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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을 맞은 -말러2번만 지휘하는 카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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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플란 지휘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지휘나 작곡을 전공한 음악 전문가가 아니다. 지금도 그의 직업은 금융계 칼럼니스트이다. 그러니까 그는 지휘에 있어서 아마추어인 셈인데, 그가 15년 전에 발표한 첫 데뷔 앨범은 미국에서만 170만장이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두 번째 말러 2번 교향곡을 내었다. 1942년 생인 그는 23세의 나이에 금융전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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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플란 지휘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지휘나 작곡을 전공한 음악 전문가가 아니다. 지금도 그의 직업은 금융계 칼럼니스트이다. 그러니까 그는 지휘에 있어서 아마추어인 셈인데, 그가 15년 전에 발표한 첫 데뷔 앨범은 미국에서만 170만장이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두 번째 말러 2번 교향곡을 내었다. 1942년 생인 그는 23세의 나이에 금융전문지 '인스티튜서녈 인베스터'를 창간하여 100여 개 나라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하는 세계 금융계의 큰 손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1965년 스톸프스키가 아메리칸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한 말러 2번 연주회에 참석했을 때이다. 처음 말러를 접했던 그는 카네기 홀이 무너지듯 거대하게 울려대는 말러의 포효 앞에서 '벼락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 뒤 18년이 흐른 1983년, 그는 객석이 아니라, 지휘자의 자리에 서서 처음으로 말러 2번을 지휘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지휘 수업을 받은 것은 딱 2년이었다. 1981년부터 개인선생을 들여 하루에 다섯 시간씩 악기 읽기와 지휘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곤 친구들을 초청해 폐쇄된 곳에서 말러 2번을 지휘했다. 그러나 그 소문이 신문사에 들어가고, 재 지휘의 요청이 거세지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지휘자의 길로 겸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이미 20년 이상, 전 세계의 유수 오케스트라와 말러 2번을 협연하였다. 빈 필 오케스트라가 아무에게나 지휘봉을 맡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가 거쳐간 오케스트라를 보면 입을 다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그는 말러 2번 교향곡 지휘자로서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아니 이제 그는 다른 어느 지휘자보다도 더 말러의 전문가가 되었다. 그만큼 말러를 많이 연구하고 잘 아는 지휘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다시 음반을 발표했다. 그것이 바로 이 SACD 반이다. 말러 연구를 위해 재단을 설립한 카플란은 말러의 악보를 수집하기 시작했고, 그는 말러가 최초 작곡 발표 후에 자필로 수없이 많은 수정표시를 한 악보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음반이 바로 그 500여 군데의 수정표시를 그대로 적용한 실제적인 첫 악보로 연주한 세계적인 첫 음반이다.(속지를 보면 그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빈 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오히려 아마추어 지휘자에게 지휘봉을 맡긴다는 생각보다는 세계적인 음반 작업에 참여함을 스스로 감동하면서 연주에 임했다고 한다.

 

카플란이 연주하는 말러 2번의 첫 도입부는 새로운 부활을 알리고, 새로운 운명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자신감에 넘치는 선전포고처럼 다가온다. 베토벤의 운명은 짜짜자짠 하면서 그렇게 다가왔지만, 말러의 운명은, 내가 새 운명을 이렇게 개척해 나가겠다고 하는 당당하면서도 멋진 시작처럼 다가온다.

 

대부분 음반이 2CD로 말러 2번을 구성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CD 1은 1악장만을 담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1악장만을 들어도 충분히 다른 교향곡 전 악장을 감상한 것과 같은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카플란의 1악장은 훌륭하다. 교향곡의 웅장함이 산맥처럼 꿈틀거리며 구름 사이를 포효한다. 바비롤리와는 많이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몇 번이나 비교 청취를 위해 바꿔 끼워가며 들었는데, 1악장은 카플란이 더 멋지고 웅장하게 처리한다. 바비롤리는 온화하고 따뜻하고 여린, 약간은 여성적인 말러를 연주하는 느낌이 드는 데 반해 카플란은 대담하고 직선적이고 웅장하게 남성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2악장에 들어서면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바비롤리보다 더 두껍게 다가온다. 이것은 악보의 차이도 있겠지만(사실 악보의 500여 개 수정은 아주 미비하고 사소한 것들이라고 한다.) 지휘 스타일의 차이가 이런 음색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보여진다.

 

말러 지휘만 50여 차례 이상 한 2000년도의 지휘와 1965년의 열악한 지휘를 같은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는 것이 오히려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SACD 멀티서라운드 음반을 일반 CD에서 들어서인지, 약하게 나오는 부분들은 음량이 상당히 적게 나온다. 조금 키워볼까 하다가, 언제 어디에서 쾅 하며 커질지 모르기에 그냥 자그맣게 들었다. 정말 이 음반은 SACD 멀티 채널로 들어야 제 맛이 날 것 같다.

 

마지막 5악장의 시작은 대단하다. 정말 벼락이 뚫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실제 연주회장에서 들으면 그 벼락은 진짜 벼락이 될 것도 같다. 이번 앨범의 특징은, 악장별로 트랙을 간단하게 1번에서 5번까지 구분해 놓은 것이 아니라, 악보를 따라 아주 세세하게 트랙을 설정해 놓고 있다.

 

1악장만 보더라도, 바비롤리 CD를 넣으면 그냥 숫자 1만 나오는데 반해 카플란의 CD는 14번까지 잘게 구분되어 나타난다. 속지에 각 트랙별 소제목을 상세히 적어놓아 조금 더 음악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 준다. 그러나 몇 악장을 연주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음반을 옆에 두고 보면서 들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어쨌든, 이제 아마추어가 아니라 완벽하게 세계적인 말러 전문 지휘자가 되어 우리 앞에 다시 새로운 음반을 내놓은 카플란. 말러 2번만을 연주하는 카플란. 그가 새롭게 500군데 이상의 수정사항을 추가하여 새롭게 내놓은 역사적인 음반을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이 음반은 그 역할을 다 할 것으로 보여진다.

 

** 카플란은 2005년 10월 15일 성남아트센터 개관에 맞추어 KBS 교향악단과 말러 2번을 연주하였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n 2008.04.25.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