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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넘어 몽골, 시베리아, 그리고 러시아. 이 길은 과거 우리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는 길이었지만, 지금은 가장 관심 밖에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길을 거슬러 여기까지 왔으니 우리의 본류를 찾기 위해서라면 그 길을 되짚어 가봐야 한다. 정수일의 몇 차례의 여정을 담은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는 바로 그 기록이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새로운 것을 가장 많이 배운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북방의 초원에 대해서 무지했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친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모르지만 친숙한 느낌. 어쩌면 이게 우리의 본류를 찾아가는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유목민에 대한 생각도 많이 교정됐다. 흔히, 쉽게 인류사는 유목 생활에서 정착 농경 문화로 진보했다고 하고, 지금도 유목 생활을 하는 종족을 후진적이라 하는 경우가 많다. 정수일은 몽골 초원의 한 가운데서 그런 편견을 가차 없이 깨고 있다. 700~800년의 시차를 두고 세 번이나 세계를 뒤흔든 세계적 제국, 흉노제국, 돌궐제국, 몽골제국의 요람이 바로 몽골초원(253쪽)이라는 점은 문명이 농경만을 토대로 일어서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사를 기술하는 데 있어서도, 그것을 배우는 데 있어서도 지금까지 편견이 너무 많이 개입해 있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글들이지만, 여행기의 형식이라 여행자의 상념이 많이 섞여 본격적인 논의가 많지 않다. 그리고 몇 차례의 여정으로 나뉘어 있어, 그 여정들을 연속선상에
놓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51장의 단편적인 글의 묶음이라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그게 읽기에는 편하지만,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해서는 그의 다른 책을
찾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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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교류학의 대가인 정수일 선생이 초원 실크로드인 대흥안령 초원로, 몽골 초원로, 시베리아 초원로를 답사한 후 역사와 문명교류의 발자취를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인류 최초의 실크로드를 탐방하며 문명의 잉태와 교류의 현장을 전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기원을 찾아가는 작업을 병행하였는데 선생의 발길 닿는 곳마다 겨레사랑의 마음이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초원의 길은 우리 겨레와 여러가지로 인연을 맺어온 결연의 길이다. 아득한 옛날 강보에 싸인 일군의 시조가 이 길을 타고 북방에서 남하해 오늘의 한반도에 정착하고, 그 후예들이 이 길을 주름잡으면서 삶을 개척해나갓다. 그리고 또 이 길을 통해 북방과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한편의 역사드라마다. 필자는 이 드라마의 연출을 가능케 했던 초원 실크로드의 한반도 연장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나름대로 그 길의 복원에 천착했다. 이것은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좌표를 설정하는 데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8~9쪽 중에서)
초원 실크로드란 범 지구적 문명교류 통로인 실크로드 3대 간선의 하나로서 유라시아대륙의 북방 초원지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교류와 소통의 길이다. 기원전 5세기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가 명저 『역사』(제4권 13장과 16~36장)에서 처음 밝힌 스키타이의 동방무역로는 바로 초원 실크로드의 서단에 해당된다. 그밖의 기록과 유물에 근거해 그 전노정을 추적해보면, 흑해 동북편 남러시아에서 시발해 카스피해 북안과 아라해 남안, 그리고 넓은 까자흐 초원을 지나 알타이산맥 남록 중가리아분지를 거쳐 몽골 오르혼강 연안(고비사막 북단)에 이른다. 여기서 다시 동남행으로 중국 화뻬이지방과 대흥안령을 넘어 한반도까지 이어진다. 이 길은 실크로드 3대 간선 중에서 가장 일찍이 개통되어 뚜렷한 유산을 남겨놓은 유구하고 역동적인 길로서 유목기마민족의 활무대다. (51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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