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 교과서 오병훈 마음의숲/2010.8.6. sanbaram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은 틈만 나면 자연을 찾게 된다. 대표적인 자연이 산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나라는 등산 인구뿐만 아니라 캠핑족들이 급격히 늙고 있다. 자연을 좀 더 오래 느끼고 즐기기 위해 산을 찾고 야영장에서 주말을 보내는 인구가 많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다.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건강을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졌다.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약이나 건강식으로 좋다고 하면 야생의 동식물이 수난을 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식물 교과서>의 저자는 전국의 자생식물 연구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탐방하면서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캐고, 나무는 보약이 된다고 해서 베며, 산나물이라 하여 뜯는다. 이렇게 하여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식물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p.8)”고 안타까워한다. 그가 23곳의 오지를 탐방하며 보고, 듣고, 생각한 일들을 엮어서 책으로 낸 것이 <식물 교과서>다. 저자 오병훈은 1984년부터 원로식물학자 고 이창복 박사 문하에서 식물분류학을 익히고 전국의 자생식물을 연구해왔다. 저서로 <꽃이 있는 삶>, <사람보다 아름다운 꽃 이야기>, <솔잎차를 마시며>, <서울 나무도감> 등 20여 권의 책을 썼다.
<식물 교과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로 나누어 그 계절의 대표적인 식물을 찾아 남들이 잘 가지 않는 한라산부터 강원도 오지까지 방방곡곡의 산을 오르며 본 식물에 대해 기술한다. 식물의 사진과 생태뿐만 아니라 민속학적 사실이나 사람들이 식물을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에 대해 기술한다. 대표적인 식물을 찾아 산을 오르면서 본 여러 나무와 풀꽃의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 초보자들도 식물의 이름이나 쓰임새를 알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에서 대표 주제로 설명하고 있는 식물들은 다음과 같다. 1) 봄 : 바람꽃, 주목, 산개나리, 동백, 진달래, 후박나무, 수선화. 2) 여름 : 가시오갈피, 마가목, 등나무, 금낭화, 때죽나무, 박, 둥글레. 3) 가을 : 신갈나무, 금강송, 산겨릅나무, 앉은부채, 다래, 구절초. 4) 겨울 : 겨우살이, 노각나무, 매화. 등 이들 주제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시절에 볼 수 있는 주변의 다양한 나무나 풀들의 식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에 같은 시기에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들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계절별로 일부분을 발췌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봄 : 바람꽃, 주목, 산개나리, 동백, 진달래, 후박나무, 수선화 연달래, 난달래, 진달래, 참꽃 등으로 불리는 진달래가 많은 땅은 척박하다. 강산성 토양에서도 견디는 수종이 바로 진달래과 식물이기 때문이다. 다른 수종은 척박한 땅을 피해 기름진 땅에 뿌리를 내리지만 진달래는 산성 토양에서 오히려 붉은 색채가 더욱 짙어진 모습으로 봄을 장식한다.(p.78)고 식생에 대해 설명하며 멋과 맛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꽃이라고 우리에게 친숙한 진달래를 소개한다. 그리고 진달래는 봄에 여인들이 부르는 화전가나 화전놀이의 주인공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진 풍속이기는 하지만, “3월 삼짇날의 화전놀이는 집 안에만 갇혀 지내는 부녀자들에게 이날 하루 소풍을 보내 그간의 스트레스를 풀어 주기 위한 배려로 보인다. 억압된 조선 시대 폐쇄 사회에서도 3월 삼짇날의 진달래 화전, 4월 초파일의 느티떡, 5월 단오에는 수리취떡, 6월에는 장미꽃전, 9월 9일 중양절에는 구절초나 국화로 국화전을 부쳐 먹었다. 또 겨울에는 호박떡, 무시루떡, 곶감떡 같은 것을 쪄 시절 음식으로 즐겼다. 그밖에도 쑥, 미나리, 달래 같은 나물로 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진달래뿐만 아니라 계절에 따라 나는 갖가지 꽃과 나물로 시절 음식을 해 먹었음을 알 수 있다.(p.86)”
2. 여름 : 가시오갈피, 마가목, 등나무, 금낭화, 때죽나무, 박, 둥글레 중나리는 참나리와 겉모습이 거의 같지만 주아가 달리지 않는다. 그 주아는 땅속의 줄기 마디에 몇 개씩 달린다. 지상 줄기에 달려야할 주아가 땅속에 묻힌 원줄기에 달리기 때문에 캐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p.120) 마가목은 고산 지대를 좋아한다. 백두산에서는 해발 1,000미터 이상의 활엽수림에서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설악산이나 태백산 같은 곳에서는 1,300미터 지점에서도 자란다. 주로 낮은 골짜기에서는 높이 10-15미터까지 자라지만 조건만 좋으면 교목으로 자라기도 한다. 1,500미터 이상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것은 키가 작고 꽃자루에 털이 있다. 이것은 마가목이라 한다. 열매의 색깔이 특히 붉고 고와서 고급정원수로 재배하기도 한다.(p.141)
금낭화는 경기 이북 깊은 산의 낙엽 활엽수림에서 자라는 다년초다. 땅 속에서 사방으로 퍼지는 수염뿌리에서 줄기가 솟아올라 몇 개의 가지로 갈라지고 그 끝에서 꽃줄기가 자란다.(p.164) 화장품이 귀했던 옛날에는 때죽 열매 기름도 좋은 화장품의 하나였다. 때죽 기름에 팥가루를 섞으면 훌륭한 피부 미백 화장품이 되었다. 잇꽃에서 뽑아낸 붉은 색소를 섞으면 연지 곤지가 되었다. 그래서 때죽나무를 시골에서는 개동백 또는 동백이라 불렀다. 마치 생강나무 열매를 산동백이라 하는 것과 같다.(p.190)
“박은 잘 익은 것이어야 그릇으로 쓸모가 있다. 하지 전에 달린 것이 딱딱한 나무처럼 익기 때문에 일찍 심어야 한다. 그렇다고 덜 익은 박을 버리는 것은 아니다. 손톱으로 눌러 보아 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것이 좋겠지만, 덜 익은 것도 가르지 않고 그대러 솥에서 쩌낸 뒤 씨를 빼고 말리면 그런대로 그릇이 된다. 이처럼 둥근 공 모양의 박은 위쪽에 작은 구멍을 뚫고 씨앗을 보관하는 그릇으로 쓸 수 있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처마에 매달린 씨앗 그릇을 볼 수 없으나 옛날에는 집집마다 씨앗을 담은 박이 걸려 있었다. 바가지는 깨지기 쉬운 그릇이어서 오래도록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쪼개진 바가지라 해도 버리기 아까워 바늘로 꿰매서 마른 그릇으로 쓰기도 했다.(p.202)” 둥글레는 오랜 옛날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이용해 온 식물이다. 둥글레 근경을 쪄서 으깨어 푹 고아 내면 조청이 된다. 더욱 졸이면 갈색의 엿이 된다. 설탕 대용으로 당분을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식품이었다. p.220
3. 가을 : 신갈나무, 금강송, 산겨릅나무, 앉은부채, 다래, 구절초 도토리는 들을 내다보고 달린다는 말이 있다. 들판에 풍년이 들면 도토리가 적게 달리고 흉년에 오히려 많은 열매가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상수리나무를 ‘인’을 갖춘 나무라 했다. 떡갈나무나 갈참나무를 옛말로 ‘가랍나무’라 했다. 나무의 잎이 크고 넓어서 단옷날에 쌀떡을 싸서 쪘으며 계절 민속식으로 먹는 이 떡을 ‘가랍떡’이라 했다. 떡갈이란 잎으로 떡을 싸서 찔 수 있는 갈잎나무라는 말이다.(p.242) 이 땅에 소나무가 자라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6천 년 전부터라고 한다.(p.259) 산소 주위에 심는 나무도 소나무를 으뜸으로 친다. 송림 아래에는 다른 잡목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잡초가 자라지 못하니 들쥐나 뱀 같은 짐승 또한 살지 못한다.(p.259)
산겨릅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단풍나무류 가운데 가장 넓은 잎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단풍나무는 잎이 손바닥 모양으로 깊게 갈라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산겨릅나무는 전체적으로 보면 오각형을 띤 원형에 가까울 정도로 끝이 얕게 갈라져 있다. 그래서 보다 넓은 잎으로 보이는지 모른다.(p.272) “흔히 시인은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노래하지만 사실 식물도감에는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이 없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없는데도 사람들은 참나무를 말하듯이 들에서 자라는 산국이나 구절초, 쑥부쟁이 따위를 들국화라 부른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꽃을 마음에 담고 들국화라는 이름으로 시를 짓고 노래하고 있다.(p.320)”
4. 겨울 : 겨우살이, 노각나무, 매화 겨우살이는 주로 참나무류의 줄기에 붙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서어나무, 버드나무, 팽나무 등 낙엽 활엽수의 거목에도 산다. 언제나 키 큰 나뭇가지 끝에 붙어사는 오렌지족 같은 녀석이다. 땅에다 뿌리를 박고 사는 나무와는 달리 남의 몸에 깊숙이 다리를 뻗고 산다. 뿌리는 나무 껍질을 뚫고 가지의 살 속을 파고 들어가 마음것 영양분을 빨고 산다. 겨우살이의 열매 겉껍질을 벗기면 속에 점액질의 과즙이 들어차 있다. 새들은 달콤한 이 과즙을 먹으려고 겨우살이가 붙은 참나무 숲을 찾는다. 새들의 분비물은 비료 성분이 적은 가지에서 싹이 자라는 겨우살이에게 훌륭한 밑거름이 된다. p.336
매스컴에서 두통에 좋고 머리를 맑게 하는 국화차를 마시라고 하면 그날 이후 산지의 산국은 자취를 감춘다. 등산객마다 산국을 꺾어 배낭을 채우기 바쁘다. 봄이면 나물이라고 싹이 수난당하더니 겨우 목숨을 유지하여 초라한 꽃을 피웠는데 그마저 꺾이고, 가을에는 약초라고 하며 뿌리까지 수난을 당한다. 그러니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까.(p.320) “몸에 좋다는 말 한 마디에 지리산의 고로쇠나무는 수액을 채취 당해 말라죽어 가고 있으며, 오대산 마가목은 껍질이 벗겨진 채 백골로 변해가고 있다. 누가 무엇이 좋다고 하면 자생지의 식물 자원은 싹쓸이를 당한다. 몸에 좋다는 말 한 마디만 믿고 독초인 쇠뜨기를 끓여 먹고 설사병으로 죽다 살아난 사람도 있다, 독초인 인도을 무슨 보약인 줄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p.345)”
남부 지방에 늙은 매화나무가 살아 있는 것은 원래 매화가 중국의 강남 지역 따뜻한 고장에서 자라는 식물이었기 때문이다.(p.366) 소나무와 매화는 함께 배치하지 않는다. 소나무와 대나무는 함께 그리지만 매화는 솔과 같은 자리에 두지 않았3k. 이는 군왕과 신하를 동격화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대나무는 곧잘 매화와 함께 그려 절개와 충절의 이미지를 강화 시켰다. 조선조 중기 이후로 오면서 세한삼우도를 즐겨 그렸는데 여기서 보이는 소재가 바로 송죽매다. …조선에서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세한 삼우도나 사군자 속에서 매화가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특히 사군자 속의 매화가 봄을 상징하는 식물로 알려지면서 일생을 사계절로 축소 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봄의 매화, 여름의 난초, 가을의 국화, 겨울의 대나무가 그것이다. p.373
|
|
좋은 책이다. 글도 사진도 자료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다. 내 욕심 같아서는 이 책에 나오는 만큼의 자료가 더 많았으면 싶을 정도로,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게 없다. 꽃도 나무도 등산길도 작가의 마음까지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고 계절에 맞추어 등산을 하면서 만난 꽃과 나무들의 이야기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처절한 것은 처절한 대로, 안타까운 것은 안타까운 대로, 작가의 눈과 마음이 가 닿아서 새로 피어나는 우리의 소중한 자연 모습이다. 내 몸이 게으르지 않다면, 내 마음이 더 열정적이라면, 이 계절에 맞추어 작가가 이미 간 길을 따라가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꽃들 앞에서, 나무들 아래서 작가처럼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젖어들고 싶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 이 책 속의 여름으로 가는 길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
|
참 특별한 책이다. 식물 사진을 나열해 놓고 설명을 덧붙인 식물도감을 차원을 넘어섰다. 식물도감 같지만 식물도감이 아니다. 읽고 나면 편안한 에세이, 여행서를 본 느낌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오병훈 선생님은 식물학자이기 이전에 수필가다. 그러니 식물에 대해 이토록 편안하고 침착하게 서술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참 섬세한 책이다. 다양한 꽃과 나무가 가진 사연이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꽃과 나무에 깃든 역사와 전설, 자연의 영혼까지 초콜릿을 녹여 먹듯 서서히 음미하면 된다. 이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읽고 나면 꽃과 나무의 정보뿐만 아니라 마치 신비한 옛날 이야기를 접한 듯하다.
반드시 다양한 독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산으로 들로 여행을 떠나는 성인들은 물론 특히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식물 '교과서'라는 타이틀에 너무 갇히지 말고, 성인들은 인류의 친구였던 꽃과 나무에 좀 더 관심 갖고 소중한 자원을 지키기 위한 출발로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청소년들은 당연히 자연 공부를 해야 한다. 아니 생태 공부는 남녀노소 해야 한다.
꽃과 나무에 '세상'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런 꽃과 나무가 가득한 우리나라는 참으로 아름답다. 우리 땅을 더욱 소중히 지키자. 꽃과 나무를 더욱 큰마음으로 포용하자.
|
|
가끔 길을 가다가, 산을 가다가 이름 모를 들꽃에 눈길이 가는 때가 있다. 그 꽃의 이름이나 꽃이 지닌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지고. 그럴 때에 바로 <살아 숨 쉬는 식물 교과서>가 톡톡히 제 몫을 해낸다. 발치에서 흔들리며 향기내는 아름다운 꽃과 머리 위에서 녹음으로 우리에게 쉼을 주는 나무가 다양하게 펼쳐진 이 책. 책을 보면서 나는 내가 숲에 온 듯한 착각을 했다. 게다가 딱딱한 식물 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꽃과 나무가 지닌 그들만의 이야기, 전설이라든가, 용도라든가가 꽤나 즐겁다. 아이들과 숲에 갈 때, 산에 갈 때 한 권씩 지참하고 가면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도 해줄 수 있고, 여러모로 좋은 책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