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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매일매일 거의 비슷한 일상을 경험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이 겪는 일상이 그렇게 중요하고도 긴박한 순간이란 사실을 까맣게 잊고 그저 '그날이 그날'이란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면서 지내고 있다. 이런 생각으로 살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고 있다.
사진가 임영균은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갖가지 생활용품, 도시풍경, 사람들을 자신의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기에 우리들 보통 사람들은 "그래, 바로 그거야!"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임영균 교수는 이미 1993년에 예술가의 초상을 담은 '임영균 인물사진(안그라픽스)'과 1994년에 시공사에서 '아르비방36 임영균'을 발간한 바 있다. 그 두 권의 사진집에서 임 교수는 일상의 아름다움과 예술가의 향기가 가득한 초상을 공개함으로써 인물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바가 있다.
'일상의 풍경'은 총 60매의 사진 중에서 정물사진이 25매, 인물을 묘사한 것이 13매, 주변에서 보는 풍경이 22매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분석해 보면 국내 사진이 19매, 국외 사진이 41매인데 자신이 유학한 미국이 9매, 독일 6매, 중국과 일본, 네팔이 각각 5매, 그 뒤를 이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 인도, 러시아 등지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되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91쪽의 사진에 대하여 김화영 교수가 쓴 글(이 책 9쪽)을 읽고 난 뒤에 이 사진을 보면 우리 선조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알게 되며, 이 사진이 그냥 보통 풍경이 아니라 일본 식민치하 시절에 겪었던 '한국인의 한'을 다른 각도에서 표현한 것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동을 주는 것은 가정에서 흔하게 보는 밥, 닭발, 꽃병, 양란, 꽃꽂이, 담배와 재떨이, 카메라와 스케치북, 커피 잔, 침대, 식탁, 메모장 등을 자신의 카메라 아이로 해석해서 새로운 맛과 멋을 내게 해준데 있다고 하겠다. 흔히 유명한 사진가에게 기대하는 엄숙함, 세련미, 정적과 고요함 등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윽한 향기가 난다고 본다.
또 작가의 취향 때문인지 잘 모르지만 불교와 연관된 사진이 7매 정도가 되어 명상, 선, 참선 등을 암시하는 것 같았으며, 이와는 별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촬영한 부분이 5매 정도 되었는데 이 세상의 모든 시간과 공간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우리가 사진을 볼 때 그저 눈앞에 나타난 사실만을 볼 것인지, 작가가 숨겨둔 그 이면까지도 인지해야 할 것인지는 개인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그 어느 것이든지 작가가 사진을 통하여 진정으로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이 사진집을 보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르비방 36에서 이미 게재되었던 사진이 16매나 된다는 사실이다. 왜 이런 편집을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독자로서는 약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진가 임연균이 인생을 정리하는 장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과거에 이미 출판된 사진을 싣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열화당에서 만든 책이라 디자인이 우아하고 세련되었으며 튼튼한 양장본으로 아주 멋지게 만들어 오래오래 볼 수 있도록 처리한 것은 이 책이 갖고 있는 아주 미세한 단점을 감당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최근에 드물게 보는 명품 사진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사진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인상깊은구절] 임영균의 이미지들은 개인사에 대한 스케치이며, 일상생활의 스냅사진이고, 사고의 단편이며, 생생한 추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