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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옥은 도망쳤고 장하림은 이제서야 모든 정황을 다 알게 되었다. 여옥이 자신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을. 그렇게까지 믿었건만 그녀가 빼돌린 정보가 대단히 많은 분량이라는 것을. 알고 보니 그녀는 거물급 스파이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도망치기 바로 전날까지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던 그녀를 생각하던 장하림은 그야말로 난색이 된다.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그들이 어떻게 사랑을 했고 그들이 어떤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그동안의 모든 일들이 그야말로 모래성처럼 하루 아침에 무너진 꼴이다.
벌써 9권이다. 이쯤 되면 윤여옥의 도망도 끝나야 할 때가 되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그녀가 잡히지 않고 끝난다면 조금은 허무하다라는 생각도 들 무렵 정말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잘 도망치던 그녀가 드디어 잡히게 된다. 그 또한 그녀가 너무 잘 나서이다. 그런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서 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려나. 뭇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면서 그녀는 잡혀버렸다.
혐의가 어마어마하다. 장하림은 자신이 결재를 하지 않은 정보들이 그녀의 집에서 쏟아져 나오자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궁금해한다. 그 모든 정보는 그녀가 다 두 부씩 타이핑을 해서 직접 만든 자료이기 때문이다. 전에도 한번 언급한 바 있지만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녀의 타이핑이 얼마나 빠르길래 다른 사람들은 한 부도 겨우 만들어 낼 시간에 그녀는 두 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일까. 그것이 가장 궁금한 사실이다. 그녀의 손가락은 날아다녔나.
여옥이 잡힌 것을 대치도 알까 싶지만 북에서도 알고 있다. 그리고 전쟁이 났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6.25 한국 전쟁이다. 사형집행을 앞두고 있던 여옥은 전쟁으로 인해서 또 그렇게 목숨을 살아간다. 장하림은 전쟁이 일어나도 대피를 하지 못하고 그 와중에 여옥은 큰 아들 대운이가 사라진다. 사실 피난을 가지 못한 것은 그것과 관련이 있다. 여옥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지만 그 아이가 사라진 것이다. 그로 인해서 장하림은 또 한번 고난을 겪는다.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대충 마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북조선에서 내려온 그들이 가장 먼저 찾아서 죽일 것도 그이지 않은가. 도망갈 수 없다면 숨었어야 했다. 드러내놓고 나 여기 있소 할 것이 아니라 말이다.
공산군은 물밀듯이 내려오고 있다. 미군은 우리가 북한을 공격할 지도 모른다면서 무기를 내어주지 않았다. 그 결과는 뻔했다. 온갖 무기들로 둘러싸인 공산군은 파죽지세로 내려왔다. 그렇게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죽죽 밀고 내려와서 부산까지 모두 점령하고 그렇게 전쟁이 끝날 줄 알았지만 미군의 개입으로 인해서 공산군은 저지되었다. 이제 그들은 보급로가 차단된 채 고립된 것이다. 이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