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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내게 말해준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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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전시를 보겠다며 박물관을 찾았다. 초등학교 3-4학년이나 되었으려나 싶어 보이는 아이들이 무리 지어 상설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만났다. 하루에 우리나라 역사의 모든 시기를 탐구하기란 힘들 것이다. 저들이 어느 시대의 어떠한 이야기와 만나 하루를 보내게 될지를 떠올리며 나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적잖은 유물들이 남아 있어 과거에 우리의 선조들이 어떠한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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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전시를 보겠다며 박물관을 찾았다. 초등학교 3-4학년이나 되었으려나 싶어 보이는 아이들이 무리 지어 상설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만났다. 하루에 우리나라 역사의 모든 시기를 탐구하기란 힘들 것이다. 저들이 어느 시대의 어떠한 이야기와 만나 하루를 보내게 될지를 떠올리며 나 또한 발걸음을 옮겼다.

적잖은 유물들이 남아 있어 과거에 우리의 선조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격동의 100여 년에 대한 기록은 그리 많지가 않은 편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쳤으며 전쟁으로 모든 게 파괴됐다.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의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걸 이식하는 게 곧 진보라는 믿음을 실천하는 부류도 있었다. 만일 일방적인 해체와 파괴가 아니었더라면 서울은 지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는 도시가 됐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불과 몇 십 년 가량 전의 모습은 이제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간단한 편집은 보편화된 지 오래요, 꽤 정교한 작업 또한 일반인들도 어렵잖게 행하고 있는 요즘이다. 사진에 담긴 것을 모두 진실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옛 사진을 바라보는 일이 즐겁다. 사진을 통해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등장인물들의 이유 모를 표정들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추측해 볼 수 있고, 배경을 통해 시대상이나 사회상 등을 읽는 것도 가능하다. 몇몇 사진들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던 역사적으로 중요성을 지니기도 했다. 당시로서는 너무도 평범한 나머지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했던 장면이 시일이 흐름에 따라 특별한 가치를 지니게 된 경우를 일단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급격한 변화를 겪은 우리나라의 60-70년대 사진들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어른들이 제 아무리 이야기를 실감나게 할지라도 관련 경험이 전혀 없는 아이들은 피상적으로 상상할 따름이다. 그럴 때 오래된 흑백 사진 한 장을 들이민다면 아이들은 그 때부터 무엇보다도 선명한 기억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찍히기가 무섭게 유명해지기도 한다. 유명인의 사진이 그 한 예다. 드물지만 인기가 많은 정치인이라든가, 큰 권력을 손에 쥔 지도자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은 아무래도 수요가 높기 마련이다. 10대 아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라는 연예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물만은 못 하겠지만 늘 품고 다닐 수 있는 사진 한 장이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시간 문제다. 사회적 이슈를 담은 사진도 이 범주에 들어가지 싶다. 폭격으로 파괴된 마을에서 알몸으로 탈출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있어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깨달았다.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 유럽에서 발발하곤 하는 테러 등도 사진을 통해 마치 내 눈 앞에서 벌어진 일 마냥 받아들이고는 한다.

책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사진 한 장을 제시한 후 이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식을 따르다 보니 평범 사진이 이야기 옷을 입고 풍성해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으나 안다고 말하기가 이내 민망해졌다. 학창 시절엔 그나마 시험이 있어 꾸준히 학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게을러지고야 만 탓이 컸다.

인상 깊었던 사진 몇몇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우직한 바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을 날겠다는 신념에 부응했던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사진은 어딘가 모르게 초라해 보인다. 과연 이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미심쩍은 시선을 한 이들이 나 말고도 여럿 있었을 듯하다. 유럽 대륙을 화염으로 몰아넣었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저격 사건도 책에 수록됐다.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총격을 당하리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태자 부부는 제 신분에 어울리는 품위를 지키려 애쓰는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너무도 어린 아이가 공장 기기를 양 옆에 두고 서 있는 모습으로부터 어린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엔 사람을 사람 아닌 노동력(자원)으로 여긴다. 그래서 우리의 정부는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의 이름을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꿨었던 모양이다.

난 헤밍웨이와 피카소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지 못했다. 체 게바라나 피델 카스트로, 넬슨 만델라 혹은 달라이라마처럼 자신이 품은 이상을 향해 나아갈 용기 또한 내 것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시대를 잘 타고 났다. 성능이 몹쓸어 사용 못할 카메라는 요즘 시대에 없다. 언제든 부담 없이 꺼내 들 수 있는 휴대폰도 저마다 지니고 있다. 부지런히 나의 일상을, 주변을 담아야겠다. 누가 알겠는가.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이달의 사락 q*****2 2017.09.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