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10.0
  • 50대 10.0
리뷰 총점 종이책
환상문학 독자의 필독서
"환상문학 독자의 필독서" 내용보기
열 여섯번째 '세계환상문학걸작단편선'에 서른 아홉 편의 단편을 싣기 위해 윈들링과 대트로우는 서른 가지 책과 잡지를 뒤졌습니다. 그냥 서른 권이라고만 해서는 썩 많다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실제로 일 년 동안 뒤적였을 책이며 잡지의 양을 곰곰 생각해 보면 아찔해요. 잡지 하나만도 일 년이면 적게는 여섯 호, 많게는 열 두 호나 되고, 꼼꼼히 찾는 사이에 탈락해 버린 출처도 있
"환상문학 독자의 필독서" 내용보기
열 여섯번째 '세계환상문학걸작단편선'에 서른 아홉 편의 단편을 싣기 위해 윈들링과 대트로우는 서른 가지 책과 잡지를 뒤졌습니다. 그냥 서른 권이라고만 해서는 썩 많다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실제로 일 년 동안 뒤적였을 책이며 잡지의 양을 곰곰 생각해 보면 아찔해요. 잡지 하나만도 일 년이면 적게는 여섯 호, 많게는 열 두 호나 되고, 꼼꼼히 찾는 사이에 탈락해 버린 출처도 있을 테니까요. 두 편집자의 열성은 다른 연간 걸작선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데이빗 하트웰과 카트린 크래머는'Year's Best Fantasy'에 열 다섯 가지 책/잡지에서 스물 아홉 편을 추려 실었고, 하트웰&크레머, 윈들링&대트로우 콤비에 밀린다는 평을 듣는 후발 주자 로버트 실버버그와 카렌 하버가 'Fantasy: The Best of 2002'에 골라 넣은 열 한 편은 그 중 자그마치 일곱 편이 '매거진 오브 판타지&사이언스 픽션'에 실렸던 글이었거든요. 이 넓은 선택의 폭은 단순히 편집자들이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 이상이랍니다. 이들이 '환상문학'과 '공포문학'을 얼마나 넓게 정의하는지를 보여주죠. 소설 서른 아홉 편 외에도 시를 열 세 편, 덧붙여 에세이까지 한 편 포함한 점도 마찬가지로 볼 수 있겠네요. 그러고 보면 이 책을 읽으며 어? 이런 것도 판타지라고 하나?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가 있는 것도, 여기에 실린 많은 작가들이 자신을 '환상소설가'가 아니라 '시인', '비평가', '과학소설작가' 등으로 정의내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요? '세계환상문학걸작단편선'의 2권을 여는 영국작가 애덤 로버츠도 환상소설가이기에 앞서 과학소설가이고, 또 그에 앞서 비평가에요. 게다가 '옥스포드 작가 소개-디킨스'나 '낭만주의 및 빅토리안 장시(長詩)에 대해'같은 책을 썼답니다! 그렇다고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착안하여 쓰여진 깔끔하고 솜씨좋은 풍자소설 '스위프틀리'가 환상소설 독자들에게 낯설 글은 아니에요. 오히려 거인과 소인, 프랑스와 영국이 공존하는 환상 세계를 엮어내어 환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운가, 그리고 환상의 본질은 때로 얼마나 현실적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감탄하게 하지요. 크리스토퍼 파울러의 '녹인'은 케이트가 부부관계도 개선하고 논문도 마무리하기 위해 의처증세를 보이는 남편 조시와 함께 말레이시아쪽의 작은 섬에 가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었어요. 남편은 모든 남자, 아니 숫놈을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케이트는 그런 남편을 이해하지 못해요. 결국 일어나는 파국. 이 단편은 마찬가지로 유인원류와 인간 사이의 만남을 그린 커렌 조이 파울러의 '내가 보지 못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굳이 남성 작가와 여성 작가의 차이라고 말할 부분은 아니지만요. 무시무시한 단편 하이즈를 쓴 제이 러셀은 끔찍하고 선명한 폭력성으로 논쟁에 휘말렸던 작가에요. 런던에서 살고 있지만 본래는 미국 출신으로, 작가로 등단하기 전에는 로스앤젤레스 탐정 사무소에서 일했답니다. 그 때문인지 러셀의 글에는 탐정소설같은 긴장감, 공포/범죄가 다가오는 듯한 긴박함이 살아있어요. '하이즈'도 물론 그렇고요. '멘도사 씨의 붓'의 멘도사 씨는 페인트 통과 붓을 들고 거침없이 쏘다닙니다. 여자를 훔쳐보던 사내아이 얼굴에 '나는 음탕하다'라고 휘갈기고, 도로 표지판에 '백 킬로미터 이내에 지적인 생명체 없음'이라고 꼼꼼히 써넣으면서요. 멘도사 씨의 온갖 명언부터 끝이 활짝 열린 마무리까지, 개운하고 기분좋은 단편이에요. 로빈 매킨리의 '사막의 연못'은 제가 이 걸작선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글입니다. 로빈 매킨리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없어, '이 글은 이러저러하겠구나'하는 생각 없이 무심히 읽기 시작했기에 더 놀랐죠. 단편집에는 수많은 세계관과 설정이 들어 있고, 그렇다 보니 가끔은 전혀 준비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세계에 온 마음이 사로잡히는 경험을 하기도 해요. 버스 한쪽 구석에 앉아 책을 읽던 제게 다마르의 모래바람이 몰아쳐 왔던 것처럼요. 지긋지긋하고 끝없이 단조로운 일상에도 끝내 시들지 않은 헤타의 모습, 그리고 침침할지언정 따뜻함은 버리지 않는 서술......'내가 글을 읽을 줄 알아서, 그리고 이 장르를 좋아해서 정말 행복하다'는 충만감을 안겨주는 흔치 않은 단편 중 하나였어요. '먹는 자와 먹히는 자'는 '닐 게이먼표 깔끔한 공포소설'이랍니다. 만화와 영상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작가답게 짧은 글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내는 이미지는 '깔끔함'과 '공포소설'이라는 말의 어울림이 낯설어 보일만큼 칙칙하고 섬뜩하지만요. '가장 낮은 패'는 대호평을 받은 중편으로, 세계 환상 문학상 후보작이기도 해요. '슬기로운 개미'연작으로 명성을 얻은 어머니가 물려준 '고독의 집'에 혼자 살던 문신예술가 아이비는 어머니를 만나러 육지로 나간 길에-고독의 집은 섬에 있어요- 교회 바자회에서 일 달러짜리 타로카드 세트를 하나 샀다가, 낡고 허름한 패들 사이에서 환상적인 그림이 그려진 두 장의 카드를 발견합니다. 카드세트에는 '가장 낮은 패'라고 휘갈겨 쓴 종이도 들어있어요. 더 이상 말하면 아직 이 글을 안 읽은 분들께 폐가 되겠죠? 엘리자베스 핸드는 세계 공포소설 협회상,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상 등을 수상했고 페미니즘 성격이 분명한 환상소설부터 엑스파일 타이-인 소설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해 온 중견 작가에요. '애나앤킹', '12몽키즈'같은 영화의 소설화도 맡았죠. 이런 영화/만화/드라마의 소설판을 쓰는 작가들은 실력에 비해 폄하받기 쉽고, 그에 앞서 작가 자신이 신인 때의 빛나던 창작력을 잃고 아쉽게 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엘리자베스 핸드는 도리어 소설판을 영화보다 재미있게 만드는 기분좋은 예외 중 한 명이랍니다. 참, 그리고 498페이지에 나오는 '보지 독백'은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랍니다. 처음에 보고 뭔지 고민했거든요. 이 걸작선은 읽기 쉬운 책은 아닙니다. 때로는 너무 새롭고, 때로는 너무 강하고, 또 때로는 너무 날카롭지요. 그렇지만 바로 그 낯선 경험이 우리에게 장르를 넘어 문학을 보고, 문학을 넘어 삶을 바라보게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현실에 대해 쓰이지는 않았을지언정 그보다 더 깊은 곳에 단단히 뿌리박고 선, 이 환상문학의 경이로움을 맞아들이고 변화하는 것은 이제 독자의 몫이겠지요.
j***j 2004.03.12. 신고 공감 3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환상이 현실을 만든다..
"환상이 현실을 만든다.." 내용보기
환상 문학에 있어서 전설적인 존재들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의 작가들이 쓴 때로는 두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시, 때로는 중단편에 가까운 꽤 호흡이 긴 수기 느낌의 소설들로 이루어진 책. 22편에, 593쪽의 묵직한 사전과도 같은 책을 고민없이 집어들었던 건 환상문학에 대한 나의 깊은 연정 때문이었다. 때로는 그 환상이 너무 깊어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그들
"환상이 현실을 만든다.." 내용보기

환상 문학에 있어서 전설적인 존재들이라 할 수 있는 세계의 작가들이 쓴

때로는 두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시,

때로는 중단편에 가까운 꽤 호흡이 긴 수기 느낌의 소설들로 이루어진 책.

22편에, 593쪽의 묵직한 사전과도 같은 책을 고민없이 집어들었던 건

환상문학에 대한 나의 깊은 연정 때문이었다.

때로는 그 환상이 너무 깊어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서서히 침잠해 들어가는 느낌으로

이 조금은 무겁고 우울한, 어두운 세계를 여행했다.

내가 기대했던, 내가 사랑했던 단편들처럼 달콤하고 이상적인 세계가 아니라

그 반대적인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많이 그려지긴 했지만

익숙한 동화를 극한 현실적으로 전개시켜 그것이 환상임을 그려낸 이야기들,

현실을 떠나고픈 욕망이 이상으로의 길을 찾아내는 삶들의 이야기들...

 

그 모든 이야기들 속에 인간 본연의 희망과 힘이 엿보여

시간이 갈수록 마음의 무게는 덜어져 갔다.

책 마지막에 소개된 여타 실리지 못한 다른 수상작들도 꼭 읽어보고 싶다.

a******j 2012.12.1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