, 그 이름마저 아름다운 울산의 꽃바위성당이나 고양의 풀향기성당도 있으며, 현대적인 디자인이 빛나는 대형 교회들도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인상적인 건물들은 대체로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진, 크지 않은 건물들이었다. 그것이 종교가, 신앙이 가지는 의미와 더 잘 통한다고 느꼈는 모양이다.
이런 종교 건축에 대한 저자와 건축가, 종교인들의 이야기 중에도 인상적인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 꼽자면 이거다.
승효상은 '교회 건축'과 '교회적 건축'은 다르다고 했다. 대충 지은 건물에 뾰족탑을 올리고 붉은 네온의 십자가를 세우면 '교회 건축'은 될 수 있겠지만 '교회적 건축'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에게 '교회적인' 것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것이다. 교회 건축은 "근본적으로 신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아니라 인간을 감동시키는 건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으리으리한 규모에 화려한 색채와 문양으로 장식한다고 해도 굳게 담벼락 치고 대문을 닫은 자세는 결코 교회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을 감동시켜 사람을 선하게 만드는 것. 교회를 통한 구원이란 결국은 그를 이르는 것일 테다. -p15
언제부턴가 교회 건축가들에겐 심각한 고민이 생겼다. 도대체 요즘같은 시대에 특히 도시에서 교회를 어떻게 지어야 하나? 답은 분명했다. 교회 본래의 모습과 의미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종교적 체험이 가능한 경건한 공간, 절대자를 향한 내적 충실을 기할 수 있는 건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p43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사진의 수가 생각보다 적고, 사진이 글과 함께 어우러져 글의 이해를 돕는다기보다는 그저 삽화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실제 모습을 보며 책을 읽어야 할 모양이다. 지금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떠오르는 곳은 천사의 집 성당과 전동성당, 성공회 강화읍 성당 등이다. 여행갈 때, 인근의 미술관과 수목원 등을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기에 종교건축물도 추가해야겠다. 마음의 평화를 위하여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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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는 중의적 의미를 지녔다고 하겠다. 신을 벗는 다는 것에서 종교적인 의미에서의 경건함을 뜻하기도 하겠지만, 현대과학과 기술의 총아인 종교건축물을 앞에 두면 잠시 신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어도 신성모독은 아니라 할 것이다. 종교건축이 가지는 오묘함과 흥미를 잘 표현한 제목이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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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무엇인가? 믿음, 신념, 인생, 힘...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는 우리나라에 있는 종교 건축물에 대한 탐방기다. 솔직히, 우리나라에 이런 건축물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특히, 교회나 성당의 건축물에는 관심을 갖지도 않게 될 뿐더러, 그 수만 생각해도 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건축물들은 의미도 있고, 건축적인 가치도 있다.
가보지는 못했어도, 상상이 되는 곳. 작가의 따뜻한 문체는 건축물 안의 포근함까지 감싸쥔다. 종교를 떠나, 그 건축물 안에 담겨있는 정신이 찾아가는 이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건축물이 사람처럼,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 곳에 들어서는 이들은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라고 생각될 정도의 묘사. 가보진 않았지만, 그곳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공간을 체험하며, 그 느낌을 오롯이 전하는 작가는 편협한 종교인의 눈이 아닌, 건축물을 찾는 순수한 한 사람으로서의 묘사를 담는다. 그것은 종교 건축물에 거부감을 사라지게 한다.
천천히 다가가는 작가. 건축물 뿐만 아니라, 주변의 경치와 사물까지 읽는다. 마주하기 전의 그 설렘을 담아내고 있다. 빨리 끓어오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그리고 은밀히 그곳을 탐험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보인다.
그는 건축물을 찬찬히 둘러보는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목사를 찾아가고, 건축을 한 이의 사정을 파헤친다. 그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종교 건축물이라고 왜 사연이 없겠는가. 우리는 그냥 볼 뿐, 그것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사연들은 차고 넘칠 터. 그는 그 궁금함까지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편협한 편견은 제대로 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깊숙한 곳을 파헤치면 재미없어 보이는 사물들도 재밌어진다는 사실. 종교 건축물을 종교의 의미로만 보지 말고, 시대의 가치로 건축물 자체의 의미로 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는 것 말이다. 그가 소개한 건축물 하나 하나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 믿음으로 채워지는 곳이기에 그 숭고함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으로, 믿음으로 채워진 곳. 종교건축물 앞에서는 편견의 신발도 벗고, 배타적인 마음도 벗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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