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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라면 괴테밖에 안 떠오르겠지만, 이게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이었던 크리스토퍼 말로의 원작이 있다. 그 작 역시 영문학사에서 중요한 취급을 받고 있는데, 나는 이 '거지의 오페라'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서푼짜리 오페라'가 그 비슷한 관계 아닐까 하는 생각, 볼 때마다 든다. 가만 보면 현재의 영국 민족(그런 게 있다면)은 그 대종이 독일에서 건너 온 이들인데(괜히 앵글로 색슨이 아니지), 진지한 문예의 본고장 같기만 한 독일에 이 잡탕들이 역으로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게 가끔 보면 신기하다. 이런 건 이뿐이 아니라서, 예를 들자면 잉글랜드에서 태동한 '아서 왕 모티브'은 이후 프랑스 문예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준 바 있다는 사실이 또 있겠다. 아무튼 존 게이(영문학 공부하다 보면 또 자주 보게 되는 이름이다) 원작의 이 오페라라면 새삼 소개가 필요 없다. 영화로 만들어진 것만 해도 셀 수가 없다. 이만큼 인기 있는 레퍼토리가 그리 흔할까? 그런데 이 작은 본격 영화로 찍은 게 아니라, 1980년대 BBC에서, 조나선 밀러와 미국 코미디언 밥 호스킨스를 특별히 불러 TV 방영용으로 제작한 것이다. 시대가 제법 지났다고는 하나, 역시 시간 내어 본 투자가 전혀 후회 없을 신명 나는 명작이다. 한 곡도 한 컷도 놓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