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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25. 목.
내가 좋아하는 모악시인선의 여섯 번째 시집 [마을 올레]는 1950년생인 이동순 시인의 시집으로 몇 년 전 대구 KBS TV의 기획프로그램을 만들 때 진행자로 직접 뛴 결과 얻은 진솔한 시집이다. 경상북도의 예순 세 군데 마을을 돌며 보고 듣고 만난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시들이 너무나 애틋하고 구수하고 아늑하고 정겹다. 정호승 시인은 이 시집을 그리운 마음의 고향이라고 하시며, 이 시집에서 배어 나오는 모성의 향기가 고달픈 당신의 인생을 한없이 포근하게 안아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마을 뒤의 듬직한 산, 언제나 당산나무가 지키는 동구 밖, 작은 길가에 핀 꽃과 풀들, 쓸쓸한 집에 홀로 사는 노인들, 갈쿠리같은 손으로 잡초를 뽑으며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 낙이라고는 노인회관에 모여서 푼돈을 놓고 내기 화투를 치는 게 전부인 할아버지들... 그리고 그 땅과 거기서 살아온 분들의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사연들, 사연들... 이동순 시인은 이들의 구구절절 사연들을 맛깔나고 구수하게 엮어서 조곤조곤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이야기이고,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들이다. 시인이 발품을 팔아서 얻은 사연들이기에 처연하고 정갈하며 정겹다고 표현한 박성우 시인의 말이 정답이라는 것을 시를 읽는 순간 알 수 있다. 시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목화다방
목화다방을 아시나요 상주 은척 면소재지 장터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숨어서 빠끔히 내다보는 간판 하나가 걸려 있는데요 거기 쥔 마담은 한 자리에서 사십 년 넘도록 시골다방을 지켜 왔대요 봄바람 가을비가 몇 번이나 지나갔나 어느 틈에 회갑을 넘겼다며 배시시 웃는 마담 눈가에 잔주름이 오글오글 돋아나네요 난로 옆에는 칠순이 넘어도 여전히 건달기 가득한 은척 영감님들 서넛 고스톱 치느라 옆 돌아볼 틈도 없는데 국자도 주전자도 벽에 걸린 액자도 불알시계도 모두 모두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앉은 골동품들이랍니다 상주 은척 목화다방 소파에 앉으면 나도 저절로 골동품이 됩니다 --- 16p. - 17p.
성석제 작가의 소설 [도망자 이치도]의 배경 마을이기도 한 은척이 이 시에 등장한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는 은척이 가상의 도시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찾아보고 실제 있는 도시라는 걸 알았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은척도 있고, 금척도 있단다. 이 시에서는 은척의 다방의 배경이다. 한참 전에 시내에도 목화 다방이 있었다는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목화 다방은 어느 도시나 하나쯤은 있었나보다. 목화솜처럼 포근하다는 의미로 지었을까 나름 상상해 본다. 은척의 목화 다방에는 "잔주름이 오글오글 돋아"난 마담이 있고, "칠순이 넘어도 여전히 건달기 가득한 / 은척 영감님들 서넛"이 모여서 "고스톱"을 친다. 아마도 마담이 버는 돈은 얼마 안될 것이고 이렇게 노인들의 은신처로 전락한 다방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 동안의 정 때문이 아닐까 한다. 다방 안의 모든 장식품들은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앉은 / 골동품들이'고, 고스톱을 치는 노인들도 "골동품들이"고, 저자인 나도 "목화다방 소파에 앉으면" "저절로 골동품이"되는 곳. 그래서 마치 목화다방의 바깥은 21세기지만, 목화다방의 내부는 여전히 흑백TV 속 세상처럼 멈춰진 곳으로 비춰진다. 목화다방에서 설탕과 프림을 푹푹 넣은 커피를 한 잔 하면, 우리가 흔하게 가끔씩 당이 떨어졌다고 느낄 때 먹는 믹스커피와는 다른 향취가 느껴질 것 같다. 요즘 거리에 널린 카페의 세련됨과는 거리가 먼 아늑한 고향의 향취가 그대로 풍겨날 것 같은 목화 다방. 그리운 고향의 모습 속에서 낡은 간판이 보일 듯 하고, 어디선가 흘러간 트롯트가요가 들려올 듯 하다.
비빔밥
찔레꽃이 언덕 길에 만발한 봄 경남 합천군 양로면 나대리 노인정에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열다섯이나 모였습니다 이 가운데 넷은 경북사람 나머지는 모두 경남사랍들입니다 경계가 마을 한가운데로 지나가니 그냥 행정구역상 경남 경북으로 갈라져 있지만 원래부터 한 마을 주민들입니다 오늘은 부엌에서 비빔밥을 준비했습니다 경북 할머니 집에서 갖고 온 미나리 콩나물 경남 할머니 집에서 갖고 온 고사리 참기름 고추장이 한 그릇 안에서 맛있게 비벼집니다 그 다정함이여 사랑스러움이여 모두들 쓱싹쓱싹 비벼서 볼우물이 옴쏙옴쏙 먹으며 마주 봅니다 보면서 웃습니다 이게 바로 세상살이 행복입니다 오, 위대한 비빔밥 남과 북도 이렇게 만나서 하나로 비벼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통일도 얼마나 쉬울까요 --- 22p. - 23p.
"오, 위대한 비빔밥"이라는 말에서 감탄이 나온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경남 합천군 양로면 나대리"라는 마을이 경남과 경북으로 갈라졌지만 원래는 한 마을이라는 것과 여기 사는 노인들이 모여서 맛있게 비빔밥을 해 먹는 모습은 정겨움을 넘어서 뭉클하게 한다. "남과 북도 이렇게 만나서 / 하나로 비벼지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는 시인의 마음은 아마도 실향민 노인들도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오래 휴전선이 버티게 될 줄은 다들 몰랐는데, 이제 젊은 사람들은 그냥 이렇게 살기를 바라기도 한다는데, 통일은 요원하기만 하고, 남과 북의 관계는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고... 그래도 언젠가는 비빔밥처럼 하나로 비벼지는 날을 고대한다. 우리는 한 겨레이고, 한 핏줄이고, 한 민족이란 것은 변할 수 없는 진실이므로.
세월
청어는 운다 통 과메기로 만들어진 청어는 짚으로 가지런히 엮여서 덕장 대나무 횃대에 매달려 있다
그들은 일제히 바다 쪽으로 줄지어 선 채 두고 온 고향을 생각한다 내 고향 일가친척들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영문도 모르고 붙들려간 이 자식을 생각하며 아직도 슬픔에 잠겨 있을까 어머니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졌으리라
청어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러내린다 이제 두 번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 하리
해풍에 아랫도리 말리며 청어 가슴은 속속들이 춥다 이런 청어의 애달픔에 전혀 아랑곳 않는 갈매기란 놈 날아와 청어 등을 수시로 콕콕 쪼아댄다 --- 50p. - 51p.
잔가시가 엄청나게 많이 박혀있는 청어는 먹기에 무지 불편하지만, 가시를 제거하고 맛을 보면 정말 그 맛을 어떤 생선하고도 비교할 수 없다. 그렇기에 맛을 본 사람들은 불편함을 무릅쓰고 청어를 먹는 것이다. 그런 청어가 통과메기로 변신하기 위해 "짚으로 가지런히 엮여서 / 덕장 대나무 횃대에 /매달려"서 마르고 있는 중이다. 청어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일가친척을 그리워하며 매달려 있는 걸까. "해풍에 / 아랫도리 말리"고 있는 청어의 아픈 가슴 속은 모른 채 "갈매기란 놈 날아와 / 청어 등을 수시로 콕콕 쪼아"대는 걸 보면, 사람도 갈매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게 느껴진다. 고향 떠나와 먹고 살기 위해 고생고생하며 살고 있는데, 꼭 옆에서 사람 속을 뒤집는 사람이 있다. 갈매기보다 더 아프게 아픈 얘기만 콕콕 하는 사람도 있다. 청어처럼 삶인지 죽음인지 모를 운명에 엮여서 고향땅을 밟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이제 두 번 다시 /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 하리" 라는 행에서 안타깝게 다가온다. 이 시를 읽고 청어를 먹을 수 있을까. 언젠가 안도현 시인의 <간장게장>이란 시를 읽고 뭉클해서 게장을 못먹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또 이렇게 시인이 청어에 대한 시를 쓰니 청어를 먹기 영 껄끄러울 것 같다. 다행이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잊어먹는 재주가 뛰어나다. 얼마 안가서 그릴에 청어를 굽고 구운 청어를 식탁에 올리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 사람들. 그 속엔 나도 분명 포함될 것이다. "청어 등을 수시로 콕콕 쪼아"대는 갈매기에게 도저히 눈을 흘길 수 없는 이유다.
백 살 노인
이제 석 달만 지나면 백 살이라는 덕곡댁 할머니 경북 청도 화양 신봉리 마을회관에서 다른 할머니들과 화투 한판 신나게 놀더니 바쁘다며 유모차를 밀고 제법 가파른 언덕길인데도 쉬지 않고 올라간다 집 마당에 성큼 들어서자 고추밭으로 가서 잡초를 뽑아 던지고 빨갛게 잘 익은 고추를 따서 마루에 널어놓으신다 그리곤 방에 들어가 앉아 마당을 내다본다 삼시세끼 밥도 잘 챙겨 드시고 아픈 데도 별로 없다는 백 살 노인의 볼이 발그레하다 올해 여든이라는 몸져 누운 큰딸이 걱정이라며 얼굴에 구름이 낀다 --- 71p.
"오래 오래 사세요"라며 절을 할 떄가 있었다. 어른들께는 그저 장수가 축복인 줄 았았다. 하지만 살아보니 장수가 축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수가 슬픔일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저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석 달만 지나면 백 살"이 되는 할머니에게 "올해 여든이라는 / 몸져 누운 큰딸이 걱정"인 경우, 정말 이 일을 어찌할까 하며 한숨만 난다. 너무너무 정정한 백 살 어머니의 건강이 다행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세상을 떠날지도 모르는 딸의 자리보존 앞에서 죄스럽게 느끼지는 않을까 생각된다. 흔히 "내가 먼저 가야하는데"라는 말을 어른들은 하신다. 하지만 태어나는 순서는 있어도 떠나는 순서는 없다는 것도 아시기에 가슴이 철렁하고 무섭기도 하다. 순서대로 떠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시의 경우에는 혹여 큰딸이 먼저갈까봐 얼마나 할머니의 걱정이 크실 지 짐작이 간다. 나이를 먹는 것도 건강의 상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석 달 만 지나면 백 살"이 된다는 노인의 "얼굴에 구름이"끼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장사 마을
이 산골마을에는 도랑바닥에 가재도 산다 그 옆으로 도롱뇽도 기어 다닌다 반딧불이도 날아다닌다
금닭이 알을 품고 있다는 명당 터에서 가파른 세월 살아 온 경주 산내면 장사 마을 사람들 맑고 정갈한 대자연이 풀과 새와 벌레를 다정스레 보듬고 키우듯이 이곳 부모들은 아들 딸 많이도 낳았다
앞집은 딸만 다섯 뒷집은 일곱 아들 줄줄이 옆집은 여덟 남매란다 이런 집이 골짝마다 수두룩하단다 들일하던 남편이 잠시 안방을 다녀가면 그 틈에 선뜻 아기 들어섰단다
겨울 아침 돌담길 걷다보니 열매 조롱조롱 달고 있는 고염나무가 아기 젖 물린 채 졸고 있는 어미처럼 담 모퉁이에 묵묵히 서 있다 --- 96p. - 97p.
경주 산내면에 정말 장사마을이 있다. 이 곳은 풍수지리적으로도 아이를 많이 낳도록 되어있나보다. "금닭이 / 알을 품고 있다는 / 명당터에서" 살았으니 아들이든 딸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들 낳았나보다. 슬쩍 아무렇지도 않게 던지는 말처럼 "들일하던 남편이/ 잠시 안방을 다녀가면 / 그 틈에 선뜻 아이가 들어섰"다는 말 속에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가 잘 생겼다는 말도 되고, 이 마을 부부들은 금슬이 아주 좋았다는 말도 되고... 웃음과 함께 훈훈한 느낌이 난다. "열매를 조롱조롱 달고 있는 / 고염나무가 / 아기 젖 물린 채 졸고 있는 어미 처럼 / 담 모퉁이에 묵묵히 서 있"는 모습조차 다산(多
신당리에서
여름이면 낙동강 새벽안개 온 마을 논밭을 정겹게 감싸 안고 갈대숲 쳐낸 모래땅에 수박모종 내리니 이곳은 하늘이 준 수박밭 되었다 일 년 사시사철 낙동강 물소리 들으며 그 가에서 멱 감고 맑은 물 이끌어 농사지으니 낙동강은 어머니의 젖줄 마을주민들 생명줄이었지 허나 그 고운 강은 예전의 흐름조차 잃고 얼굴에 퍼런 이끼 둘러쓴 채 껍데기만 남은 강 되었다 낙동강이여 너의 싱그런 넋은 어디 갔나 대도시로 마을 편입되고 부동산이 다락같이 뛰었다 한들 그건 좋아할 일 아니다 사라진 옛 평화는 이제 어디서 되찾아 오나
* 대구시 달성군 옥포면 신당리 --- 114p. - 115p.
4대강 사업으로 한동안 떠들썩 했었다. 그 중에 낙동강도 포함이 되었는데, "어머니의 젖줄"이고 "마을주민들 생명줄이었"던 낙동강은 지금 "얼굴에 퍼런 이끼 둘러쓴 채 / 껍데기만 남은 강"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아름답게 물결치던 낙동강, 그 물에서 "멱 감"던 낙동강, "맑은 물 이끌어 농사"짓던 낙동강, 이젠 예전의 그 모습은 찾을 길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낙동강의 모습에 마을 주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그저 바라는 것은 "사라진 옛 평화"를 찾고 싶을 뿐인데, 찾을 길 없는 낙동강의 모습에, 녹조라떼라는 슬픈 신조어가 생긴 이 시대에 그리움만 쌓이고 있다.
파전 마을
팔공산 뒤통수가 먼발치로 바라다 보이는 너른 들 한 가운데 파전리는 있다 오늘도 무슨 행사 있는지 유모차 끄는 할머니들 하나 둘 회관으로 모여든다 파전리 저수지로 낚시 다니다 결국 이 마을에 집을 짓고 귀농인 되었다는 김점태씨 그는 대구 팔달시장에서의 장사가 지긋지긋했다고 말한다 출장뷔페 트럭이 도착하고 귀농인의 집 마당은 삽시에 식탁과 음식이 차려진다 이장이 주민들 앞에 나와 한 마디 한다 전북 부안의 소주리 강원도의 안주리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 파전리와 술상 차려 한판 멋지게 놀아보자고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떤기요 잔칫집 마당엔 환한 웃음꽃 만발했다 --- 124p. - 125p
* 경북 군위군 의흥면 파전리
경북에 실제로 있는 파전마을, 파전이라는 말 속에 구수함과 재치가 들어있어서 읽는 내내 웃음이 난다. 어쩌면 전북에 소주리가 있고 강원도에는 안주리가 있다는 걸 이 시에서 알았다. 장사를 하다가 접고 파전마을로 와서 귀농을 하고자 온 신입 주민이 "출장뷔페 트럭"까지 불러서 마을 잔치를 연다. 온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곳에 "삽시에 식탁과 음식이 차려"지자 이장이 하는 한마디가 참 정겹다. "전북 부안의 소주리 / 강원도의 안주리에서 전화가 왔는데 / 우리 파전리와 술상 차려 / 한 판 멋지게 놀아보자고"한다는 우스개 소리에 "잔칫집 마당엔 / 환한 웃음꽃 만발"하는 귀농인의 집. 뷔페트럭에서 차려진 음식 중에 과연 파전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마도 한쪽 구석에서 마을 할머니들이 반죽해서 파전을 몇 장 부치고 있지는 않을까 나름 상상해 본다. 잔치에는 역시 파전이 최고니까. 여기에 나도 껴서 못먹는 소주 한 잔씩 나누며 넓적한 파전을 서로 찢어서 나누며 웃음꽃 피워보고 싶다.
시인이 직접 발품을 판 시들이라서 그런지 시에서 생생한 삶의 모습이 느껴진다. 마을 곳곳의 풍경이 그려지고 그 곳에서 사는 마을 주민들의 푸근한 모습도 그려진다. 어쩌면 점점 사라져 가는 모습이기에 더 정이 가고 안쓰럽고 아쉬운 지도 모른다. 아무 때나 가도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고향의 정경, 살면서 온갖 풍상을 겪었기에 세월을 달관한 얼굴로 깊은 주름 속에 새긴 지혜를 알려주는 할머니들이 계시는 아늑한 시골 마을의 풍경, 한 마디 한 마디 던지는 언어들은 명언일 수 밖에 없고, 조금 길게 말하게 되면 전설이자 실화 소설이 될 수 밖에 없는 한 많고 설움 많은 할머니들이 계시는 마을. 송기한 문학 평론가는 시집 뒷편 해설에서 그 제목을 "일상에서 걸러진 축제의 세계"라고 썼다. 하루하루가 정말 작은 축제인 삶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 점점 마을의 주민들이 사라져 가고, 고령화 마을이 되어서 독거 노인들이 홀로 혼밥을 하는 시대이기에 이 시집은 예전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하는 사료집처럼 남을 것 같아서 많이 안타깝다. 시집 속의 구수하고 아늑하며 푸근한 정경이 자꾸만 그리워지는 걸 보면, 나도 나이를 먹는가보다.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소박하며 아기자기한 마을의 올레길을 순례하며 다닌 기분을 선사하는 멋진 시집, 이동순 시인의 [마을 올레]다.
* 이 리뷰는 블로그 이웃인 아자아자님의 히트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로 받아서 읽고 쓴 것입니다. 이처럼 좋은 시집을 선물해 주셔서 읽게 해 주신 아자아자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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