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쿠엔틴 티란티노가 극찬하는 작가임을 알게 되서 이다. 티란티노 감독의 초기 작품들에 열광했던 나로서는 과연 이책이 어떤 책인가 무척이나 궁금했던 것이다. 일단 책을 보면 과거 중학교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가지고 있는 돈은 한정적이지만 책을 너무너무 좋아했었고 죽는 날까지 시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행복 할것이라고 생각하던 소년시절....나에게 책고르기란 것은 어느작가의 어떤 책이 아닌 단지 오랫동안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 었다. 그것은 무한적 책을 살수없는 나로서는 어쩔 수없는 선택이 었다. 값싸고 페이지가 많으며 페이지당 글자수가 많은 책... 그런 책이 내가 구입하는 책이 었던 것이다. 중학교때는 그렇게 서점에가서 페이지를 확인하고 줄을 헤아리고 글자 수를 세고는 그래! 이 책으로 하자. 했던 책이 시드니 셀던의 책들이었다. 중학교 저학년이 읽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였지만 두꺼운 페이지에 작은 글씨체를 한 많은 수의 글자들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 또한 요즘은 장르소설의 분야에서 보이는 책 크기에 매우 작은 글씨체를 하고 있다. 우선 그때 생각에 반가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은 글씨체는 그때와는 달리 익숙하지 않다. 세월의 흐름이 그것을 익숙하지 않게 한 것이다.
엘모어 레너드의 책은 처음 읽지만 시드니 셀던의 책을 읽을 때와 매우 비슷한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 나간다. 책읽기의 흡입력 즉 스토리텔링은 이 책에 빠져들게 하는 요소로 충분하고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자꾸만 읽는 속도를 더해 가는 것이다. 이 책에도 그런 매력이 있다.
로드독스 미국 교도소에서 쓰는 은어로서 무슨일이든 서로의 뒤를 봐주는 친구를 의미한다. 200여차례에 이르는 은행강도 경험이 있는 폴리와 여러 차례살인 경험이 있지만 어디이서던지 우두머리가되는 돈많은 쿤도는 서로 교도에서 뒤를 봐주며 서로의 마음을 털어 놓는 친구이다. 폴리는 30년형에 구형을 받지만 쿤도의 도움으로 안해 3년이 채안되는 형을 받게된다. 그리고 먼저 감옥에서 나온 폴리는 쿤도가 마련해준 집에서 그가 나올때까지 살게 된다. 그곳에는 돈이라는 점쟁이인 아름다운 쿤도의 아내가 있다. 돈은 폴리를 설득해 쿤도를 살해하고 그의 재산을 가로 채려고 한다.
이 책은 분명 굉장히 단순한 사건의 구조를 가지고있다. 그렇다고 굉장한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 읽고나서 실망감이 들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이야기를 끌어가며 멈추지않고 숨돌릴 틈없이 진행되는 문장은 충분히 생동감을 불어 넣고있다. 킬링 타임을 즐길만 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모든 것을 잊고 책속에 빠져 들고 싶을때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할만 한 책인 것이다. |
|
엘모어 레너드가 누군지는 잘 모른다. 미국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인 것 같다. '미국 범죄 소설의 대부','펄프 픽션의 제왕', '디트로이트의 디킨스'라는 수식어가 그의 이름을 장식한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가 영화와 TV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을 보면 매우 대중적인 작가인 것 같다. 원래 갱스터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센 남자인 척 뻐기는 깡패들의 이야기는 주로 감옥이 배경인데다가 폭력 장면이 많아서 별로다. 차라리 범죄 분야도 지능적인 사기범 이야기가 재미있지, 총질하며 강도짓하는 건 영 체질에 안 맞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이 소설에 흥미가 생겼는지 모르겠다. 왠지 모를 호기심이 자극된 모양이다. 로드 독(Road dog)이란 항상 곁에서 지켜주는 좋은 친구를 의미한다. 남자들끼리 서로의 뒤를 봐주는 의리의 개들, 로드 독스- 의리라고 하면 굉장히 멋져보이지만 깡패, 범죄자들에게 의리란 공범자일 뿐이다. 역시나 여기서도 감옥에서 친해진 로드 독스, 잭 폴리와 쿤도 레이가 등장한다. 악어와 악어새마냥 감옥 내에서 벌어지는 알력다툼 속에 생존을 위한 동맹이 필수다. 잭 폴리는 똑똑하고 잘 생긴 은행 강도이고 쿤도 레이는 전형적인 깡패 보스다. 감옥 내에서 폴리가 쿤도를 도와준 보답으로 쿤도는 폴리의 형(刑)을 30년에서 30개월로 감형되도록 유능한 변호사를 대준다. 도대체 쿤도의 꿍꿍이는 뭘까? 먼저 출소한 폴리는 쿤도의 저택에 머물면서 그의 애인이자 심령술사 돈 나바로를 만난다. 서로 속고 속이는 그들의 게임을 지켜보는 것이 이 소설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참 희한한 것이 대단한 사건은 없으나 은근한 재미가 있다. 주로 대화체로 진행되는 내용이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은행 강도지만 엄청난 매력을 소유한 폴리의 존재는 범죄자라기 보다는 주연 배우의 느낌이 강하다. 은행 강도짓을 하면서도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는다거나 중독이라고 할 만큼 은행 강도짓을 했으면서도 과감하게 개과천선 흉내를 내는 건 너무 모범적이다. 그를 잡았던 FBI 루 애덤스의 생각대로 출소 후 다시 은행 강도짓을 했다면 어땠을까? 완전범죄를 꿈꾸는 은행 강도팀을 구성할 줄 알았는데 예상외다. 쿤도는 정말로 왜 폴리를 도와준 것일까? 그는 자선사업을 할 만큼 착한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쿤도도 나름의 감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걸 남자들의 의리라고 해야될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간적으로 끌릴 수 있는 매력을 지닌 폴리의 존재가 이 소설의 핵심이란 생각이 든다. 범죄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주인공은 분명 나쁜 놈인 것 같은데 뭔가 사람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중요한 건 폴리는 허황된 대박의 꿈을 쫓는 어리석은 사내가 아니다. 폴리의 꿈은 소박하게 코스타리카 해변에 만족한다. 마지막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폴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깔끔한 반전이다. 돈 나바로가 조금 더 카리스마 넘쳤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결국 마지막 승리의 비결은 로드 독스였다. |
|
로드 독은 road dog 미국 교도소에서 쓰이는 은어로, 무슨 일이든 서로 뒤를 봐주는 친구를 말한다. 잘나간다는 작가들도 엘모어 레너드에 대한 이런 호평들을 뒷표지에 남겼다. '엘모어 네러드가 무슨 노벨문학상 같은 걸 받을 것 같지는 않다. 그보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집에서 몰래 읽는 작가로 남을 것이다. 인물에 현실성을 부여하고 대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박찬욱)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페이지 하나하나를 조여 나가는 그의 솜씨는 단연 일품이다. 대화는 긴장이 감돌고, 인물들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며,이야기가 전개되는 속도감은 가히, 중력도 벗어날 수준이다.(스티븐 킹) '엘모어 레너드는 단연 독보적이다. 그에 비견할 작가는 없을뿐더러, 쓸 만한 경쟁자조차 없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대단한 작품을 써내는 것처럼 보여 조금 얄빕지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범죄 소설 작가를 감히 어떻게 미워하겠는가.그저 경의를 표하는 수밖에.(데니스 루헤인[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 보통은 외국작가들의 책을 읽다보면 앞부분은 거의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참을 보다가 내용을 짐작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한사람 한사람의 캐릭터가 확확 다가올뿐아니라 내용도 아주 쉽게 이해가 된다. 대화가 아주 많다. 잔머리를 있는데로 굴리는 뒷골목 고수들의 한판 게임을 보는듯하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미국 교도소에서 만난 서로 뒤를 봐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폴리는 200여곳이 넘는 은행을 턴 전문은행털이범, 또 한사람 쿠바인이며 쉰 살쯤 되보이는 땅딸막한 남자는 2급 살인범인 쿤도. 폴리는 징역 삼십 년형을 채우기 위해 일주일간 탈옥했다가 돌아오고 쿤도는 주립교도소에서 오 년간 복역하고 이년 반의 형기를 마저 채우기 위해 글레이즈로 호송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만나게 된다. 첫 만남 이후 그들은 서로의 로드 독이 된다. 서로의 수많은 범죄들을 이야기하면서 점점 친해지게 된다. 폴리를 좋아하게 된 쿤도는 폴리가 30년형이라는 징역형에서 자기가 아는 비싼 변호사를 사서 폴리를 변호해 주게 되고 폴리의 형량은 3개월로 줄게 된다. 그리고 폴리는 쿤도의 여인인 돈이 있는 쿤도의 집에 묶게 된다. 성녀처럼 지내라는 쿤도의 전화를 받으며 기다리던 돈은 폴리를 만나게 되고 폴리와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돈은 쿤도의 뒷돈들을 관리하는 리틀 지미와 함께 쿤도를 위기에 빠뜨리고 쿤도의 집을 차지해서 팔아버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돈, 폴리, 쿤도는 속고 속이는 자신의 방법으로 최대한 이용한다. 누가 살아남게 될지는 책을 덮을때까지 아무도 알수 없는 스릴만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
|
누구를 믿을 것인가?
글쎄. 내 취향은 아니다. 굳이 개인적인 취향을 밝히는 것은, 나의 취향은 아니지만 작가인 '엘모어 레너드'에게 따라붙는 수식어가 굉장하기 때문이다. "미국 범죄 소설의 대부이자 펄프 픽션의 제왕", "범죄 소설 분야의 대가", "가장 쿨하면서 가장 정열적인 작가", "하드보일드의 대가"라는 평을 들으며, 그의 작품 상당수가 영화와 TV 드라마로 만들어졌을 만큼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인 동시에, 1984년 미국추리작가협회의 에드거 상을 받았으며, 1992년에는 그랜드 마스터(거장)의 칭호까지 얻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대한 나의 평가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인 셈이다.
"그가 어떤 인간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우린 교도소 뜰을 산책하며 서로의 뒤를 봐주는 사이였단 말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이해를 못하는 듯했다. 아마 영영 이해가 안 될 것이다(328).
은행 강도인 '잭 폴리'는 교도소에서 만난 땅딸막한 쿠바인(쿤도 레이)의 도움으로 삼십 년형에서 삼십 개월로 감형을 받는다. 그가 삼십 년형에서 벗어나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쿤도가 자신의 돈 3만 달러를 들여 유능한 변호사를 소개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잭 폴리는 어째서 쿤도가 자신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교도소 안에서는 짝을 이루어 다니는 것이 관례였는데, 쿤도와 폴리는 서로의 뒤를 봐주는(로드 독) 절친한 사이었고, 쿤도는 폴리에게 "교도소 안이든 밖이든 끝까지 서로를 지켜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74).
폴리가 쿤도의 도움으로 먼저 출소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방향을 알 수 없는 쪽으로 흘러간다. 쿤도는 폴리에게 자신의 대저택에 머물며 자신의 여자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고, 폴리는 쿤도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지닌 채 그의 저택으로 향하고, 쿤도의 정부인 돈 나바로는 폴리와 위험한 관계로 빠져들며 은밀한 제안을 해온다. 여기에 폴리가 또 다시 은행 강도를 저지를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의 뒤를 좇는 FBI 루 애덤스, 루 애덤스의 지시로 폴리를 감시하게 된 티코, 쿤도 레이 밑에서 일하며 쿤도의 전 재산을 관리하는 리틀 지미가 가세하면서 '배반의 음모'가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로드 독스>는 '항상 곁을 지켜주는 좋은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73). 그러나 배반의 장미를 연상시키는 이 책의 노란 표지처럼, <로드 독스>는 배반의 음모로 가득차 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이렇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만한 조직 폭력배의 두목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실내에 들어가 자리에 앉을 때 항상 벽을 뒤로 하고 앉는다고 했다. 뒤를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언제 어디서 누가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세상이다. 고인이 된 한 유명 배우는 믿었던 매니저의 배신으로 큰 아픔을 겪었다고 하고, 파이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추성훈 선수는 의형제나 다름없는 선배에게 자신의 자금 관리를 맡겼다가 몽땅 사기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들린다. 낯 모르는 사람에게 사기를 당해도 충격이 클텐데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배신은 그 충격과 아픔이 오죽할까. 우리 모두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로드 독스>는 바로 이러한 믿음과 배신 사이의 긴박한 긴장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
<로드 독스>에서 보여주는 믿음은 폴리가 다시 은행을 털 것이라는 FBI 루 애덤스의 믿음이 유일하다. 'FB'I라는 그의 직업에서부터 '루 애덤스'라는 존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유머러스하게 비웃는 작가의 의도적이고 지능적이고 상징적인 장치가 아닐까(루 애덤스는 자신으로 인해 폴리가 구원받았다고 생각하지만, 난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 334). 참 슬픈 믿음이고, 참 슬픈 현실이다.
"당신이 왜 그를 그렇게 챙기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당신은 그와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요. 내가 얘기했었죠? 쿤도 보기를 당신이 털 은행 보듯 하라고." "우리는 교도소에서 삼 년간 친구로 지냈습니다. 그는 내가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난 유령 전문가인 척하면서 싸돌아다니기만 했죠"(327-328).
모두를 믿었지만 모두를 의심했던 쿤도, 그는 배반이라는 쓴 잔을 늘 두려워했다. 거액을 들여 폴리의 감형을 도울 만큼 '항상 곁을 지켜주는 친구'가 절실했다. 그러나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쿤도는 결국 쓸쓸하고 외로운 최후를 맞게 된다. 또 한 사람, 성적 매력을 이용해 거침 없이 남자들을 유혹하며 모두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돈 나바로는 모두를 속이려다 자신이 쳐놓은 배반의 덫에 자신이 걸려들고 만다. 심지어 그녀는 '독심술을 구사할 줄 아는 여자'였는데도 말이다.
"폭력적인 테마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로 또는 도덕적 판단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을 묘사하는 것", "불필요한 소식을 일체 빼버리고, 신속하고 거친 묘사로 사실만을 쌓아 올리는" 하드보일드의 수법이 이 책에서도 엿보인다. 그런데 그 냉혹한 서사 한편으로 낭만적인 싹이 하나 피어오른다. 돈 나바로와 대조적인 두 여인의 존재가 그것을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
거액의 자산가인 쿤도를 중심으로 얽혀든 남자들 사이를 오가는 '음녀' 돈 나바로가 거짓과 불신의 화신이었다면, 다른 두 여인은 희망과 사랑의 씨앗을 잉태한 '성녀'라 할 수 있겠다. 폴리는 돈 나바로의 계획대로 '카르마노스 부인'에게 사기를 차기 위해 접근했지만, 곧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만다. 결국 그 정직함이 폴리를 구한다. 또 한 여인, 이야기 초반 폴리의 형량이 줄어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던 '캐런 시스코'의 존재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녀는 폴리를 믿어주었다. 쿤도의 장례식장에서 "주변을 찬찬히 훑으며 염색한 머리에 짙은 색 선글라스를 쓴 여자를 찾아보기 시작"(334)하는 폴리의 시선이 의미심장하다.
|
|
<로드 독스 Road Dogs>란 서로 뒤를 봐주는 절친 사이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잭 폴리와 쿤도 레이는 교도소에서 만난 로드 독스이다.
100여개가 넘는 은행을 털고 들어온 폴리. 살인을 하고 들어온 쿤도. 교도소 안에서 폴리에게 도움을 받은 쿤도는 은행털고 30년 형을 받은 폴리에게, 살인을 하고 7년 6개월 형을 받은 자신을 보라면서 자신의 변호사를 소개해주고, 수수료까지 선뜻 내준다. 외모는 별로지만 돈많고 애인도 있는 쿤도는 자신의 재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애인은 또 어떻게 감시되고 있는지 폴리에게 모두 알려준다.
쿤도는 또 출소후 폴리를 자신의 대저택에 머물게 해주며 자신의 애인인 돈 나바로를 감시하도록 부탁한다. 이미 그녀에겐 지미라는 감시자가 있음에도 말이다. 이 소설을 보면, 교도소 안에서도 돈으로 밖에 있는 사람을 관찰하고 감시하는 모든 행동이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쿤도는 살인자이면서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폴리는 출소 후, 쿤도가 출소할때까지 돈 나바로와 부적절한 사이가 되고, 쿤도를 배신할 계획을 세우지만 쿤도의 출소후 돈이 당황할 정도로 로드 독스 사이를 끈끈하게 지켜나간다. 쿤도의 도움을 받고 쿤도의 모든 재산과 여자까지 관리하는 지미는 충분히 모든 것을 빼돌릴 기회가 있었음에도 쿤도에게 충성하며 지낸다.
폴리, 쿤도, 돈, 지미, 폴리를 감시하는 루 애덤스까지 모두 폴리와 쿤도의 관계를 특이하다고 생각하며 이야기는 진행된다. 범죄자로 돈 많은 쿤도를 둘러싼 음모가 펼쳐지고, 그 모든 음모를 통제해 나가는 돈 나바로. 그리고, 그 음모의 과정을 눈치채게되는 폴리.
빠른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 |
|
로드 독스(Road Dogs)란?
제목에 걸맞게 이야기는 교도소에서 시작된다. 탈옥 후 일주일 만에 다시 잡힌 은행 강도 잭 폴리는 교도소에서 쉰 살쯤 되는 땅딸보 쿠바인 쿤도 레이와 만나게 된다. 아는 변호사를 통해 감옥에서 30년은 썩어야 하는 잭 폴리의 형기를 30개월로 줄여준 쿤도 레이. 코스타리카에서 새 출발을 하려고 생각한 잭은 출감 후 쿤도의 도움으로 그의 정부 돈 나바로가 있는 캘리포니아 베니스 비치로 간다.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점성술사 돈 나바로는 쿤도가 교도소에서 전화를 걸 때마다 성녀처럼 살고 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맹세하는 여인이었다. 그녀와 만난 뒤 잭은 쿤도와 그의 사업 파트너 리틀 지미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또 함께 생활하며 돈 나바로의 또 다른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한편 출감 직후부터 잭 폴리를 주시하던 FBI 소속 루 애덤스는 그를 더욱 철저히 감시하기 위해 주변에 끄나풀을 심어 놓는다.
이야기는 쿤도가 감옥에서 나와 베니스비치로 돌아온 뒤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쿤도는 왜 잭에게 그토록 많은 도움을 준 것일까? 로드 독(Road Dog)으로서 보여준 의리일까?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몽환적인 분위기의 아름다운 정부 돈 나바로의 진심은 무엇일까? 루 애덤스의 장담처럼 잭은 다시 은행을 털게 될까?
저자인 엘모어 레너드는 미국 범죄 소설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흡인력 있는 캐릭터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유명한 그의 소설 중 여러 작품이 드라마 및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로드 독스』의 전편격인 『표적』의 경우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성을 인정받았다.
『로드 독스』의 인물들을 영화화 한다면 어떨까? 잘생기고 매력적인 은행 강도 주인공 잭 폴리는 조지 클루니가 이미 연기했으니 그렇다 치고, 사기 수완 좋고 다혈질인 쿤도 레이와 그의 정부인 미모의 점쟁이 여인 돈 나바로는 누가 맡게 될까? 나름 비중 있는 조연으로 나오는 FBI 요원 루 애덤스, 쿤도 레이의 금융 회계 담당 리틀 지미, 갱 인터벤션 소속의 티코 역은 어떻게 연출이 될지 궁금하다. 전작인 『표적』을 먼저 접하면 캐릭터 이해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
<로드 독스> (2010, 엘모어 레너드 지음, 그책 펴냄)의 제목 '로드 독'은 '미국 교도소에서 쓰이는 은어로, 무슨 일이든 서로 뒤를 봐주는 친구'를 의미한다고 책 뒷표지 날개에 설명하고 있다.
제목에 충실하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키초비 호수 남쪽 끝에 자리한 글레이즈 교도소에서 만난 두 친구이다. 백여 곳의 은행을 털었고 삽십년 형을 받고 탈옥했다가 여자 형사에게 잡혀 일주일 만에 교도소로 돌아온 잭 폴리, 2급 살인죄로 7년 반의 형기를 받았고 그 중 5년을 채운 쿤도 레이. 이들은 같은 차를 타고 글레이즈 교도소로 호송되었고, 첫번째 점심식사에서 잭 폴리가 백인우월주의자들에게서 쿠바계인 쿤도 레이를 구해주면서 로드 독스로서의 나날이 시작된다. 부동산업을 통해 부를 쌓은 쿤도 레이는 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를 소개해 주고 소송 비용을 댐으로써 잭 폴리의 형량을 대폭 낮춰준다. 그리고 먼저 출소한 잭 폴리는 쿤도 레이의 집에 머물며, 쿤도 레이의 여자인 돈 나바로와 쿤도의 수하인 지미를 살핀다.
교도소라는 극단적인 장소는 거기에 모여든 사람들의 성격이나 죄질을 반영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따라서 좋은 것을 배우기보다는 범죄의 테크닉을 배우고 범죄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쉽겠다. 서로의 뒤를 봐주면서 친형제처럼 가까워진 듯 보이는 잭 폴리와 쿤도 레이이지만, 사실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이런 로드 독스의 중간에서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것이 쿤도의 여자 돈 나바로였으니, 독심술과 점술을 내세우지만 빠른 직감과 똑똑한 두뇌와 탁월한 임기응변으로 지금껏 살아왔고 앞으로의 삶을 바꾸려고 한다. 책 전반에 걸쳐 서로간의 바쁘고 치열한 두뇌 싸움이 전개되면서 다음장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든다.
이런 쪽의 소설을 즐기지 않다 보니 엘모어 레너드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났지만, 미국 범죄소설의 대부이자 펄프 픽션의 제왕으로 불린다고 한다. 하드보일드의 대가라는 평가처럼, 이 책에는 뚜렷하고 긴박한 사건이 없이 등장 인물들의 대화만으로도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 그러나 책에 쓰인 글자가 너무나도 작아서 눈이 피로했고, 오, 탈자가 꽤 눈에 띄어서 몰입을 방해한 것이 아쉽다.
<로드 독스>의 주인공 잭 폴리의 과거는 <표적>에서 다루었다고 하니, <표적>부터 읽고 <로드 독스>를 이어 읽으면 이해하기가 더 쉽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