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일상미스테리를 검색하면 언제나 와카타케 나나미와 함께 추천되는 작가이다. 충분히 음미해주리라 하며 원서를 사서 이 책을 두고 조금 갈등했지만, 읽다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엔 일상미스테리보다는 라쿠코 (落語, 무대 위에서 한 사람이 음악이나 무대효과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부채를 들며 몸짓과 입담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전통공연. 일종의 만담이자 앉아서 하는 스탠딩 코메디. 주요 레파토리는 이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이며 라쿠코가가 이를 자신의 스타일로 풀어나간다. 이작품에는 4가 발음이 죽을사자인지라 실제로는 4대이지만 5대인 엔시가 나오는데, 여기 유투브에선 6대의 공연이 있다. 간간히 라쿠고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도 있으며, 또 일드[파트너]에서 뚱뚱한 감식반 직원의 취미가 라쿠고이기도 하다: https://youtu.be/iNptyrd5bxY )와 일본고전문학의 대부분 (일부는 서양문학)이 거의 주가 되므로, 원서로 읽을 경우 이런 문화적 배경을 모르는 이상 어어어~ 했을 가능성이 참으로 높았으리라 생각되어서이다.
5편의 이야기가 나오고 또 5편의 미스테리가 펼쳐지는데, 글쎼 미스테리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그외의 이야기가 풍부하다. 어떤 상황의 설정, 여주인 19세의 여대생이 여러가지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정말 리얼하고 풍요롭고 독특하며 매력적인 부분, 일본고전문학이나 동화 등에서의 해석 등. 그래서 미스테리는 잘 보이지 않으며, 또 솔직히 미스테리들은 그닥 흥미롭지 않다.
생전 보지도 못했던 그림속 인물이 미리 꿈에 등장한다던가, 홍차가게에서 설탕그릇을 놓고 수상했던 여자 3명 (맥베스의 해석에서 뱅코의 양자로 들어간다던가 해서 운명을 개척하라는 부분은, 정말 박수를 치도록 참신했다. 정말 양자로 맞이하고 들어가는 일이 많은 일본이기야말로 정말 가능한 해석이었다), 자동차안의 시트가 사라진 사건, 빨간 모자, 아니 빨간 물건을 몸에 걸친 아이가 나타나는 사건 (사실 이거 바로 직전에 웹툰으로 빨간 마스크..를 봤기에 조금 무서웠다), 그리고 동네가게 앞에 있었던 목마가 하루밤 사라졌던 사건 등등
다른 일상 미스테리는 정말 너무나도 자잘함에도 정말 궁금해서 밤에 손에 잡고 눈을 비비며 더 읽을까 피곤한데..하지만 알고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던 반면, 이 책은 솔직히 며칠을 붙잡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여주의 문학해석이나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반응 (물론, 이작품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므로)이 미스테리보다 훨씬 더 매력적이라...그녀의 성장이 궁금하기도 하다.
p.s: 기타무라 가오루 (北村 薰)
- 엔씨상 (円紫さん) 시리즈 - 복면작가 (覆面作家) 시리즈 - 베키상 (ベッキーさん) 시리즈
- 시간과 사람 (時と人 ) 3부작
- 시리즈외
|
|
기타무라 가오루 작가의 하늘을 나는 말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나오키상 수상작가인 기타무라 가오루가 1989년에 데뷔작으로 써낸 책입니다ㅎㅎ 예전에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라는 작품을 읽었었는데 산뜻한 남녀의 이야기였어요. 이번 작품은 일상미스터리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더라구요ㅎㅎ 오리베의 망령 설탕 합전 호두 껍데기 안의 새 빨간 모자 하늘을 나는 말 이렇게 표제작 하늘을 나는 말을 비롯하여 총 5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입니다. 지금은 일상미스터리 소설들이 많아져서 고전부라던가 고서당 사건? 도서관 사건 등등 자극적이지 않고 일상에 녹아있는 여러가지 신비한 사건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이당시엔 거의 도전적이 작품이었나 보더군요. 30여년이 되어가니 전설은 전설이네요^^ |
|
8.2 나는 일상 미스터리를 정말 좋아한다. 추리소설 중 가장 부담없이 읽는 하위 장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단순히 추리소설로써 좋아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는 일부 추리소설 애독자나 일반 독자들에겐 아리송한 말일 수 있겠다. 추리소설을 추리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선뜻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일상 미스터리라 하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시리즈가 원조라고 하는데 난 그 할머니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종종 본 지라 솔직히 별로 안 와 닿는다. 나는 주로 와카타케 나나미나 가노 도모코 같은 일본 일상 미스터리가 떠오른다. 어쨌든 이 작가들과 관련된 글을 읽으면 '기타무라 가오루'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했다. 기타무라 가오루는 노리즈키 린타로의 <노리즈키 린타로의 모험>에서도 크게 언급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당대... 그러니까 80년대 후반 일본 추리소설계를 뒤흔든 작품의 저자라서 그런가 어딘지 낯익은 이름이었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작품으로 <스킵>이나 <달의 사막을 사박사박>을 읽어봤다. 읽을 때마다 '그 전설의 데뷔작이나 출간할 것이지...' 라고 중얼거렸는데 그 작품이 드디어 출간됐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이 신본격 미스터리의 효시를 알렸다면 기타무라 가오루의 <하늘을 나는 말>은 정반대의 작풍인 일상 미스터리의 바람을 일으켰다고 한다. 숱하게 명성을 들은 작품이라 사뭇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출판사가 이 작품을 홍보하기를 일상 미스터리의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퍽 틀린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일상 미스터리의 전형이자 정점을 찍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복면 작가로 활동한 탓에 여성 작가로 오해를 받았다는데 그 이유를 대번에 알 수 있는 섬세한 문체나 추리소설답지 않은 따뜻한 드라마와 일상의 작지만 놀라운 수수께끼와 진상들이 알차게 그려져 있었다. 다만, 일본 문화 중 하나인 라쿠고를 당최 알지 못하니 주인공과 엔시 씨의 대화나 일부 인용이 바로 바로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 점은 참 아쉬웠다. 이건 외국 소설이라 어쩔 수 없는 문제긴 하지만... 그 외에도 책에 수록된 작품들이 전반적으로 추리소설의 시원한 결말보다는 여운을 주는 쪽으로 결말을 지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가는 내내 어리둥절하면서 읽지 않을까 싶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의 영역이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좋고 싫음이 정확히 반반이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작품인 '설탕 합전' 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알바 경험을 대입해 읽으니 공감 가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추리소설다웠고 작중의 미스터리가 적잖이 궁금증을 자아내서 꽤나 만족스럽게 읽었다. 소설 본편과 무관한 듯 무관하지 않았던 주인공과 엔시 씨의 대화는 이 책의 백미다. 위에서는 바로 바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했는데 이는 둘 사이를 오가는 내용을 좀처럼 놓치고 싶지 않은 탓에 나오게 된 불만이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에 옮긴 게 전부 그 대화 중에 나온 구절들인데 어떻게 보면 엔시 씨가 추리를 펼쳐 미스터리를 푸는 것보다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부분이 바로 일상 미스터리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을까. 서두에 밝혔듯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일상 미스터리를 추리소설로써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단순히 수수께끼 해결에만 주력하지 않으며 인물간의 드라마나 뜻밖의 감동을 전해주는 일상 미스터리 특유의 작풍 때문에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다. 설령 추리소설이라고 불릴 수 없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일상 미스터리는 오래도록 읽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새삼 느끼기도 했다. 오랜만에 읽은 일상 미스터리 작품이었는데 기대에 살짝 미치지 못해도 역시 좋았다. 후속작인 <밤의 매미>는 일본추리작가협회상(단편 부문)을 수상했다는데 그 작품 또한 기대된다.
인상 깊은 구절
하지만 나는 말입니다, 뜸을 뜨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세계안에서만 가능한 옹고집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120p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있지는 않답니다. 그러면 일부, 이야기의 내용을 아는 사람만을 상대하는 건가요? 아니요. 일부도 아니고 단 한 사람, 자신입니다. 네, 젊은 날의 나를 상대하는 것이지요. 한 무대 한 무대를 순수한 기대를 안고 귀 기울여 들었던 나 자신. 모든 관객을 그 시절의 나라고 생각하고 공연하고 있답니다. 그 상대는 기만할 수 없어요. 그걸 기만한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라쿠고를 그만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 231~232p 하지만 한번 마음에 걸린 이상에는 거기에 이유를 붙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머리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데, 그 반대를 불가능한 것이지요. 이것이 머리로 움직이는 인간의 슬픔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머리는 영원히 감정을 질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 327p ......어떻습니까, 인간이란 존재도 아주 가치가 없지만은 않지요? - 415p |
|
하늘을 나는 말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한스미디어 남편을 4박5일간의 교육을 보내고 모처럼의 자유부인이 되어 편안한 마음으로 읽게 된 이 소설은 인터넷서점에서 일본 작가의 책을 하나 구입하려고 고민고민하다가, 낯선 이름이라 뭔가 새로움을 기대하고 선택한 책이다. 이는 1989년 출간 이래 일본에서 '일상 미스터리'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현재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표제작 「하늘을 나는 말」을 비롯하여 「오리베의 망령」, 「설탕 합전」, 「호두 껍데기 안의 새」, 「빨간 모자」까지 총 다섯 편의 단편이 들어 있으며, 이후 출간한 다섯 작품들과 함께 일명 '엔시 씨와 나' 시리즈로 불린다고 한다. 2017.6.19.(월) |
|
나름...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했는데...아직도 모르는 책들, 모르는 작가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기타무라 가오루'라는 작가는 처음 만나보는데...'엔시씨와 나'시리즈로 '일상미스터리'의 전설이라 불리고.. 그외에도 검색해보니 많은 괜찮은 소설들을 이미 한국에 출간이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그중 읽고 싶은 책도 몇권 골라났는데요...'시간과 사람 3부작'은 조만간 읽어보려구요.. '하늘을 나는 말'은 '엔시씨와 나'시리즈 첫번째 권입니다.. 제가 일본드라마를 처음 접하고 얼마 안될 무렵 '타이거앤드래곤'이라는 드라마를 본적이 있는데요 '야쿠자'인 주인공이 '라쿠고'대가의 문하생이 되어 '라쿠고'를 배우는 내용인데.. 그날 있었던 드라마 에피소드를 마지막에 주인공이 '라쿠고'로 만들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재미있었지요 일본의 전통예능인 '라쿠고'는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있는데요.. 주인공인 '나'는 국문학생이며, '라쿠고'를 좋아하는 팬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라쿠고'예능인인 '엔시'씨와 알게되고 그와 함께 여러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인데요 즉 주인공 '나'는 '왓슨'이며 '엔시'씨가 '홈즈'라고 볼수 있겠네요 첫번째 단편인 '오리베의 망령'은 '나'와 '엔시'씨의 만남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된 '나'는 늘 지각을 전문으로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일찍 눈이 떠져...새벽같이 학교로 향합니다... 그렇지만 '휴강'이라는 소식에 절망하는데요...거기다가 다음 수업은 점심시간 이후라..어쩔수 없어 하던차에 하품을 하다가 자신이 수업을 듣고 있는 '가모'교수님과 마주칩니다. '가모'교수는 '나'에게 커피를 한잔 하자고 하고....커피를 마시던 중 그녀에게 제안을 하나 하는데요.. '가모'교수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라쿠고'예능인 '엔시'씨와의 대담에 한 여대생을 데려가야 하는데 평소 '나'의 리포트와 수업태도를 눈에 들어하던 '가모'교수'는 그녀를 데려가면 좋겠다 생각한 것이지요.. 그리고 '나' 역시 팬이였던 '엔시'씨와의 만남에 허락을 하는데요.. 그리고 대담을 마친후 ...세 사람은 뒷풀이를 하는 도중에.. '가모'교수는 자신의 기묘한 경험을 이야기 하기 시작합니다.. 어릴적 풍운아였던 '숙부'의 집에서 꾼 악몽...한 무사의 할복장면 그리고 그는 '숙부'의 그림중에서 그 무사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어린 '가모'교수는 '숙부'에게 그 무사가 할복했느냐고 묻자...'숙부'는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지요 '엔시'씨는 소년이 어떻게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 무사의 할복장면을 꿈에서 보게되었는지 '가모'교수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사실 진상은 엄청난 반전이 있거나. 치밀한 트릭이 있는것은 아닙니다. 읽고나서는 아 그렇게 된거구나 하는 정도인데요...ㅋㅋㅋㅋ '하늘을 나는 말'은 '일상 미스터리'의 전설이라 불리듯이..말 그대로 '일상 미스터리'입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 숨어있는 사소한 미스터리들을 풀어나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본격'미스터리같은 치밀한 트릭이나 반전, '스릴러'같이 독한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좀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도 싶지만...저는 이런 스타일의 '일상 미스터리'도 좋아하는지라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소설속의 다섯가지 단편은 우리 일상속에서도 충분히 겪을만한 사소한 사건이지만.. 매력적인 두 주인공으로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가는데요.. 다섯편 모두 재미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설탕합전'이였습니다 '맥베스'의 세 마녀와 수상한 세여인의 모습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게 기발했지요 읽으면서 왜 '일상미스터리'의 전설이라고 불리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고, 현재 시리즈가 여섯권까지 나왔다던데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네요~~
|
|
개인적으로 일상 미스터리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나 감동 또는 운치 있는 작품이라고 입소문이 돌면 신인이든 기성이든 가리지 않고 일부러라도 찾아 읽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1989년 출간 이래 일본에서 일상 미스터리의 고전이라 불린다.”는 기타무라 가오루의 ‘하늘을 나는 말’은 꽤나 호기심을 끄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입니다. 화자이자 실질적인 주인공인 ‘나’는 19살의 나이가 무색하게 고풍스런 여대생입니다. “벤츠 타고 드라이브나 할까?”라는 프로포즈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괜찮은 고서점이 있는데..”라는 말엔 귀가 종긋합니다. 적은 용돈을 쪼개서라도 오페라나 가부키 등 유명한 공연은 놓치지 않고, 지하철에서 읽는 책은 죄다 동서양의 고전이며, 심지어 여행 갈 때 지니고 가는 책도 헤이안 시대의 속요집입니다. 해박한 고문학 지식 덕분에 ‘나’는 라쿠고가(落語家)로 유명한 엔시 씨와 만나게 됩니다. (→ 라쿠고(落語)는 좀 생경한 일본 예능인데, 본문 시작 전의 일러두기를 보면, ‘근세기에 생겨나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는 일본 특유의 이야기 예술. 부채나 수건 같은 소도구와 함께 목소리, 추임새, 몸짓만으로 해학과 풍자가 섞인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연기한다.‘라고 돼있습니다.) 엔시 씨는 특정 유파의 5대 째 라쿠고가로, 어린 딸이 있는 마흔 즈음의 남자입니다. 안 그래도 라쿠고를 사랑하고 엔시 씨의 공연을 즐겨 찾던 ‘나’로서는 우연히 찾아온 그와의 만남 덕분에 19살의 여름부터 겨울을 뜻깊게 보내게 됩니다. 엔시 씨는 라쿠고에 능한 예능인일뿐 아니라, 굳이 비유하자면 끝내주는 ‘일상 탐정’입니다. 궁금한 일이 생기면 견딜 수 없어 하는 ‘나’는 엔시 씨의 특별한 능력을 알게 된 뒤로 주변에서 소소한 사건 또는 의문들이 벌어질 때마나 그에게 묻는 버릇이 생겼고 엔시 씨는 빠르든 늦든 어김없이 사건과 의문을 풀어내서 ‘나’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작가의 의도적 설정이겠지만 엔시 씨를 사심(?)없는 중년 유부남으로 설정함으로써 ‘나’와 엔시 씨 사이에 남녀의 케미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스승 같고,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나 연인 같은 두 사람은 오히려 남녀의 케미가 없기에 더 담백하고 따뜻하게 읽히는 캐릭터입니다. 물론 ‘엔시 씨와 나’ 시리즈가 6편이 나왔다고 하니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는 아직은 모를 일입니다만..^^ ‘하늘을 나는 말’에는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일상 미스터리인 만큼 살인 같은 무겁고 잔인한 사건은 전혀 없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범죄 수준의 사건 또는 일상적인 의문들이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 숙부집에만 가면 악몽을 꾸곤 했던 노교수의 오랜 궁금증을 풀어준다든가, 카페 구석에 몰려 앉아 홍차에 무려 7~8스푼의 설탕을 넣는 여성의 비밀을 캔다든가, 유치원 앞에 놓여있던 장난감 목마가 하룻밤 사이에만 실종됐던 이유를 추론한다든가 그야말로 순도 100%의 일상 미스터리가 전개됩니다. 솔직하게 평하자면, ‘나’와 엔시 씨의 캐릭터에 매혹된 독자라도 5편에 담긴 일상 미스터리는 조금은 만족도가 떨어질 여지가 많습니다. 이 작품이 1989년에 출간됐고, 그 영향으로 많은 일상 미스터리가 출간됐다고 하지만, 요즘 들어 꽤 수준 높은 일상 미스터리(물론 진정한 의미의 ‘일상’이라기보다는 조금은 사건의 수위도 세고, 미스터리의 성격이 강한 내용들입니다만) 작품이 많아서 그런지, 고전 또는 정통 일상에 가까운 ‘하늘을 나는 말’의 다섯 수록작들은 상대적으로 밋밋하고 심심하게 읽힙니다. 간혹 비약이 심한 엔시 씨의 추리도 눈에 거슬릴 때가 있지만, 기본적으론 ‘나’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그래서 엔시 씨에게 의뢰하게 되는 사건 자체가 장르물과는 거리가 먼, 오히려 ‘나’의 성장소설에 어울리는 수준과 규모에 머물고 있어서 이 작품을 미스터리로 접근한 독자들에겐 아쉬움이 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엔시 씨와 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밤의 매미’는 1991년 제44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았고, 곧 국내에도 출간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는 계속 이어서 읽을 것인지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독한 쪽의 취향을 가진 제가 또다시 ‘착한 이야기’를 택할지 말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뭐랄까, 사건 같은 사건도 있으면 좋겠고, 너무 신비한 엔시 씨도 좀 현실적이면 좋겠고, 반전이든 감동이든 나름의 비장의 무기도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제 욕심입니다. 물론 추리작가협회상을 받은 걸 보면 첫 작품에 비해 미스터리가 강조된 것 같기도 하고, 또, 두 사람의 케미라든가 20살이 된 ‘나’의 성장도 무척 궁금해서 이래저래 고민 중입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독하고 센 이야기를 1~2권 정도 읽은 뒤에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
|
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이나 작은 미스터리, 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인데도 왠지 뭔가 어색하게 거슬리는 문제 같은 걸
풀어놓는 일상 미스터리라 칭하는 종류의 책은 기존의 미스터리나 스릴러처럼 사건 속에 잔인한 살인이 등장하거나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도 않고 거창한
문제에 직면해있는 주인공을 만나거나 하지 않아 자칫 지루하다 여길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