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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 국가, 민족을 넘어 문명권을 대상으로 하여 그 문화적 특질을 조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가 보다 세련된 것으로 비춰지며 배타적인 민족관념을 극복하여 화합과 공존을 모색하는 진일보한 관점으로 읽혀지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명권을 다루는 연구 속에도 민족이 은폐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어령은 서문에서 중화사상과 대동아공영권 같은 일국 중심의 지배이론을 넘어 대륙문화와 해양문화를 다같이 어우를 수 있는 것은 "한국의 반도 문화"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문명권 역시 단지 민족의 외연을 확대시키는 정도로서 "또다른 민족"을 상정하는 작업으로 그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령은 계속하여 세 나라의 문화코드를 읽어내는 작업을 통해 "공통의 언어와 상상력, 사고의 문법을 구축하고"-이를 근대 민족, 민족국가 형성과정의 요소들과 비교해보라-이를 사회자본으로 삼을 것을 촉구한다.
아직 전인류를 대상으로 하는 민족 혹은 문명권을 본 적이 없다.
따라서 이 책의 표제에 밝힌 "동북아시아 2000년의 문화적 DNA를 해독한다"라는 당찬 포부가 무척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2000년을 면면히 계승됐다는 DNA는 얼마나 선험적이며 타자를 구별짓는가)
만일 "매화"를 "매화"로서만 읽어낼 수 있다면, 즉 각 사회에 다양하게 뿌리내린 "매화의 문화사"로서 읽어냈을 때 이 책의 가치는 매우 뛰어나다. 서구 기독교의 장미와 백합의 대극점으로서가 아닌 "매화"로서 말이다.
책의 본문 내용은 교양으로서 더없이 훌륭하며 특히 부록으로 수반된 "매화를 소재로 한 한중일의 명시,명문" 또한 보배이다. 전공에 상관없이 흥미로운 책의 내용과 그 아기자기한 편집으로 선물하기도 좋다. 색인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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